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20일 서울 중구 충정로역 인근에 있는 ‘이조식당’에 직접 가 봤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요즘 기사식당도 어딜 가나 기본 8000원, 9000원이야”오전 운행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챙기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선 택시 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비빔밥 한 그릇에 1만 원인 시대, 외식과 숙박 물가는 1년 사이 8% 가까이 올랐다. 지난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월(120.29)보다 0.1% 높은 120.42(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이는 1월(0.4%) 이후 두 달 연속 오름세일 뿐 아니라, 1년 전인 2022년 2월보다도 4.8% 높은 수준이다.그간 지역 물가 방어의 최전선에 있던 ‘착한가격업소’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착한가격업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물가안정 모범업소를 말한다.(사진=송혜수 기자)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서울에서 음식·세탁·숙박 등 착한가격업소 59곳이 취소됐다. 이 중 아예 문을 닫거나 휴업한 곳은 30개로 절반을 넘겼다. 상황이 이러한데, 서울 중구의 한 식당은 여전히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콩나물비빔밥 한 그릇에 6000원을 받는 ‘이조식당’이다. 지난 20일 찾은 이 가게의 주력 메뉴는 콩나물비빔밥과 잔치국수다. 가격은 모두 6000원. 얼마 전까지 5000원을 받았으나 이달부터 1000원을 올렸다고 한다.가게 내부에는 이와 관련한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견디기 어려워 3월 1일부터 가격을 6000원으로 인상하게 됨을 안내 드린다’라는 내용이었다.가게 내부에 붙어있는 가격 인상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이날 주문한 메뉴는 콩나물비빔밥과 잔치국수다. 중년의 남성 사장은 “혼자 먹기에 양이 많으니 잔치국수는 맛보기용으로 조금 담아 주겠다”며 총 6000원을 결제했다. 먼저 맛본 콩나물비빔밥은 한눈에 봐도 재료를 아끼지 않은 듯했다. 양념장을 더해 고루 비비니 차진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콩나물과 무생채 그리고 김 가루 등이 어우러졌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했다. 특히 콩나물과 무의 아삭한 식감은 먹는 재미를 더했다.콩나물비빔밥에 양념장을 살짝 더해 비비는 모습. (영상=송혜수 기자)잔치국수는 멸치 등으로 육수를 낸 듯 깊은 맛이 났다. 국물에 대파가 충분히 들어가 있어 비리지 않았고 깔끔했다. 고명으로 올라간 김 가루를 국물에 풀고 면을 들어 올리니 탱탱한 면발이 먹음직스러웠다. 사장의 추천에 따라 비빔밥에 넣었던 양념장을 살짝 더하니 은은하게 매운 향이 더해져 새로운 맛이 났다.한자리에서 20년째 문을 열고 손님을 만나 온 이곳은 1대 사장인 할머니와 인연이 닿은 중년의 부부가 2대 사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다 퇴직 후 아내와 함께 가게 일을 하고 있다는 남성 사장은 “먼저 사장이셨던 할머니와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다”며 “코로나19와 맞물려 할머니께서 장사를 중단하시려고 해 가게를 이어받았다”고 말했다.(사진=송혜수 기자)남성 사장은 “할머니께 양념장 등 요리법을 전부 전수받아 음식 맛은 그대로”라며 “최근에는 손님들의 추천으로 콩나물국밥을 새로 냈다”라고 밝혔다.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다 보니 해장하러 오는 손님들이 국밥을 찾으면서 자연스레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콩나물국밥 가격도 6000원이다.사장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사실 물가 부담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재료비가 많이 올라 6000원을 받아도 남는 게 없다”라면서도 “가게의 70% 이상이 고정 단골손님인데 이 가운데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분들도 적지 않다”라고 했다.맑은 국물의 잔치국수. 고명으로 올라간 김 가루가 수북하다. (사진=송혜수 기자)그는 “가게 주변이 전부 먹자골목인데 한 끼 식사에 대부분 8000원부터 시작하더라”라며 “우리 가게마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면 이분들은 한 끼 든든하게 해결할 곳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사장은 “대기업 임원 30년 하면서 몸에 익은 게 원리원칙이었다”며 “원가 계산을 해서 손해를 보면 그만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온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내이자 여성 사장은 자신과 다르다고 했다.(사진=송혜수 기자)여성 사장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하며 가게를 운영하고자 했는데, 이 부분에서 부부는 초반에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남성 사장은 “아내와 함께 장사하다 보니 원리원칙이 때로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때로는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 간 이야기가 있다”라고 했다.그는 “재밌는 사연이 있다.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오신 적이 있다. 이 할머니는 보리밥을 드시러 종종 오셨는데, 당시에 할머니는 주문한 음식을 두고 양이 적다며 더 달라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미스트롯2’로 이름을 알린 가수 김태연 양의 사인이 가게에 장식돼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사장은 “그때 할머니에게 ‘충분히 많이 드렸는데 어떤 걸 더 드리면 될까요’라고 물었다”며 “이후 할머니가 아내에게 ‘여기 남 사장은 깐깐해서 많이 안 줘’라고 하시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반성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중에 할머니가 다시 가게를 찾았을 때 먼저 ‘더 드릴게요, 많이 잡수세요. 필요하시면 또 말씀해주세요’라고 권했다”며 “이후 할머니는 우리 집 단골손님이 됐다. 베풀면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그때 느꼈다”라고 했다.(영상=송혜수 기자)사장은 또 “장사하다 보면 다양한 손님들을 마주한다”며 “근처 쪽방촌에 사는 분들이나 노숙인도 종종 가게를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날에는 노숙인 한 분이 가게에 왔는데 냄새가 났다. 가게에 있던 한 손님은 ‘저런 손님은 안 받으시는 게 더 낫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당장 한 그릇을 더 파는 것 보다 오시는 손님 한 분 한 분 배불리 먹고 가는 게 더 중요하다. 이후 단골손님으로 유치하는 게 더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는 “그때 밥을 먹고 간 노숙인 역시 현재 가게의 단골”이라며 “가끔은 고맙다고 과일 하나를 가져다준다”라고 밝혔다.(사진=송혜수 기자)이 밖에도 사장은 “한국 관광을 온 일본인 손님도 있었다”며 “그날 가게에서 맛있게 먹고 가더니 며칠 뒤 또 우리 가게에 왔다. 본인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인데 여행을 하다가 가게에서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게 자꾸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왔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이어 “일본인 손님은 일본식 바나나 과자를 선물해주고 갔다”며 “모든 손님에게 늘 편안하고 친절하게 서비스하려 노력하는데 이럴 때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했다.사장에게 ‘이조식당’은 손님에게 기쁨을 주고 포만감을 주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한번 온 손님은 영원한 손님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한 끼 맛있게 차려드릴 것”이라면서 “힘이 닿는 데까지 오시는 손님 한 분 한 분 정성껏 챙기고 싶다”라며 웃어 보였다. ‘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송혜수 기자2023.03.25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20일 서울 중구 충정로역 인근에 있는 ‘이조식당’에 직접 가 봤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요즘 기사식당도 어딜 가나 기본 8000원, 9000원이야”오전 운행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챙기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선 택시 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비빔밥 한 그릇에 1만 원인 시대, 외식과 숙박 물가는 1년 사이 8% 가까이 올랐다. 지난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월(120.29)보다 0.1% 높은 120.42(2015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이는 1월(0.4%) 이후 두 달 연속 오름세일 뿐 아니라, 1년 전인 2022년 2월보다도 4.8% 높은 수준이다.그간 지역 물가 방어의 최전선에 있던 ‘착한가격업소’들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착한가격업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물가안정 모범업소를 말한다.(사진=송혜수 기자)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서울에서 음식·세탁·숙박 등 착한가격업소 59곳이 취소됐다. 이 중 아예 문을 닫거나 휴업한 곳은 30개로 절반을 넘겼다. 상황이 이러한데, 서울 중구의 한 식당은 여전히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콩나물비빔밥 한 그릇에 6000원을 받는 ‘이조식당’이다. 지난 20일 찾은 이 가게의 주력 메뉴는 콩나물비빔밥과 잔치국수다. 가격은 모두 6000원. 얼마 전까지 5000원을 받았으나 이달부터 1000원을 올렸다고 한다.가게 내부에는 이와 관련한 가격 인상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원재료 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견디기 어려워 3월 1일부터 가격을 6000원으로 인상하게 됨을 안내 드린다’라는 내용이었다.가게 내부에 붙어있는 가격 인상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이날 주문한 메뉴는 콩나물비빔밥과 잔치국수다. 중년의 남성 사장은 “혼자 먹기에 양이 많으니 잔치국수는 맛보기용으로 조금 담아 주겠다”며 총 6000원을 결제했다. 먼저 맛본 콩나물비빔밥은 한눈에 봐도 재료를 아끼지 않은 듯했다. 양념장을 더해 고루 비비니 차진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콩나물과 무생채 그리고 김 가루 등이 어우러졌는데, 자극적이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했다. 특히 콩나물과 무의 아삭한 식감은 먹는 재미를 더했다.콩나물비빔밥에 양념장을 살짝 더해 비비는 모습. (영상=송혜수 기자)잔치국수는 멸치 등으로 육수를 낸 듯 깊은 맛이 났다. 국물에 대파가 충분히 들어가 있어 비리지 않았고 깔끔했다. 고명으로 올라간 김 가루를 국물에 풀고 면을 들어 올리니 탱탱한 면발이 먹음직스러웠다. 사장의 추천에 따라 비빔밥에 넣었던 양념장을 살짝 더하니 은은하게 매운 향이 더해져 새로운 맛이 났다.한자리에서 20년째 문을 열고 손님을 만나 온 이곳은 1대 사장인 할머니와 인연이 닿은 중년의 부부가 2대 사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다 퇴직 후 아내와 함께 가게 일을 하고 있다는 남성 사장은 “먼저 사장이셨던 할머니와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다”며 “코로나19와 맞물려 할머니께서 장사를 중단하시려고 해 가게를 이어받았다”고 말했다.(사진=송혜수 기자)남성 사장은 “할머니께 양념장 등 요리법을 전부 전수받아 음식 맛은 그대로”라며 “최근에는 손님들의 추천으로 콩나물국밥을 새로 냈다”라고 밝혔다.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다 보니 해장하러 오는 손님들이 국밥을 찾으면서 자연스레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콩나물국밥 가격도 6000원이다.사장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사실 물가 부담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재료비가 많이 올라 6000원을 받아도 남는 게 없다”라면서도 “가게의 70% 이상이 고정 단골손님인데 이 가운데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분들도 적지 않다”라고 했다.맑은 국물의 잔치국수. 고명으로 올라간 김 가루가 수북하다. (사진=송혜수 기자)그는 “가게 주변이 전부 먹자골목인데 한 끼 식사에 대부분 8000원부터 시작하더라”라며 “우리 가게마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면 이분들은 한 끼 든든하게 해결할 곳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사장은 “대기업 임원 30년 하면서 몸에 익은 게 원리원칙이었다”며 “원가 계산을 해서 손해를 보면 그만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온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내이자 여성 사장은 자신과 다르다고 했다.(사진=송혜수 기자)여성 사장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하며 가게를 운영하고자 했는데, 이 부분에서 부부는 초반에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남성 사장은 “아내와 함께 장사하다 보니 원리원칙이 때로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때로는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 간 이야기가 있다”라고 했다.그는 “재밌는 사연이 있다.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오신 적이 있다. 이 할머니는 보리밥을 드시러 종종 오셨는데, 당시에 할머니는 주문한 음식을 두고 양이 적다며 더 달라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미스트롯2’로 이름을 알린 가수 김태연 양의 사인이 가게에 장식돼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사장은 “그때 할머니에게 ‘충분히 많이 드렸는데 어떤 걸 더 드리면 될까요’라고 물었다”며 “이후 할머니가 아내에게 ‘여기 남 사장은 깐깐해서 많이 안 줘’라고 하시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반성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중에 할머니가 다시 가게를 찾았을 때 먼저 ‘더 드릴게요, 많이 잡수세요. 필요하시면 또 말씀해주세요’라고 권했다”며 “이후 할머니는 우리 집 단골손님이 됐다. 베풀면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그때 느꼈다”라고 했다.(영상=송혜수 기자)사장은 또 “장사하다 보면 다양한 손님들을 마주한다”며 “근처 쪽방촌에 사는 분들이나 노숙인도 종종 가게를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날에는 노숙인 한 분이 가게에 왔는데 냄새가 났다. 가게에 있던 한 손님은 ‘저런 손님은 안 받으시는 게 더 낫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당장 한 그릇을 더 파는 것 보다 오시는 손님 한 분 한 분 배불리 먹고 가는 게 더 중요하다. 이후 단골손님으로 유치하는 게 더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는 “그때 밥을 먹고 간 노숙인 역시 현재 가게의 단골”이라며 “가끔은 고맙다고 과일 하나를 가져다준다”라고 밝혔다.(사진=송혜수 기자)이 밖에도 사장은 “한국 관광을 온 일본인 손님도 있었다”며 “그날 가게에서 맛있게 먹고 가더니 며칠 뒤 또 우리 가게에 왔다. 본인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인데 여행을 하다가 가게에서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게 자꾸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왔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이어 “일본인 손님은 일본식 바나나 과자를 선물해주고 갔다”며 “모든 손님에게 늘 편안하고 친절하게 서비스하려 노력하는데 이럴 때 뿌듯함을 느낀다”라고 했다.사장에게 ‘이조식당’은 손님에게 기쁨을 주고 포만감을 주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한번 온 손님은 영원한 손님이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한 끼 맛있게 차려드릴 것”이라면서 “힘이 닿는 데까지 오시는 손님 한 분 한 분 정성껏 챙기고 싶다”라며 웃어 보였다. ‘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3일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있는 ‘옛날 할머니 분식’을 방문했다. (영상=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우리 집 떡볶이에는 어머니의 인생이 담겼어요”서울 중랑구 중화동 노포 거리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떡볶이집이 있다. 한 자리에서 50년 넘게 장사를 이어온 이곳의 이름은 바로 ‘옛날 할머니 분식’이다.세 테이블 남짓한 이 작은 가게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먹방(먹는 방송)으로 유명한 비제이(BJ)들의 방문 때문만은 아니었다. 넉넉한 인심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옛날 할머니 분식만의 특별한 떡볶이 양념 등이 멀리서도 가게를 찾게끔 했다.(사진=송혜수 기자)지난 3일 해당 가게를 직접 가봤다. 가게 입구에서부터 50년의 세월이 물씬 느껴졌다. 미닫이문을 밀고 들어서니 훈훈한 공기가 훅 밀려 들어왔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메뉴판을 살펴보니 대부분 가격이 5000원이었다. 만원이 넘어가는 메뉴는 신당동식 즉석 떡볶이 대(大)자 하나뿐이었다. 이 메뉴만 1만5000원이었다.옛날 할머니 분식의 메뉴판. 1만원을 넘어가는 메뉴는 단 하나뿐이다. (사진=송혜수 기자)‘이제 1만 원짜리 한 장으로는 서울에서 비빔밥도 사 먹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과는 다소 상반된 메뉴판이었다. 실제 지난 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지역 기준 대표 외식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비빔밥은 8.8% 올라 1만 원을 기록했고 냉면도 9.0% 올라 1만692원으로 1만 원 선을 돌파했다. 이 밖에도 삼겹살(200g) 1만9001원(12.1%), 김밥 3100원(12.0%), 삼계탕 1만6000원(11.8%), 칼국수 8615원(10.9%), 김치찌개 백반 7654원(8.2%) 등도 가파르게 상승했다.