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콜 몰아주기 없었다…못믿는 분들께[김현아의 IT세상읽기]

6개월 검증, 17억 건 택시 콜 데이터 전수 분석한 결과
일반 기사에게 장거리 콜 발송 비중 높아
기사의 배차 수락률 차이는 차별이 아니라 차이
외부 추천 받은 교수들로 구성된 투명성 위원회
가맹택시, 콜 더 잘 받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아냐
  • 등록 2022-09-08 오전 12:36:10

    수정 2022-09-08 오후 10:06:1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가맹택시냐, 일반택시냐 여부나 단거리냐, 장거리냐에 따른 차별은 없었다.”

지난 6일, 카카오모빌리티가 발족시킨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위원장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가 카카오T 택시 배차 알고리즘 소스코드를 검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차별적인 로직은 배차 알고리즘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난 3월 시작돼 6개월간 진행된 검증 결과이고, 17억 건의 택시 콜 데이터를 전수 분석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사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소스 코드를 통째로 들여다보고, 실제 시스템이 배차 로직대로 운영되는지 서버 검증까지 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처음이죠.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위원들. 왼쪽부터 여화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이진우 KAIST 모빌리티대학원 교수,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김인희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다.
지난 4월 한 달간 가맹 기사에게 발송된 전체 콜 카드 발송량 중 단거리 비중은 57%, 장거리는 18%였다. 일반 기사의 경우 단거리 54%, 장거리 20%로 가맹 기사와 일반 기사 간 비중이 비슷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일반 기사에게 장거리 콜 카드 발송 비중 높아

조사 결과는 데이터로도 확인됐습니다. 지난 4월 한 달간 콜 카드(콜 요청)를 가맹 기사와 일반 기사로 나눠보니, 가맹 기사보다는 일반 기사에게 수익성이 좋은 콜 카드가 많이 발송됐습니다. 위 표를 보면, 가맹 기사는 전체 콜 카드 발송량 중 단거리 비중이 57%, 장거리 비중이 18%인 반면, 일반 기사들은 단거리가 54%, 장거리가 20%였습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기사들에게 콜을 몰아주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장거리 배차 기회까지 집중한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과 다름을 보여줍니다.

다만,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택시 기사들의 배차 수락률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맹택시 기사는 콜 카드 발송 건수와 수락 비율이 거의 일치했지만, 일반택시 기사는 단거리 콜보다 장거리 콜 성사 비중이 높았죠. 김현 위원장은 “일반 기사는 목적지가 표시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장거리 콜을 선호하고 있지 않나 싶다”고 했습니다. 즉, 가맹택시 기사들은 승객의 목적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없고 그냥 콜이 뜨면 받는데 비해, 일반 택시 기사들은 목적지가 떠서 너무 가깝거나, 돌아올 때 빈 차로 나와야 하는 지역은 피해서 전반적으로 배차 수락률이 낮다는 얘깁니다.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택시 공급과 수요에 대한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하고 △호출 승객, 가맹 기사, 일반 기사, 운수 사업자와 학계를 포함해 호출 서비스의 공공성 확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카카오T 택시 서비스의 개선 방향’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연말이나 내년 초 나올 최종 보고서에 이런 내용을 담는다고 하죠.
김현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위원장(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


그런데, 이런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3가지 정도의 의심은 여전한 듯합니다.

①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는 자동배차 방식이고 비가맹 택시(일반 택시)는 아닌데 배차 수락률에 따라 콜 우선 배차 순위가 달라지는 건 구조적인 불공정 아닌가 ②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는 카모가 제안해 만들어진 곳이니 객관적일까 ③조사 결과대로 라면 카모에 수수료를 내는 가맹택시가 더 불리한 거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기사의 배차 수락률의 차이는 차별이 아니라 차이

정말 그럴까요. 저는 적어도 두 가지는 의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콜 배차 수락률을 알고리즘 배차 로직에 넣는 것은 승객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배차 수락률은 강제 배차되는 가맹 택시가 높은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이를 완전히 배제하면 승객의 택시 호출을 무시하는 기사와 콜을 성실하게 받은 기사 간 차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알고리즘 추천 배차가 전체 배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 수준이며, 나머지 99.4%는 기사의 서비스 이용 행태가 반영 안 되는 예상도착시간(ETA) 점수 방식이라는 점도 구조적인 불공정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일반 택시에도 자동배차를 강제하는 건 수십 년간 진행된 택시 기사들의 영업선택권을 제한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외부 추천받은 교수들로 구성된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두 번째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제안해 만든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검증이니 못 믿겠다는 시선 역시 이해할 순 있지만, 참여한 교수들을 모욕할 수 있는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카모가 거마비(車馬費)나 연구 용역 실비 수준을 제공한 것으로 아는데, 위원은 대한교통학회, 서울대 AI 연구원 등 외부기관이 추천한 빅데이터, AI, 교통분야 전문가로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김현 한국교통대 교통에너지융합학과 교수(위원장), 김인희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여화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 이진우 KAIST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 교수 등 다섯 분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맹택시, 콜 더 잘 받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아냐

마지막으로 오히려 이번 ‘카카오T 택시 배차 알고리즘 검증 결과’를 보면, 가맹택시 기사들이 더 불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수익성이 좋은 장거리 콜을 일반 택시보다 못 받았기 때문이죠. 100%는 아니지만, 자동배차가 기본이라 목적지 선택의 자유도 역시 떨어집니다.

여기서 잠깐. 가맹 택시가 무엇인지부터 살펴야겠습니다. 가맹 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운임(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냅니다. 이 돈은 법인택시가 가입하면 법인이 내죠(개인택시 가입 시 개인이 부담). 그런데 카모는 운임(매출)의 15~17% 정도를 활동비 명목으로 돌려주니 사실 가맹 택시가 카모에 내는 돈은 운임의 3~5% 정도인 셈입니다. 법인 택시가 카모에 내는 수수료는 카모의 관제시스템 등을 이용하는 비용이고, 카모가 법인 택시에 주는 활동비는 (카카오T를 이용하지 않은) 배회영업 관련 데이터, 홍보·마케팅 활동 등의 명목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가맹 택시는 카모에 돈을 내니 카카오T를 무료로 이용하는 일반 택시와 다릅니다. 그래서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의외”라거나 “오히려 우리(가맹 택시 기사)가 불리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순 있겠습니다.

다만, 카모의 가맹택시는 콜을 더 잘 받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기사 출·퇴근 관리, 영업 데이터 분석 같은 게 필요한 택시 법인은 가맹했을 때 장점을 살필 테고, 그렇지 않은 택시 회사들은 가맹에서 떠날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시장 경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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