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구멍난 軍 경계태세…국민은 불안하다

2020년 말 철책 넘어 내려온 탈북민 A씨
1년여 만에 다시 軍 경계망 뚫고 월북
대공 용의점 없다지만…인근 주민은 "누구 믿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개선 조치 고민해야
  • 등록 2022-01-04 오전 6:00:00

    수정 2022-01-04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새해 벽두부터 민간인이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벌어져 군 안팎이 시끄럽다.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신원 미상자가 강원 고성 지역 육군 제22보병사단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어 북한으로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월북자는 1년여 전 같은 지역에서 ‘점프 귀순’한 탈북민 A씨와 동일인으로 파악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확인 과정에서 2020년 11월 귀순한 인원과 인상착의가 동일하다 할 정도로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비무장지대(DMZ)에 들어갔을 때 북한군 4명이 내려와 그를 북쪽으로 데려간 정황도 군 당국의 열상장비(TOD)에 포착됐다.

지난 2019년 2월 14일 촬영한 강원도 고성 GP 전경.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A씨가 간첩 활동을 했다는 ‘대공 용의점’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A씨는 정보 접근이 자유롭지 않은 직업이었고, 정기적으로 관리가 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군 안팎에서는 최전방 전선에서 민간인이 ‘와도 모르고 가도 모르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불안함이 감지된다.

강원도 시군번영회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군은 월북 상황을 3시간가량 몰라 경계망 허점뿐 아니라 초동조치 부실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동해안 주민들은 누구를 믿고 생업에 종사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원인철 합동참모의장은 사건 하루 전인 지난 1일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라는 내용의 신년사를 일선 부대에 하달했다. 원 의장은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각오로 군 본연의 임무 완수에 진력해달라”고 강조했다.

‘견리사의 견위수명’은 ‘눈앞에 이익을 보면 정당한 것인지를 생각하고, 나라의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뜻으로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쓴 글귀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원 의장의 신년사는 하루 만에 무색해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면 소는 계속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군 당국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개선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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