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편성권 국회가 갖자는 민주당, 헌법도 안 보이나

  • 등록 2022-05-13 오전 5:00:00

    수정 2022-05-13 오전 5:00:00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 된 지 하루만에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가 코로나 피해 지원 추경의 재원으로 53조원 규모의 초과 세수를 활용키로 한 직후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제 열린 입법토론회에서 “예산편성권이 국회로 오지 않으면 예산 집행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힘이 국회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안팎에선 “‘검수완박법’처럼 여당일 때는 가만 있다가 야당이 되니 바꾸자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헌법은 예산안 심의·의결권은 국회에, 예산안 편성·제출권한은 정부에 부여하고 있다(제54조). 이와 함께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제57조).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행정부가 예산편성의 책임을 진다. 내각책임제인 영국도 의회가 예산안에 대해 폐지삭감권만 지닐 뿐,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하는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

민주당이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뺏겠다는 것은 삼권 분립을 규정한 헌법정신을 해치고, 입법부가 행정부 위에 서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없다. 헌법 57조는 프랑스 제3공화국 재정이 의회의 예산 증액 제한 조항이 없었던 탓에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로 파탄한 사례를 교훈삼아 도입된 것이다. 예산편성권이 국회로 넘어간다면 ‘제왕적 의회’가 탄생하게 된다. 지금도 예산 심의 때만 되면 의원들이 내미는 ‘쪽지’ 예산과 ‘깜깜이’ 예산이 극성을 부리는 판에 정치 논리에 따라 나라살림이 춤추고 재정건전성은 더 위협받을 게 뻔하다.

국가 재정이 국회에 의해 통제돼야 한다는 ‘재정 민주주의’는 국회의 예산안과 결산 심의 역량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금 국회는 예산안 심의역량이 부족하고 법정시한에 맞춰 통과시킨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예산안 심의조차 제대로 안 하면서 편성권까지 가져가겠다는 것은 아무 통제 없이 혈세를 마음대로 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집권 5년간 나랏빚은 400조원 넘게 늘었다. 국회에 예산편성권을 달라는 것은 국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다수당의 폭주는 민심의 분노를 부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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