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강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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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의 미식로드

  • [미식로드] 입맛을 홀린 간장쫄면…손이 멈추지 않는다
    경북 영주의 중앙분식[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애초에 쫄면은 간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토록 기억에 오래 남을 줄은 몰랐다. 지난해 미식투어를 테마로 경북 영주를 찾았다. 시장을 방문했을 때 “쫄면을 맛보고 가자”는 현지 안내자의 제안을 받았다. 4시간 후에 저녁 메뉴이자 영주 방문의 목적인 소고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를 비워도 모자랄 판국에 쫄면이라니. 하지만 “주말이면 줄 서서 먹는 집”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발길을 옮겼다. 영주시 하명동에 있는 가게 이름은 ‘중앙분식’. 스마트폰 지도에서 검색하면 같은 이름이 100개는 나올 것 같은 평범한 이름이다. 수도권에서 온 이들은 대부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쫄면이 거기서 거기지 뭐.” 평일 점심 시간 이후라 그런지 한산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벽에 메뉴가 붙어 있는데 ‘쫄면, 간장쫄면, 곱배기’ 단 3개뿐이었다. 하수는 잡다한 기술을 여럿 배웠다고 으스대지만, 진정한 고수는 단 하나의 기술로 세상을 평정한다고 했던가. 쫄면 하나에 모든 것을 건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 주문 후 간장쫄면이 나왔을 때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풍성한 야채 위에 놓인 계란 반 개, 콩나물이 없고, 단무지를 썰어넣은 것 외에는 평소에 보던 쫄면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역시 거기서 거기라니까. 일행들은 모두 ‘소고기를 위해’ 한 젓가락만 먹겠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했다. 잠시 후 일어났을 때 테이블에 놓인 그릇들은 바닥까지 싹 비워져 있었다. 간장쫄면먹어보니 묘하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이들은 심심해서 취향이 아니라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런 맛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간장쫄면이라는 이름과 달리 짜지 않고 감칠맛이 구미를 자극했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을 흡수한 오동통한 면은 인상적인 식감을 가졌다.어쩌다 이런 쫄면이 탄생한 것일까. 주방에서 일하는 분께 물으니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앙분식의 역사가 40여 년에 이르는 이유다. 어린 시절 코 흘리며 쫄면을 먹던 아이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같이 오곤 한단다. 주인께 간장쫄면의 유래를 물었다. “매운 쫄면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아버지가 고민하다 개발하셨어요. 전국에 맛있다는 집을 찾아다니며 연구 끝에 만드신 양념이죠. 지금은 여든을 넘기셔서 은퇴하시고 제가 이어 받았죠.” 중앙분식의 단무지같이 나오는 단무지도 어디서도 못 봤던 생김새다. 망고 자른 듯한 모양의 단무지는 아삭하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간장쫄면과 잘 어울렸다. 단무지의 길쭉한 모양에 대해 주인장은 “독특하잖아요”라고 쿨하게 대답했다. 사오는 것이 아니라 무를 직접 자르고 재워 만든다고 한다. 떡볶이, 빵, 돈까스, 감자탕 등 맛집이 많은 경북 영주에서도 영주분식은 주말이면 줄 서서 먹는 집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 흔한 TV 미식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문구나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빠가 그런 홍보를 싫어하셨어요.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온 적도 있는데 안했어요. 사진 찍는 것도 거절했고요. 지금 오시는 손님들은 홍보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주고 계신 거죠.”왜 쫄면만 파는 것일까. 식사 중 아쉬웠던 것은 만두나 다른 메뉴도 있으면 좋았겠다는 것이었다. 매출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초기에는 떡볶이 등 다른 메뉴도 있었어요. 지금은 쫄면 하나만 파는 것도 너무 바빠요. 다른 걸 만들어서 내기가 어렵죠. 왜 양념이 짜지 않냐고요? 에이, 그건 말 못하죠.”