이날 주문한 메뉴는 즉석 떡볶이와 꼬마김밥이다. (사진=송혜수 기자)그런데 옛날 할머니 분식은 그야말로 ‘남는 게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했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양이 적진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 가게 직원은 “양이 많으니 즉석 떡볶이 소(小)자를 시키셔도 된다”고 권유했다. 즉석 떡볶이 소자는 5000원이다.고민 끝에 주문한 메뉴는 즉석 떡볶이 중(中)자(1만 원)와 꼬마김밥(2개 1000원)이다. 우동과 같은 다른 메뉴도 주문하려 했으나 직원은 가게 사정으로 당분간 떡볶이와 꼬마김밥 외 다른 메뉴의 주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진=송혜수 기자)이날 먼저 맛본 즉석 떡볶이는 상상 이상으로 푸짐했다. 큼지막하게 썬 양배추와 대파 등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위로는 튀김만두 4개가 장식됐다. 떡과 쫄면 사리, 라면 사리 등도 모자람 없이 넉넉히 들어 있었다. 얼핏 봐도 3~4명은 족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떡볶이 양념은 짜장과 고추장이 적절히 섞인 듯했다. 그럼에도 텁텁하지 않았고, 자극적인 매운맛보다는 달큰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났다. (영상=송혜수 기자)이 밖에 떡볶이 속 갖가지 재료들은 저마다의 식감을 선사했다. 특히 당면으로 채워진 튀김만두는 떡볶이 양념에 찍어 먹을 땐 바삭했고, 양념에 오래 담가 적셔 먹을 땐 입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은은하게 단맛을 내는 양배추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웠다. 쫄깃한 식감의 쫄면 사리 역시 별미였다. 떡볶이와 곁들여 먹기 위해 주문한 꼬마김밥의 길이는 한 뼘보다 약간 작았다. 속 재료는 얇게 썬 당근과 단무지가 채웠다. 직원의 추천에 따라 꼬마김밥을 떡볶이 양념에 찍어 먹으니 밥알 사이사이 양념이 배어 입맛을 사로잡았다.꼬마김밥에는 당근과 단무지가 들어갔다. (사진=송혜수 기자)주문한 음식을 먹는 사이 가게엔 끊임없이 손님들이 다녀갔다. 연령층도 다양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이들부터 젊은 부부, 중년의 남성들이 가게를 찾았다. 테이블이 만석인 것을 보고 포장이 되느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직원은 쉴 새 없이 바쁜 상황에도 불 조절을 해주는 등 손님 한명 한명을 챙겼다.(사진=송혜수 기자)이곳의 사장은 올해로 82세의 서복출 씨다. 어머니를 도와 가게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서 씨의 아들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로 어머니의 경영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어머니께서는 장사하시면서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으셨다”며 “욕심부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 장사하신 어머니의 마음을 이어받아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서 씨의 아들은 경기 불황과 고물가 상황이 마냥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라며 지금 가격을 올리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떡볶이에 들어가는 재료 중에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마련한다”고 했다.떡볶이의 쫄면과 라면 사리가 푸짐하다 (영상=송혜수 기자)우동과 같은 부가적인 메뉴가 잠정 중단된 데 대해선 “개인 사정이 생겨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우동은 어머니를 도우면서 제일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 현재 주문을 받을 수 없어 아쉽다. 여건이 되면 다시 손님께 대접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어머니 가게 일을 도우면서 힘든 점은 없다고 했다. 50년의 세월 동안 가게 곳곳엔 일일이 다 말할 수 없는 추억이 남았다. 서 씨의 아들은 “어머니는 손님들이 배불리 먹는 모습만 봐도 뿌듯해하신다”며 “앞으로도 어머니를 도와 지금처럼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송혜수 기자2023.03.11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3일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 있는 ‘옛날 할머니 분식’을 방문했다. (영상=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우리 집 떡볶이에는 어머니의 인생이 담겼어요”서울 중랑구 중화동 노포 거리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떡볶이집이 있다. 한 자리에서 50년 넘게 장사를 이어온 이곳의 이름은 바로 ‘옛날 할머니 분식’이다.세 테이블 남짓한 이 작은 가게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먹방(먹는 방송)으로 유명한 비제이(BJ)들의 방문 때문만은 아니었다. 넉넉한 인심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옛날 할머니 분식만의 특별한 떡볶이 양념 등이 멀리서도 가게를 찾게끔 했다.(사진=송혜수 기자)지난 3일 해당 가게를 직접 가봤다. 가게 입구에서부터 50년의 세월이 물씬 느껴졌다. 미닫이문을 밀고 들어서니 훈훈한 공기가 훅 밀려 들어왔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메뉴판을 살펴보니 대부분 가격이 5000원이었다. 만원이 넘어가는 메뉴는 신당동식 즉석 떡볶이 대(大)자 하나뿐이었다. 이 메뉴만 1만5000원이었다.옛날 할머니 분식의 메뉴판. 1만원을 넘어가는 메뉴는 단 하나뿐이다. (사진=송혜수 기자)‘이제 1만 원짜리 한 장으로는 서울에서 비빔밥도 사 먹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과는 다소 상반된 메뉴판이었다. 실제 지난 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지역 기준 대표 외식품목 8개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비빔밥은 8.8% 올라 1만 원을 기록했고 냉면도 9.0% 올라 1만692원으로 1만 원 선을 돌파했다. 이 밖에도 삼겹살(200g) 1만9001원(12.1%), 김밥 3100원(12.0%), 삼계탕 1만6000원(11.8%), 칼국수 8615원(10.9%), 김치찌개 백반 7654원(8.2%) 등도 가파르게 상승했다.이날 주문한 메뉴는 즉석 떡볶이와 꼬마김밥이다. (사진=송혜수 기자)그런데 옛날 할머니 분식은 그야말로 ‘남는 게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했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양이 적진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 가게 직원은 “양이 많으니 즉석 떡볶이 소(小)자를 시키셔도 된다”고 권유했다. 즉석 떡볶이 소자는 5000원이다.고민 끝에 주문한 메뉴는 즉석 떡볶이 중(中)자(1만 원)와 꼬마김밥(2개 1000원)이다. 우동과 같은 다른 메뉴도 주문하려 했으나 직원은 가게 사정으로 당분간 떡볶이와 꼬마김밥 외 다른 메뉴의 주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진=송혜수 기자)이날 먼저 맛본 즉석 떡볶이는 상상 이상으로 푸짐했다. 큼지막하게 썬 양배추와 대파 등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위로는 튀김만두 4개가 장식됐다. 떡과 쫄면 사리, 라면 사리 등도 모자람 없이 넉넉히 들어 있었다. 얼핏 봐도 3~4명은 족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떡볶이 양념은 짜장과 고추장이 적절히 섞인 듯했다. 그럼에도 텁텁하지 않았고, 자극적인 매운맛보다는 달큰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났다. (영상=송혜수 기자)이 밖에 떡볶이 속 갖가지 재료들은 저마다의 식감을 선사했다. 특히 당면으로 채워진 튀김만두는 떡볶이 양념에 찍어 먹을 땐 바삭했고, 양념에 오래 담가 적셔 먹을 땐 입에서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은은하게 단맛을 내는 양배추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웠다. 쫄깃한 식감의 쫄면 사리 역시 별미였다. 떡볶이와 곁들여 먹기 위해 주문한 꼬마김밥의 길이는 한 뼘보다 약간 작았다. 속 재료는 얇게 썬 당근과 단무지가 채웠다. 직원의 추천에 따라 꼬마김밥을 떡볶이 양념에 찍어 먹으니 밥알 사이사이 양념이 배어 입맛을 사로잡았다.꼬마김밥에는 당근과 단무지가 들어갔다. (사진=송혜수 기자)주문한 음식을 먹는 사이 가게엔 끊임없이 손님들이 다녀갔다. 연령층도 다양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이들부터 젊은 부부, 중년의 남성들이 가게를 찾았다. 테이블이 만석인 것을 보고 포장이 되느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직원은 쉴 새 없이 바쁜 상황에도 불 조절을 해주는 등 손님 한명 한명을 챙겼다.(사진=송혜수 기자)이곳의 사장은 올해로 82세의 서복출 씨다. 어머니를 도와 가게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서 씨의 아들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로 어머니의 경영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어머니께서는 장사하시면서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으셨다”며 “욕심부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 장사하신 어머니의 마음을 이어받아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서 씨의 아들은 경기 불황과 고물가 상황이 마냥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라며 지금 가격을 올리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떡볶이에 들어가는 재료 중에 자체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마련한다”고 했다.떡볶이의 쫄면과 라면 사리가 푸짐하다 (영상=송혜수 기자)우동과 같은 부가적인 메뉴가 잠정 중단된 데 대해선 “개인 사정이 생겨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우동은 어머니를 도우면서 제일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 현재 주문을 받을 수 없어 아쉽다. 여건이 되면 다시 손님께 대접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어머니 가게 일을 도우면서 힘든 점은 없다고 했다. 50년의 세월 동안 가게 곳곳엔 일일이 다 말할 수 없는 추억이 남았다. 서 씨의 아들은 “어머니는 손님들이 배불리 먹는 모습만 봐도 뿌듯해하신다”며 “앞으로도 어머니를 도와 지금처럼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알려진 닭곰탕집을 찾았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코로나19가 가장 심할 때는 하루에 국밥 1~2그릇 판 적도 있었어요. 이제 조금 나아지나 했더니 재료비 오르고 가스비마저 올라서 힘드네요”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20년 가까이 닭곰탕집을 운영해온 유민경(69) 씨는 지난 21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고시생과 수험생이 밀집해 있는 노량진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불리던 이곳은 전날까지만 해도 닭곰탕 한 그릇에 6000원을 받았지만, 이날부터 70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사진=송혜수 기자)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20만 원 안팎으로 나오던 가스비가 지난 1월 30만 원을 넘기면서 부득이하게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닭곰탕 특성상 종일 육수를 끓여야 해 가스를 항상 써야 하는데, 가스비가 오르면서 예전과 같은 가격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5월(5.4%), 6월(6.0%), 7월(6.3%)까지 치솟은 뒤 10월(5.7%), 11월~12월(5.0%) 등 하반기에 둔화하고 있지만 9개월째 5% 이상의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품목별로 보면 전기·가스·수도는 28.3% 상승해 별도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전기료는 전년 동월 대비 29.5%, 도시가스는 36.2%, 지역난방비는 34% 올랐다. 가게 입구에는 천사무료급식소 후원 가게임을 인증하는 ‘천사 나눔 인증’이 붙어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사장 유씨는 이날 기자가 가격 인상 후 첫 손님이라고 했다. 닭곰탕 한 그릇을 주문하자 망설이며 7000원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선결제 후 받은 음식은 정갈했다. 구성은 닭곰탕과 공깃밥, 깻잎 무침과 배추김치, 깍두기가 밑반찬으로 제공됐다. 유씨는 음식을 내어주며 부족한 반찬이 있으면 더 챙겨 줄 테니 말해달라고 했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닭곰탕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6000원이었으나, 이날부터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 (영상=송혜수 기자)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닭곰탕 국물을 한 숟갈 들어 맛보니 속까지 훈훈하게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닭곰탕 안에는 잘게 찢은 닭고기와 파 등이 들어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재료를 아끼지 않은 듯 푸짐했다. 공깃밥을 말아먹으니 순식간에 든든해졌다.곁들이는 반찬은 저마다 조금씩 맛이 달랐다. 특히 깻잎 무침은 매콤하면서 적당히 새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 밖에 배추김치와 깍두기도 담백한 닭곰탕과 환상의 궁합을 이뤘다. 다 먹을 때쯤 사장은 계피와 대추, 감초와 생강으로 우려낸 차를 건넸다. 은은하게 단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했다.(사진=송혜수 기자)그는 “사실 가게를 하면서 대출금 등을 전부 충당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아들 부부가 도와줘서 견디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유씨는 꾸준히 지역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유씨는 “봉사라는 단어를 쓰기가 참 민망한데 간식 등을 지역 노인정 등에 한 번씩 전달한다. 최근에는 빵과 우유를 100개씩 전달했다”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늘 어르신께 잘하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가르침을 지키려고 크게 도울 순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사진=송혜수 기자)그의 이러한 나눔은 가게를 찾는 학생들에게도 이어졌다. 유씨는 “아무래도 노량진에서 장사하다 보니 학생 손님을 많이 만나게 된다”며 “학생들을 보면 아들 생각이 난다. 홀로 두 아들을 키워내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래서인지 학생 손님을 보면 아들 어렸을 적 보는 것 같아 늘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그는 “간혹 밥을 다 먹고 몰래 도망가는 학생이 있었다. 그중에는 솔직하게 당장 돈이 없는데 배가 고프다고 말하던 학생도 있었다”며 “‘배가 고프면 밥 먹어야지, 어서 앉아요’라고 말해줬다. 기왕 밥 지어 놓은 거 조금 내어주는 것인데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한눈에 봐도 재료가 푸짐하다 (영상=송혜수 기자)이어 “예전에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학생이 가게를 찾은 적도 있었다”며 “당시 학생들에게 서로 꿈을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를 조금 했다”고 회상했다. 유씨는 “그 학생들은 이후에 단골이 돼서 각자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한 뒤 그 소식을 들려주기도 했다”며 “한 곳에서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부부가 돼서 다시 찾아온 손님도 있었다”고 전했다.또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던 학생도 있었는데 말을 조금 더듬는 친구였다”며 “말 더듬는 것 때문에 면접에서 항상 떨어졌다더라. 그 학생이 면접 하루 전에 밥을 먹으러 와서 하도 걱정을 하기에 같이 기도해줬다. 학생은 이후 합격해서 천안으로 근무지를 배정받고 호두과자를 사 왔다”고 말했다.(사진=송혜수 기자)이처럼 많은 추억이 서려 있는 유씨의 가게는 현재 한적하다. 그는 “노량진 일대가 권리금 1억 원을 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가게가 빠졌다”며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공공요금마저 오르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털어놨다.그는 “가끔 ‘내가 몇 살까지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건강이 허락한다면 80세까지는 가게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유씨는 “힘닿는 데까지 닭곰탕을 찾는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지혜를 나눠주고 싶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송혜수 기자2023.02.25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2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알려진 닭곰탕집을 찾았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코로나19가 가장 심할 때는 하루에 국밥 1~2그릇 판 적도 있었어요. 이제 조금 나아지나 했더니 재료비 오르고 가스비마저 올라서 힘드네요”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20년 가까이 닭곰탕집을 운영해온 유민경(69) 씨는 지난 21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고시생과 수험생이 밀집해 있는 노량진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불리던 이곳은 전날까지만 해도 닭곰탕 한 그릇에 6000원을 받았지만, 이날부터 70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사진=송혜수 기자)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20만 원 안팎으로 나오던 가스비가 지난 1월 30만 원을 넘기면서 부득이하게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닭곰탕 특성상 종일 육수를 끓여야 해 가스를 항상 써야 하는데, 가스비가 오르면서 예전과 같은 가격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5월(5.4%), 6월(6.0%), 7월(6.3%)까지 치솟은 뒤 10월(5.7%), 11월~12월(5.0%) 등 하반기에 둔화하고 있지만 9개월째 5% 이상의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품목별로 보면 전기·가스·수도는 28.3% 상승해 별도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전기료는 전년 동월 대비 29.5%, 도시가스는 36.2%, 지역난방비는 34% 올랐다. 가게 입구에는 천사무료급식소 후원 가게임을 인증하는 ‘천사 나눔 인증’이 붙어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사장 유씨는 이날 기자가 가격 인상 후 첫 손님이라고 했다. 