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멈춰선 디지털 대한민국, 정부는 책임 없나

유영민 장관 준비 부족 시인
요금인하만 챙겼던 정부..설비투자 여력도 보장해야
  • 등록 2018-11-27 오전 5:00:00

    수정 2018-11-27 오전 9:15:3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KT 아현지사 지하 6m에 있는 비좁은 통신구(지하관로)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시내 4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세상이 멈춰 서면서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서대문구·중구·마포구·용산구와 은평구 일대에선 한동안 이동전화와 인터넷·IPTV는 물론 카드결제와 병원 전산망도 안 됐다. 화재사건이 발생한 뒤 이틀이 지나도록 통신망이 완전하게 복구되지 못했다. 아무 것도 안 되다 보니 소방재난본부청에서 보낸 재난 문자는 정작 피해 당사자인 KT 고객은 못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었다. 그간 ‘세계 최초’이니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상을 받았다’느니 하는 통신사 얘기가 허황되게 보일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통신 자체가 안되는 깜깜히 세상을 경험했는데, LTE보다 20배 빠른 5G 세상이 조만간 열리면 이러이러한 게 좋아진다고 말해도 공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유영민 장관, 준비 부족 시인

26일 국회 긴급 현안보고에 참석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잘못을 시인했다. 유 장관은 “이번 화재로 국민 생활에 많은 불편을 드려 매우 유감”이라면서 “과기정통부는 메뉴얼에 따라 신속 복구를 추진했지만 피해가 워낙 컸고 정부와 관련 기업 할 것없이 준비가 부족한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국회 보고 직후 장관 주재 통신사 CEO 간담회를 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국회에서도 여야 의원할 것 없이 지하통신시설 안전대책, 통신망 사고시 백업 방안, 철저한 피해 보상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요금인하만 챙겼던 정부..설비투자 여력도 보장해야

이런 대책이 만들어지면 과거보다는 훨씬 안전한 통신망 위에서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통신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변하고 정책 방향도 종합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통신 생태계는 멍들 것으로 우려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통신정책은 사실상 요금인하 정책이 유일했다. 통신사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는 값싼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는 것쯤으로 치부됐다.

통신이 마비되면 모든 게 스톱인데. 통신사들은 설비투자에 인색해졌다. 마케팅에만 돈을 펑펑 써서 남의 가입자를 뺏어오거나 자체 기술개발보다는 남의 기술을 적용하는데 골몰한 통신사들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정부가 시도 때도 없이 요금 문제만 언급하다 보니 안전한 통신망을 위한 설비투자는 뒷전이 된 측면도 있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통신3사의 인프라 투자는 2013년 7.2조에서 2014년 6.8조, 2015년과 2016년 5.7조, 2017년 5.4조로 줄어들고 있다. LTE망 구축이 마무리된 이유도 있지만, 투자 여력을 보여주는 국내 통신사 EBIDTA 마진이 이웃 일본이나 중국에비해 절반 수준인 점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5G가 됐을 때 만약 통신이 이틀 동안 멈췄다면 어찌 됐을까. 도로 위를 달리던 자율주행차에서 사고가 나고, 원격으로 사이버 응급 진료를 받던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이제 통신은 요금만큼 안정성과 보안이 중요해졌다. “사고에 대한 비난은 달게 받고 재발 방지책도 철저히 시행하겠지만 모든 산업과 국민 삶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통신산업에 전문성을 인정하고 투자 여력도 보장하는 시각 전환의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통신사 임원의 호소에 정부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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