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낳거나 절멸하거나…‘무자녀세’ 검토도”[ESF 2023]

①英 인구학자 폴 몰런드 박사 인터뷰
한국 인구, 지속 불가능한 구조…붕괴 우려↑
한국 反출산 국가 진단…문화적 대혁신 필요
  • 등록 2023-05-09 오전 1:11:11

    수정 2023-05-11 오후 6:50:34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아이를 낳지 않으면 한국은 소멸합니다. 출산은 한국을 위한, 전 인류를 위한 선택입니다.”

세계적 인구학자 폴 몰런드 박사는 8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었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이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다면 곧 세계 인구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그렇다면 출산율 반등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는 근본적인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 없는 가정에 ‘무자녀세’를 걷어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내놨다.

폴 몰런드 박사. (사진=이데일리DB)


폴 몰런드 박사는 지난 2019년 책 ‘인구의 힘’(The Human Tide)을 펴내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인구통계학 전문가로 오는 6월 21~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SF 2023)’에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한국 지속 불가능…3배 끌어올려야”

출산율 감소는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의 인구 양상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구조’”라고 진단하며 심각성을 짚었다. 특히 한국 인구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로 ‘낮은 출산율’을 꼽았다. 그는 “출산율(여성 1인당 평균 자녀 수)을 크게 높일 수 없다면 노동력 감소, 인구 고령화 등 다른 모든 문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출산율을 얼마만큼 올려야 할까? 몰런드 박사는 ‘3배’로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이를 최대 2.3명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구가 현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인 대체출산율이 2.1명인 점을 염두에 둔 수치로 풀이된다.

몰런드 박사는 “한국의 경우 반출산(Anti-Life) 기조에 접어든 상태”라고 진단했다. 선진국들에서 출산율이 줄어들고 인구가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경우 이와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처럼 한국만큼 부유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나라는 출산율이 2배, 그보다 더 부유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이스라엘은 출산율이 3배에 달한다”며 “단순히 한국이 현대적이고 성공한 나라라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국가 주도의 정책만으로는 출산율을 유의미하게 높일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자녀가 없는 가정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아동 수당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사실상 ‘무자녀세’(Childless Tax)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영국 사회에도 이같은 ‘무자녀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이 제기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무자녀 가정으로부터 세금을 걷어서라도 출산율을 제고하고 아동 수당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하지만 몰런드 박사는 이같은 극단책을 써서라도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출산 반등엔 문화적 변화 필요”

이같은 저출산 상황에서 몰런드 박사는 “한국은 농촌 등 소도시 공동화와 급속한 고령화뿐만 아니라 정부 지출 증가를 동반하는 세수 감소, 또 이로 인한 경기 침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기시다 일본 총리가 언급했던 ‘사회의 붕괴’(Civilizational Collapse)가 한국 사회에도 곧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폴 몰런드 박사. (사진=이데일리DB)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저출산·초고령 사회에 직면한 국가다. 올해 초 일본 인구수는 12년 연속 감소해 1억2500만명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기시다 총리가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예고한 이유다. 몰런드 박사는 “한국은 1980년대 초반까지 일본에 비해 높은 출산율을 기록했다”며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비하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당연하게도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몰런드 박사는 한국에 “아이를 낳지 않으면 국가가 소멸할 수 있다”며 “이는 한국의 선택이자 전 인류의 선택”이라고 했다. 출산율을 유의미하게 높이지 못하면 나라의 ‘소멸’(Perish)까지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경고다.

몰런드 박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짜로 필요한 것은 ‘문화적 변화(Cultural Shift)’”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화적 요인이 인구 감소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해 온 몰런드 박사는 “아무리 심각한 문제라도 해법으로 어떤 형태의 강제적 조치도 쓰여서는 안 된다”며 “강압적인 방식으로 출산을 장려하려다가는 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가 강압적으로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반출산 문화를 뒤집고 아이 낳는 것을 지원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 우선인 셈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몰런드 박사는 종교계의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기독교적인 국가다. 교회들이 신도들에게 대가족을 가지라고 설교하면 어떨까?”라며 “불교계에서도 인구 증가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폴 몰런드(Paul Morland) 박사는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 정치, 경제(PPE) 학부 졸업 △영국 런던대 정치인구학 박사 △비즈니스 컨설턴트로서 금융서비스 기업 근무 △영국 런던대 버크벡칼리지 연구원 △폴 몰런드 전략서비스 대표 △저서 ‘인구의 힘(The Human Tide)’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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