닭곰탕 한 그릇을 주문하자 망설이며 7000원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선결제 후 받은 음식은 정갈했다. 구성은 닭곰탕과 공깃밥, 깻잎 무침과 배추김치, 깍두기가 밑반찬으로 제공됐다. 유씨는 음식을 내어주며 부족한 반찬이 있으면 더 챙겨 줄 테니 말해달라고 했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닭곰탕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6000원이었으나, 이날부터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 (영상=송혜수 기자)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닭곰탕 국물을 한 숟갈 들어 맛보니 속까지 훈훈하게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닭곰탕 안에는 잘게 찢은 닭고기와 파 등이 들어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재료를 아끼지 않은 듯 푸짐했다. 공깃밥을 말아먹으니 순식간에 든든해졌다.곁들이는 반찬은 저마다 조금씩 맛이 달랐다. 특히 깻잎 무침은 매콤하면서 적당히 새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 밖에 배추김치와 깍두기도 담백한 닭곰탕과 환상의 궁합을 이뤘다. 다 먹을 때쯤 사장은 계피와 대추, 감초와 생강으로 우려낸 차를 건넸다. 은은하게 단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했다.(사진=송혜수 기자)그는 “사실 가게를 하면서 대출금 등을 전부 충당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아들 부부가 도와줘서 견디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유씨는 꾸준히 지역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유씨는 “봉사라는 단어를 쓰기가 참 민망한데 간식 등을 지역 노인정 등에 한 번씩 전달한다. 최근에는 빵과 우유를 100개씩 전달했다”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늘 어르신께 잘하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가르침을 지키려고 크게 도울 순 없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사진=송혜수 기자)그의 이러한 나눔은 가게를 찾는 학생들에게도 이어졌다. 유씨는 “아무래도 노량진에서 장사하다 보니 학생 손님을 많이 만나게 된다”며 “학생들을 보면 아들 생각이 난다. 홀로 두 아들을 키워내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래서인지 학생 손님을 보면 아들 어렸을 적 보는 것 같아 늘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그는 “간혹 밥을 다 먹고 몰래 도망가는 학생이 있었다. 그중에는 솔직하게 당장 돈이 없는데 배가 고프다고 말하던 학생도 있었다”며 “‘배가 고프면 밥 먹어야지, 어서 앉아요’라고 말해줬다. 기왕 밥 지어 놓은 거 조금 내어주는 것인데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고 했다.한눈에 봐도 재료가 푸짐하다 (영상=송혜수 기자)이어 “예전에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학생이 가게를 찾은 적도 있었다”며 “당시 학생들에게 서로 꿈을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잔소리를 조금 했다”고 회상했다. 유씨는 “그 학생들은 이후에 단골이 돼서 각자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한 뒤 그 소식을 들려주기도 했다”며 “한 곳에서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부부가 돼서 다시 찾아온 손님도 있었다”고 전했다.또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던 학생도 있었는데 말을 조금 더듬는 친구였다”며 “말 더듬는 것 때문에 면접에서 항상 떨어졌다더라. 그 학생이 면접 하루 전에 밥을 먹으러 와서 하도 걱정을 하기에 같이 기도해줬다. 학생은 이후 합격해서 천안으로 근무지를 배정받고 호두과자를 사 왔다”고 말했다.(사진=송혜수 기자)이처럼 많은 추억이 서려 있는 유씨의 가게는 현재 한적하다. 그는 “노량진 일대가 권리금 1억 원을 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가게가 빠졌다”며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공공요금마저 오르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털어놨다.그는 “가끔 ‘내가 몇 살까지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건강이 허락한다면 80세까지는 가게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유씨는 “힘닿는 데까지 닭곰탕을 찾는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지혜를 나눠주고 싶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7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옛날 중국집’을 방문했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우리도 참 어렵게 살았어요. 주변에 신세를 많이 졌으니 받은 만큼 베푸는 것이지요”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옛날 중국집’ 사장 김명숙(75)·오춘근(78)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1973년 처음 문을 열고 한 골목에서 50년째 영업 중인 이곳에선 지난 2012년부터 매월 셋째 주 월요일마다 주변 저소득층·홀몸노인을 위해 짜장면 무료 나눔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사진=송혜수 기자)올해로 11년째를 맞은 짜장면 무료 나눔은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인근 성북동주민센터를 통해 쿠폰을 전달하며 나눔을 대신하던 시기도 있었다. 다행히 최근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김씨 부부의 짜장면 나눔 봉사는 제자리를 되찾았다.지난 7일 오후 1시께 옛날 중국집을 직접 방문했다. 가게 입구에는 김씨 부부의 사진과 함께 “나는 성북동이 너무 좋아요. 내가 여기 이사 와서 어렵게 가게를 꾸렸으니까 내 역사가 이 마을에 다 있으니까 좋아요”라고 적힌 글이 붙어 있었다. 가게 입구에 붙어 있는 김씨 부부의 사진. (사진=송혜수 기자)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훈훈한 온기가 제일 먼저 느껴졌다. 때마침 인근 학교에서 졸업식이 있던 터라 내부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찬찬히 가게를 둘러보니 벽마다 성북구청 등에서 수여한 표창장이 걸려 있었다. 한쪽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음식을 조리하고 계십니다. 재촉하지 말아주세요’ ‘음식 맛있게 해 드릴게요. 재촉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안내문도 보였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짜장면(6000원)과 군만두(5500원)다. 직원은 주문과 동시에 단무지 등을 정갈하게 담아 제공했다. 2분 정도 기다리니 주문한 음식이 모두 나왔다.이날 주문한 메뉴는 짜장면(6000원)과 군만두(5500원)다. (영상=송혜수 기자)짜장면에는 삶은 메추리알과 완두콩 등이 올려져 있었다. 짜장을 살짝 떠서 먼저 맛보니 간이 세지 않고 적당히 감칠맛을 냈다. 면을 비빌 땐 특유의 차진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골고루 비벼진 짜장면에는 윤기가 감돌았다. 큼지막하게 썰린 고기와 감자, 양파 등은 짜장면을 먹는 동안 다양한 식감을 냈다.군만두는 총 8개가 나왔다. (사진=송혜수 기자)골고루 노릇노릇 튀겨진 군만두는 총 8개가 나왔다. 한입 베어 물으니 ‘바사삭’하는 소리가 났다. 군만두의 속은 부추와 다진 고기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향긋한 부추 향이 은은하게 입안에서 퍼졌다. 간장을 살짝 찍어 맛보니 짭짤한 맛이 더해져 새로운 맛을 선사했다. 짜장을 덜어 함께 먹어보니 담백함이 배로 느껴졌다.(사진=송혜수 기자)사장 김씨는 옛날 중국집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다고 말했다. 이곳은 단순 생계 수단을 넘어 김씨 가족의 삶이 담겼다는 의미다. 그가 처음 장사를 시작한 곳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이었다. 그곳에서 문방구를 차렸다가 삼선교의 한성여고 앞으로 이사를 하며 문방구 장사를 이어왔다고 한다.가게 내부를 장식한 각종 표창장 (사진=송혜수 기자)김씨는 “당시 문방구 겸 간식거리 등을 팔았는데 감자를 한 가마니 머리에 이고 가지고 와 기름에 볶아 팔았다”라며 “한성여고 운동부에서 많이 찾아와줬는데 장사가 잘되진 않았다. 그러던 중 성북동에 가게 자리가 났다고 해서 돈을 빌려 보금자리를 옮겼다”라고 회상했다. 이후 부부는 지금의 가게가 된 이곳에서 도넛, 순대, 찐빵 등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사진=송혜수 기자)김씨 부부가 숱한 장사를 하면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일은 공사 현장의 간이식당인 이른바 ‘함바’를 운영하던 때다. 함바를 하면서 돈을 떼이는 날도 잦았다고 한다.김씨는 “그럴 때마다 속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돈을 안 주고 도망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돈이 없으면 그랬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며 “당장은 돈을 못 받았지만 내가 받을 돈이니 언젠가는 그 돈이 나를 도와줄 것이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군만두의 속은 부추와 다진 고기 등으로 채워졌다. (사진=송혜수 기자)그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이후 장사도 잘됐다”라며 “꼭두새벽부터 쉬는 날 없이 악착같이 일해서 번 돈으로 세 들어 있던 집을 사고 가게도 점차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사정이 나아지면서 부부는 그간 신세 진 사람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김씨는 “참 어렵게 살았다. 사실 창피하고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라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라며 “우리도 힘들 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에 짜장면 무료 나눔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가게 한쪽 벽에 붙여진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이어 “과거 아이를 업고 가게를 찾았다가 돈을 안 내고 도망간 젊은 엄마가 가끔 생각이 나는데 그때 사정이 너무 안 돼서 연탄과 쌀을 사다 준 적이 있다”며 “돌이켜 보면 그때 도운 덕에 지금 이렇게 잘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김씨 부부의 선행은 다른 가게로도 번지고 있다. 인근의 미용실에선 할머니들의 머리를 무료로 손질해주고, 밥집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식권을 나눠주며 선행을 베풀고 있다. 또 빵집에서는 빵을 나눠주기도 한다. (사진=송혜수 기자)이를 두고 김씨는 “너무 감사하다”며 “가게로 찾아와 어떻게 하면 선행에 동참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참 감사하다”라고 소회를 전했다.아울러 김씨는 가게 일과 봉사를 돕는 두 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자식들도 엄마가 한 것처럼 가게를 지켜나가겠다고 했다”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잘 자라줘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 더 잘해야지요. 동네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려고요”라며 웃어 보였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송혜수 기자2023.02.11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7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옛날 중국집’을 방문했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우리도 참 어렵게 살았어요. 주변에 신세를 많이 졌으니 받은 만큼 베푸는 것이지요”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옛날 중국집’ 사장 김명숙(75)·오춘근(78)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1973년 처음 문을 열고 한 골목에서 50년째 영업 중인 이곳에선 지난 2012년부터 매월 셋째 주 월요일마다 주변 저소득층·홀몸노인을 위해 짜장면 무료 나눔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사진=송혜수 기자)올해로 11년째를 맞은 짜장면 무료 나눔은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 인근 성북동주민센터를 통해 쿠폰을 전달하며 나눔을 대신하던 시기도 있었다. 다행히 최근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김씨 부부의 짜장면 나눔 봉사는 제자리를 되찾았다.지난 7일 오후 1시께 옛날 중국집을 직접 방문했다. 가게 입구에는 김씨 부부의 사진과 함께 “나는 성북동이 너무 좋아요. 내가 여기 이사 와서 어렵게 가게를 꾸렸으니까 내 역사가 이 마을에 다 있으니까 좋아요”라고 적힌 글이 붙어 있었다. 가게 입구에 붙어 있는 김씨 부부의 사진. (사진=송혜수 기자)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훈훈한 온기가 제일 먼저 느껴졌다. 때마침 인근 학교에서 졸업식이 있던 터라 내부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찬찬히 가게를 둘러보니 벽마다 성북구청 등에서 수여한 표창장이 걸려 있었다. 한쪽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음식을 조리하고 계십니다. 재촉하지 말아주세요’ ‘음식 맛있게 해 드릴게요. 재촉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안내문도 보였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짜장면(6000원)과 군만두(5500원)다. 직원은 주문과 동시에 단무지 등을 정갈하게 담아 제공했다. 2분 정도 기다리니 주문한 음식이 모두 나왔다.이날 주문한 메뉴는 짜장면(6000원)과 군만두(5500원)다. (영상=송혜수 기자)짜장면에는 삶은 메추리알과 완두콩 등이 올려져 있었다. 짜장을 살짝 떠서 먼저 맛보니 간이 세지 않고 적당히 감칠맛을 냈다. 면을 비빌 땐 특유의 차진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골고루 비벼진 짜장면에는 윤기가 감돌았다. 큼지막하게 썰린 고기와 감자, 양파 등은 짜장면을 먹는 동안 다양한 식감을 냈다.군만두는 총 8개가 나왔다. (사진=송혜수 기자)골고루 노릇노릇 튀겨진 군만두는 총 8개가 나왔다. 한입 베어 물으니 ‘바사삭’하는 소리가 났다. 군만두의 속은 부추와 다진 고기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향긋한 부추 향이 은은하게 입안에서 퍼졌다. 간장을 살짝 찍어 맛보니 짭짤한 맛이 더해져 새로운 맛을 선사했다. 짜장을 덜어 함께 먹어보니 담백함이 배로 느껴졌다.(사진=송혜수 기자)사장 김씨는 옛날 중국집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다고 말했다. 이곳은 단순 생계 수단을 넘어 김씨 가족의 삶이 담겼다는 의미다. 그가 처음 장사를 시작한 곳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이었다. 그곳에서 문방구를 차렸다가 삼선교의 한성여고 앞으로 이사를 하며 문방구 장사를 이어왔다고 한다.가게 내부를 장식한 각종 표창장 (사진=송혜수 기자)김씨는 “당시 문방구 겸 간식거리 등을 팔았는데 감자를 한 가마니 머리에 이고 가지고 와 기름에 볶아 팔았다”라며 “한성여고 운동부에서 많이 찾아와줬는데 장사가 잘되진 않았다. 그러던 중 성북동에 가게 자리가 났다고 해서 돈을 빌려 보금자리를 옮겼다”라고 회상했다. 이후 부부는 지금의 가게가 된 이곳에서 도넛, 순대, 찐빵 등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사진=송혜수 기자)김씨 부부가 숱한 장사를 하면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일은 공사 현장의 간이식당인 이른바 ‘함바’를 운영하던 때다. 함바를 하면서 돈을 떼이는 날도 잦았다고 한다.김씨는 “그럴 때마다 속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돈을 안 주고 도망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돈이 없으면 그랬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며 “당장은 돈을 못 받았지만 내가 받을 돈이니 언젠가는 그 돈이 나를 도와줄 것이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군만두의 속은 부추와 다진 고기 등으로 채워졌다. (사진=송혜수 기자)그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이후 장사도 잘됐다”라며 “꼭두새벽부터 쉬는 날 없이 악착같이 일해서 번 돈으로 세 들어 있던 집을 사고 가게도 점차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사정이 나아지면서 부부는 그간 신세 진 사람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김씨는 “참 어렵게 살았다. 사실 창피하고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라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라며 “우리도 힘들 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에 짜장면 무료 나눔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가게 한쪽 벽에 붙여진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이어 “과거 아이를 업고 가게를 찾았다가 돈을 안 내고 도망간 젊은 엄마가 가끔 생각이 나는데 그때 사정이 너무 안 돼서 연탄과 쌀을 사다 준 적이 있다”며 “돌이켜 보면 그때 도운 덕에 지금 이렇게 잘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김씨 부부의 선행은 다른 가게로도 번지고 있다. 인근의 미용실에선 할머니들의 머리를 무료로 손질해주고, 밥집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식권을 나눠주며 선행을 베풀고 있다. 또 빵집에서는 빵을 나눠주기도 한다. (사진=송혜수 기자)이를 두고 김씨는 “너무 감사하다”며 “가게로 찾아와 어떻게 하면 선행에 동참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참 감사하다”라고 소회를 전했다.아울러 김씨는 가게 일과 봉사를 돕는 두 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자식들도 엄마가 한 것처럼 가게를 지켜나가겠다고 했다”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잘 자라줘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 더 잘해야지요. 동네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려고요”라며 웃어 보였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삼우치킨센타’를 직접 방문했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아버지는 월급날만 되면 옛날 통닭을 사 오셨다. 