    김명상 기자 2024.02.09
    경북 영주의 중앙분식[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애초에 쫄면은 간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토록 기억에 오래 남을 줄은 몰랐다. 지난해 미식투어를 테마로 경북 영주를 찾았다. 시장을 방문했을 때 “쫄면을 맛보고 가자”는 현지 안내자의 제안을 받았다. 4시간 후에 저녁 메뉴이자 영주 방문의 목적인 소고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를 비워도 모자랄 판국에 쫄면이라니. 하지만 “주말이면 줄 서서 먹는 집”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발길을 옮겼다. 영주시 하명동에 있는 가게 이름은 ‘중앙분식’. 스마트폰 지도에서 검색하면 같은 이름이 100개는 나올 것 같은 평범한 이름이다. 수도권에서 온 이들은 대부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쫄면이 거기서 거기지 뭐.” 평일 점심 시간 이후라 그런지 한산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벽에 메뉴가 붙어 있는데 ‘쫄면, 간장쫄면, 곱배기’ 단 3개뿐이었다. 하수는 잡다한 기술을 여럿 배웠다고 으스대지만, 진정한 고수는 단 하나의 기술로 세상을 평정한다고 했던가. 쫄면 하나에 모든 것을 건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 주문 후 간장쫄면이 나왔을 때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다. 풍성한 야채 위에 놓인 계란 반 개, 콩나물이 없고, 단무지를 썰어넣은 것 외에는 평소에 보던 쫄면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역시 거기서 거기라니까. 일행들은 모두 ‘소고기를 위해’ 한 젓가락만 먹겠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했다. 잠시 후 일어났을 때 테이블에 놓인 그릇들은 바닥까지 싹 비워져 있었다. 간장쫄면먹어보니 묘하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이들은 심심해서 취향이 아니라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런 맛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간장쫄면이라는 이름과 달리 짜지 않고 감칠맛이 구미를 자극했다. 간장 베이스의 양념을 흡수한 오동통한 면은 인상적인 식감을 가졌다.어쩌다 이런 쫄면이 탄생한 것일까. 주방에서 일하는 분께 물으니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중앙분식의 역사가 40여 년에 이르는 이유다. 어린 시절 코 흘리며 쫄면을 먹던 아이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같이 오곤 한단다. 주인께 간장쫄면의 유래를 물었다. “매운 쫄면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아버지가 고민하다 개발하셨어요. 전국에 맛있다는 집을 찾아다니며 연구 끝에 만드신 양념이죠. 지금은 여든을 넘기셔서 은퇴하시고 제가 이어 받았죠.” 중앙분식의 단무지같이 나오는 단무지도 어디서도 못 봤던 생김새다. 망고 자른 듯한 모양의 단무지는 아삭하고 자극적이지 않아서 간장쫄면과 잘 어울렸다. 단무지의 길쭉한 모양에 대해 주인장은 “독특하잖아요”라고 쿨하게 대답했다. 사오는 것이 아니라 무를 직접 자르고 재워 만든다고 한다. 떡볶이, 빵, 돈까스, 감자탕 등 맛집이 많은 경북 영주에서도 영주분식은 주말이면 줄 서서 먹는 집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 흔한 TV 미식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문구나 사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빠가 그런 홍보를 싫어하셨어요.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온 적도 있는데 안했어요. 사진 찍는 것도 거절했고요. 지금 오시는 손님들은 홍보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주고 계신 거죠.”왜 쫄면만 파는 것일까. 식사 중 아쉬웠던 것은 만두나 다른 메뉴도 있으면 좋았겠다는 것이었다. 매출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초기에는 떡볶이 등 다른 메뉴도 있었어요. 지금은 쫄면 하나만 파는 것도 너무 바빠요. 다른 걸 만들어서 내기가 어렵죠. 왜 양념이 짜지 않냐고요? 에이, 그건 말 못하죠.”
  • [미식로드] 쫄깃한 곱창에 전용맥주 '곱·맥' 한판 하실래예~
    안지랑 곱창골목 식당의 차림상[대구=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음식을 빼면 대구 여행은 반쪽만 하는 셈이다. 대구가 고향인 지인에게 어떤 음식이 맛있냐고 물었을 때 ‘치킨’, ‘떡볶이’와 같은 대답이 돌아와 웃은 적이 있다. 내세울 음식이 없다는 뜻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대구는 교촌치킨과 처갓집 양념치킨, 호식이 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등 전국구 명성을 얻은 치킨 브랜드가 탄생한 곳이다. 이 때문에 대구에선 치맥을 주제로 매년 여름마다 ‘치맥 페스티벌’이 열려 시원한 맥주와 함께 유명 가수의 공연을 즐기며 치킨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또한 1999년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한 신전떡볶이는 전국에 점포를 개설하며 인기몰이 중이니 지인의 말은 농담이 아니라고 하겠다.대구의 별미 중 하나인 납작만두의외로 맛있는 대구 음식 중 하나가 납작만두다. 만두피 속에 약간의 당면과 쪽파 정도를 제외하면 그냥 밀가루를 튀겨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맛보기 전에는 대체 이게 왜 유명한가 싶지만 다른 음식과의 조화가 기막히다. 떡볶이처럼 매운 음식과도 궁합이 좋고, 회무침에 싸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기름진 납작만두와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오묘한 세계가 열리니 꼭 맛봐야 한다.불막창을 직화로 굽는 모습전국적으로 유명한 대구의 간판 먹거리는 막창과 곱창이다. 앞산전망대와 가까운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곱창골목이 유명한데 100m 남짓한 거리에 곱창과 막창을 전문으로 한 매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1969년 대구 달서구 성당못 근처에 있던 도축장에서 싸게 나오는 막창, 곱창을 이용한 것이 서민들의 인기 음식으로 부상했다.이곳에서 영업 중인 한 매장의 대표에게 물으니 현재 58개 업소가 이 거리에서 장사하고 있단다. 어쩌다 이렇게 가게가 많아졌는지 궁금했다. 그는 “한 곳이 잘 되면 옆에 비슷한 가게가 생기고, 그곳이 잘 되면 또 다른 가게가 열리고. 직원이 독립도 하고. 그렇게 늘어나다 지금처럼 확장된 것이죠. 모여 있으면 손님이 더 몰리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안지랑 곱창골목에서는 어디서든 된장과 대파로 맛을 낸 특제 소스를 준다. 가게마다 자신만의 비법을 담은 소스를 주기도 하는데 방문했던 돈박사곱창막창에서는 마요네즈와 카레가루, 매콤한 소스가 추가로 나와 먹는 재미를 더한다.안지랑 곱창골목에서 마실 수 있는 안지랑이 맥주막창과 곱창은 맥주에 곁들이면 최고인 안주다. 특히 안지랑곱창골목에는 막창과 잘 어울리는 전용 맥주 ‘안지랑이’도 있다. 안지랑 곱창과 최적의 조합을 이루는 진한 맛을 자랑하며 안지랑 곱창골목에서만 맛볼 수 있다.
