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재택근무 예찬론

  • 등록 2021-10-06 오전 5:04:03

    수정 2021-10-06 오전 5:04:03

[이데일리 피용익 글로벌경제부장] “재택근무는 새로운 표준이 아닌, 최대한 빨리 바로잡아야 하는 일탈에 불과하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그룹 CEO)

“직원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일했다. 이는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복귀시킬 이유가 없다는 증거다.” (리처드 핸들러 제프리스그룹 회장)

미국 뉴욕의 금융가 월스트리트에서는 사무실 복귀를 놓고 수개월째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해 도입했던 재택근무를 언제 끝낼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인데요, 이런 와중에 회계법인 PwC는 최근 영구적인 재택근무를 도입하기로 해 화제가 됐습니다. 재택근무는 과연 새로운 근무 형태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저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남짓 재택근무를 했습니다. 처음엔 이래도 되나 싶어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급기야 이런 생각까지 들더군요. 초고속 인터넷과 5세대 이동통신(5G)으로 온 세상 사람과 사물이 연결된 사회인데, 사무실에 모여 앉아 일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풍경이라고요. 집에서도, 커피숍에서도, 심지어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일상적인 업무를 볼 수 있고, 회의는 화상으로 충분히 가능하니까 말이지요. 애초에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회식은 꼭 필요하다면 점심시간에 모여서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출퇴근에 뺏기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재택근무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꽉 막힌 도로나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에서 허비할 출근 시간에는 운동을 하거나 업무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상괘한 기분으로 일을 시작하니 업무 효율이 쑥쑥 높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업무가 끝나자마자 가질 수 있는 자유시간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이런 거구나, 느끼게 해줬습니다. 저는 그렇게 재택근무 예찬론자가 됐습니다.

일각에선 재택근무자들이 농땡이를 치고 있을 거라고 의심합니다. 그러나 저의 경험에 비춰보면, 오히려 상사가 그런 생각을 할까 걱정돼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비대면 상황에서 보여줄 것이라고는 오로지 성과밖에 없으니 인사평가를 잘 받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최근 국내외 여러 조사에서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내로남불’이랄까요, 올해 7월 부장 직을 맡아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집에 있는 부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결과물을 보고받다 보니 재택근무의 단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메신저로 질문을 던지고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시간은 답답합니다. 잠깐 모여서 의견을 교환하면 될 문제 때문에 회상회의 앱을 켜자니 번거롭습니다. 무엇보다 예기치 못한 긴급 상황에는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적응의 문제일 뿐, 재택근무 예찬을 멈추게 할 정도의 불편은 아닙니다. 적어도 아직까진 말이지요.

오늘도 궁금합니다. 출퇴근 길에 만나는 수많은 직장인들 가운데 반드시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유비쿼터스 세상에 살면서 언제까지 사무실에서 일하는 20세기의 관습이 이어질 수 있을까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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