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실화된 소아의료 공백...도미노 붕괴 대책 세워야

  • 등록 2022-12-14 오전 5:00:00

    수정 2022-12-14 오전 5:00:00

소아 의료 공백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대학병원에서조차 아이들을 돌볼 의사가 없어 입원 진료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최근 소아청소년과(소청과)환자의 입원 진료를 중단하고 내년 2월까지 입원 병동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간 4년 차 전공의를 제외하면 2년 차 전공의 1명만 남게 돼 진료를 더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병원측 설명이다.

초저출산 흐름 속에서 소아 진료로는 의원을 꾸려가기 어려워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계속돼 왔지만 이번 결정은 충격적이다. 수도권에서 일부 병원이 만16세 이하 소아 청소년들의 응급실 야간 진료를 멈춘 적은 있어도 입원 환자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예고된 사태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과 코로나, 낮은 의료수가 및 열악한 진료 환경과 의료사고 책임부담 등 전공의들이 소청과를 외면하게 만든 요인이 겹치면서 입원 진료 중단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현상이 상당 기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전국 대학병원 중 소아 응급 진료가 가능한 곳은 36%에 지나지 않고 고양시에서는 빅5 종합병원이 최근 소아·청소년의 야간 응급 진료를 중단한 바 있다. 대학병원들은 내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 207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이달 확인된 지원자는 33명(15.9%)에 불과했다. 길병원의 전공의 1년차 모집 과정에 소청과(4명)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소아 진료 대란을 걱정해야 할 판인 것이다.

의료선진국인 한국에서 어린이들이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 백년대계 측면에서도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최근 5년간 폐업 신고한 소청과 의원이 660여곳에 이르고 개원의 한달 벌이가 25만원에 그쳤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소아 의료의 도미노 붕괴를 막기 어렵다. 정부는 의료진에 대한 충분한 보상 등 개선 대책을 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난, 주택난에 시달리는 미래 세대가 즐비한 우리 사회에서 의료난까지 겹친다면 초저출산도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