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을 살해한 대학교수…무기수→감형 후 70억대 재산까지 챙겼다[그해 오늘]

1995년 사학재단 이사장 존속살해 사건…부친과 갈등에 살해
끔찍한 범행수법에 경찰들마저 사건초기 전문킬러 소행 의심
무기수 복역 중 감형돼 출소…"풍비박산 집안 내가 세워야"
  • 등록 2023-03-20 오전 12:01:00

    수정 2023-03-20 오전 7:58:39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1995년 3월 20일. 경찰이 6일 전 발생한 사학재단 이사장 A(당시 72세)씨 살인사건의 범인을 구속했다. 놀랍게도 현직 교수이자, A씨의 장남이었던 김모(당시 40세)씨였다.

당시 한겨레 신문 기사.
자수성가한 부친 덕분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김씨는 미국에서 유학을 한 후 귀국해 교수가 됐다. 그는 미국에 아내와 자녀를 남겨두고 한국으로 들어와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평소 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김씨지만 아버지 A씨는 김씨가 사업을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이에 김씨는 아버지 몰래 지인과 함께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사업은 어려움에 처했고 24억원의 빚을 지게 됐고 추가적으로 어음 결제가 돌아오며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에 있는 1995년 3월 초 김씨의 자녀가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김씨는 아버지에게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일로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며 김씨는 범행을 계획했다.

“꼭 범인 잡아달라”…눈물의 방송 인터뷰까지

그는 사건 이틀 전인 3월 12일 청계천에서 범행 도구 등을 사용했다. 범행 후 곧바로 기존 옷에 입을 수 있는 큰 옷도 장만했다. 그는 범행 도구들을 승용차에 감춰둔 후 안방에 침입하는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예행연습 중엔 외부침입처럼 보이기 위해 안방 욕실 창문을 미리 떼어놓았다.

그리고 사건 당일 알리바이를 위해 동료교수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는 당일 밤 11시쯤 “부모님이 걱정하신다. 잠깐 집에 들어갔다 오겠다”고 말한 후 저녁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범행도구를 큰 가방에 담아 집으로 갔다.

밤 11시가 조금 넘어 현관문을 통해 귀가한 김씨는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방 창문을 넘어 베란다를 통해 안방 욕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잠을 자고 있던 아버지 얼굴에 수건을 덮은 후 흉기로 공격했고, 다시 베란다를 통해 방으로 복귀했다.

아버지를 발견한 모친의 비명소리를 들은 후에는 곧바로 피가 묻은 옷 위에 미리 준비한 큰 옷을 입어 옷에 뭍은 핏자국을 가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찌른 아버지를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아버지는 숨졌다.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수사 초기 김씨 구상대로 외부침입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범행 수법의 잔혹함과 전문적 수법을 근거로 청부살인까지 의심할 정도였다. 외부침입을 초점으로 수사가 진행되던 중 아들 김씨는 상주로서 장례식을 치렀고, 방송에도 나와 범행을 꼭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눈물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의 방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외부침입이 아닌 내부소행 가능성으로 무게추가 쏠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큰 가방을 들고 귀가하는 김씨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확보됐다. 또 다른 목격자로부터 “당일 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김씨 얼굴에 핏자국이 있었다. 운동복 소매 안에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었다”는 결정적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상중인 점을 감안해 김씨 모친에게 김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결국 김씨는 3월 20일 긴급 체포됐다.

체포되자 언론에 “나 같은 놈은 용서받지 못한다”

경찰은 김씨가 아버지 A씨를 살해함으로써 재산을 더 빨리 상속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결론냈다. 하지만 김씨는 체포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것은 돈 때문만은 아니다. (아버지와의 가치관 차이로 인해) 생겨난 갈등이 가족 모두에게 미쳤을 때 견디기 힘들었다”면서도 “나 같은 놈은 용서받지 못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식이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데 어리석었다”고 말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추가수사를 진행한 후 “김씨가 유산상속보다는 10여년 간 누적된 부자간의 갈등 때문에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평소 아버지의 극심한 사생활 간섭과 정신적 억압을 받아오던 중 미국에 있는 자녀의 척추수술 지원 요청을 거절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존속살해 혐의로 김씨를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사회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행”이라며 법원에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치밀한 사전계획을 세워 잔인한 방법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은 인정되나 가족들의 선처 호소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불복해 상소했으나, 1996년 5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무기수로 수감됐던 김씨는 복역 중 감형돼 2016년 2월 출소했다. 그는 출소 후 모친의 생전에 76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형제들이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김씨는 한 언론을 통해 “어머니가 순수한 마음에서 가족ㆍ동생들과 잘 살라고 돈 일부를 주셨다. 내가 집안을 풍비박산 냈으니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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