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인ㆍ주식 빚도 탕감해 준다는 법원, 먹튀 대책 있나

  • 등록 2022-07-06 오전 6:00:00

    수정 2022-07-06 오전 6:00:00

서울회생법원이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 실패로 대출금을 날린 채무자의 개인 회생을 쉽게 하겠다는 취지의 새로운 기준을 이달부터 적용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위험 투자인 가상화폐와 주식에 대해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는 “빚투(빚내서 투자)는 도박 아니냐”며 “도박 빚을 왜 감면해 주느냐”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자영업 유지하려고 대출받았다가 망한 사람 구제할 생각부터 하라”는 비난도 빗발치고 있다.

법원의 결정은 가상화폐와 주식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빚투에 나선 이들의 손실이 커지고 이로 인해 한계에 몰리는 채무자들이 급증할 것에 대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 충격과 사회적 혼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채무자가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자신의 소득으로 일정 기간 빚을 갚으면 나머지는 면제해 주는 개인회생제도의 도입 취지와 부작용 등을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힘들다.

2004년 9월부터 시행 중인 개인회생제도는 채무자의 재산 총액이 빚보다 적을 때만 허용된다. 채무한도도 담보 15억원, 무담보 10억원으로 제한이 있다. 재산을 처분해 빚을 갚는 것보다 돈을 벌어 3~5년간 채권자들에게 갚는 돈이 더 많아야 한다(청산가치 보장의 원칙). 그러나 가상화폐나 주식투자 손실금을 재산에 포함했던 전과 달리 이를 재산 총액에서 제외하면 재산이 빚보다 적어지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개인회생 허용 대상은 급증하면서도 이들의 변제금은 줄어들 수 있다.

법원은 가상화폐·주식 투자의 손실을 핑계로 한 재산은닉 행위는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법원의 다짐을 이해한다 해도 이번 결정은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문제에서 큰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사회적 합의도 거치지 않았다. 한탕을 노려 빚투한 사람을 다 구제해 주면 누가 꼬박꼬박 빚을 갚을 것이냐는 비판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 대출은 지난 3월 말 기준, 960조 7000억원으로 2019년 말 대비 40.3%나 늘었다. 코로나 19의 최대 피해자인 자영업자들의 개인회생 신청이 줄을 이을 때 법원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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