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메달보다 빛난 김연경, 우상혁의 4위

  • 등록 2021-08-11 오전 12:00:00

    수정 2021-08-11 오전 12:00:00

[이데일리 김정민 온라인 총괄 에디터]1995년 삼성은 닐 암스트롱, 찰스 린드버그 등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역사속 인물들을 앞세워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카피를 앞세운 광고 시리즈를 선보였다. 당시에도 1등 지상주의라는 비판이 있기는 했지만 세계 초일류 기업을 목표로 한 삼성의 각오를 보여주는 광고라는 점에서 호평이 더 많았다.

이 때만해도 ‘세계 1등’ 타이틀은 너무나 소중했다. 스포츠는 유독 더 심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국위를 선양한 국가적 영웅으로 떠받들여졌다. 각국의 메달 순위가 국력의 순위였고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는 누가 금메달을 목에 걸어 메달 순위를 끌어올리냐였다.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도 “국민의 성원에 답하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리고 고개를 숙였다.

도쿄 올림픽은 달랐다. 선수도 달라졌고, 국민들도 달라졌다.

여자배구팀이 16강에서 5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끝에 8강행을 확정했을 때, 그리고 세계 4위 터키를 누르고 4강에 올랐을 때 국민들이 환호했던 것은 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아닌, 그들이 보여준 멋진 경기 자체에 감동해서다.

높이뛰기 우상혁, 수영에서 황선우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음에도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낸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선수들 또한 승리에 대한 갈망은 예전과 다를게 없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더이상 울음을 터트리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우리에게 이제는 세계 1위를 다투는 기업과 제품이 있고,BTS가 있고, 기생충과 미나리가 있다. 금메달이 아니어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소위 올림픽 효자종목과 인기종목에만 관심과 지원을 집중하는 모습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김연경 선수가 훈련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TV예능프로에 자주 얼굴을 비췄던 이유가 있다. 돈이나 인기가 아쉬워서가 아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시청자들이 여자배구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예능프로에 출연한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여자배구는 프로리그가 있는 스포츠다. .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주인공인 여자핸드볼 선수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생순 덕에 올림픽 시즌이 되면 여자핸드볼에 반짝 관심을 가지지만 곧 사라지죠.”

아마도 이번 올림픽에서 반짜 스타로 떠오른 선수들 중 상당수는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대중의 관심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

KB금융그룹은 빙상, 봅슬레이, 스켈레톤, 체조, 수영, 육상 등 비인기 종목을 주로 후원한다. 기간도 길다. 한 선수를 10년 넘게 후원하기도 한다.

황선우와 여서정(체조)이 KB의 오랜 후원이 꽃을 피운 대표적인 사례다. 100년만에 럭비가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것은 럭비선수 출신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후원 덕이었다. 사격은 한화, 여자핸드볼은 SK그룹이 키다리 아저씨다.

기업에만 책임을 떠넘길 일은 아니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스포츠를 스포츠로 즐길 수 있게 저변을 넓혀 나가야 한다. 그게 앞으로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아름다운 4위, 멎진 꼴등이 나올 수 있는 파리 올림픽을 기대해 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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