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키워드는 생존이다. 희망적인 면을 좀 찾아보려 해도 잘 안 보인다. 미·중 패권 다툼은 더 심해질 것 같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지루한 전쟁을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좀 진정되나 싶었던 국제유가는 다시 꿈틀대고 있고, 연초부터 줄줄이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통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상반기엔 글로벌 금리인상 끝이 보이겠지 했던 기대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우려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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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은 물론이고 주식, 코인까지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생긴 역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도 소비 발목을 잡고 있다. 가난해졌다는 생각에 더 허리띠를 졸라매게 된다.
기업에게도 올해에는 생존이 화두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직격탄을 맞은 증권업계와 건설업계는 일단 버티기 위한 자금확보가 절실하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급격하게 얼어붙었던 자금시장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에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국고채를 시작으로 한전채 같은 특수채, 그리고 카드채와 여전채, 회사채 금리까지 고점 대비로 상당 부분 내려왔다. 유일하게 연일 상승세를 보이던 기업어음(CP) 금리까지도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작년 말 개점휴업이었던 회사채 발행 시장도 슬슬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달 수요예측을 잡아놓은 기업들이 꽤 있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급한 불은 껐다고 어느정도 안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증권사 PF ABCP 만기가 1월에 10조7000억원 가량 몰려 있고 2월에도 7조5000억원 예정돼 있다. 연초 만기 고비를 제대로 넘길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금리가 두자릿수 이상인 PF ABCP도 여전히 보인다.
오랜 기간 회사채 시장 침묵을 깨고 지난주 수요예측에 나선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지급보증에도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해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산업은행의 지원사격을 받았다. 시장이 스스로 기능을 하기엔 아직은 막혀 있는 부분이 많다.
잠깐의 보릿고개만 넘기면 괜찮아질지, 장기간 이어질 불황의 시작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간 유동성 파티를 원 없이 즐겼고 그만큼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고금리 시대를 어떻게 견뎌내야 할 것인가, 촘촘하게 생존전략을 짜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