통닭을 신 나게 먹던 아들은 어느새 자라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와 아버지가 된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 3대는 이따금 그 통닭을 찾곤 한다. 추억을 물려주기 위해서다.1977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문을 연 ‘삼우치킨센타’는 약 5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다. 2대째 이어진 가게에서는 변함없이 옛날 전기구이 통닭과 프라이드 치킨을 팔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 이곳을 ‘오래가게’로 선정했다.오래가게는 ‘오래된, 그리고 오래가길 바라는 가게’란 뜻으로, 서울시가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거나 2대 이상 대를 잇는 곳 또는 명인·장인이 기술과 가치를 이어가는 가게를 선정해 홍보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가게 입구에는 ‘한자리에서 대를 이어온 50년 전통의 맛’이라는 소개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뉴트로(Newtro·신복고)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삼우치킨센타를 찾은 건 지난 25일 밤 11시께였다. 가게 입구에는 ‘한자리에서 대를 이어온 50년 전통의 맛’이라는 소개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3층으로 분리된 내부는 오래된 나무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한쪽 벽에는 ‘프라이드 치킨은 조각이 큰 다리 3조각 날개 3조각으로 한 마리 반의 양이 제공됩니다. 저희 가게는 직접 만든 수제 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전기구이 통닭. 바삭하고 쫀득한 닭 껍질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사진=송혜수 기자)이날 주문한 메뉴는 프라이드 치킨 반마리와 전기구이 통닭 반마리, 골뱅이 소면으로 구성된 세트 메뉴다. 가격은 3만5500원. 케첩을 듬뿍 뿌린 양배추 샐러드와 무절임이 함께 곁들어진다.먼저 맛본 건 전기구이 통닭이다. 바삭하고 쫀득한 닭 껍질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혀를 감쌌다. 찰기가 가득한 살코기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을 냈다. 소금에 찍어 먹어 보라는 직원 추천에 따라 살을 발라 먹어 보니 감칠맛이 배로 느껴졌다.프라이드 치킨. 튀김 옷이 두껍지 않아 느끼하지 않다. (사진=송혜수 기자)두 번째로 프라이드 치킨을 맛봤다. 기름에 튀긴 닭은 반죽을 어떻게 묻히는지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곤 하는데, 이곳의 프라이드 치킨은 튀김 옷이 두껍지 않아 느끼하지 않았다. 또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바사삭’하는 소리가 귀를 먼저 간지럽혔다. 고기는 기름지지 않았고 부드럽게 뼈와 살이 분리됐다.마지막으로 골뱅이 소면을 먹었다. 소면은 크게 세 덩이로 나눠 제공됐다.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골뱅이를 먼저 골라 먹으니 탱글탱글한 식감이 입안에서 통통 튀었다. 소면을 양념에 비벼 얇게 썬 오이와 당근, 양파 등을 함께 먹으니 산뜻하게 개운한 맛을 냈다. 골뱅이 소면.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골뱅이는 탱글탱글한 식감을 자랑한다. (영상=송혜수 기자)2대 사장 이정재(49)씨는 50년째 이어온 맛의 비결로 닭고기 본연의 맛을 꼽았다. 그는 “통닭집을 하다 보니 프랜차이즈 등에서 새로 출시된 치킨이 나오면 한 번씩 맛을 보는 편”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요즘 브랜드 치킨은 유행하는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자극적인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이씨는 “첫 입은 물론 맛있지만 계속 먹다 보면 물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 점에서 우리 집 통닭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게는 닭 본연 그대로의 맛을 담백하게 선사하려고 한다”며 “자체적으로 닭고기에 염지를 해서 간을 내고 맛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사진=송혜수 기자)예전 것을 그대로 유지하며 가게를 지켜온 데 대해 이씨는 “아버지 때부터 해오던 것을 그대로 전수받아 이어서 장사한 것일 뿐”이라며 “아버지가 평생을 일궈낸 장사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그는 “아버지는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서 최상의 통닭을 만들겠다는 장사 철학이 있으셨다. 아버지가 장사하셨을 당시 주변 통닭집들은 닭을 최대한 조각내서 겉보기에 양이 많아 보이도록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달랐다”며 “과감하게 한 마리를 4등분으로만 조각내 팔았다. 4등분으로 나눴을 때 치킨의 맛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가게 내부에 붙어 있는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이씨는 이러한 아버지의 장사 철학이 손님들에게도 통했다고 했다. 장사가 한참 잘 됐을 땐 한 달에 집 한 채 값을 벌기도 했다고. 이에 그는 아버지가 연구해온 것을 그대로 고수하며 같은 방식으로 가게를 지켜왔다. 그는 “닭을 튀기거나 구울 때 쓰는 기계도 아버지 때 쓰던 것을 아직 쓰고 있다”며 “최대한 아버지가 해오던 걸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단골손님들한테는 향수가 될 수도 있다. 포장 봉투 같은 경우는 인사동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데, 예전 것을 계속 유지해오다 보니 어느새 우리 가게의 정체성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50년 세월이 느껴지는 가게 내부 모습 (사진=송혜수 기자)이어 “다행스러운 점은 손님들도 예전 것을 유지하려는 점을 좋아해 주신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가게 내부에 낡은 부분이 많아 대대적으로 수리하려고 했지만 많은 단골손님이 옛날 분위기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보수가 꼭 필요한 부분만 수리했다.이씨는 이처럼 가게를 운영하면서 단골손님들과 추억도 쌓았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 한 부부가 ‘미국에 이민 갔다가 40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가게가 아직도 있는 걸 보고 반가웠다’고 하시더라”라며 “가게는 부부의 데이트 장소였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삼우치킨센타의 포장 봉투는 인사동 박물관에도 전시돼 있다고 한다. (사진=송혜수 기자)또 “한번은 남성 손님이 와서 치킨 3마리를 포장해 달라고 했다. 치킨을 포장하면서 사연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남성분의 죽마고우가 가게의 단골손님이었다더라. 지금은 부산에서 지내는데 암에 걸려 투병 중이라고 했다”며 “그분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우리 집 치킨을 먹고 싶어 하셨다더라. 그래서 남성분이 친구를 위해 치킨 3마리를 포장해가셨다”라고 전했다.이씨는 “우리 가게에는 몇십 년 된 단골손님이 많다. 3대가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며 “그런 부분에서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자영업자가 똑같이 말하겠지만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어려운 순간이 참 많다. 가끔은 사람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다”며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좋아해 주고 찾아주는 손님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들어 이겨낸다”고 덧붙였다.(사진=송혜수 기자)이씨는 삼우치킨센타는 자신에게 있어서 추억과 그리움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실 요즘 치킨에 비해 (우리 가게에) 특별한 건 없다. 우리 가게는 양념 치킨도 없다”며 “특별하진 않지만 추억이라는 맛이 존재한다. 그 옛날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먹던 맛, 연인과 데이트하며 먹던 맛 등 단순히 치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 각자가 가진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기에 추억과 그리움의 장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끝으로 그는 힘닿는 데까지 삼우치킨센타를 지켜내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씨는 “대한민국에 50년 이상 된 곳이 많지 않다고 들었다.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삼우치킨센타를 지키고 싶다”며 “굳이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께 가게를 넘겨주게 되더라도 가게가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송혜수 기자2023.01.28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삼우치킨센타’를 직접 방문했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아버지는 월급날만 되면 옛날 통닭을 사 오셨다. 통닭을 신 나게 먹던 아들은 어느새 자라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와 아버지가 된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의 아들. 3대는 이따금 그 통닭을 찾곤 한다. 추억을 물려주기 위해서다.1977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문을 연 ‘삼우치킨센타’는 약 5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왔다. 2대째 이어진 가게에서는 변함없이 옛날 전기구이 통닭과 프라이드 치킨을 팔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 이곳을 ‘오래가게’로 선정했다.오래가게는 ‘오래된, 그리고 오래가길 바라는 가게’란 뜻으로, 서울시가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거나 2대 이상 대를 잇는 곳 또는 명인·장인이 기술과 가치를 이어가는 가게를 선정해 홍보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가게 입구에는 ‘한자리에서 대를 이어온 50년 전통의 맛’이라는 소개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뉴트로(Newtro·신복고)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삼우치킨센타를 찾은 건 지난 25일 밤 11시께였다. 가게 입구에는 ‘한자리에서 대를 이어온 50년 전통의 맛’이라는 소개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3층으로 분리된 내부는 오래된 나무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한쪽 벽에는 ‘프라이드 치킨은 조각이 큰 다리 3조각 날개 3조각으로 한 마리 반의 양이 제공됩니다. 저희 가게는 직접 만든 수제 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전기구이 통닭. 바삭하고 쫀득한 닭 껍질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사진=송혜수 기자)이날 주문한 메뉴는 프라이드 치킨 반마리와 전기구이 통닭 반마리, 골뱅이 소면으로 구성된 세트 메뉴다. 가격은 3만5500원. 케첩을 듬뿍 뿌린 양배추 샐러드와 무절임이 함께 곁들어진다.먼저 맛본 건 전기구이 통닭이다. 바삭하고 쫀득한 닭 껍질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혀를 감쌌다. 찰기가 가득한 살코기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을 냈다. 소금에 찍어 먹어 보라는 직원 추천에 따라 살을 발라 먹어 보니 감칠맛이 배로 느껴졌다.프라이드 치킨. 튀김 옷이 두껍지 않아 느끼하지 않다. (사진=송혜수 기자)두 번째로 프라이드 치킨을 맛봤다. 기름에 튀긴 닭은 반죽을 어떻게 묻히는지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곤 하는데, 이곳의 프라이드 치킨은 튀김 옷이 두껍지 않아 느끼하지 않았다. 또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바사삭’하는 소리가 귀를 먼저 간지럽혔다. 고기는 기름지지 않았고 부드럽게 뼈와 살이 분리됐다.마지막으로 골뱅이 소면을 먹었다. 소면은 크게 세 덩이로 나눠 제공됐다.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골뱅이를 먼저 골라 먹으니 탱글탱글한 식감이 입안에서 통통 튀었다. 소면을 양념에 비벼 얇게 썬 오이와 당근, 양파 등을 함께 먹으니 산뜻하게 개운한 맛을 냈다. 골뱅이 소면.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골뱅이는 탱글탱글한 식감을 자랑한다. (영상=송혜수 기자)2대 사장 이정재(49)씨는 50년째 이어온 맛의 비결로 닭고기 본연의 맛을 꼽았다. 그는 “통닭집을 하다 보니 프랜차이즈 등에서 새로 출시된 치킨이 나오면 한 번씩 맛을 보는 편”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요즘 브랜드 치킨은 유행하는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자극적인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이씨는 “첫 입은 물론 맛있지만 계속 먹다 보면 물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 점에서 우리 집 통닭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게는 닭 본연 그대로의 맛을 담백하게 선사하려고 한다”며 “자체적으로 닭고기에 염지를 해서 간을 내고 맛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사진=송혜수 기자)예전 것을 그대로 유지하며 가게를 지켜온 데 대해 이씨는 “아버지 때부터 해오던 것을 그대로 전수받아 이어서 장사한 것일 뿐”이라며 “아버지가 평생을 일궈낸 장사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그는 “아버지는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서 최상의 통닭을 만들겠다는 장사 철학이 있으셨다. 아버지가 장사하셨을 당시 주변 통닭집들은 닭을 최대한 조각내서 겉보기에 양이 많아 보이도록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달랐다”며 “과감하게 한 마리를 4등분으로만 조각내 팔았다. 4등분으로 나눴을 때 치킨의 맛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가게 내부에 붙어 있는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이씨는 이러한 아버지의 장사 철학이 손님들에게도 통했다고 했다. 장사가 한참 잘 됐을 땐 한 달에 집 한 채 값을 벌기도 했다고. 이에 그는 아버지가 연구해온 것을 그대로 고수하며 같은 방식으로 가게를 지켜왔다. 그는 “닭을 튀기거나 구울 때 쓰는 기계도 아버지 때 쓰던 것을 아직 쓰고 있다”며 “최대한 아버지가 해오던 걸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단골손님들한테는 향수가 될 수도 있다. 포장 봉투 같은 경우는 인사동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데, 예전 것을 계속 유지해오다 보니 어느새 우리 가게의 정체성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50년 세월이 느껴지는 가게 내부 모습 (사진=송혜수 기자)이어 “다행스러운 점은 손님들도 예전 것을 유지하려는 점을 좋아해 주신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가게 내부에 낡은 부분이 많아 대대적으로 수리하려고 했지만 많은 단골손님이 옛날 분위기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보수가 꼭 필요한 부분만 수리했다.이씨는 이처럼 가게를 운영하면서 단골손님들과 추억도 쌓았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 한 부부가 ‘미국에 이민 갔다가 40년 만에 한국에 왔는데 가게가 아직도 있는 걸 보고 반가웠다’고 하시더라”라며 “가게는 부부의 데이트 장소였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삼우치킨센타의 포장 봉투는 인사동 박물관에도 전시돼 있다고 한다. (사진=송혜수 기자)또 “한번은 남성 손님이 와서 치킨 3마리를 포장해 달라고 했다. 치킨을 포장하면서 사연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남성분의 죽마고우가 가게의 단골손님이었다더라. 지금은 부산에서 지내는데 암에 걸려 투병 중이라고 했다”며 “그분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우리 집 치킨을 먹고 싶어 하셨다더라. 그래서 남성분이 친구를 위해 치킨 3마리를 포장해가셨다”라고 전했다.이씨는 “우리 가게에는 몇십 년 된 단골손님이 많다. 3대가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며 “그런 부분에서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자영업자가 똑같이 말하겠지만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어려운 순간이 참 많다. 가끔은 사람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다”며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좋아해 주고 찾아주는 손님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들어 이겨낸다”고 덧붙였다.(사진=송혜수 기자)이씨는 삼우치킨센타는 자신에게 있어서 추억과 그리움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사실 요즘 치킨에 비해 (우리 가게에) 특별한 건 없다. 우리 가게는 양념 치킨도 없다”며 “특별하진 않지만 추억이라는 맛이 존재한다. 그 옛날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먹던 맛, 연인과 데이트하며 먹던 맛 등 단순히 치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 각자가 가진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기에 추억과 그리움의 장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끝으로 그는 힘닿는 데까지 삼우치킨센타를 지켜내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씨는 “대한민국에 50년 이상 된 곳이 많지 않다고 들었다.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삼우치킨센타를 지키고 싶다”며 “굳이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께 가게를 넘겨주게 되더라도 가게가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10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코코카페를 찾았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행복 나눔 세트 있나요?”어느 날 가게에 찾아온 노숙인은 이렇게 말했다. 행복 나눔 세트는 정말 배가 고픈데 경제적 어려움으로 식사를 못 하는 이들을 위해 가게 사장이 마련한 무료 브런치 세트 메뉴다. 노숙인은 그렇게 몇 번 더 가게에 방문해 행복 나눔 세트를 주문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는 더 이상 가게를 찾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이 노숙인이 다시 가게를 방문했다. 