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계묘년, 살아남으면 다행이죠"

  • 등록 2023-01-02 오전 7:46:49

    수정 2023-01-02 오전 10:38:59

[이데일리 권소현 마켓IN 센터장] “살아남으면 다행이죠.” 연말연시를 핑계로 그간 왕래가 뜸했던 이들과 인사를 주고받다가 새해에도 건승을 바란다고 하면 돌아오는 답이 대체로 이렇다. 여기저기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으니 이럴 땐 안 잘리고 자리 지키면 성공한 것이란 얘기가 나올 만하다.

계묘년 키워드는 생존이다. 희망적인 면을 좀 찾아보려 해도 잘 안 보인다. 미·중 패권 다툼은 더 심해질 것 같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지루한 전쟁을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좀 진정되나 싶었던 국제유가는 다시 꿈틀대고 있고, 연초부터 줄줄이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통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상반기엔 글로벌 금리인상 끝이 보이겠지 했던 기대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우려로 바뀐다.

2023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선유교에서 시민들이 새해 첫 일출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에 우리나라 수출도 걱정이다. 내수가 좀 버텨주면 좋겠는데 소비 늘리기가 녹록지 않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60%를 넘어섰고, 여기에 신용대출까지 받은 이들의 DSR은 70%대로 치솟았다. DSR 70%면 원금과 이자 갚은 후 최저 생계비 밖에 안 남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월급이 그야말로 통장을 잠깐 스쳐 지나가는 수준인 것이다.

부동산은 물론이고 주식, 코인까지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생긴 역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도 소비 발목을 잡고 있다. 가난해졌다는 생각에 더 허리띠를 졸라매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린다. 어떻게 해야 버텨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기업에게도 올해에는 생존이 화두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직격탄을 맞은 증권업계와 건설업계는 일단 버티기 위한 자금확보가 절실하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급격하게 얼어붙었던 자금시장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에 일단 진정국면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국고채를 시작으로 한전채 같은 특수채, 그리고 카드채와 여전채, 회사채 금리까지 고점 대비로 상당 부분 내려왔다. 유일하게 연일 상승세를 보이던 기업어음(CP) 금리까지도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작년 말 개점휴업이었던 회사채 발행 시장도 슬슬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달 수요예측을 잡아놓은 기업들이 꽤 있다. 금융당국 내에서도 급한 불은 껐다고 어느정도 안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증권사 PF ABCP 만기가 1월에 10조7000억원 가량 몰려 있고 2월에도 7조5000억원 예정돼 있다. 연초 만기 고비를 제대로 넘길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금리가 두자릿수 이상인 PF ABCP도 여전히 보인다.

오랜 기간 회사채 시장 침묵을 깨고 지난주 수요예측에 나선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지급보증에도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해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산업은행의 지원사격을 받았다. 시장이 스스로 기능을 하기엔 아직은 막혀 있는 부분이 많다.

또 실적부진으로 작년 말로 갈수록 등급전망 하향조정이 잇달았다. 올해에는 실제 등급하향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잠깐의 보릿고개만 넘기면 괜찮아질지, 장기간 이어질 불황의 시작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간 유동성 파티를 원 없이 즐겼고 그만큼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고금리 시대를 어떻게 견뎌내야 할 것인가, 촘촘하게 생존전략을 짜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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