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으로 덮은 6월 화물연대 파업…더 큰 피해 낳아

'안전운임 지속 추진' '품목확대 논의'
모호한 문구로 합의해 2차 파업 불러
'강 대 강' 정부-노조…협상여지 사라져
  • 등록 2022-12-02 오전 6:24:01

    수정 2022-12-02 오전 7:06:22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을 둘러싼 노·정(勞政)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 이견을 좁히기보단 강경론에만 함몰됐다. 정부가 갈등을 풀 수 있던 기회를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왼쪽)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차 교섭이 결렬되자 무표정하게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회의실을 나서는 구헌상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관.(사진=연합뉴스)
이번 화물연대 2차 파업은 ‘예고된 파국’이었다. 지난 6월 1차 파업에서 갈등을 확실히 해소하지 못한 채 ‘미봉책’으로 덮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안전운임(화물차 과속과 운전자 과로를 막기 위한 최저 운임) 일몰이 쟁점이었다. 양측은 ‘안전운임 지속 추진’이라는 모호한 문구에 합의하며 파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당시에도 화물연대는 ‘지속 추진’을 일몰 폐지로 국토교통부는 일몰 연장으로 해석했다. 지금과 똑같은 해석이다. 안전운임 적용 품목 확대 여부도 ‘논의’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갈등 불씨를 남겼다.

1차 파업 종료 후 5개월간 시간이 있었지만 노·정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에 안전운임제를 논의할 태스크포스(TF)를 제안했지만 화물연대는 이를 개악 시도라고 의심하며 참여를 거부했다. 그 사이 여당에선 안전운임 축소 법안을 발의하며 정부를 향한 노조 불신은 깊어졌다. 정부·여당이 안전운임 개편안을 내놓은 건 지난달 22일. 2차 파업 이틀 전, 안전운임 일몰 한 달 전이었다. 노·정이 대화할 시간은 없었다.

2차 파업이 시작되자 양측은 각자 입장만 되풀이했다. 특히 30일 2차 협상(면담)은 40분 만에 빈손으로 끝났다. 국토부 대표였던 구헌상 물류정책관은 “서로의 입장이 확고했다”며 만남 분위기를 설명했다. 1차 파업 때만 해도 밤늦게까지 만남을 이어가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차 협상을 끝난 후 “이런 식의 대화는 안 하는 것이 낫다”고 대화 거부까지 시사했다. 실제 양측은 아직 다음 협상 일정을 못 잡고 있다.

양측 수뇌부가 강경론을 주도하는 것도 부담거리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시멘트 운송 종사자에 업무개시명령(파업으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생길 때 강제로 업무에 복귀하도록 하는 제도)을 내리며 “명분 없는 요구를 계속한다면 정부도 모든 방안을 강구해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파업이 장기화하면 안전운임을 폐지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국토부 안에선 사실상 대통령실이 파업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화물연대 쪽 사정도 비슷하다.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가 연쇄 파업을 계획 중인 상황에서 선봉대 역할을 했던 화물연대가 먼저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대정부 공동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탄압에 굴하지 말자”며 “더 크고 더 강한 투쟁으로 화답하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쪽이 한 발씩 물러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업종에는 확대 적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되 안전운임제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3년간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지속 여부를 검토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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