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세상에 없던 은행’을 표방하며 세상에 선보인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고객들은 열광했습니다. 앱을 통해 택시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음식에 대한 리뷰를 보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똑똑하고 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고객들은 고마워했고, 그 혁신의 주체들에게 응원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서비스들은 일상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혁신적인 대출비교 플랫폼으로 꼽히는 핀테크기업 핀다도 ‘세상에 없던’이라는 표현을 그들의 서비스 앞에 붙여 그들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알리려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없다던 그 서비스도 일상의 습관 속으로 들어와 자리잡게 되면 그 혁신은 아주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 순간부터 ‘혁신의 유효기간’은 끝이 나게 되는거죠. 그래서 기업은 끊임 없이 관점을 바꾸고, 다르게 보기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숙명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되나봅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물론 수많은 조직이 한 목소리로 ‘혁신’을 외칩니다. 이렇게 우무쭈물하다가는 망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하던 일들을, 지켜왔던 것들을 바꿔보려고 엄청 애를 씁니다. 그래서 그런지 ‘혁신’이라는 단어는 우리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단어 가운데 하나입니다. 성장하려는 주체들에게 무엇인가를 바꿔야 한다는 중압감은 어찌보면 본능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또한 세상이 바뀌는 속도를 체감하면 그 두려움과 중압감은 더 커지게 됩니다.
또한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꿔야 한다는 거대한 중압감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실수가 바로 지나온 것들을 모두 싸잡아 ‘낡은 것’ ‘바꿔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이렇게되면 문제는 심각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칫 좋은 쪽으로 바뀌기보다는 그간 잘 쌓아온 소중한 것들을 무너뜨릴수도 있습니다.
보석에 먼지가 쌓였다고 버리지 않는 것처럼 그동안 지켜왔던 것들이 보석인지 쓰레기인지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짜 보석이라면 먼지를 털어내고 반짝반짝 닦아 잃었던 빛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요. 혁신도 이것과 매우 닮아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혁신을 말할 때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먼저 정하라”고 조언합니다. ‘옛날 것을 연구하여 새로운 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뜻의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이라는 말도 이런 의미와 궤를 같이합니다. 혁신은 본질의 가치를 잊지 않으면서 같은 것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혁신의 과정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가 머리 속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차근 차근 꾸준히 지치지 않고 바꿔나가야 미래는 바뀝니다. 그렇게 바뀐 미래를 우리는 혁신이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