노숙인은 대뜸 만 원 한 장을 꺼내 들며 사장에게 말했다.“제가 드디어 일하게 됐습니다. 저도 이제 기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그날 노숙인은 자신 있게 꺼내 든 만원으로 행복 나눔 세트가 아닌 다른 메뉴를 주문했다. 사장은 당시 환하게 웃던 노숙인의 모습이 선명히 기억난다고 했다.(사진=송혜수 기자)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코코카페’의 이야기다. 이 카페에서는 앞서 소개한 행복 나눔 세트와 함께 행복 나눔 행사를 진행한다. 각각 시작한 지는 10여 년, 5년째에 접어들었다. 행복 나눔 행사는 매주 장애인 보육원 등에서 아이들을 가게로 초청해 음식 대접을 한다.우연히 가게의 선행을 접하고 지난 10일 오후 코코카페를 직접 방문했다. 마침 가게에서는 행복 나눔 행사를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행복 나눔 행사 진행으로 테이크 아웃 및 야외 좌석만 이용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계산대 앞에는 행복 나눔 세트에 관한 안내가 큼지막하게 보였다. 안내문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니 브런치 나눔 세트 주세요라고 말씀하세요! 다른 어려운 분들을 위해 다시 오셔서 기부해 주세요. 여러분이 드시는 커피 및 식사메뉴의 30%를 자선 음식 기부에 사용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이어 ‘용인 및 수원시 내 보육원 및 중증장애원의 총 200명의 어린이를 매월 음식기부 및 무료 식사 초대해 행복 나눔 파티를 하고 있습니다. 주위의 힘들고 어려운 분들에게 작은 행복과 희망을 같이 전해 주세요!’라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다.가게 입구에 붙어 있는 ‘행복 나눔 행사’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직원에게 행복 나눔 세트에 대한 구성을 물어보니 보통 버거 혹은 파니니와 함께 음료 한 잔이 제공된다고 했다. 다만 특별히 먹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해당 메뉴에 맞춰 행복 나눔 세트를 전해 준다고 알려줬다.이에 기자는 수제버거 한 개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가격은 수제버거 8900원, 아메리카노는 2900원. 총 11800원이 나왔다. 수제버거는 싱싱한 양상추와 생토마토, 적양파와 치즈, 그리고 두툼한 고기패티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반을 갈라 살펴보니 각각의 재료들이 층층이 푸짐하게 속을 채웠다. 다진 피클과 겨자 소스 등도 고루 발려져 있었다. 한입에 맛보려 했지만 버거의 두께가 상당해 입안 가득 밀어 넣어도 역부족이었다.신선한 양상추는 아삭 소리를 내며 텁텁하지 않게 빵과 어우러졌다. 생토마토와 적양파, 그리고 치즈는 각각 짭짤하고 달짝지근하게 맛을 냈다. 두툼한 고기패티는 풍부한 육즙을 머금고 있었다. 은은하게 불 향이 느껴졌다. 매력적인 재료들이 합쳐지니 조화로웠다.이날 주문한 수제버거. 가격은 8900원이다 (영상=송혜수 기자)이곳의 사장은 나눔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아픈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사장은 “제게 아픈 아이가 있다. 아이가 어릴 때 병원에서 2~3년 생활을 하면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 대해 저절로 관심을 두게 됐다”고 운을 뗐다.그는 “처음에는 장애 아이들에 대한 세계를 전혀 모르고 살았다. 장애 아이들은 밖에 나와 가족들과 외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며 “밖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의지가 있음에도 거절을 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더라.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장애인들이 외식의 즐거움, 행복감을 조금이나마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겨 나눔을 실천하게 됐다”라고 전했다.나눔을 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장은 가게에서 동냥하던 할아버지의 사연을 언급했다. 사장은 “어떤 날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셔서 동냥하더라. 할아버지는 ‘배가 고픈데 돈을 좀 줄 수 있냐’고 물었다”라고 말했다.계산대 앞에 붙어 있는 행복 나눔 세트와 행사에 대한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사장은 “행복 나눔 세트가 있으니 마음껏 식사하고 가시라고 권했고 할아버지는 햄버거를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며 이런 음식이 있었냐고 말했다”며 “행복 나눔 세트를 다 드신 뒤 할아버지는 ‘햄버거라는 게 정말 맛있는 음식이구나. 정말 잘 먹었습니다. 수고해요’라고 말하고 가게를 떠났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그는 이 할아버지를 보며 혹시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천사가 가게로 찾아와서 행복 나눔 세트를 맛보고 덕담을 나누고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사장은 “나눔을 하다 보면 이처럼 되레 감사한 일이 많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지역 중증 장애인과 인지 장애인 보육원 등에서 매주 아이들을 가게로 초청해 행복 나눔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감사한 기회고 행복한 일이라고 전했다.가게 내부 모습 (사진=송혜수 기자)그는 “아이들을 직접 가게로 초청하는 이유는 이들이 외식을 쉽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몸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의 경우엔 휠체어를 밀어야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가 항상 동행한다. 이들이 다 같이 오려면 스타렉스 차량으로 여러 번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사장은 “솔직히 처음 중증 장애인을 봤을 땐 조금 겁도 났다”며 “이들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소리도 지르고 몸도 흔든다. 그런데 몇 번 만나 얼굴을 익히니 가게에서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고 떠올렸다.이어 “사회복지사 말로는 이들이 코코카페를 간다고 하면 서로 먼저 가려고 한다고 하더라. 순서가 있어 안 된다고 하면 토라진다고 말해줬다”며 “이제는 가게에 오는 날엔 먼저 아는 척을 하기도 한다. 손을 흔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맛있다는 표현을 해준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아, 이 얼마나 작지만 소중한 일인가’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진다”라고 말했다.가게에서 행복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코코카페 제공)힘든 순간이 있었는지를 묻자 사장은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한참일 때를 짚었다. 그는 “당시 손님도 별로 없어서 매출이 정말 많이 감소했다. 가게 유지가 어려울 정도였다”며 “그런데도 행복 나눔 세트를 찾는 이들과 행복 나눔 행사를 기다리는 이들이 생각나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라고 털어놨다.사장은 “그래서 형편 닿는 데까지 해보자고 결심했다”며 “코로나로 인해 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밖으로 나올 수 없어 매주 50인분의 도시락을 싸서 보냈다. 그렇게 2년 넘게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코로나가 조금씩 완화하면서 다시 가게로 아이들을 초청해 다시 얼굴을 보니 너무나도 반갑더라”라고 전했다.그러면서 “나눔이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작은 정성과 진심을 전하면 그게 다시 내게 돌아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며 “그 생각으로 가게를 지켜내고 힘든 시기를 버텨냈다”라고 덧붙였다.(사진=송혜수 기자)사장은 이러한 일들이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자신이 조금 더 노력하고 있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또 자신 말고도 다른 일로도 선행을 실천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냐며 자신은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바라는 점은 누구나 사실 장애를 가질 수 있지 않나.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식이 바뀌려면 다른 자영업자분들도 이와 같은 행사에 관심을 갖고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했다.또 “여러 가지 사회 문제로 인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라며 “이 아이들은 처음에 마음의 문을 쉽게 못 열더라. 그런데 지속적으로 따뜻한 관심을 전하면 해맑은 미소를 보여준다”라고도 말했다. 이에 사장은 “그런 작은 관심들이 우리 사회에 소외된 분들에게 살아갈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행복 나눔 행사 때 준비하는 음식들 (사진=코코카페 제공)그는 “대부분 사람은 행복 나눔 세트 혹은 행복 나눔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아 그래? 복 받겠다’라고 말하고만 만다”라며 “한 번이라도 좋으니 시간 날 때 같이 선행에 동참하면 생각지도 못한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나눔이라는 것이 받는 이들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전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끝으로 사장은 코코카페가 자신에게 있어서 ‘행복을 나누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 아이들에게도 항상 말해왔지만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을 받으면 ‘행복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답한다”라며 “사람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하다. 저마다의 아픔이 있다”고 했다.그는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위하고 아끼고 살아가며 힘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정으로 행복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코코카페를 통해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이 행복을 경험하고 받은 행복을 배로 돌려주면 좋겠다”고 전했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송혜수 기자2023.01.14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10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코코카페를 찾았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행복 나눔 세트 있나요?”어느 날 가게에 찾아온 노숙인은 이렇게 말했다. 행복 나눔 세트는 정말 배가 고픈데 경제적 어려움으로 식사를 못 하는 이들을 위해 가게 사장이 마련한 무료 브런치 세트 메뉴다. 노숙인은 그렇게 몇 번 더 가게에 방문해 행복 나눔 세트를 주문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는 더 이상 가게를 찾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이 노숙인이 다시 가게를 방문했다. 노숙인은 대뜸 만 원 한 장을 꺼내 들며 사장에게 말했다.“제가 드디어 일하게 됐습니다. 저도 이제 기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그날 노숙인은 자신 있게 꺼내 든 만원으로 행복 나눔 세트가 아닌 다른 메뉴를 주문했다. 사장은 당시 환하게 웃던 노숙인의 모습이 선명히 기억난다고 했다.(사진=송혜수 기자)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코코카페’의 이야기다. 이 카페에서는 앞서 소개한 행복 나눔 세트와 함께 행복 나눔 행사를 진행한다. 각각 시작한 지는 10여 년, 5년째에 접어들었다. 행복 나눔 행사는 매주 장애인 보육원 등에서 아이들을 가게로 초청해 음식 대접을 한다.우연히 가게의 선행을 접하고 지난 10일 오후 코코카페를 직접 방문했다. 마침 가게에서는 행복 나눔 행사를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행복 나눔 행사 진행으로 테이크 아웃 및 야외 좌석만 이용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계산대 앞에는 행복 나눔 세트에 관한 안내가 큼지막하게 보였다. 안내문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니 브런치 나눔 세트 주세요라고 말씀하세요! 다른 어려운 분들을 위해 다시 오셔서 기부해 주세요. 여러분이 드시는 커피 및 식사메뉴의 30%를 자선 음식 기부에 사용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이어 ‘용인 및 수원시 내 보육원 및 중증장애원의 총 200명의 어린이를 매월 음식기부 및 무료 식사 초대해 행복 나눔 파티를 하고 있습니다. 주위의 힘들고 어려운 분들에게 작은 행복과 희망을 같이 전해 주세요!’라는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다.가게 입구에 붙어 있는 ‘행복 나눔 행사’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직원에게 행복 나눔 세트에 대한 구성을 물어보니 보통 버거 혹은 파니니와 함께 음료 한 잔이 제공된다고 했다. 다만 특별히 먹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해당 메뉴에 맞춰 행복 나눔 세트를 전해 준다고 알려줬다.이에 기자는 수제버거 한 개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가격은 수제버거 8900원, 아메리카노는 2900원. 총 11800원이 나왔다. 수제버거는 싱싱한 양상추와 생토마토, 적양파와 치즈, 그리고 두툼한 고기패티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반을 갈라 살펴보니 각각의 재료들이 층층이 푸짐하게 속을 채웠다. 다진 피클과 겨자 소스 등도 고루 발려져 있었다. 한입에 맛보려 했지만 버거의 두께가 상당해 입안 가득 밀어 넣어도 역부족이었다.신선한 양상추는 아삭 소리를 내며 텁텁하지 않게 빵과 어우러졌다. 생토마토와 적양파, 그리고 치즈는 각각 짭짤하고 달짝지근하게 맛을 냈다. 두툼한 고기패티는 풍부한 육즙을 머금고 있었다. 은은하게 불 향이 느껴졌다. 매력적인 재료들이 합쳐지니 조화로웠다.이날 주문한 수제버거. 가격은 8900원이다 (영상=송혜수 기자)이곳의 사장은 나눔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아픈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사장은 “제게 아픈 아이가 있다. 아이가 어릴 때 병원에서 2~3년 생활을 하면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 대해 저절로 관심을 두게 됐다”고 운을 뗐다.그는 “처음에는 장애 아이들에 대한 세계를 전혀 모르고 살았다. 장애 아이들은 밖에 나와 가족들과 외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며 “밖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의지가 있음에도 거절을 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더라.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장애인들이 외식의 즐거움, 행복감을 조금이나마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겨 나눔을 실천하게 됐다”라고 전했다.나눔을 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장은 가게에서 동냥하던 할아버지의 사연을 언급했다. 사장은 “어떤 날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셔서 동냥하더라. 할아버지는 ‘배가 고픈데 돈을 좀 줄 수 있냐’고 물었다”라고 말했다.계산대 앞에 붙어 있는 행복 나눔 세트와 행사에 대한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사장은 “행복 나눔 세트가 있으니 마음껏 식사하고 가시라고 권했고 할아버지는 햄버거를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며 이런 음식이 있었냐고 말했다”며 “행복 나눔 세트를 다 드신 뒤 할아버지는 ‘햄버거라는 게 정말 맛있는 음식이구나. 정말 잘 먹었습니다. 수고해요’라고 말하고 가게를 떠났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그는 이 할아버지를 보며 혹시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천사가 가게로 찾아와서 행복 나눔 세트를 맛보고 덕담을 나누고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사장은 “나눔을 하다 보면 이처럼 되레 감사한 일이 많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지역 중증 장애인과 인지 장애인 보육원 등에서 매주 아이들을 가게로 초청해 행복 나눔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감사한 기회고 행복한 일이라고 전했다.가게 내부 모습 (사진=송혜수 기자)그는 “아이들을 직접 가게로 초청하는 이유는 이들이 외식을 쉽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몸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의 경우엔 휠체어를 밀어야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가 항상 동행한다. 이들이 다 같이 오려면 스타렉스 차량으로 여러 번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사장은 “솔직히 처음 중증 장애인을 봤을 땐 조금 겁도 났다”며 “이들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소리도 지르고 몸도 흔든다. 그런데 몇 번 만나 얼굴을 익히니 가게에서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고 떠올렸다.이어 “사회복지사 말로는 이들이 코코카페를 간다고 하면 서로 먼저 가려고 한다고 하더라. 순서가 있어 안 된다고 하면 토라진다고 말해줬다”며 “이제는 가게에 오는 날엔 먼저 아는 척을 하기도 한다. 손을 흔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맛있다는 표현을 해준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아, 이 얼마나 작지만 소중한 일인가’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진다”라고 말했다.가게에서 행복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코코카페 제공)힘든 순간이 있었는지를 묻자 사장은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한참일 때를 짚었다. 그는 “당시 손님도 별로 없어서 매출이 정말 많이 감소했다. 가게 유지가 어려울 정도였다”며 “그런데도 행복 나눔 세트를 찾는 이들과 행복 나눔 행사를 기다리는 이들이 생각나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라고 털어놨다.사장은 “그래서 형편 닿는 데까지 해보자고 결심했다”며 “코로나로 인해 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밖으로 나올 수 없어 매주 50인분의 도시락을 싸서 보냈다. 