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바우만, 잘 지내시나요?[그해 오늘]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청년 성덕 바우만
공군사관학교서 임관 앞두고 백혈병 진단
고국에 도움요청해 기적적으로 골수이식 수술
  • 등록 2023-01-28 오전 12:03:00

    수정 2023-01-28 오전 12:03: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성덕 바우만, 이 아이를 누가 살릴 것인가’.

한국방송(KBS)이 1996년 1월28일 방영한 이 한편의 프로그램은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1977년 미국 미네소타주(州) 가정으로 입양된 한국계 미국 입양아 김성덕(미국명 브라이언 성덕바우만) 씨 얘기였다.

공군사관학교복을 입은 성덕 바우만(왼쪽).(사진=연합뉴스)
장성한 김씨는 미국 공군사관학교에 1992년 입학했다. 사관학교는 미국 주류사회를 구성하는 엘리트의 산실이었기에 아메리칸드림이었다. 그러나 재학 도중 만성 골수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타인에게서 골수를 이식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병이었다.

김씨의 부모는 치료를 위해 전 재산을 쏟아 부었지만, 대증요법일 뿐이었다. 결국, 골수를 이식받아야 풀릴 문제였다. 1996년 5월 임관을 앞둔 김씨의 꿈, 파일럿은 이렇게 지는 듯했다. 미국에서 기증자를 찾지 못한 김씨 가족은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병세는 만성에서 급성으로 악화해갔다.

KBS 방송으로 김씨의 딱한 사연이 국내에 알려지자 골수 이식 희망자가 줄을 이었다. 한국 사관생도들이 골수를 이식하겠다고 검사를 자처했다. 그러나 골수 이식은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주는 쪽과 받는 이의 유전자가 일치해야 가능했다. 일치할 확률이 높은 혈족 간에도 어긋나기가 일쑤였다. 피가 안 섞인 남남끼리 유전자가 맞기는 수십만 명에 하나일 만큼 희박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육군 병장으로 복무하던 서한국씨 유전자가 김씨와 일치한 것이다. 대한적십자사가 7000여명의 유전자를 대조한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1996년 7월 미국으로 날아간 서씨는 김씨에게 골수를 이식했다. 당대 인기가수 룰라는 미국 현지에서 성덕바우만 회복을 위한 공연을 열어 쾌유를 빌었다.

다행히 두 사람은 순조롭게 회복했다. 이로써 김씨는 건강하게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내부 규정상 임관은 하지 못해 파일럿의 꿈을 접었지만, IT 업계에 종사하며 2002년 가정을 꾸렸다.

김씨 사례는 국내에 여러 변화를 불러왔다. 우선 골수 이식에 대한 저변을 크게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는 바람이 일었다. 실제로 성덕바우만이 수술받은 이듬해 또 다른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가 한국인으로부터 골수를 이식받기도 했다. 아울러 해외로 입양된 이들의 친족을 찾는 움직임에 힘을 실어줬다. 타인보다는 혈족의 도움을 받는 것이 골수 이식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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