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쌓이고 공장 돌리면 손해'…수요 위축 앞에 맥 못추는 기업들

석유화학업계 공장 가동률 80%…손익분기점 '절반'
태풍 이전까지 포스코 주문 크게 줄어…철강 수요 급감
수출 품목도 '흔들'…반도체 재고자산 30% 늘어나
차입금 높은 조선사, 금리인상 '부담'
기업들, 투자 계획 세우고도 집행 어쩌나 '고민'
  • 등록 2022-09-26 오전 6:00:01

    수정 2022-09-26 오전 8:43:24

[이데일리 함정선 박민 이다원 기자] “지금은 공장의 80%만 가동하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더 줄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한 석유화학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올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치솟고 판매가 줄어들면서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20% 줄였는데 글로벌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업계 전반에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국내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은 2년간의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돌발 변수에도 수출을 중심으로 쌓아온 체력을 디딤돌 삼아 그나마 버텨왔지만 세계 경제의 침체 앞에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긴축과 유럽의 에너지 대란,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수요 위축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수요 줄고 고환율에 생산비용 증가…공장 돌릴수록 ‘손해’

석유화학 업계는 안 그래도 원유 가격 상승으로 원자재인 나프타(납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환율까지 치솟으며 생산비용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원자재인 나프타와 중간재인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과의 가격차이(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BEP)인 톤(t)당 300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BEP의 ‘절반’ 수준인 160달러까지 내려가며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철강 산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침수 피해를 입으며 지금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겪고 있지만, 태풍 피해 전까지만 해도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가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글로벌 수요 감소에 대비하는 비상경영 상황이었다.

포스코에 따르면 일부 글로벌 고객사의 경우 철강 제품의 주문을 기존의 절반 이상으로 줄인 사례도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건설과 제조 등 철강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세계철강협회는 지난 4월 올해 글로벌 철강 수요를 18억4000만t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 대비 5600만t이 줄어든 수치다.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핵심 수출산업도 수요 위축 ‘찬바람’…금리인상 부담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수출 산업도 수요 감소의 타격을 그대로 받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이 주문 감소로 이어지며 재고가 쌓이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올 상반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21조5079억원으로, 지난해 말 16조4551억원 대비 30%가 늘어났고,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도 11조8787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9166억원 대비 33% 증가했다.

현대차의 재고자산은 올 상반기 말 기준 13조6580억원으로 지난해 말 11조6456억원 대비 17% 증가했으며 기아의 재고자산은 8조2653억원으로 지난해 말 7조876억원 대비 16% 늘어났다.

조선 업계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손꼽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에 대한 부담에 오히려 보수적인 경영 체제로 돌아섰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선박 발주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데다, 조선사는 계약 방식상 다른 업종의 기업에 비해 차입금 비율이 높아 금리에 민감한 편이어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금리가 100bp(1bp=0.01%포인트) 오를 경우 이자 비용이 약 60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은 약 152억원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을 맞이하면 수주 호황도 끝날 수밖에 없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이미 8월까지 누계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2768만CGT에 그쳤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0대 기업, 1000조 투자’ 밝혔는데…하반기 투자 계획마저 ‘불투명’

이맘때면 내년도 사업과 투자 계획에 대한 구상을 어느 정도 끝냈어야 하는 기업들도 대부분 전략 정비에 나섰다. 수요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다 보니 투자 계획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 등 탄소중립과 같은 장기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는 그대로 진행하지만 지금의 캐시카우를 두고는 고민이 많다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올해 초 100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10대 기업 중 구체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분야 대부분이 이 같은 미래 산업이다.

최근 한 증권사가 국내 시가총액 2000억원 이상 기업의 경영인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67%가 불안정한 경영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하반기 경영계획을 변경할 의사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전반적으로 수요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고 경기 침체 영향으로 소비도 늘지 않으며 재고 자산도 쌓이는 분위기”라며 “원자재를 사와 수출하면서 환율 헤지(위험 분산)를 해야 하는데 수요가 둔화하며 수출이 줄어 고환율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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