그렇게 2년 넘게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코로나가 조금씩 완화하면서 다시 가게로 아이들을 초청해 다시 얼굴을 보니 너무나도 반갑더라”라고 전했다.그러면서 “나눔이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작은 정성과 진심을 전하면 그게 다시 내게 돌아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며 “그 생각으로 가게를 지켜내고 힘든 시기를 버텨냈다”라고 덧붙였다.(사진=송혜수 기자)사장은 이러한 일들이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자신이 조금 더 노력하고 있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또 자신 말고도 다른 일로도 선행을 실천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냐며 자신은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바라는 점은 누구나 사실 장애를 가질 수 있지 않나.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식이 바뀌려면 다른 자영업자분들도 이와 같은 행사에 관심을 갖고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했다.또 “여러 가지 사회 문제로 인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라며 “이 아이들은 처음에 마음의 문을 쉽게 못 열더라. 그런데 지속적으로 따뜻한 관심을 전하면 해맑은 미소를 보여준다”라고도 말했다. 이에 사장은 “그런 작은 관심들이 우리 사회에 소외된 분들에게 살아갈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행복 나눔 행사 때 준비하는 음식들 (사진=코코카페 제공)그는 “대부분 사람은 행복 나눔 세트 혹은 행복 나눔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아 그래? 복 받겠다’라고 말하고만 만다”라며 “한 번이라도 좋으니 시간 날 때 같이 선행에 동참하면 생각지도 못한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나눔이라는 것이 받는 이들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전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끝으로 사장은 코코카페가 자신에게 있어서 ‘행복을 나누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 아이들에게도 항상 말해왔지만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을 받으면 ‘행복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답한다”라며 “사람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하다. 저마다의 아픔이 있다”고 했다.그는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위하고 아끼고 살아가며 힘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진정으로 행복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코코카페를 통해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이 행복을 경험하고 받은 행복을 배로 돌려주면 좋겠다”고 전했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27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카페 뜨랑슈아를 직접 찾아가 봤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5평 남짓한 공간. 한 건물에서 순댓국집과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장사를 하는 아주 작은 카페가 있다. 사실 순댓국집 안에 카페가 있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다. 카페 테이블이 순댓국집 안까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가게. 조금 독특한 이 카페는 음료를 마시면 자동으로 기부가 되는 비영리 카페다. 이름은 ‘뜨랑슈아’ 함께 커피와 빵을 나누어 먹는 친구 사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순댓국집 사장님이 가게 일부를 무상 임대하면서 지금의 공간이 마련됐다. 건물 모퉁이에 장식된 뜨랑슈아의 간판 (사진=송혜수 기자)카페 바리스타는 발달장애인이다. 이곳은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생겨났다. 시민들의 모금과 한국지역난방공사 용인지사 지원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집기들을 준비했다. 수지장애인복지관의 직업지원팀에서는 전반적인 카페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커피 한 잔에 담긴 관심과 사랑으로 이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고 살만한 곳이라는 걸 모두가 느끼면 좋겠다’는 소개 문구를 우연히 접하고 지난 27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카페 뜨랑슈아를 찾아갔다. 카페 내부 모습. (사진=송혜수 기자)이날 오후 카페에는 기자 외에도 여러 손님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지켜보니 5팀 정도 가게를 다녀갔다. 대부분 테이블을 이용하지 않고 주문한 음료를 챙겨 곧바로 카페를 떠났다. 가게를 지키는 직원은 두 명이었다. 두 사람은 단정하고 밝은 미소로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연신 메뉴를 만들어냈다. 기자가 주문한 메뉴는 아메리카노와 핫도그, 그리고 계란빵이었다. 주문을 받은 직원은 핫도그 세트메뉴가 있다며 세트로 주문하는 게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이날 주문한 뉴욕식 핫도그. 각종 소스가 넉넉히 뿌려져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발달장애인은 조금 서투르겠지’라는 편견이 깨진 순간이었다. 핫도그와 아메리카노 세트는 4000원, 계란빵은 1500원. 총 5500원이 나왔다. 먼저 맛본 핫도그는 뉴욕식 핫도그로 길이를 재보니 17㎝ 정도였다.반을 갈라 속 재료를 살펴보니 두툼한 소시지에 다진 피클이 들어 있었다. 그 위로 머스타드 등 각종 소스가 넉넉히 뿌려져 있었다. 소시지에는 칼집이 나 있었다. 새콤하고 짭조름한 다진 피클이 소시지와 어우러지니 느끼하지 않고 적당히 간을 맞췄다.당일 한정 판매하는 계란빵. (사진=송혜수 기자)계란빵은 몽글몽글하게 으깨진 삶은 계란이 입안에서 탱탱한 식감을 선사했다. 고소하면서도 달짝지근해 감칠맛이 좋았다. 계란 비린내도 전혀 없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곁들여 먹으니 든든하게 배가 채워졌다.이곳의 장애인 바리스타와 보조 인력들은 복지관을 통해 시에서 급여가 지원된다고 한다. 원재료비용과 일부 홍보 비용을 제외한 모든 수익금은 장애인 복지관으로 기부되고 있다. 순댓국집 사장은 어쩌다 이 카페에 공간을 무상으로 나눠주게 된 걸까.(사진=송혜수 기자)사장 최양국(46)씨는 벌써 카페가 생긴 지 2년 정도 된 듯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동생이 사회복지 전공을 했는데 그 영향 덕분인지 자체적으로 복지관에 나가 무료 식사를 제공하곤 했다”라며 “그러던 중 어느 날 동생이 복지관에서 카페 뜨랑슈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도움을 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공간을 무상으로 내어주게 됐다”라고 밝혔다.최씨는 “처음에는 카페가 많이 힘들어 보였다”라며 “주변에 워낙 대형 카페가 많아서 손님이 별로 없었다. 일하러 온 친구들 역시 종일 가만히 있다가 정리하고 들어가는 일이 많았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공무원이나 관련 기관에서 아시는 분 몇몇이 방문하는 게 전부였는데 입소문이 났는지 손님이 점차 늘어났다”라고 전했다.(사진=송혜수 기자)이어 “재밌는 일도 있었는데 교육생으로 온 친구 한 명이 다른 친구에게 ‘사장님 보이면 인사하자’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라며 “아이들이 참 맑고 순수하다는 생각을 했다. 손이 빠르진 않지만 묵묵히 다 해내는 걸 보면 기특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아이들 덕분에 좋아진 점도 있는데 가게 앞이 늘 깔끔하게 정리 정돈돼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기왕 커피 한 잔 마시는 거 일종의 기부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뜨랑슈아를 방문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카페 내부에 붙어 있는 안내 포스터 (사진=송혜수 기자)카페를 운영·관리하는 복지관 직업지원팀 관계자는 “현재 순댓국집에 자리 잡은 곳은 뜨랑슈아의 1호점”이라며 “수지복지센터 1층에 2호점이 있고 느티나무 도서관 지하 1층에 3호점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2호점은 수지 구청에서, 3호점은 도서관에서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했다.직업지원팀에서는 카페 외에도 경증·중증장애인의 취업을 위해 일자리를 알선하고 직업 훈련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각종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취업 이후에는 잘 적응하는지도 꼼꼼하게 챙긴다고 한다.(사진=송혜수 기자)관계자는 “처음에는 당연히 어렵다며 장애인은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일머리, 즉 센스를 기르는 게 어렵다. 이런 부분은 교육을 통해서 습득해야 하는데 교육자 입장에서 볼 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라고 말했다.이어 “코로나19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처음 배달 시스템을 접하다 보니 미숙하고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비장애인들도 하기 어려운 복잡한 일들을 장애인들이 학습해 직접 터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놀랐다”라고 덧붙였다.(사진=송혜수 기자)특히 “주문을 받고 포장을 하고 배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 일차적인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물론 100%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저희가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민원에는 주문 사항 누락 등이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배달 서비스를 받을 때 가끔 누락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럴 때 흔히들 언짢은 경험이 있었을 것”이라며 “뜨랑슈아도 비슷한 실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사진=송혜수 기자)예를 들어 아이스 아메리카노(아아)와 같은 차가운 음료를 주문했는데 뜨거운 아메리카노(뜨아)를 전달한다거나 소스를 요청했는데 누락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뜨랑슈아의 취지를 설명하니 오히려 웃으며 긍정적으로 바뀐 사례도 있었다고.관계자는 “복지관 1층에 있는 뜨랑슈아 2호점에는 아동 치료를 위해 복지관을 방문하는 부모들이 자주 찾는다”라며 “이곳에서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보며 ‘아 우리 아이도 커서 이렇게 취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들었다. 또 일할 수 있는 희망과 감사함을 느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뜨랑슈아는 ‘함께 커피와 빵을 나누어 먹는 친구 사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이에 그는 따뜻한 시선으로 카페 뜨랑슈아를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저희는 기본적으로 지역 사회 안에서 장애인들이 잘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라며 “사회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야 구성원으로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장애인들은 어떤 무언가를 배우려면 배움의 시간이 정말 길다. 숱한 노력을 통해 학습하고 습득하는 것인데 그런 자세를 바라봐주면 아마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라며 “결실을 맺어갈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며 함께 나아가면 좋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송혜수 기자2022.12.31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27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카페 뜨랑슈아를 직접 찾아가 봤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5평 남짓한 공간. 한 건물에서 순댓국집과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장사를 하는 아주 작은 카페가 있다. 사실 순댓국집 안에 카페가 있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다. 카페 테이블이 순댓국집 안까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가게. 조금 독특한 이 카페는 음료를 마시면 자동으로 기부가 되는 비영리 카페다. 이름은 ‘뜨랑슈아’ 함께 커피와 빵을 나누어 먹는 친구 사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순댓국집 사장님이 가게 일부를 무상 임대하면서 지금의 공간이 마련됐다. 건물 모퉁이에 장식된 뜨랑슈아의 간판 (사진=송혜수 기자)카페 바리스타는 발달장애인이다. 이곳은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생겨났다. 시민들의 모금과 한국지역난방공사 용인지사 지원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집기들을 준비했다. 수지장애인복지관의 직업지원팀에서는 전반적인 카페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커피 한 잔에 담긴 관심과 사랑으로 이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고 살만한 곳이라는 걸 모두가 느끼면 좋겠다’는 소개 문구를 우연히 접하고 지난 27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카페 뜨랑슈아를 찾아갔다. 카페 내부 모습. (사진=송혜수 기자)이날 오후 카페에는 기자 외에도 여러 손님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지켜보니 5팀 정도 가게를 다녀갔다. 대부분 테이블을 이용하지 않고 주문한 음료를 챙겨 곧바로 카페를 떠났다. 가게를 지키는 직원은 두 명이었다. 두 사람은 단정하고 밝은 미소로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연신 메뉴를 만들어냈다. 기자가 주문한 메뉴는 아메리카노와 핫도그, 그리고 계란빵이었다. 주문을 받은 직원은 핫도그 세트메뉴가 있다며 세트로 주문하는 게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이날 주문한 뉴욕식 핫도그. 각종 소스가 넉넉히 뿌려져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발달장애인은 조금 서투르겠지’라는 편견이 깨진 순간이었다. 핫도그와 아메리카노 세트는 4000원, 계란빵은 1500원. 총 5500원이 나왔다. 먼저 맛본 핫도그는 뉴욕식 핫도그로 길이를 재보니 17㎝ 정도였다.반을 갈라 속 재료를 살펴보니 두툼한 소시지에 다진 피클이 들어 있었다. 그 위로 머스타드 등 각종 소스가 넉넉히 뿌려져 있었다. 소시지에는 칼집이 나 있었다. 새콤하고 짭조름한 다진 피클이 소시지와 어우러지니 느끼하지 않고 적당히 간을 맞췄다.당일 한정 판매하는 계란빵. (사진=송혜수 기자)계란빵은 몽글몽글하게 으깨진 삶은 계란이 입안에서 탱탱한 식감을 선사했다. 고소하면서도 달짝지근해 감칠맛이 좋았다. 계란 비린내도 전혀 없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곁들여 먹으니 든든하게 배가 채워졌다.이곳의 장애인 바리스타와 보조 인력들은 복지관을 통해 시에서 급여가 지원된다고 한다. 원재료비용과 일부 홍보 비용을 제외한 모든 수익금은 장애인 복지관으로 기부되고 있다. 순댓국집 사장은 어쩌다 이 카페에 공간을 무상으로 나눠주게 된 걸까.(사진=송혜수 기자)사장 최양국(46)씨는 벌써 카페가 생긴 지 2년 정도 된 듯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동생이 사회복지 전공을 했는데 그 영향 덕분인지 자체적으로 복지관에 나가 무료 식사를 제공하곤 했다”라며 “그러던 중 어느 날 동생이 복지관에서 카페 뜨랑슈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도움을 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공간을 무상으로 내어주게 됐다”라고 밝혔다.최씨는 “처음에는 카페가 많이 힘들어 보였다”라며 “주변에 워낙 대형 카페가 많아서 손님이 별로 없었다. 일하러 온 친구들 역시 종일 가만히 있다가 정리하고 들어가는 일이 많았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공무원이나 관련 기관에서 아시는 분 몇몇이 방문하는 게 전부였는데 입소문이 났는지 손님이 점차 늘어났다”라고 전했다.(사진=송혜수 기자)이어 “재밌는 일도 있었는데 교육생으로 온 친구 한 명이 다른 친구에게 ‘사장님 보이면 인사하자’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라며 “아이들이 참 맑고 순수하다는 생각을 했다. 손이 빠르진 않지만 묵묵히 다 해내는 걸 보면 기특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아이들 덕분에 좋아진 점도 있는데 가게 앞이 늘 깔끔하게 정리 정돈돼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기왕 커피 한 잔 마시는 거 일종의 기부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뜨랑슈아를 방문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카페 내부에 붙어 있는 안내 포스터 (사진=송혜수 기자)카페를 운영·관리하는 복지관 직업지원팀 관계자는 “현재 순댓국집에 자리 잡은 곳은 뜨랑슈아의 1호점”이라며 “수지복지센터 1층에 2호점이 있고 느티나무 도서관 지하 1층에 3호점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2호점은 수지 구청에서, 3호점은 도서관에서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했다.직업지원팀에서는 카페 외에도 경증·중증장애인의 취업을 위해 일자리를 알선하고 직업 훈련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각종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취업 이후에는 잘 적응하는지도 꼼꼼하게 챙긴다고 한다.(사진=송혜수 기자)관계자는 “처음에는 당연히 어렵다며 장애인은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일머리, 즉 센스를 기르는 게 어렵다. 이런 부분은 교육을 통해서 습득해야 하는데 교육자 입장에서 볼 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라고 말했다.이어 “코로나19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처음 배달 시스템을 접하다 보니 미숙하고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비장애인들도 하기 어려운 복잡한 일들을 장애인들이 학습해 직접 터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놀랐다”라고 덧붙였다.