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언 발등에 오줌누기'식 공약들

  • 등록 2022-01-21 오전 6:15:00

    수정 2022-01-21 오전 6:15:00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어린 시절 어르신들에게 “언 발등에 오줌 누지 말라”는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랐습니다. 순간적으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죠. 무언가를 얻기 위한 잠깐의 거짓말은 시간이 지나 훨씬 큰것을 잃게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귀한 말씀이었습니다.

요즘 대선이 치뤄지는 과정을 지켜보면 어린시절 자주 들었던 ‘동족방뇨(凍足放尿)’라는 단어가 자주 떠오릅니다. 선거판을 지켜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찌되도 상관 없다는 식의 말과 행동 그리고 약속이 난무합니다. 내 나라의 미래를 망치거나 망칠 수 있는 위험한 ‘동족방뇨’식의 공약들도 넘쳐납니다. 이런 것들의 공통점은 달콤하고 그럴듯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잠시라도 시간을 갖고 자세히 살펴보면 실현불가능하거나 실현되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미래에 큰 피해가 가는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언발등에 오줌누기식 공약들이 대중들에게 너무나 잘 통합니다. 권력을 가지려는 자가 책임감 없이 아무렇지 않게 내미는 사탕에 쉽게 손을 내밉니다. 나라의 미래가 계산되지 않은 그들의 욕심은 공약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삶에 찌든 유권자들의 환상과 만나 지지율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니 어쩌면 일부 사람들은 그 달콤한 거짓말을 믿고 싶은지도 모르죠.

정치의 역사를 잠시라도 돌아보면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느 한 시절에는 ‘편가르기를 통해서’ 어느 한 시절에는 ‘달콤한 거짓말’로 권력을 잡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망친 세상을 보며 과거의 판단에 대해 한탄도 해봤습니다.

히틀러의 수사학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대중에게 합리적으로 다가가면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감정을 부추기면 단순한 구호에도 쉽게 따라옵니다.”

감정을 부추겨 편가르기로 정권을 잡았던 히틀러정권이 어떤 짓을 했는지 지나간 역사를 통해 우리는 너무 잘 배웠습니다. 그러나 정치에서 히틀러의 편가르기, 선전, 선동만큼 위험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정치인의 달콤한 거짓말’ 바로 포퓰리즘입니다.

포퓰리즘은 막강한 힘을 갖고 있고, 성공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포퓰리즘은 국민의 꿈과 너무나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는 특징도 보여줬죠. 그러나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친다는 것도 함께 증명되었습니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들이죠.

최근 선거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왠지모를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정치하는 자들의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비방과 편가르기 등의 몰염치(沒廉恥)는 일상이 되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공약들을 보다보면 누가봐도 포퓰리즘인 섬뜩한 공약들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망조(亡兆)의 시그널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보니 더욱 더 섬뜩합니다. 이래도 되나 하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어렸을 적에 정말 재미있게 본 만화영화가 있습니다. ‘엄마찾아삼만리’라는 작품입니다. 마르코라는 어린소년이 돈을 벌러 다른 나라로 멀리 떠난 엄마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서고 엄마를 찾기까지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영화입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를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그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 하나를 알게되었습니다. 저의 철학적 스승이신 최진석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서였습니다. ‘엄마찾아삼만리’에 등장하는 마르코는 이태리 소년이었고, 마르코의 어머니가 돈을 벌기 위해 떠난 나라는 아르헨티나였습니다. 과거의 아르헨티나는 잘 살았던 나라였습니다. 그렇게 잘 살았던 아르헨티나의 현재는 어떨까요? 포퓰리즘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궁핍한 나라로 바뀌었고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론’이 나옵니다. 이쪽저쪽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반대쪽 주장도 들립니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우리는 그럴리 없다”라는 낙관적인 의견들입니다. 원래 제 생각도 그런 낙관적 주장들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런 낙관적 주장에 동의하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포퓰리즘에 즉각 반응하는 국민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느끼면서입니다. 몇글자만으로, 몇 초의 짧은 동영상으만로도 지지하는 대상을 바꿉니다. 순간적으로 쉽게 지지를 바꾸는 유권자들을 보며 후보나 선거를 치르는 선대위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지 가늠해보니 앞이 깜깜해집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욕망대로만 살지 못합니다. 살아온 시간의 가치, 살고 있는 시간의 가치, 살아가야 할 시간의 가치에 대한 밸런스가 인간의 인생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잘될것이라는 희망도 중요하지만 잘 안될 수도 있다는 경계심이 좋은 결정을 하게 만듭니다. 스티브잡스는 스탠포드대 졸업식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현재는 어느 순간의 미래와 어떻게든 연결된다”고. 분명 현재의 순간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와 반드시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언발등에 오줌누는자가 누구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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