    김명상 기자 2023.05.19
    안지랑 곱창골목 식당의 차림상[대구=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음식을 빼면 대구 여행은 반쪽만 하는 셈이다. 대구가 고향인 지인에게 어떤 음식이 맛있냐고 물었을 때 ‘치킨’, ‘떡볶이’와 같은 대답이 돌아와 웃은 적이 있다. 내세울 음식이 없다는 뜻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대구는 교촌치킨과 처갓집 양념치킨, 호식이 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등 전국구 명성을 얻은 치킨 브랜드가 탄생한 곳이다. 이 때문에 대구에선 치맥을 주제로 매년 여름마다 ‘치맥 페스티벌’이 열려 시원한 맥주와 함께 유명 가수의 공연을 즐기며 치킨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또한 1999년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한 신전떡볶이는 전국에 점포를 개설하며 인기몰이 중이니 지인의 말은 농담이 아니라고 하겠다.대구의 별미 중 하나인 납작만두의외로 맛있는 대구 음식 중 하나가 납작만두다. 만두피 속에 약간의 당면과 쪽파 정도를 제외하면 그냥 밀가루를 튀겨 먹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맛보기 전에는 대체 이게 왜 유명한가 싶지만 다른 음식과의 조화가 기막히다. 떡볶이처럼 매운 음식과도 궁합이 좋고, 회무침에 싸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기름진 납작만두와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오묘한 세계가 열리니 꼭 맛봐야 한다.불막창을 직화로 굽는 모습전국적으로 유명한 대구의 간판 먹거리는 막창과 곱창이다. 앞산전망대와 가까운 남구 대명동 안지랑 곱창골목이 유명한데 100m 남짓한 거리에 곱창과 막창을 전문으로 한 매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1969년 대구 달서구 성당못 근처에 있던 도축장에서 싸게 나오는 막창, 곱창을 이용한 것이 서민들의 인기 음식으로 부상했다.이곳에서 영업 중인 한 매장의 대표에게 물으니 현재 58개 업소가 이 거리에서 장사하고 있단다. 어쩌다 이렇게 가게가 많아졌는지 궁금했다. 그는 “한 곳이 잘 되면 옆에 비슷한 가게가 생기고, 그곳이 잘 되면 또 다른 가게가 열리고. 직원이 독립도 하고. 그렇게 늘어나다 지금처럼 확장된 것이죠. 모여 있으면 손님이 더 몰리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안지랑 곱창골목에서는 어디서든 된장과 대파로 맛을 낸 특제 소스를 준다. 가게마다 자신만의 비법을 담은 소스를 주기도 하는데 방문했던 돈박사곱창막창에서는 마요네즈와 카레가루, 매콤한 소스가 추가로 나와 먹는 재미를 더한다.안지랑 곱창골목에서 마실 수 있는 안지랑이 맥주막창과 곱창은 맥주에 곁들이면 최고인 안주다. 특히 안지랑곱창골목에는 막창과 잘 어울리는 전용 맥주 ‘안지랑이’도 있다. 안지랑 곱창과 최적의 조합을 이루는 진한 맛을 자랑하며 안지랑 곱창골목에서만 맛볼 수 있다.