(사진=송혜수 기자)특히 “주문을 받고 포장을 하고 배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 일차적인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물론 100%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저희가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민원에는 주문 사항 누락 등이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배달 서비스를 받을 때 가끔 누락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럴 때 흔히들 언짢은 경험이 있었을 것”이라며 “뜨랑슈아도 비슷한 실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사진=송혜수 기자)예를 들어 아이스 아메리카노(아아)와 같은 차가운 음료를 주문했는데 뜨거운 아메리카노(뜨아)를 전달한다거나 소스를 요청했는데 누락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뜨랑슈아의 취지를 설명하니 오히려 웃으며 긍정적으로 바뀐 사례도 있었다고.관계자는 “복지관 1층에 있는 뜨랑슈아 2호점에는 아동 치료를 위해 복지관을 방문하는 부모들이 자주 찾는다”라며 “이곳에서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보며 ‘아 우리 아이도 커서 이렇게 취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들었다. 또 일할 수 있는 희망과 감사함을 느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뜨랑슈아는 ‘함께 커피와 빵을 나누어 먹는 친구 사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진=송혜수 기자)이에 그는 따뜻한 시선으로 카페 뜨랑슈아를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저희는 기본적으로 지역 사회 안에서 장애인들이 잘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라며 “사회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야 구성원으로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장애인들은 어떤 무언가를 배우려면 배움의 시간이 정말 길다. 숱한 노력을 통해 학습하고 습득하는 것인데 그런 자세를 바라봐주면 아마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라며 “결실을 맺어갈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며 함께 나아가면 좋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소문난 브런치 카페를 직접 찾아가 봤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그곳엔 조금 특별한 브런치 카페가 있다. 사장과 직원은 없고 50명의 봉사자가 돌아가며 가게를 운영한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수고비는 없지만, 자원해서 밀가루를 빚어 빵을 만들거나 인도네시아에서 공수해 온 커피를 볶는다.탄천과 맞닿아 있어 마치 비밀의 화원 같은 그곳의 이름은 ‘레미제라블’.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새벽월드교회에서 운영하는 이 카페는 수익금 전액을 캄보디아와 인도의 고아원 등에 기부한다고 한다.카페 ‘레미제라블’ 외관 (사진=레미제라블 제공)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관련 장소를 찾던 중 해당 카페를 발견했다. 지난 2018년 종영한 SBS 드라마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상견례 촬영지로도 한 차례 이름을 알린 바 있으나, 이곳이 유독 눈에 띄었던 이유는 대게 교인들만 이용하는 일반적인 교회 내 카페와는 분위기와 운영방식이 사뭇 다르다는 데 있었다.카페 이용객들의 후기에는 “탄천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좋다” “브런치 카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음식과 커피를 마시면서 좋은 일을 한다니 돈이 안 아깝다”라고 적혀있었다.인기 좌석인 테라스 모습 (사진=레미제라블 제공)지난 9일 특별하기로 입소문 난 카페를 직접 찾아가 봤다. 이날 점심무렵 방문한 가게에는 손님이 다섯 팀 정도 있었는데, 이 중 한 팀을 제외한 네 팀이 전부 가게 테라스에 마련된 좌석을 이용 중이었다. 테라스에는 두 대의 화목난로가 공기를 훈훈하게 데웠고,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은 나무가 무성했다. 한쪽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꾸며져 있었다.가게 곳곳에 붙어있는 수익금 기부 관련 사진과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가게 곳곳에는 수익금 기부 관련 사진과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수익금 전액은 캄보디아 OCTO 고아원과 인도 새벽고아원 운영, 그리고 국내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입니다. 카페를 이용하는 여러분은 사역에 동참하시게 됩니다’라고 적혀있었다.또 다른 안내문에는 ‘인도네시아 해발 1500m 고지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되고 수작업을 통해 가공된 최상급 원두를 사용합니다. 수익금은 인도네시아 재배지역에 있는 고아들을 위해 사용합니다’라고 알렸다.이날 주문한 메뉴. 멜팅 치즈 비프 치아바타(1만3000원)와 프렌치토스트 브런치(1만2000원), 마르게리타 피자(1만1000원)를 시켰다. (사진=송혜수 기자)카운터를 지키던 봉사자는 편안한 미소로 가게를 안내했다. 추천 메뉴를 묻자 자신 있게 치아바타(이탈리아식 바게트 빵) 샌드위치를 권했다. 그는 “빵을 직접 만들어 부드럽고 맛있다”며 “가장 인기가 좋다”라고 설명했다. 봉사자의 추천에 따라 이날 주문한 메뉴는 총 세 가지다. 멜팅 치즈 비프 치아바타(1만3000원)와 프렌치토스트 브런치(1만2000원), 마르게리타 피자(1만1000원)를 시켰다. 먼저 맛본 멜팅 치즈 비프 치아바타는 2인이 먹을 수 있을 만큼의 크기를 자랑했다. 속 재료를 살펴보니 치즈와 생토마토 등 사이로 두툼한 고기가 있었다. 치아바타 샌드위치 옆에는 샐러드가 양껏 올려졌다. 치아바타 샌드위치. 속 재료가 든든히 채워져있다. (사진=송혜수 기자)샐러드는 상큼하고 달콤한 드레싱으로 버무려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신선했고 양상추는 아삭했다. 치아바타 샌드위치는 각각의 재료가 어우러져 조화로웠다. 부드러운 치즈와 적당히 간이 배어 있는 고기는 배를 든든히 채웠고 신선한 토마토와 상추 등은 입안을 산뜻하게 했다. 특히 빵이 인상 깊었다. 질기거나 딱딱하지 않았고 푸석푸석하지도 않았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쫄깃한 식감이 느껴졌고 고소한 맛이 났다.프렌치토스트 브런치. (영상=송혜수 기자)두 번째로 맛본 음식은 프렌치토스트 브런치다. 프렌치토스트는 우유와 달걀, 설탕 등을 섞어 푼 것에 얇은 식빵 조각을 담갔다가 살짝 구워낸 음식이다. 구성은 치아바타 샌드위치와 동일한 듯 보이는 샐러드를 비롯해 베이컨과 소시지, 반숙 계란프라이, 그리고 프렌치토스트 4조각으로 돼 있다. 여기에 곁들일 수 있는 딸기잼과 케첩이 제공됐다.프렌치토스트는 눅눅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토스트 위에 샐러드와 베이컨 등을 취향껏 올려 먹으니 햄버거를 먹는 듯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일일이 칼집을 낸 소시지는 속까지 고루 따뜻했다. 기름지지도 않았다. 딸기잼과 케첩을 번갈아 발라 먹으니 물리지 않았다.마르게리타 피자 (사진=송혜수 기자)마지막으로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맛봤다. 전통 나폴리 피자 중 하나인 마르게리타 피자는 토마토와 모차렐라, 바질이 들어가는데, 이날 먹은 마르게리타 피자에는 바질 대신 양파가 토핑으로 올라가 있었다. 한 조각 떼어 들어 올리니 묵직한 느낌보다는 가벼운 화덕피자에 가까웠다. 피자의 가장자리는 바삭했고 토핑이 올라간 부분은 달짝지근한 양파가 개운한 맛을 냈다.카페 내부 모습 (사진=송혜수 기자)2002년 문을 연 이 카페는 이승영 원로목사가 캄보디아를 방문해 고아들을 만난 뒤 생겼다고 한다. 아이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교회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지금의 카페를 일궈 왔다는 것이다. 가게의 유지비용은 교회 외곽 조직인 사단법인 생명문화회에서 충당하고 있으며, 캄보디아와 인도 고아원 등으로 기부된 수익금은 아이들의 숙식과 학업 등에 쓰인다.터를 잡은 뒤로 이 원로목사는 보육원뿐 아니라 장애인 선교회 등 불우이웃을 위한 기부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다. 또 청년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1년에 두 차례 매 학기에 걸쳐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침공으로 피해를 본 우크라이나의 어려운 주민을 돕기 위해 1억3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카페에 꾸며진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송혜수 기자)이러한 나눔을 실천하는 이유에 대해 조충만 담임목사는 “우리나라가 6·25전쟁 이후 어려울 때 다른 나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우리가 베풀 차례라고 생각한다. 어렵고 힘든 나라를 돕는 일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카페를 찾는 손님들에 관해 묻자 조 담임목사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이지만 교인뿐 아니라 외부인도 많이 이용한다”라며 “카페가 공원 산책로와 붙어 있어 산책하다 우연히 들어오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미제라블 카페는 교회 사람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된다”며 “봉사자들이 수고비 한 푼 받지 않고 교대로 돌아가며 카페를 관리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사진=송혜수 기자)끝으로 조 담임목사는 카페 레미제라블을 ‘사랑의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레미제라블을 통해 국내외 도움이 필요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말로만 하는 사랑이 아닌 실제로 사랑을 실천하는 곳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송혜수 기자2022.12.17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지난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소문난 브런치 카페를 직접 찾아가 봤다. (사진=이데일리 송혜수 기자)[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그곳엔 조금 특별한 브런치 카페가 있다. 사장과 직원은 없고 50명의 봉사자가 돌아가며 가게를 운영한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수고비는 없지만, 자원해서 밀가루를 빚어 빵을 만들거나 인도네시아에서 공수해 온 커피를 볶는다.탄천과 맞닿아 있어 마치 비밀의 화원 같은 그곳의 이름은 ‘레미제라블’.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새벽월드교회에서 운영하는 이 카페는 수익금 전액을 캄보디아와 인도의 고아원 등에 기부한다고 한다.카페 ‘레미제라블’ 외관 (사진=레미제라블 제공)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관련 장소를 찾던 중 해당 카페를 발견했다. 지난 2018년 종영한 SBS 드라마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상견례 촬영지로도 한 차례 이름을 알린 바 있으나, 이곳이 유독 눈에 띄었던 이유는 대게 교인들만 이용하는 일반적인 교회 내 카페와는 분위기와 운영방식이 사뭇 다르다는 데 있었다.카페 이용객들의 후기에는 “탄천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좋다” “브런치 카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음식과 커피를 마시면서 좋은 일을 한다니 돈이 안 아깝다”라고 적혀있었다.인기 좌석인 테라스 모습 (사진=레미제라블 제공)지난 9일 특별하기로 입소문 난 카페를 직접 찾아가 봤다. 이날 점심무렵 방문한 가게에는 손님이 다섯 팀 정도 있었는데, 이 중 한 팀을 제외한 네 팀이 전부 가게 테라스에 마련된 좌석을 이용 중이었다. 테라스에는 두 대의 화목난로가 공기를 훈훈하게 데웠고,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은 나무가 무성했다. 한쪽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꾸며져 있었다.가게 곳곳에 붙어있는 수익금 기부 관련 사진과 안내문 (사진=송혜수 기자)가게 곳곳에는 수익금 기부 관련 사진과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수익금 전액은 캄보디아 OCTO 고아원과 인도 새벽고아원 운영, 그리고 국내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입니다. 카페를 이용하는 여러분은 사역에 동참하시게 됩니다’라고 적혀있었다.또 다른 안내문에는 ‘인도네시아 해발 1500m 고지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되고 수작업을 통해 가공된 최상급 원두를 사용합니다. 수익금은 인도네시아 재배지역에 있는 고아들을 위해 사용합니다’라고 알렸다.이날 주문한 메뉴. 멜팅 치즈 비프 치아바타(1만3000원)와 프렌치토스트 브런치(1만2000원), 마르게리타 피자(1만1000원)를 시켰다. (사진=송혜수 기자)카운터를 지키던 봉사자는 편안한 미소로 가게를 안내했다. 추천 메뉴를 묻자 자신 있게 치아바타(이탈리아식 바게트 빵) 샌드위치를 권했다. 그는 “빵을 직접 만들어 부드럽고 맛있다”며 “가장 인기가 좋다”라고 설명했다. 봉사자의 추천에 따라 이날 주문한 메뉴는 총 세 가지다. 멜팅 치즈 비프 치아바타(1만3000원)와 프렌치토스트 브런치(1만2000원), 마르게리타 피자(1만1000원)를 시켰다. 먼저 맛본 멜팅 치즈 비프 치아바타는 2인이 먹을 수 있을 만큼의 크기를 자랑했다. 속 재료를 살펴보니 치즈와 생토마토 등 사이로 두툼한 고기가 있었다. 치아바타 샌드위치 옆에는 샐러드가 양껏 올려졌다. 치아바타 샌드위치. 속 재료가 든든히 채워져있다. (사진=송혜수 기자)샐러드는 상큼하고 달콤한 드레싱으로 버무려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신선했고 양상추는 아삭했다. 치아바타 샌드위치는 각각의 재료가 어우러져 조화로웠다. 부드러운 치즈와 적당히 간이 배어 있는 고기는 배를 든든히 채웠고 신선한 토마토와 상추 등은 입안을 산뜻하게 했다. 특히 빵이 인상 깊었다. 질기거나 딱딱하지 않았고 푸석푸석하지도 않았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쫄깃한 식감이 느껴졌고 고소한 맛이 났다.프렌치토스트 브런치. (영상=송혜수 기자)두 번째로 맛본 음식은 프렌치토스트 브런치다. 프렌치토스트는 우유와 달걀, 설탕 등을 섞어 푼 것에 얇은 식빵 조각을 담갔다가 살짝 구워낸 음식이다. 구성은 치아바타 샌드위치와 동일한 듯 보이는 샐러드를 비롯해 베이컨과 소시지, 반숙 계란프라이, 그리고 프렌치토스트 4조각으로 돼 있다. 여기에 곁들일 수 있는 딸기잼과 케첩이 제공됐다.프렌치토스트는 눅눅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토스트 위에 샐러드와 베이컨 등을 취향껏 올려 먹으니 햄버거를 먹는 듯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일일이 칼집을 낸 소시지는 속까지 고루 따뜻했다. 기름지지도 않았다. 딸기잼과 케첩을 번갈아 발라 먹으니 물리지 않았다.마르게리타 피자 (사진=송혜수 기자)마지막으로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맛봤다. 전통 나폴리 피자 중 하나인 마르게리타 피자는 토마토와 모차렐라, 바질이 들어가는데, 이날 먹은 마르게리타 피자에는 바질 대신 양파가 토핑으로 올라가 있었다. 한 조각 떼어 들어 올리니 묵직한 느낌보다는 가벼운 화덕피자에 가까웠다. 피자의 가장자리는 바삭했고 토핑이 올라간 부분은 달짝지근한 양파가 개운한 맛을 냈다.카페 내부 모습 (사진=송혜수 기자)2002년 문을 연 이 카페는 이승영 원로목사가 캄보디아를 방문해 고아들을 만난 뒤 생겼다고 한다. 아이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교회 사람들이 힘을 모아 지금의 카페를 일궈 왔다는 것이다. 가게의 유지비용은 교회 외곽 조직인 사단법인 생명문화회에서 충당하고 있으며, 캄보디아와 인도 고아원 등으로 기부된 수익금은 아이들의 숙식과 학업 등에 쓰인다.터를 잡은 뒤로 이 원로목사는 보육원뿐 아니라 장애인 선교회 등 불우이웃을 위한 기부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다. 또 청년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1년에 두 차례 매 학기에 걸쳐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침공으로 피해를 본 우크라이나의 어려운 주민을 돕기 위해 1억3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카페에 꾸며진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송혜수 기자)이러한 나눔을 실천하는 이유에 대해 조충만 담임목사는 “우리나라가 6·25전쟁 이후 어려울 때 다른 나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우리가 베풀 차례라고 생각한다. 어렵고 힘든 나라를 돕는 일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카페를 찾는 손님들에 관해 묻자 조 담임목사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이지만 교인뿐 아니라 외부인도 많이 이용한다”라며 “카페가 공원 산책로와 붙어 있어 산책하다 우연히 들어오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미제라블 카페는 교회 사람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된다”며 “봉사자들이 수고비 한 푼 받지 않고 교대로 돌아가며 카페를 관리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사진=송혜수 기자)끝으로 조 담임목사는 카페 레미제라블을 ‘사랑의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레미제라블을 통해 국내외 도움이 필요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말로만 하는 사랑이 아닌 실제로 사랑을 실천하는 곳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서울 마포구에서 파스타집을 운영하는 오인태 대표의 모습. (사진=오 대표 제공)[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밥 한번 편하게 먹자!”서울 마포구의 한 파스타집 사장은 말했다. 가게 입구에는 VIP를 위한 안내문을 붙이고 VIP들이 지켜야 할 5가지 계명을 적었다.1. 가게에 들어올 때 쭈뼛쭈뼛 눈치 보면 혼난다.2. 뭐든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거 얘기해줘.3. 매주 월요일은 쉬니까 미리 알고 있으면 좋겠구나.4. 다 먹고 나갈 때 카드 한 번, 미소 한 번 보여주고 갔으면 좋겠다.5. 매일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고 웃으며 자주 보자.이 가게의 VIP는 급식지원카드를 지닌 결식아동들이다. 급식지원카드는 보호자의 식사 제공이 어려워 결식 우려가 있는 만 18세 미만의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제공되는 복지 카드다. 일반 식당과 편의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게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식사 단가는 한 끼 당 8000원이다.‘진짜 파스타’의 오인태(37) 대표는 지난 2019년 구청에 들렀다가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후 우연히 결식아동 관련 지원비 횡령 뉴스를 접하면서 나라도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차려 주자는 생각이 들어 가게에 VIP 제도를 만들었다.