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님 이 문제는 솔직하게 법을 바꿔주셔야 합니다”
지난달 6일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속 한 장면입니다. 이번 추석에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성이 있는 관계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 선물 가격을 최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라달라는 한 의원의 거듭된 요구에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이미 권익위는 지난 추석과 올해 설 두 번이나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규정된 농축수산물 선물 가격을 한시적으로 상향조정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권익위의 최고 의사결정회의체인 전원위원회 중심으로 ‘이렇게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면 무엇을 위한 청탁금지법이냐’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부글부글 끓는 것은 농심(農心)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김 총리의 말 그대로입니다. 더 이상 ‘예외’로 청탁금지법을 완화할 시기는 지났습니다. 청탁금지법이 정말 농축수산물 업계를 짓누르는 악법이라면, 그것을 제정한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1월 13일 최형두·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비롯해 다수의 관련 개정안이 상정됐음에도 지금까지 국회는 단 한 차례의 논의도 하지 않았습니다.
청탁금지법이 모처럼 대목을 맞은 농축수산물업계를 짓누른다는 농축수산업계의 아우성도 있지만, 10만원이면 됐지 20만원으로 올려서 무엇을 하느냐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같은 논쟁 역시 국회서 다뤄져야 할 내용입니다. 추석이 지나고 이제 곧 몇 달 뒤면 다시금 설 명절에 한해 선물 한도를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가 슬금슬금 나올 것입니다. 그전까지 국회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슬기롭게 잘 해결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