  • [미식로드] 15가지 자연산 버섯으로 끓인 탕…해남의 맛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곳입니다. 어르신들은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들지만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심심하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호남식당의 외관해남군 삼산면 대흥사 음식촌에 있는 ‘호남식당’으로 가는 길에 들은 말이다. 호기심이 치솟는 이야기다. 대체 어떤 음식이길래 연령대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이란 것인지. 가리는 게 많은 ‘초딩입맛’에 가까운 터라 걱정은 됐지만 건강식이라는 말에 그대로 가봤다. 자연산 버섯탕호남식당은 직접 채취한 자연산 버섯 15가지를 넣어 만든 탕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어르신’의 대열에 끼고 싶지 않아서인지 맛은 별로 기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버섯탕의 비주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버섯 종류가 이렇게 많았던가. 팽이버섯, 표고버섯 등 3~4가지나 겨우 떠올리던 무지렁이로서는 넓은 버섯의 세계를 접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극적인 맛보다 자연 그대로의 향취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버섯탕은 최고의 요리다. 소고기국 같은 농도의 국물은 짭쪼름한데 감칠맛이 좋다. 진한 국물이 목구멍을 뜨겁게 적시자 다양한 버섯이 뒤섞인 향이 은은한데 절로 입맛을 돌게 한다. 무엇보다 향긋함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기대를 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게 느껴진 것은 아니었다. 일행 중 젊은 여성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14가지 밑반찬과 자연산 버섯탕호남식당의 밑반찬은 무척 푸짐하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방문한 날에 나온 밑반찬은 14가지였다.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은 6년산 더덕을 사용한 더덕장아찌. 이외에도 도라지, 죽순, 고사리, 굴젓, 해파리무침 등이 있어서 한 젓가락씩 집어 먹다 보면 밥 한 공기가 금세 사라진다. 반찬에 곁들여 버섯탕 국물을 몇 번 더 마시니 칼칼했다. 술을 먹지 않았으나 해장이 되는 듯한 묘한 기분이다. 걸쭉한 탕수육 소스에 물을 좀 부은 듯한 착각마저 드는 진한 국물은 버섯 외에 한우, 고추, 소금, 양파만 넣고 끓인 것이다. 두륜산에서 자연산 버섯을 직접 따는 모습을 찍은 사진. 식당 내에 전시돼 있다.자연산 버섯으로만 만든다고 하니 재료 구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지나가는 주인분께 어쩌다 버섯탕을 만들게 됐는지 묻자 “먹고 살려고”라는 말이 돌아온다. “돈이 없어서 두륜산에서 버섯 따서 팔기 시작한 게 40년이 넘었어. 전부 산에 올라가서 직접 따는 거지. 새벽부터 산을 가는데 많으면 다섯 번도 더 갔다 내려와. 당연히 힘들지. 그러니 자연 버섯탕집 찾기가 어렵고. 언젠가 방송국 기자가 버섯 따는 걸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나섰는데 산을 가던 중 힘들다고 퍼지더라니까.” 호남식당의 간판 메뉴는 능이버섯탕인데 12만원으로 좀 비싼 편이다. 능이버섯은 항암효과에 좋다고 알려져있다. 인공 재배가 어려운 능이버섯은 두륜산에 풍부했지만 점점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예전에는 능이버섯이 많았는데 지금은 일 년에 50㎏도 안 나와. 날씨 때문인가 싶어. 자연산 버섯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데 앞으로 계속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 모르겠네. 그래도 계속할 거야. 사실 원래 무릎이 안 좋았는데 하도 산을 타서 그런지 수술도 안 하고 나아버렸거든!” 버섯탕을 끓이는 모습
    김명상 기자 2023.03.10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곳입니다. 어르신들은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들지만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심심하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호남식당의 외관해남군 삼산면 대흥사 음식촌에 있는 ‘호남식당’으로 가는 길에 들은 말이다. 호기심이 치솟는 이야기다. 대체 어떤 음식이길래 연령대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이란 것인지. 가리는 게 많은 ‘초딩입맛’에 가까운 터라 걱정은 됐지만 건강식이라는 말에 그대로 가봤다. 자연산 버섯탕호남식당은 직접 채취한 자연산 버섯 15가지를 넣어 만든 탕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어르신’의 대열에 끼고 싶지 않아서인지 맛은 별로 기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버섯탕의 비주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버섯 종류가 이렇게 많았던가. 팽이버섯, 표고버섯 등 3~4가지나 겨우 떠올리던 무지렁이로서는 넓은 버섯의 세계를 접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극적인 맛보다 자연 그대로의 향취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버섯탕은 최고의 요리다. 소고기국 같은 농도의 국물은 짭쪼름한데 감칠맛이 좋다. 진한 국물이 목구멍을 뜨겁게 적시자 다양한 버섯이 뒤섞인 향이 은은한데 절로 입맛을 돌게 한다. 무엇보다 향긋함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 기대를 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게 느껴진 것은 아니었다. 일행 중 젊은 여성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다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14가지 밑반찬과 자연산 버섯탕호남식당의 밑반찬은 무척 푸짐하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방문한 날에 나온 밑반찬은 14가지였다.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은 6년산 더덕을 사용한 더덕장아찌. 이외에도 도라지, 죽순, 고사리, 굴젓, 해파리무침 등이 있어서 한 젓가락씩 집어 먹다 보면 밥 한 공기가 금세 사라진다. 반찬에 곁들여 버섯탕 국물을 몇 번 더 마시니 칼칼했다. 