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새해 주가 '경제 안보'에 달렸다

  • 등록 2022-01-01 오전 6:15:00

    수정 2022-01-01 오전 6:15:00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교수]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작년 새해에 주식 투자자들은 종합주가지수가 3600을 간다고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가 3000 시대가 열린다고 분위기를 띄우기까지 했다. 결과는 정반대로 되었다. 쪼그라진 중산층은 부동산 대신 주식으로 돈을 번다고 또 일자리가 막힌 2030은 빚까지 내며 투자했지만 주가 상승률은 연초 대비 2%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30%에 가까울 정도로 활황이라 1천만명이나 된다는 ‘동학개미’ 중 일부는 ‘서학개미’라며 투자처를 옮겼다. 한국 대표 기업들의 주가 부진은 더 심했다. 개인 주주가 5백만명이나 된다는 삼성전자는 연초보다 4%, 현대자동차는 20%나 떨어졌다. 이러자 집권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해 주가를 5,000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주가가 부진했던 주된 이유로 외국인의 매도를 지적한다. 한국 기업이 외국 투자자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는 북한의 위협 이외에도 중요한 이유가 추가된다. 한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26%, 수입의존도가 23%로 매우 높다 보니, 중국이 사회주의 노선을 강화하면서 역풍이 한국으로 불었다. 폐쇄적 민족주의와 자국우월주의까지 더해져 외국 자본은 중국을 떠났고, 지난 1년의 주가 상승률은 1% 이하로 한국보다 낮았다. 한국의 수출이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 특정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도 저평가 요인이었다. 삼성 휴대폰과 현대차가 유독 중국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생산을 포기할 정도로 고전하면서 외국인은 매도에 나섰다.

한국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되지만 신흥국가라고 주가가 다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을 경계해왔던 인도와 베트남은 작년에 주가가 각각 25%와 31%, 중국의 위협에 시달리는 대만은 16% 올랐다. 국민의 안정적인 소득과 필수적인 자원 확보를 ‘경제 안보’라고 하는데, 경제 안보가 취약하면 주가는 부진하다. 하지만 중국이 보여주었듯이 경제 안보를 강화해도 포퓰리즘에 빠지면 주가가 하락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외환위기와 코로나19 발생 당시 경험한 대로 경제 안보가 갑자기 약화되면 주가는 폭락한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중국이 2017년 사드보복을 했을 때 한국은 관련 업종 주가가 10% 정도 빠졌고, 일본의 경우 중국이 2012년 센카쿠 분쟁으로 보복을 했을때 7% 정도 하락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새해에 외국인이 돌아와 주가가 오른다고 기대할지 모른다.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경제 안보를 강화하지 않으면 희망에 그치고 만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 안보가 매우 취약하다. 경제 안보는 주권 국가의 핵심 책무인데 정부의 인식은 낮다. 중국이 약소국의 자원 개발에 눈독 들이며 중상주의를 강화한 이후 안보와 경제는 분리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며 안이하게 대응했고, 안보마저 미국과의 동맹을 위협할 정도로 중국 눈치 보는데 급급했다. 미국의 협력 요청을 번번이 거절해왔기 때문인지 원화와 달러를 맞교환하는 600억 달러의 한미통화스와프는 연장되지 않았고, 주한 미국대사는 여전히 공석 상태로 있다. 외국자본의 한국 이탈이나 한국의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금년도 세계 경제는 미국을 제외하면 경기가 하강하고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고 정책의 불확실성도 많다. 3가지 요인이 모두 주가에 악재인데, 한국은 원자재와 제품생산의 해외의존도에다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기에 주가의 하방 변동성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 세계 경제에 돌발 악재가 생기면 주가는 폭락한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통화금융과 재정에 비상조치를 2년 동안 취했다가 코로나19의 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정상으로 돌아간다.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에 예기치 않은 정책 실패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 또 중국이 다른 나라와 달리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내리고 수출 촉진을 위해 위엔화를 절하하는데, 효과가 없으면 제2의 헝다파산이 발생하고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국제 질서가 불안할수록 주가는 경제 안보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중산층이 주식 투자로 재산 형성과 노후를 준비하는 시대인 만큼 경제 안보는 더 중요해졌다. 작년에 미국 주가는 등락은 했지만 기록을 갱신하며 꾸준히 올랐던 배경에는 튼튼한 경제 안보가 있다. 미국은 초당적 협력으로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한 법제도와 거버넌스를 꾸준히 정비해왔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사드보복을 당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작년에는 요소수 사태에 속수무책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2달 앞으로 다가왔다. 경제 안보의 강화가 선거의 핵심 아젠다가 되어야 주가도 올라간다. 반미 정서나 반일 퓰리즘을 이용하고 경제 안보를 등안시 하는 대통령이 또 등장하면 이번에는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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