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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현안에 있어 여러 가지 생각이 있겠지만, 필자는 크게 3가지를 우려한다. 하나는 북핵 등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다. 최근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으로 북한발 위협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투력의 핵심인 초급간부들의 약화이다. 지원율을 비롯한 모든 지표에서 심각한 하락세가 발견된다. 마지막 하나는 대한민국 군대가 병사들의 불만만 챙기는 관리형 조직으로의 전락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방부나 군 지휘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은 한국형 3축 체계의 고도화로 집약된다.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안에서 핵심전력 및 비대칭 대응전력을 집중 보강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모두 7.1조원을 배정했다가 밝혔다. 작년 예산이 5.3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증액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지휘·정찰 관련 예산 1.5조원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할 경우 한국형 3축 체계 예산은 5.6조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휘·정찰의 경우 작년(2.7조원)에 비해 크게 축소되었다. 확대해도 모자랄 판인데, 거의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이런 식의 추격형 대응으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병사 관리 또한 심각한 문제다. 병사들의 인권을 고려한 각종 신고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선임병을 쫓아내거나 간부나 지휘관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게 현실이다. 힘든 일을 하기 싫어하는 병사들이 꾀병을 부리거나 훈련을 기피해도 간부들은 이들을 통제하기 힘들다. 이러다 보니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기 어렵고, 병사들의 불만을 살만한 일을 피하기 마련이다. 결국 전쟁이 나도 싸우지 못할 당나라 군대로 전략했다는 말이 더 이상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강한 군대는 필요한 방위전력과 이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장병들이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군대는 북한의 위협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력 확보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군대의 허리인 초급간부들의 충원율은 떨어지고 질적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병사들이 너무 많다. 이런 군대를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안보 공백이 아닌가 한다. 새 국방부 장관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