오 대표의 선한 아이디어는 온라인상에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가게에는 돈으로 혼쭐을 내주자는 이른바 ‘돈쭐’ 손님들이 줄을 섰고 오 대표를 따라 VIP에게 돈을 받지 않겠다는 가게들이 전국으로 퍼졌다. 언론에서도 오 대표의 아이디어가 소개됐다.그로부터 2년여간의 시간이 지났다. 순식간에 이름을 알리게 된 오 대표는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28일 오 대표에게서 그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진짜파스타’ 가게 입구. (사진=독자 제공, eco_simplelife_yuri)그는 제일 먼저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관공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아이들을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라며 “소방공무원분들에게도 테이블 무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다만 “대부분 김영란법 때문에 3만 원 미만 금액에서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이 밖에 일부 연이 닿은 보호 종료 아이들에게도 개별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결식아동 돕는 것을 먼저 시작했으니 조금 자리 잡은 이후에 보호 종료 아이들을 돕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실제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가게에 방문했는지를 묻자 오 대표는 “코로나19 전후로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전에는 아이들이 정말 많이 찾아줬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일주일에 3~4팀 정도 오는 것 같다”라며 “전국에 선한 영향력 가게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분산된 영향도 있는 듯하다”라고 분석했다.가게 앞에 붙어 있는 VIP 안내문 (사진=독자 제공, heewan93)선한 영향력 가게는 결식아동을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다. 2019년 오 대표 가게를 시작으로 몇몇 가게들이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전국의 3800여 개의 가게가 함께하고 있다. 여기에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카페, 안경점, 학원, 세탁소, 병원 등 다양한 업종이 각기 가능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돕고 있다.오 대표는 선한 영향력 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두고 자신의 가게 첫 VIP 손님들 덕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결식아동을 돕겠다는 뜻을 알린 뒤 처음으로 방문한 아이들이 경기권에서 왔다.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였는데 동생 둘을 데리고 왔었다. 두 시간 정도 걸렸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이어 “자신이 괜히 아이들에게 힘든 걸음을 하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그날 종일 쓸데없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런데 이후 대전의 한 주점에서 전화가 왔다. 주점 사장은 ‘자신도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주류업이라 구청에서 운영하는 결식아동 복지사업에는 동참하기 어렵다’라고 했다”라고 밝혔다.그는 “이때 생각보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더 많은 가게가 함께 아이들을 도와준다면 멀리 사는 아이들이 굳이 우리 가게를 찾기 위해 힘든 걸음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사진=독자 제공, matstar_ruzzi)그렇게 오 대표를 시작으로 선한 영향력 가게는 곳곳에 하나둘 생겨났다. 오 대표는 “처음에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도 잘 몰랐다”며 “대전 주점 사장에게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단어 자체가 마음을 울려서 동참하는 가게를 모아 선한 영향력 가게라는 이름을 붙이고 단체로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이 과정에서 물론 힘든 시기도 있었다. 그는 “안 좋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심각하게는 원색적인 비난을 할 때가 있다”며 “‘애들 팔아서 장사한다’는 말도 들어봤다”고 털어놨다. 오 대표는 “어떤 이는 가게에 전화까지 하며 거침없는 욕설을 했다”며 “하도 시달려서 약까지 먹었다”고 말했다.또 아이들을 돕는 마음을 악용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아이도 없이 어른들끼리 와서 음식을 먹고 결식아동 카드를 보여주면서 ‘이거 있으면 너희 공짜라고 하지 않았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부모님이 아이들을 앞장세운 뒤 본인의 친구들을 전부 불러 식사를 하고 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밝혔다.(사진=독자 제공, matstar_ruzzi)어려울 때 힘이 됐던 것은 가게를 다녀간 아이가 남긴 한 마디였다. 오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 친구가 해당 방송 댓글을 공개적으로 남겨줬다. 댓글에는 ‘지난 1년 동안 가게에서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식사했다. 감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그걸 보고 나니 남들이 욕하는 것들이 다 상관없어졌다. 그저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인데 이를 조금 이뤘다는 뿌듯함이 들었고 이후 약도 끊었다”고 말했다.가게가 큰 화제가 되면서 돈쭐내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감사하게도 찾아오는 분들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원래 홍대 가성비 맛집으로 인지도가 있던 터라 사실상 매출이 크게 오르진 않았다”고 밝혔다.오 대표는 “가게 매출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때 타격이 가장 심했는데 매출이 80~90%까지 떨어져 봤다”며 “최악으로는 하루 매출이 2만 원일 때도 있었다. 지금 다시 살아나긴 하지만 코로나 이전의 매출에 비하면 50% 정도는 깎여 있는 수준”이라고 답했다.(사진=오 대표 제공)그는 어떤 업종이든 자영업은 늘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를 돕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한 영향력 가게의 사단법인을 준비 중인 오 대표는 이렇게 되기까지 용기를 내고 가게를 방문해준 아이들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아이들 덕에 생각지도 않던 일이 생겨났고 분에 넘치는 칭찬도 들었다는 것이다.그는 “사단법인을 준비하면서도 많은 오해를 받았는데 첫 번째 오해는 ‘정치하려고 한다’였고, 두 번째 오해는 ‘이름 좀 알려서 잇속을 챙기려고 한다’는 것이다”라며 “둘 다 사실이 아니다. 저는 정치할 생각이 없고 이익을 편취하려는 마음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오 대표는 “국가에서 지정한 사단법인이 되려면 회비를 내는 정회원이 있어야 한다. 원래는 회비 없이 운영하고 싶었지만 2년째 승인이 안 났다”며 “결국 사단법인의 건실성 때문에 회비를 내는 정회원이 필요하니 정회원이 되실 분들은 연 10만 원을 내달라고 했는데 이 부분에서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회비를 내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다”고 설명했다.끝으로 오 대표는 진짜 파스타가 ‘인생의 전환점’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사실 처음 창업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서 였다”며 “가게를 운영하면서 결식아동을 돕기까지 많은 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진짜 파스타는 인생의 전환점과 같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아이들을 돕는 것에 대해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 10원이든 100원이든 지금 당장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지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선한 영향력을 펼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
송혜수 기자2022.12.03
우리 주변의 궁금한 먹거리, 솔직한 리뷰를 원한다면? ‘쩝쩝박사’가 대신 먹어드립니다. 세상의 모든 맛집을 찾아서. [편집자주]서울 마포구에서 파스타집을 운영하는 오인태 대표의 모습. (사진=오 대표 제공)[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밥 한번 편하게 먹자!”서울 마포구의 한 파스타집 사장은 말했다. 가게 입구에는 VIP를 위한 안내문을 붙이고 VIP들이 지켜야 할 5가지 계명을 적었다.1. 가게에 들어올 때 쭈뼛쭈뼛 눈치 보면 혼난다.2. 뭐든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거 얘기해줘.3. 매주 월요일은 쉬니까 미리 알고 있으면 좋겠구나.4. 다 먹고 나갈 때 카드 한 번, 미소 한 번 보여주고 갔으면 좋겠다.5. 매일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고 웃으며 자주 보자.이 가게의 VIP는 급식지원카드를 지닌 결식아동들이다. 급식지원카드는 보호자의 식사 제공이 어려워 결식 우려가 있는 만 18세 미만의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제공되는 복지 카드다. 일반 식당과 편의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게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식사 단가는 한 끼 당 8000원이다.‘진짜 파스타’의 오인태(37) 대표는 지난 2019년 구청에 들렀다가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후 우연히 결식아동 관련 지원비 횡령 뉴스를 접하면서 나라도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차려 주자는 생각이 들어 가게에 VIP 제도를 만들었다.오 대표의 선한 아이디어는 온라인상에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가게에는 돈으로 혼쭐을 내주자는 이른바 ‘돈쭐’ 손님들이 줄을 섰고 오 대표를 따라 VIP에게 돈을 받지 않겠다는 가게들이 전국으로 퍼졌다. 언론에서도 오 대표의 아이디어가 소개됐다.그로부터 2년여간의 시간이 지났다. 순식간에 이름을 알리게 된 오 대표는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28일 오 대표에게서 그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진짜파스타’ 가게 입구. (사진=독자 제공, eco_simplelife_yuri)그는 제일 먼저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관공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아이들을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라며 “소방공무원분들에게도 테이블 무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다만 “대부분 김영란법 때문에 3만 원 미만 금액에서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이 밖에 일부 연이 닿은 보호 종료 아이들에게도 개별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결식아동 돕는 것을 먼저 시작했으니 조금 자리 잡은 이후에 보호 종료 아이들을 돕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실제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가게에 방문했는지를 묻자 오 대표는 “코로나19 전후로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전에는 아이들이 정말 많이 찾아줬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일주일에 3~4팀 정도 오는 것 같다”라며 “전국에 선한 영향력 가게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분산된 영향도 있는 듯하다”라고 분석했다.가게 앞에 붙어 있는 VIP 안내문 (사진=독자 제공, heewan93)선한 영향력 가게는 결식아동을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다. 2019년 오 대표 가게를 시작으로 몇몇 가게들이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전국의 3800여 개의 가게가 함께하고 있다. 여기에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카페, 안경점, 학원, 세탁소, 병원 등 다양한 업종이 각기 가능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돕고 있다.오 대표는 선한 영향력 가게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두고 자신의 가게 첫 VIP 손님들 덕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결식아동을 돕겠다는 뜻을 알린 뒤 처음으로 방문한 아이들이 경기권에서 왔다.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였는데 동생 둘을 데리고 왔었다. 두 시간 정도 걸렸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이어 “자신이 괜히 아이들에게 힘든 걸음을 하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그날 종일 쓸데없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런데 이후 대전의 한 주점에서 전화가 왔다. 주점 사장은 ‘자신도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주류업이라 구청에서 운영하는 결식아동 복지사업에는 동참하기 어렵다’라고 했다”라고 밝혔다.그는 “이때 생각보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더 많은 가게가 함께 아이들을 도와준다면 멀리 사는 아이들이 굳이 우리 가게를 찾기 위해 힘든 걸음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사진=독자 제공, matstar_ruzzi)그렇게 오 대표를 시작으로 선한 영향력 가게는 곳곳에 하나둘 생겨났다. 오 대표는 “처음에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도 잘 몰랐다”며 “대전 주점 사장에게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단어 자체가 마음을 울려서 동참하는 가게를 모아 선한 영향력 가게라는 이름을 붙이고 단체로 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이 과정에서 물론 힘든 시기도 있었다. 그는 “안 좋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심각하게는 원색적인 비난을 할 때가 있다”며 “‘애들 팔아서 장사한다’는 말도 들어봤다”고 털어놨다. 오 대표는 “어떤 이는 가게에 전화까지 하며 거침없는 욕설을 했다”며 “하도 시달려서 약까지 먹었다”고 말했다.또 아이들을 돕는 마음을 악용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아이도 없이 어른들끼리 와서 음식을 먹고 결식아동 카드를 보여주면서 ‘이거 있으면 너희 공짜라고 하지 않았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부모님이 아이들을 앞장세운 뒤 본인의 친구들을 전부 불러 식사를 하고 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밝혔다.(사진=독자 제공, matstar_ruzzi)어려울 때 힘이 됐던 것은 가게를 다녀간 아이가 남긴 한 마디였다. 오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 친구가 해당 방송 댓글을 공개적으로 남겨줬다. 댓글에는 ‘지난 1년 동안 가게에서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식사했다. 감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그걸 보고 나니 남들이 욕하는 것들이 다 상관없어졌다. 그저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인데 이를 조금 이뤘다는 뿌듯함이 들었고 이후 약도 끊었다”고 말했다.가게가 큰 화제가 되면서 돈쭐내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감사하게도 찾아오는 분들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원래 홍대 가성비 맛집으로 인지도가 있던 터라 사실상 매출이 크게 오르진 않았다”고 밝혔다.오 대표는 “가게 매출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때 타격이 가장 심했는데 매출이 80~90%까지 떨어져 봤다”며 “최악으로는 하루 매출이 2만 원일 때도 있었다. 지금 다시 살아나긴 하지만 코로나 이전의 매출에 비하면 50% 정도는 깎여 있는 수준”이라고 답했다.(사진=오 대표 제공)그는 어떤 업종이든 자영업은 늘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를 돕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한 영향력 가게의 사단법인을 준비 중인 오 대표는 이렇게 되기까지 용기를 내고 가게를 방문해준 아이들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아이들 덕에 생각지도 않던 일이 생겨났고 분에 넘치는 칭찬도 들었다는 것이다.그는 “사단법인을 준비하면서도 많은 오해를 받았는데 첫 번째 오해는 ‘정치하려고 한다’였고, 두 번째 오해는 ‘이름 좀 알려서 잇속을 챙기려고 한다’는 것이다”라며 “둘 다 사실이 아니다. 저는 정치할 생각이 없고 이익을 편취하려는 마음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오 대표는 “국가에서 지정한 사단법인이 되려면 회비를 내는 정회원이 있어야 한다. 원래는 회비 없이 운영하고 싶었지만 2년째 승인이 안 났다”며 “결국 사단법인의 건실성 때문에 회비를 내는 정회원이 필요하니 정회원이 되실 분들은 연 10만 원을 내달라고 했는데 이 부분에서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회비를 내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다”고 설명했다.끝으로 오 대표는 진짜 파스타가 ‘인생의 전환점’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사실 처음 창업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서 였다”며 “가게를 운영하면서 결식아동을 돕기까지 많은 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진짜 파스타는 인생의 전환점과 같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아이들을 돕는 것에 대해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 10원이든 100원이든 지금 당장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지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선한 영향력을 펼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쩝쩝박사’는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내돈내먹’ 기사임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