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줌인] 달리기는 정신건강에도 정말 좋은데...

이강희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부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22-10-02 오전 7:42:32

    수정 2022-10-02 오전 7:42:32

[이강희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부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달리기는 가장 대표적인 신체활동으로 유산소 운동 중 하나이다. 유산소 운동에는 걷기, 등산, 수영, 자전거 등의 신체활동도 포함된다. 달리기는 예로 든 운동들과 함께 인간이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이동하는 수단이기도 하다(이동 수단이 아닌 유산소 운동도 있지만, 흘러가는 풍경마저 즐길 수 없는 유산소 운동은 고문 내지는 자학이라고 여기는 이도 있다). 특히 달리기는 생존과 관련성이 매우 큰 신체활동이었다. 비록 현대사회에서는 사냥, 맹수, 적 또는 경쟁자 때문에 달리기를 해야 할 일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지각’이라는 사회적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서 달리기는 여전히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강희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부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체 건강에 있어서 신체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히포크라테스나 화타와 같은 고대의 의사들도 이미 질병예방과 건강유지에 있어 신체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히포크라테스는 ‘걷기가 치료약(walking is medicine)’이라 하였고 화타는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5가지 동물의 동작을 본떠서 만든 운동(오금지희 五禽之戱)을 창안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 선생이 건강을 위해 도인술이라는 체조를 꾸준히 하셨다는 이야기도 많이 알려져 있다.

20세기 들어 신체건강과 신체활동을 분석한 최초 연구로 1953년에 런던 버스의 운전기사와 차장의 건강 상태를 비교한 연구가 알려져 있다. 런던의 2층 버스라는 동일한 환경에서 운전석에 앉아 운전 조작만 하는 운전기사와 운임을 받기 위하여 1, 2층을 분주히 움직여야 했던 차장의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에 대한 연구였다. 당연히(?) 차장들에게서 관상동맥질환이 더 적게 발생하였다. 현대의학에서는 심혈관질환,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유방암 및 대장암 등 구체적인 개별 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있어서 신체활동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를 밝혀내었다. 이런 결과를 근거로 세계 각국의 보건 부처나 WHO는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신체활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guideline)을 발간하고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도 2013년에 우리나라 국민을 위한 신체활동 지침서3를 발표했다.

정신건강에 있어서도 달리기를 포함한 신체활동이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최근에는 이런 내용을 종합해 일반 대중을 위해 소개하는 책도 많이 출간되고 있다. 국내에 출판된 일반 대중을 위한 책들을 보면 크게 3가지로 분류되는 것 같다. 첫 번째 정신질환이 있거나 정신건강 상 위기 상태였던 저자가 달리기 같은 신체활동을 통해 극복하고 기뻐하면서 쓴 책이다(‘울고 싶을 때마다 한 발씩 내디뎠다’, 니타 스위니)6. 여기에 최신 연구 결과나 전문가의 의견 등에 대하여 상당히 깊이 있는 내용을 덧붙이기도 한다(‘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 스콧 더들러스)7. 두 번째 정신건강의학자 등 관련 전문가가 정신건강, 뇌 기능과 달리기 등 신체활동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실제 사례도 많다고 기뻐하면서 쓴 책이다(‘운동화 신은 뇌’, 존 레이티와 에릭 헤이거먼; ‘뇌는 달리고 싶다’, 안데르스 한센)8, 9. 세 번째는 관련 전문가가 직접 달리기와 같은 신체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정신 건강상 문제도 해결하고, 각종 연구 결과와 자신의 체험이 일치하더라고 기뻐하면서 쓴 책이다(‘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웬디 스즈키; ‘유쾌한 운동의 뇌과학’, 마누엘라 마케도니아)10, 11. 모든 책과 저자들이 매우 밝고 긍정적이며, 정신건강과 달리기와 같은 신체활동의 관계도 긍정적이다.

이러한 책들에서 얘기하는 신체활동이 정신질환 또는 정신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신체활동은 정신질환 치료에 도움을 준다. 특히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서는 치료제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 신체활동은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정신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3. 정신질환에 동반되는 심뇌혈관질환과 같은 만성병을 예방하거나 관리 할 수 있다.

4. 신체활동이 주는 활기, 자기효능감, 지적 기능의 향상 등이 정신질환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서는 “신체활동이 약물치료만큼의 효과”가 있다고 한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정신질환의 치료에 약물치료가 핵심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에서 신체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암 종류와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항암제로 하는 약물치료는 암치료에서 필수적이다. 그런 암 치료에 있어서 달리기와 같은 신체활동이 주요 항암제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 암환자들은 얼마나 열심히 달리기를 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정신적으로 위기 상태이거나 정신 질환 특히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리고 달리기와 같은 신체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많은 정신질환들의 발생 위험요인에 스트레스가 포함되어있다. 스트레스 관리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의 하나가 달리기와 같은 신체활동이이다. 신체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함으로써 정신질환의 예방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신체활동이 주는 활기, 자기효능감은 분명 정신건강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신체 건강에 있어서 신체활동이 강조돼 온 것에 비해 정신건강의 분야에서는 덜 강조돼 온 것 같다. 달리기와 같은 신체활동은 신체 건강 뿐만아니라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2년의 뜨거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다시 한번 운동화를 신고 달려나갈 결심을 해보자.

하지만 세상에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운동화를 신고 현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중얼거리게 된다. ‘달리기는 신체건강에도, 정신건강에도 정말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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