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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고구마 없는 드라마
‘우영우’가 방송 초반 호평을 받은 이유는 극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덕분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박은빈 분)가 사회로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는 과정에서 그를 위기에 빠뜨리고 고생시키는 ‘빌런’이 없었다. 시청자들은 마음 졸이지 않고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었다.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권민우(주종혁 분) 변호사나 상대편 검사, 장승준(최대훈 분) 변호사 등 등장인물들이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정명석(강기영 분), 최수연(하윤경 분) 등 주변인들이 이를 바로잡아주며 사이다를 선사하고 시청자들에게 자폐 스펙트럼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올바른 모습을 제시했다.
시청자 반지영(37·회사원) 씨는 “다른 드라마들은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는 모습을 그리기 위해 악역들이 활약하고, 또 억지 전개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 드라마들은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는데 ‘우영우’는 따뜻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면서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며 “우영우가 사건을 척척 해결해나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은 힐링도 된다”고 드라마의 매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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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는 법정 드라마이지만 형사사건보다는 민사사건을 주로 다뤘다. 사건보다는 사람이 중심이 됐고 각각의 사연들이 세밀하게 묘사되면서 시청자들이 공감대를 갖고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사건 중에도 “어린이는 놀아야한다”고 외치며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해보게 하는 방구뽕(구교환 분) 사건, 문화재적 가치의 중요성을 보여준 팽나무 사건, 구조적인 해결이 필요한 사찰 문화재관람료 갈등 등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을 다루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우영우’의 인기 요인을 “반전 효과”라고 짚었다. 정 평론가는 “최근 드라마 시장을 OTT가 주도하면서 내용이 자극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가 생겼는데 ‘우영우’는 휴머니즘을 담으며 차별성을 줬다”며 “자극적인 드라마들이 많다보니 ‘우영우’ 같이 착한 작품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따뜻한 이야기, 선한 힘이 이긴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기존 법정물에서는 법이 해결하지 못한 것을 사적으로 처단하는 모습이 그려졌는데, ‘우영우’는 법 테두리 안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면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