술을 먹지 않았으나 해장이 되는 듯한 묘한 기분이다. 걸쭉한 탕수육 소스에 물을 좀 부은 듯한 착각마저 드는 진한 국물은 버섯 외에 한우, 고추, 소금, 양파만 넣고 끓인 것이다. 두륜산에서 자연산 버섯을 직접 따는 모습을 찍은 사진. 식당 내에 전시돼 있다.자연산 버섯으로만 만든다고 하니 재료 구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지나가는 주인분께 어쩌다 버섯탕을 만들게 됐는지 묻자 “먹고 살려고”라는 말이 돌아온다. “돈이 없어서 두륜산에서 버섯 따서 팔기 시작한 게 40년이 넘었어. 전부 산에 올라가서 직접 따는 거지. 새벽부터 산을 가는데 많으면 다섯 번도 더 갔다 내려와. 당연히 힘들지. 그러니 자연 버섯탕집 찾기가 어렵고. 언젠가 방송국 기자가 버섯 따는 걸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나섰는데 산을 가던 중 힘들다고 퍼지더라니까.” 호남식당의 간판 메뉴는 능이버섯탕인데 12만원으로 좀 비싼 편이다. 능이버섯은 항암효과에 좋다고 알려져있다. 인공 재배가 어려운 능이버섯은 두륜산에 풍부했지만 점점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예전에는 능이버섯이 많았는데 지금은 일 년에 50㎏도 안 나와. 날씨 때문인가 싶어. 자연산 버섯을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데 앞으로 계속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 모르겠네. 그래도 계속할 거야. 사실 원래 무릎이 안 좋았는데 하도 산을 타서 그런지 수술도 안 하고 나아버렸거든!” 버섯탕을 끓이는 모습
  • [미식로드] 울진의 참맛을 담은 대게축제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예로부터 울진은 대게 생산량 1위로 유명했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를 보면 고려시대부터 대게가 울진의 특산물이라고 전하고 있다. 울진의 특산물인 붉은 대게다른 지역과 비교되는 울진 대게의 장점은 ‘가성비’다. 현지 상인은 “성수기에 다른 지역의 유명 항구에 가면 바가지가 극성인데 울진 후포항 시세보다 1.5배 이상 받기도 하더라”며 “유명하니까 사람들이 몰리고, 아쉬운 것이 없으니 비싸게 팔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과거 울진은 교통망이 부족해서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울진에서 잡은 대게를 가져다 파는 다른 도시가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반대로 보면 울진은 대게를 위한 미식 여행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울진 대게와 붉은 대게를 들고 있는 현지 상인대게는 추울 때 살을 불린다. 그래서 제철에 속하는 12월 말부터 3월 말 사이에 잡힌 대게의 맛을 최고로 친다. 울진의 왕돌초 주변에서 자라는 싱싱한 대게를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울진 대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오랜만에 개최된다. 울진 바다 풍경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는 ’울진 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열린다. 겨울을 맞아 제대로 맛이 오른 울진 대게와 찌는 것 외에 별다른 조리법이 필요 없는 붉은 대게를 실컷 즐길 수 있는 이벤트다. 울진바다목장해상낚시공원의 대게 조각상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만선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거일리 대게원조마을 대게 풍어 해원굿’, 맨손으로 해산물을 잡는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등의 프로그램을 비롯해 ‘울진 대게와 붉은 대게 경매’, ‘울진 대게 버스킹’, 선상 일출 요트 체험, 등기산 대게길 걷기 등의 행사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붉은 대게를 재료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에 대한 무료 시식도 진행된다.
    김명상 기자 2023.02.24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예로부터 울진은 대게 생산량 1위로 유명했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를 보면 고려시대부터 대게가 울진의 특산물이라고 전하고 있다. 울진의 특산물인 붉은 대게다른 지역과 비교되는 울진 대게의 장점은 ‘가성비’다. 현지 상인은 “성수기에 다른 지역의 유명 항구에 가면 바가지가 극성인데 울진 후포항 시세보다 1.5배 이상 받기도 하더라”며 “유명하니까 사람들이 몰리고, 아쉬운 것이 없으니 비싸게 팔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과거 울진은 교통망이 부족해서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울진에서 잡은 대게를 가져다 파는 다른 도시가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반대로 보면 울진은 대게를 위한 미식 여행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울진 대게와 붉은 대게를 들고 있는 현지 상인대게는 추울 때 살을 불린다. 그래서 제철에 속하는 12월 말부터 3월 말 사이에 잡힌 대게의 맛을 최고로 친다. 울진의 왕돌초 주변에서 자라는 싱싱한 대게를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울진 대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축제가 오랜만에 개최된다. 울진 바다 풍경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는 ’울진 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열린다. 겨울을 맞아 제대로 맛이 오른 울진 대게와 찌는 것 외에 별다른 조리법이 필요 없는 붉은 대게를 실컷 즐길 수 있는 이벤트다. 울진바다목장해상낚시공원의 대게 조각상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만선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거일리 대게원조마을 대게 풍어 해원굿’, 맨손으로 해산물을 잡는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등의 프로그램을 비롯해 ‘울진 대게와 붉은 대게 경매’, ‘울진 대게 버스킹’, 선상 일출 요트 체험, 등기산 대게길 걷기 등의 행사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붉은 대게를 재료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에 대한 무료 시식도 진행된다.
