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정부 대리전 된 노동개혁…노사 대화 없인 상처만 남는다[기자수첩]

  • 등록 2023-02-14 오전 5:20:00

    수정 2023-02-14 오전 5:54:44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지금까지는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앞으로 국회와 열심히 소통하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용부의 업무보고 내용은 상당 부분 입법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려고 하나?”고 물은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장관이 이끄는 고용부는 올해 상반기 노동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쏟아낼 예정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한 주52시간제 유연화 입법안은 이달중 마련된다.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부분 근로자대표제 강화도 입법을 통해 해결할 예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도 추진 중이다.

이 뿐 아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노조 파업 시 직장 점거 금지와 대체근로 허용, 파견 업종과 활용 기간 확대 방안 등을 마련한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달 노란봉투법을 강행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원청이 하청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파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를 면책하는 내용이 골자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빠르게 여러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노사는 없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참여한 제대로 된 사회적 대화가 단 한 번도 이뤄진 적 없을 정도다. 노동계는 민주당을, 경영계는 정부를 앞세운 대리전으로 이미 변질됐다. 노사 간 사회적 대화의 결실이 늘 정치적 결정에 밀리며 생긴 불신 탓에 줄곧 대리전만 펼친다.

하지만 대리전은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노사 양측에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수 있다. 마치 영화 ‘결혼이야기’ 속 스칼렛 요한슨(니콜 역)과 아담 드라이버(찰리 역)처럼 말이다. 평화롭게 이혼하길 원했던 니콜과 찰리는 각자의 변호사가 재판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고통스러워 한다. 정부의 설득 대상은 민주당이 아니라 직접 영향을 받는 노동계이고, 민주당이 경청해야 할 건 정부의 설명이 아니라 경제 위기에 신음하는 경영계의 호소라는 걸 절대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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