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장리더 3인에 들어보니…혁신경제를 키운 건 '이것'

스타트업 자금지원·영주권·규제혁신 3박자
그 중에서도 정부 유연한 시각이 속도 붙여
세금으로 '통치' 아닌 '봉사' 마인드로 접근
  • 등록 2022-12-01 오전 6:25:40

    수정 2022-11-30 오후 6:24:09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스타트업 자금지원·이민정책(영주권)·규제혁신’

‘자연의 나라’에 불과했던 캐나다가 스타트업 기반의 경제를 일궈내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캐나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유연한 시각이 이같은 성장세를 뒷받침했다고 입을 모은다.

캐나다의 법인세율은 미국에 비해 낮은데다 국가에 도움이 되는 혁신 중소기업에게는 연방 정부 차원의 세금 혜택을 부여한다. 또 연구·개발(R&D) 자금 장기간 지원, 영주권 부여(해외 인재 유치 차원) 등도 캐나다가 갖고 있는 강점이다.

여기에 혁신 산업의 경우 스타트업과 머리를 맞대고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적극성까지 더해지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캐나다 국기./사진=픽사베이
이데일리는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기업공개(IPO) 컨설팅을 제공하는 블루애플자산운용의 자명 대표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법무법인 디라이트 밴쿠버 사무소의 신철희 변호사, 캐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최초의 공식허가를 받은 블록체인 기반 증권거래소 ‘핀헤이븐’의 김도형 대표 등 산업 리더들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캐나다 정부가 산업·규제 측면에서 보인 유연함에 주목하며 북미 진출의 테스트베드로써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내다본 캐나다 정부는 이를 100% 활용해 스타트업 기반의 경제 성장 동력을 차근차근 마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혁신기업 ‘전폭지원’…IPO도 ‘유연’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난 자명 블루애플자산운용 대표 겸 투자총책임자(CIO)는 캐나다가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밴쿠버에 기반을 두고 있는 블루애플자산운용은 글로벌 IPO 컨설팅과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컨설팅사다. 이를 이끄는 자명 대표는 금융 분야에서 20여 년의 경력을 쌓은 인수·합병(M&A) 기업 컨설팅 전문가로, 한국에서는 피닉스PE를 운용 중이다.

자명 블루애플자산운용 대표 겸 투자총책임자(CIO)./사진=블루애플자산운용
자명 대표는 “혁신 기술을 다루는 회사의 경우,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자금을 최대 90% 비율로 10년간 지원한다”며 “정부 자금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으며 성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캐나다 경제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캐나다가 재무제표상 가치를 우선시하는 한국과 달리 회사의 미래 성장 가치를 인정하는 덕에 IPO 시장이 타 국가 대비 비교적 활발하게 돌아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나 최근 나스닥이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중소기업들의 상장 절차를 사실상 보류하면서 아시아계 기업들이 캐나다를 글로벌 IPO 시장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자명 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획일화된 틀 안에서 조건을 끼워 맞춰야만 상장이 가능한 탓에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상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캐나다는 회사의 기술력을 토대로 미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 대비 IPO가 유연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능력 있는 한국의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회사의 무형가치까지 인정하는 선진국에서 진정한 가치평가를 받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블루애플자산운용의 목표”라며 “글로벌 자금조달뿐 아니라 세계적 기업과의 기술 협업을 이뤄내며 한국 기업들의 IPO 동반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 유치 ‘확실’…봇물 터지는 해외 진출 자문

캐나다에 법인을 설립하는 기업에 정부가 영주권을 부여함으로써 유능한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난 법무법인 디라이트 밴쿠버 사무소의 신철희 변호사는 캐나다 정부가 운영하는 유연한 이민정책과 주(州)별로 나뉜 정부 시스템을 캐나다 경제 성장의 비결로 꼽았다.

신철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밴쿠버 법인 파트너./ 사진=법무법인 디라이트
캐나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신철희 변호사는 기업 법무 변호사로 25년 이상 인수·합병(M&A)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은행 및 부동산 거래, 에너지 및 자원 거래 분야에서 국제 기업을 대리하며 경험을 쌓았다. 캐나다 최대 로펌인 고울링 WLG와 BLG뿐 아니라 한국의 법무법인 태평양과 율촌을 거쳤다.

신철희 변호사는 세계 기업들이 창업 시 비자에 이어 영주권을 주는 캐나다의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가 뛰어나다면 자금이 부족하더라도 인큐베이터의 도움을 받아 비즈니스를 키울 수 있다는 점과 규제 안정성이 크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라고 부연했다.

특히 규제 안정성에 대해 신 변호사는 “한국과 달리 캐나다는 연방국가”라며 “스타트업 비즈니스와 관련된 규제는 주 정부에서 도맡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규제가 달라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컨대 현 (캐나다) 정권이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스타트업 테크 허브 육성에 대해서는 규제가 크게 달라질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법인 디라이트 밴쿠버 사무소는 해외에 사무소를 개설한 타 국내 로펌과 달리 현지법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꾀하는 스타트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신 변호사는 “국내 변호사가 해외에 나가 국내 업무를 유치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가운데, 현지법을 토대로 현지 업무를 돕는 곳은 디라이트가 유일하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법률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편 현지 법률 자문역 역할을 통해 현지 합작법인 설립 및 다양한 신사업 확장을 돕는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머리 맞대 규제혁신…신금융도 ‘꿈틀’

정부 정책의 유연성은 혁신 산업군의 스타트업들이 캐나다로 몰려가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시기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난 김도형 핀헤이븐 대표는 “캐나다는 혁신 산업의 리스크를 두드러지게 보기보다는 이를 수용하려는 자세를 갖춘다”며 “국민이 낸 세금으로 통치(ruling)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산업을 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핀헤이븐은 캐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최초의 공식허가를 받은 블록체인 기반의 증권거래소다. 메릴린치 출신의 김도형 대표가 캐나다 밴쿠버에 설립한 이 거래소는 종이 증권을 전자화하고 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증권사 등에 분산된 증권 거래 인프라를 블록체인 기술로 단순화해 개인간거래(P2P)가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글로벌 증권사 및 교육기관과 협력하며 비즈니스를 확장 중이다.

김도형 핀헤이븐 대표./ 사진=핀헤이븐 제공
김 대표는 규제당국을 마주했던 일화를 공유하며 “캐나다 당국은 혁신산업에 기존의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혁신산업 리더들과 만나 이에 맞는 정책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원칙에 기반을 두는 만큼, 해석의 여지가 많아 시간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특정 시장을 ‘어떻다’고 규정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핀헤이븐을 비롯한 관련 산업 관계자들은 캐나다 금융당국과 약 2년 이상 머리를 맞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의 근간이 되는 산업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캐나다가 신금융을 신속하게 수용할 수 있던 비결에 대해 김 대표는 “시장은 민간에 맡기고 전반적인 틀만 국가가 관장한 덕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 시스템을 국가가 독점하면 시장이 유연하게 흐르기도, 발전하기도 어렵다”며 “국가가 규제와 같은 틀을 만들어주면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경쟁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자연스레 발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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