  • [미식로드] 100년 골목서 만난 어메 손맛, 참말로 게미지다
    전주 남부시장 골목 한켠에 전주 콩나물국밥의 원조로 불리는 현대옥이 자리하고 있다.[전주(전북)=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참말로 게미지네”‘게미(개미)지다’는 전라도 방언이다. 겉 맛이 아니라 속 맛 또는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기고 그리워지는 맛을 남도에선 이렇게 표현한다. 오래 묵은 장이나 묵은지, 고향집 어머니가 손수 담근 된장으로 끓여 낸 토장국 등에서 나는 웅숭깊은 그런 맛이다. 이 게미진 맛을 찾아 전북 전주로 운전대를 향한다. 남도에서도 첫손에 드는 맛의 고장이 바로 전주이기 때문이다. 비빔밥과 콩나물국밥, 그리고 넉넉한 인심의 막걸릿집에 최근에 새롭게 뜬 ‘가맥집’ 등등. 음식에 관해서라면 내세울 게 너무도 많은 동네가 바로 전주다. ◇관리·아전·기생·소리도 전주 음식만 못하더라전주에는 ‘사불여’(四不如)라는 말이 있다. ‘관불여리(官不如史), 이불여기(史不如妓), 이불여음(妓不如音), 음불여식(音不如食)’를 줄인 말이다. 풀이하자면, ‘관리는 아전만 못하고, 아전은 기생만 못하고, 기생은 소리만 못하고, 소리는 음식만 못하다’는 뜻이다. 전주 사람들의 음식 자부심이 얼마다 대단한지를 사불여라는 이 단어만 봐도 단번에 알아챌 정도다. 전주는 ‘식재전주’(食在全州)라고 불릴 정도로 음식이 발달했는데, 여기에는 지리적 영향이 크다. 드넓은 호남평야와 풍부한 해산물을 품은 서해와 갯벌, 그리고 동부의 산악지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다. 격조있고, 풍성한 반상 차림을 특징으로 하는 남도 한정식의 식문화가 생겨난 배경이다.전주 중심 한옥마을에서 특별한 맛을 찾고 싶다면 전주읍성의 남문인 풍남문을 지나 남부시장으로 가야한다.음식도, 여행도 전주의 중심은 역시 한옥마을이다. 행정구역상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이다. 인근 구도심과 함께 전주 역사문화벨트에 속한다. 경기전을 끼고 전주향교, 한벽당, 전동성당을 품은 이 평평하고 너른 마을을 오목대와 이목대가 둘러쌌다. 그 간극을 100여년 가까운 한옥 고택들이 채우고 있다. 실핏줄 같은 골목이 이들을 연결해 비로소 마을 자체가 숨을 쉰다는 느낌을 준다.한옥마을과 이목대와 오목대한옥마을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그 출발은 1930년대부터. 조선인들이 일본인 상인들의 세력 확장에 반발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역사는 짧아도 있을 건 다 있다. 마을 곳곳에서 ‘한국’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옥의 유려한 처마 곡선 아래 한복을 입거나, 개화기 의상을 입은 연인들이 거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전주공예품전시관, 한옥생활체험관 등 전주의 전통을 배울 수 있는 시설도 가득하다. 여기에 든든한 식사인 전주비빔밥, 베테랑 칼국수와 길거리 음식인 다우랑 만두, 전주 초코파이부터 먹거리까지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이 바로 한옥마을이다.눈내리는 전주 남부시장◇전주 콩나물국밥, 그 원조를 찾아가다특별한 맛을 찾고 싶다면 전주읍성의 남문인 풍남문(보물)을 지나 남부시장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전주 토박이들의 진짜 서민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 유명한 피순대는 물론이고 콩나물해장국이며 전주비빔밥, 그리고 한입 먹으면 건강해지는 따뜻한 쌍화차까지 맛볼 수 있는 식당과 작은 카페들이 거리를 이루고 있다.현대옥 콩나물국밥1비빔밥 못지않게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콩나물국밥이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두 종류가 있다. 끓이는 식(직화식)과 부어내는 식(토렴식, 전주남부시장식)이다. 전주에서의 콩나물국밥은 대부분 전주 남부시장식이다. 전주 이외 지역에서의 콩나물국밥은 대개 끓이는 식이다.그윽하고 담백한 맛의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은 지금도 남부시장 어디를 가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많다. 많고 많은 식당 중에서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의 원조는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현대옥’이다. 맛깔스러운 손맛으로 전주에서도 소문난 맛집이다.현대옥 외관현대옥 메뉴는 오로지 국밥 한 가지다. 식당 벽면에는 콩나물국밥 맛있게 먹는 법과 전주식 콩나물국밥이 좋은 이유를 곳곳에 붙여 놨다. 