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고령이 되면 인지능력과 순발력이 저하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고령자가 스스로 운전을 자제하거나 중단하고, 더 나아가 운전면허를 반납하기도 한다. 자신과 가족은 물론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같은 고령자라도 정신적·신체적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이며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한 노인도 적지 않다. 나이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운전을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한 고령자 차별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개인택시 등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고령자가 수두룩한 현실에서 이들의 생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나이가 아닌 운전능력을 기준으로 한 조건부 운전면허제라면 도입해볼 만하다. 개인별 운전능력은 자동차 정기검사와 유사한 운전자 정기검사나 건강보험과 연계한 건강검진 등의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느 규제와 마찬가지로 운전에 대한 규제도 그 기준이 합리적이어야 대상자들의 협조를 끌어내기 쉽고 의도한 효과를 실제로 거둘 수 있다. 나이만을 이유로 이동권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