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개영업으로 고위험상품 불완전판매 적발돼도…직원 실적에 '성과' 반영

금감원, 8개 지주 실태점검
불공정행위 통제장치 마련 4곳뿐
고위험상품 선정체계 보유 2곳 그쳐
'꺾기' 우려에도 모니터링 안해
리스크 관리 없이 외형확장 몰두
  • 등록 2022-12-06 오전 5:30:30

    수정 2022-12-06 오전 5:30:30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50대 후반인 A씨는 지난해 직장 은퇴 후 그간 모은 돈을 예금에 넣어 두기 위해 한 시중은행을 찾았다. A씨는 창구 직원으로부터 중간 위험 정도의 펀드 상품에 가입하면 손실날 확률이 낮고 예금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복합점포였던 그 지점에서 직원은 “바로 옆 객장으로 가시면 안내받을 수 있다”며 A씨를 금융투자 점포로 소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고 전세계적으로 고강도 긴축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며 A씨가 가입한 펀드 수익률은 벌써 마이너스(-) 15%를 기록하고 있다. A씨는 해당 은행에 “은행이 소개한 상품 아니냐”며 민원을 넣었으나 “판매한 곳은 은행이 아니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안전한 투자상품을 소개받으려고 은행을 찾은 고객을 증권사로 연결해 주는 ‘소개영업’이 대거 증가하면서 부실 판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사모펀드 부실 판매 사태로 고객 불만이 큰 상황인데도, 특별한 리스크 관리없이 소개영업을 2년 새 2배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하반기 실시한 실태점검 결과를 뜯어보면 금융지주들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고객에게 증권사의 고위험 자산관리(WM) 상품을 알선하는 등 소개영업을 대거 확대했지만,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 감사는 전무했다. 오히려 소개영업을 통한 판매 실적을 핵심성과지표(KPI)에 성과로 반영해 왔다. 자체 업무기준을 마련해 운영하는 곳도 절반에 그쳤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계열사간 전산시스템 구축도 안해

금감원이 8개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를 대상으로 진행한 소개영업 내부통제 실태 점검 항목은 총 7개였다. △소개영업 관리조직 보유여부 △소개영업 관련 내부통제(업무기준) △구속성 영업행위 모니터링 △WM상품 선정 체계 적정성 △지주 차원 내부감사 적정성 △소개영업 실적(KPI) 반영 적정성 △기타 소개영업 실태 등이다.

이 가운데 8개 지주 모두가 합격점을 받은 항목은 소개영업 관리조직 보유뿐이었다. 금융지주들은 계열사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지주 내 소개영업을 포함한 관리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고, 영업 목표를 두고 성과평가를 실시했다.

그러나 나머지 항목에서 모두 적정하다고 평가받은 지주는 한 곳도 없었다. 특히 불완전 판매 우려는 없는지, 영업이 건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 소개영업과 관련한 자체 내부감사를 벌이는 곳은 전무했다. 내부감사 항목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항목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은 금융지주 역시 없었다. 금융지주들이 관리조직을 두고 외형확장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지주사가 소개영업과 관련한 업무기준을 마련한 곳은 절반(4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4곳은 내규나 업무기준이 아예 없거나, 내규는 형식적으로만 만들어놓고 업무 절차 기준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성(불공정) 영업행위 통제 장치를 둔 곳도 4곳에 그쳤다. 나머지 지주사들은 이른바 ‘꺾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데도 관련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 않았다. 또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대출성 상품 가입 전후 1개월 이내엔 보장성·투자성·예금성 상품 계약 체결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도, 계열사 간 확인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

WM 판매상품 선정 체계를 두고 있는 곳은 2곳뿐이었다. 은행 방문 고객은 투자 성향이 보수적일 가능성이 높다. 고위험 투자 상품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증권사를 바로 찾는다. 하지만 소개영업 상품을 선정하는 협의체가 없거나, 있더라도 협의체 구성원에 소비자보호부서나 준법감시부서가 포함되지 않아 형식적으로만 운영되고 있었다.

보수 성향 고객에게 고위험 상품 판매가 손쉽게 이뤄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금융지주 4곳은 직원 성과를 평가하는 KPI에 불공정 영업행위 배제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개영업 성과를 KPI에 반영하지 않는 곳은 1곳에 불과했으며, 반영하더라도 구속성 영업행위 적발 땐 성과평가에서 배제하는 지주사는 3곳에 그쳤다.

이밖에 고객 투자금을 은행 ‘별단예금’에 예치한 뒤 은행이 고객의 증권사 계좌로 이체한 사례도 적발됐다. 별단예금은 임시 계정으로 은행이 영업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불완전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도 실태점검 후 별단예금 활용을 금지하라고 조치했다.

금감원 옴부즈만(외부 전문위원)인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지주 차원의 사업·영업이 확대되고 있어 소개영업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라며 “그런데 내부통제 없이 규모만 키우다 보면 대규모 고객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주들은 외형 확장뿐 아니라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자회사 통제 강화하면서 책임은 전가”

금융지주들이 소개영업처럼 지주 차원의 사업활동을 강화하며 자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도 내부통제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감원이 지난 2일 개최한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에서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각 지주는 기능별 본부를 가지고 있고, 매트릭스 조직을 통해 자회사를 통제하며 사업방향을 제시하고 집행한다”며 “지주에 실제 권한이 있지만 내부통제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은행권 내부통제 강화 태스크포스에 참가한 8개 금융지주 준법감시 책임자들도 이에 대한 지적에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금감원의 감독·검사 방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금감원이 개별 금융회사를 지도할 때 자회사의 독립 경영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지주회사 책임을 강조하는 등 현실 괴리적인 지도사항이 있었다”고 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소개영업 불완전판매 우려와 관련해 “당국이 지적한 부분을 보완할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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