토렴식이라 국밥 온도가 적당해 김을 얹어 먹으면 맛이 2~3배 좋아진다거나, 수란 먹는 법과 잘게 썬 오징어 사리가 있어 좋다는 것 등이다. 국물을 서너 숟가락 수란에 떠 넣고 김을 잘게 부숴서 섞어 먹고 나면 그 이유가 단번에 이해된다. 먹기 좋게 따뜻한 토렴식 국밥의 매력은 식감이다. 적당한 국 온도에 콩나물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더 살아있다. 여기에 오징어 사리가 올려져 있어 질감까지 좋다. 김치, 깍두기는 국밥과 잘 어울리도록 적당하게 숙성되어 있어 감칠맛까지 더한다.◇전주 토박이만 가는 오래된 노포의 정겨움남부시장 안의 동래분식은 30년 넘게 팥죽과 수제비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깊게 파인 대접에 새알심이 듬뿍 들어간 팥죽은 한 그릇에 단돈 7000원이다. 팥칼국수는 그보다 싼 6000원이다. 싼 만큼 양이 적지도 않다. 두 사람이 먹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푸짐하다. 대신 곁들이는 반찬은 단촐하다. 더 정확한 이유는 별 반찬이 필요가 없다. 팥의 달콤함을 고스란히 느끼려면 반찬은 거추장스러운 장식일 뿐이다. 취향에 따라 소금과 설탕을 넣어 먹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남도에서는 설탕으로 간을 하지만, 소금으로 간을 해도 단맛이 확 올라와 구미를 당긴다. 물론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팥의 은근한 단맛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동래분식 주방에서 밭죽을 끓이고 있는 모습남부시장 뒷골목의 ‘세은이네’는 맞춤형 메뉴로 승부를 보는 특이한 식당이다. 메뉴판의 물국수(6000원), 닭곰탕(9000원)은 점심에만 판매하고 저녁에는 예약 손님만 받는다. 메뉴도 모임 성격에 맞게 맞춤으로 내는데, 주꾸미 샤부샤부가 일품이다. 주꾸미와 함께 배추, 청경채, 냉이, 숙주나물이 푸짐하게 제공된다. 데치고 끓이다 보면 채소 육수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효자문식당_불갈비전주객사 ‘풍패지관’으로 이어지는 객사길 주변에도 오래된 음식점이 많다. ‘효자문’은 1978년 문을 연 갈비탕 전문 식당이다. 35년 넘게 한결같이 100% 국내산 한우만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구이용처럼 칼집을 낸 고기가 들어간 맑은 국물의 갈비탕과 함께 진한 불고기 양념에 바싹 구워내는 ‘불갈비’가 주메뉴다. 불갈비를 주문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반갈비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보통 갈비탕은 맑고 뽀얀 국물인 반면 이곳의 갈비탕은 국물이 진한 갈색이면서도 걸쭉하다. 얇게 썬 편육이 들어 있는 일반 갈비탕과는 달리 통갈비뼈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이 집만의 비결인 특제양념으로 2~3일 정도 숙성시킨 통갈비를 넣고 끓여내기에 고기 또한 심심하지 않고 양념이 잘 배어 있다는 점이다.태봉집 복탕인근 ‘태봉집’도 1976년 개업한 복어 전문 식당이다. 주메뉴인 복탕에 미나리와 콩나물이 한 바가지 제공된다. 펄펄 끓는 맑은 탕에 살짝 데쳐 먹은 후 진하게 우러난 육수와 함께 복어를 건져 먹는다. 건더기는 식당에서 만든 특제 양념 소스에 찍어 먹어야 한다. 양념 소스는 다진 마늘과 초장을 섞은 것인데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100년 가까운 고택 캎인 행원에서는 전통차는 물론 판소리와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다◇낮에는 카페에서, 밤에는 가맥집으로 풍남문 앞 골목에는 100년 가까운 고택 카페인 ‘행원’(杏園)이 있다. 전통차와 음료뿐 아니라 판소리와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은행나무 정원이란 뜻’을 가진 행원은 일제강점기 일본식 건축법이 녹아든 한옥. 따로 마당 없이 ‘디귿’ 자 건물을 짓고 중정(건물 가운데 있는 정원)과 못을 두었다. 이곳은 전주 예술인의 성지였다. 1928년 조선요리를 팔던 식도원으로 출발했다. 해방 후 남원 권번 출신 화가인 허산옥이 인수해 ’행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1961~1978년)했다. 자연스럽게 당대의 국악인과 예술인에게 춤과 노래를 전수하며 지역 문화예술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행원 쌍화차 지금도 ‘소리가 있는’ 한옥 카페로 맥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매주 토요일 차를 마시며 국악공연을 즐길 수 있었는데, 현재는 소규모 예약제로 운영한다.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대금과 가야금 소리가 작은 방과 소담스러운 정원까지 가득 채운다. 