미국 '고용 과열' 수수께끼…시장은 불안하다[미국은 지금]

미국 비농업 신규고용 51.7만개…시장 충격
월가 예상 완전히 빗나가…"노동시장 과열"
경기 급랭 가능성, 고용 낙관론 등 의견 갈려
석학들마저 "잘 모르겠다"…불확실성 커져
  • 등록 2023-02-05 오전 9:39:27

    수정 2023-02-05 오후 11:36:03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3일 오전 8시30분(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가는 일순간 정적이 일었다. 시장 인사들은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노동부의 고용보고서를 기다렸는데, 상상하지도 못한 신규 일자리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이랬다. 가장 주목받았던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 규모는 51만7000개로 나타났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7000개)를 세 배 가까이 웃돌았다. 전달인 지난해 12월 22만3000개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지난해 7월(53만7000개) 이후 최대 규모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동시장을 냉각시키고자 역대급 긴축을 강행하고 있으나, 고용은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깜짝 놀랄 만한 미 일자리 폭증”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고용보고서 수치는 한 달 뒤 수정치가 나오는데, 이때 크게 바뀔 때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그러나 예상과 이렇게 차이가 난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놀라워했다. 또 다른 금융사의 채권 어드바이저는 “눈을 의심했다”며 “깜짝 놀랄 만한 숫자”라고 했다.

여가·접대업의 신규 일자리가 12만8000개 급증하며 노동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전월(6만4000개) 대비 두 배 늘었다. 이는 오락, 엔터테인먼트, 숙박, 외식 같은 서비스업을 포함한 항목이다. 전문·기업 서비스업(8만2000개), 정부 공공직(7만4000개), 의료 서비스업(5만8000개) 등도 큰 폭 증가했다.

더 관심을 모은 것은 지난달 실업률이 3.4%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1969년 5월 이후 거의 54년 만의 최저치다. 시장 전망치(3.6%)보다 낮았다. 시장과 학계에서 올해 4~5%대 실업률 급등으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와중에 뜬금없이 하락한 것이다. 게다가 임금 상승 속도는 가팔라졌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4% 늘었다. 월가 예상치(4.3%)를 웃돌았다. 노동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구인난이 이어지면서 임금이 고공행진을 하고있는 것이다. 임금 인플레이션 공포가 더 커질 수 있는 수준이다.



노동시장 이상 과열의 징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지난해 이후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오히려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 지난달 22~28일 당시 건수는 18만3000개였다. 지난해 4월 셋째주(18만1000개) 이후 가장 적다. 20만건을 밑도는 실업수당 청구는 역사적으로 봐도 그리 흔하지 않다. 아울러 미국 노동부가 최근 공개한 지난해 12월 기업 구인 건수는 1101만건으로 컨센서스(1030만건)를 훌쩍 상회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에 월가 일부에서는 이례적인 고용 과열이 마치 수수께끼 같다는 말이 나온다.

자존심 센 서머스마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번 고용보고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목할 것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여가·접대업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은 미국 경제에서 소비를 지탱하는 총수요가 아직 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신용정보 관리업체인 트랜스유니언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신용카드 부채는 전년 대비 18.5% 급증한 9306억달러(약 1164조원)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다. CNBC는 “소비자들이 식음료, 월세 등 점점 더 비싸지는 필수품을 감당하기 위해 빚에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가계가 빚을 늘리는데 한계가 올 경우 서비스업이 갑자기 망가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일자리 폭증은 ‘일시적’이라는 얘기다.

세계적인 석학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급랭(sudden downturn)할 위험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경기 연착륙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뱅가드의 앤드루 패터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 침체가 올 확률이 높다”고 했다.

반대로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가 뚜렷한 와중에 일자리가 느는 것을 나쁘게 볼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라일리 파이낸셜의 아트 호건 수석시장전략가는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에 가까워졌다”며 “시장은 굿 뉴스(good news)를 굿 뉴스로 인식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이 일자리 급증을 두고 공격 긴축 악재가 아니라 경기 반등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상황이 이렇자 고용 과열 수수께끼를 둘러싼 금융시장의 혼란은 커지는 분위기다. 서머스 교수는 “미국 경제가 어디로 향할 지에 대해서는 ‘불가지론’(agnosticism· 알 수 없는 실재를 인정하는 것)을 견지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학문적인 자존심이 센 그마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에 따라 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지게 됐다. 시장은 연준이 오는 5월 금리 인상을 중단(4.75~5.00%)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다가, 다시 5.00~5.25%까지 올릴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바꾸고 있다. UBS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래리 해서웨이는 워싱턴포스트(WP) 칼럼을 통해 “연준은 무엇이 지금 경제를 이끌고 있는 핵심 지표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이는 작은 위험이 아니다”며 “우리는 1970년대 연준의 끔찍한 정책 실기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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