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띄운 승부수’…IPO 도전장 내민 쏘카·케이뱅크

[위클리M&A]쏘카·케이뱅크 IPO 도전
녹록지 않은 분위기에도 강행 주목
구주매출 하지 않고 100% 신주 발행
수익실현보다 상장 목표에 집중 인식
분위기 반전 속 상장 성공할지 관심
  • 등록 2022-07-02 오전 5:30:00

    수정 2022-07-02 오전 10:08:31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화창하던 날씨가 어둑어둑해지더니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생각은 했지만, 예기치 못한 폭우에 다들 처마 밑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가긴 가야 하는데 온몸이 다 젖을까’ 우려하며 눈치 보기에 바쁘다.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 분위기를 뚫고 우산을 펼쳐드는 이들이 있다. 주변에서도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데 괜찮겠냐?’라거나 ‘비가 좀 잦아들면 가는 게 어떻겠냐, 그러다 다 젖을지 모른다’며 말리기 바쁘다. 여러 사람들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일단 부딪쳐 볼랍니다’며 홀연히 우산을 쓰고 떠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한여름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공모주 시장에서 호기롭게 상장을 선언한 기업이 있다. 오는 8월 기업공개(IPO)를 예고한 카셰어링 업체 쏘카(So car)와 11월 IPO가 점쳐지는 케이뱅크가 그 주인공이다.

수요예측 흥행 실패라는 ‘스콜’(열대성 소나기)에 상장 유망주들이 잇따라 상장을 미룬 상황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우산을 펼치는 모습이다. 모두가 꺼리는 시장 분위기를 뚫고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유니콘 특례상장 1호’ 쏘카, ‘인터넷뱅크 1호’ 케이뱅크 상장 추진

자본시장에 따르면 쏘카는 지난달 24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455만주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3만4000~4만5000원에 책정했다. 공모 예정 금액은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2048억원, 시가총액은 1조5944억원 규모다. 상장 예정일은 8월 18일로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006800),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016360), 인수회사는 유안타증권이 각각 맡았다.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도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시동을 걸었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JP모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며 삼성증권이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예정대로 절차가 이뤄질 경우 올해 11월쯤 상장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쏘카와 케이뱅크는 ‘1호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쏘카의 경우 흑자를 낸 적 없는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특례상장’ 1호 기업이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국내에 첫 출범한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엄혹한 공모주 시장 분위기 속 상장에 나섰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모두가 꺼릴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두 기업은 녹록지 않은 분위기를 헤쳐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쏘카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여러 부분에서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흔적이 엿보인다.

쏘카는 지난 3월 롯데렌탈에 지분 13.9%를 1831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약 1조3000억원을 인정받았다. IPO 직전 막차를 탄 투자자의 수익 보장을 위해서는 2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쏘카는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을 1조5944억원에 산정하며 공모 규모를 크게 불리지 않았다. 사실상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규모로 상장까지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자본시장에서는 주요주주로 올라선 롯데 측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3월 롯데렌탈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하던 쏘카 지분을 대거 인수하는 구조를 띠면서 주주 구성 정리에 도움을 줬다.

한 PEF 운용사 대표는 “당시 롯데 측이 FI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면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전략적투자자(SI) 형태로 쏘카 지분 인수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IPO에 따른 당장의 수익보다 상장사로서의 중장기 성장 플랜을 더 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쏘카는 △대주주·특수관계인 1년 △전략적 투자자 6개월 △재무적 투자자는 1~6개월 등의 보호예수 기간을 약정해 상장 후 유통 물량이 전체 주식의 16.28%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 기업의 최근 3년간 최초 유통주식 수 비중 평균(38.8%)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쏘카가 구주매출을 하지 않고 100% 신주를 발행하기로 한 것도 수익실현보다 상장이라는 목표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케이뱅크도 같은 맥락에서 쏘카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자본시장에 따르면 케이뱅크도 쏘카처럼 구주 매출을 하지 않고 100%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BC카드가 지분 34.0%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NH투자증권과 우리은행 등 굵직한 지원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당장의 IPO 성패보다 안정적인 중장기 계획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의 개선된 실적이 엄혹한 분위기를 뚫어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케이뱅크는 지난해 224억원 순이익을 내며 출범 후 4년 만에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 한 해보다 많은 245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입자 수도 2020년 말 219만 명에서 지난해 717만 명, 6월 말 기준 780만 명으로 급증했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와의 제휴에 따른 ‘코인’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상장 후 시가총액에 6조원 안팎에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성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

상장을 위해 노력한 흔적에도 우려의 시선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 쏘카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적자 21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크게 줄였지만 2011년 사업 시작 이후 연간 영업이익에서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한 주차공간 확보 부담과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차량 패러다임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관건이다. 최근 치솟는 유가 문제도 실적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규모 자본력을 보유한 경쟁 업체들이 차량 공유 사업에 진입해 경쟁을 펼칠 경우도 신경 써야 한다.

케이뱅크는 실적 면에서 퀀텀점프를 했지만 가상화폐 수혜를 덜어낸 순수 성장력에는 의문 부호가 남아 있다. 들쭉날쭉한 가상화폐 시장 분위기에 상관없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시장 분위기가 이들 두 기업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중요하다. 주춤한 시장 분위기를 뚫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랜만에 나온 공모주 대어에 대한 관심이 남다를 것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100% 신주 발행 등 우려하는 지점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있지만, 결국 현재 시장에서 어떤 분위기가 형성될 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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