대추차나 쌍화차보다 깊고 그윽한 국악의 향기가 울려 퍼진다.은혜다방 쌍화차남부 시장 현대옥 바로 옆의 ‘은혜쌍화탕’은 이름처럼 은혜로운 카페다. 커피와 식혜, 매실차는 1잔에 1000원, 가장 비싼 한방쌍화차는 2000원이다. 20가지 약재를 우려낸 한방차에 예닐곱 가지 견과류를 고명으로 얹었다. 저렴한 찻값이 미안해질 정도다. 20년 가까이 시장 상인을 상대로 영업해온 비결이다.가정집을 개조한 분위기 좋은 카페도 여럿 있다. 오래된 한옥 기왓집을 트렌디하게 개조한 효자문식당 바로 옆의 ‘경우’와 개량 양옥을 MZ놀이터로 바꾼 태봉집 옆 ‘한채’는 차와 커피를 즐기면서도 풍경까지 즐길 수 있다. 좁은 골목 안에 마당을 품은 아늑한 공간으로 소문나면서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가맥집인 초원편의점의 북어포전주의 밤을 책임지는 가맥집들도 군데군데 있다. 가맥이란 가게에서 파는 맥주를 말한다. 옛날 주점 영업시간을 새벽 2시로 제한하던 때, 슈퍼마켓 간이의자에 앉아 차수를 늘이며 병맥주를 마시던 관습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사실 전주의 거의 모든 슈퍼마켓 간판에는 가맥 또는 휴게실이란 글자가 따라붙는다. 가게 안팎에 탁자·의자를 마련해 두고 맥주와 갑오징어구이·황태구이·계란말이·북엇국 등 안주를 독특한 양념장과 함께 낸다. 갑오징어구이로 잘 알려진 ‘전일수퍼’, 명탯국으로 소문난 ‘임실슈퍼’, 튀김닭발을 잘하는 ‘영동슈퍼’ 등 이름난 가맥집들이 즐비하다. 왁자지껄하고 정겨운 분위기다.
    강경록 기자 2023.01.06
    전주 남부시장 골목 한켠에 전주 콩나물국밥의 원조로 불리는 현대옥이 자리하고 있다.[전주(전북)=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참말로 게미지네”‘게미(개미)지다’는 전라도 방언이다. 겉 맛이 아니라 속 맛 또는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기고 그리워지는 맛을 남도에선 이렇게 표현한다. 오래 묵은 장이나 묵은지, 고향집 어머니가 손수 담근 된장으로 끓여 낸 토장국 등에서 나는 웅숭깊은 그런 맛이다. 이 게미진 맛을 찾아 전북 전주로 운전대를 향한다. 남도에서도 첫손에 드는 맛의 고장이 바로 전주이기 때문이다. 비빔밥과 콩나물국밥, 그리고 넉넉한 인심의 막걸릿집에 최근에 새롭게 뜬 ‘가맥집’ 등등. 음식에 관해서라면 내세울 게 너무도 많은 동네가 바로 전주다. ◇관리·아전·기생·소리도 전주 음식만 못하더라전주에는 ‘사불여’(四不如)라는 말이 있다. ‘관불여리(官不如史), 이불여기(史不如妓), 이불여음(妓不如音), 음불여식(音不如食)’를 줄인 말이다. 풀이하자면, ‘관리는 아전만 못하고, 아전은 기생만 못하고, 기생은 소리만 못하고, 소리는 음식만 못하다’는 뜻이다. 전주 사람들의 음식 자부심이 얼마다 대단한지를 사불여라는 이 단어만 봐도 단번에 알아챌 정도다. 전주는 ‘식재전주’(食在全州)라고 불릴 정도로 음식이 발달했는데, 여기에는 지리적 영향이 크다. 드넓은 호남평야와 풍부한 해산물을 품은 서해와 갯벌, 그리고 동부의 산악지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다. 격조있고, 풍성한 반상 차림을 특징으로 하는 남도 한정식의 식문화가 생겨난 배경이다.전주 중심 한옥마을에서 특별한 맛을 찾고 싶다면 전주읍성의 남문인 풍남문을 지나 남부시장으로 가야한다.음식도, 여행도 전주의 중심은 역시 한옥마을이다. 행정구역상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이다. 인근 구도심과 함께 전주 역사문화벨트에 속한다. 경기전을 끼고 전주향교, 한벽당, 전동성당을 품은 이 평평하고 너른 마을을 오목대와 이목대가 둘러쌌다. 그 간극을 100여년 가까운 한옥 고택들이 채우고 있다. 실핏줄 같은 골목이 이들을 연결해 비로소 마을 자체가 숨을 쉰다는 느낌을 준다.한옥마을과 이목대와 오목대한옥마을의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그 출발은 1930년대부터. 조선인들이 일본인 상인들의 세력 확장에 반발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을 짓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역사는 짧아도 있을 건 다 있다. 마을 곳곳에서 ‘한국’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옥의 유려한 처마 곡선 아래 한복을 입거나, 개화기 의상을 입은 연인들이 거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하다. 전주공예품전시관, 한옥생활체험관 등 전주의 전통을 배울 수 있는 시설도 가득하다. 여기에 든든한 식사인 전주비빔밥, 베테랑 칼국수와 길거리 음식인 다우랑 만두, 전주 초코파이부터 먹거리까지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이 바로 한옥마을이다.눈내리는 전주 남부시장◇전주 콩나물국밥, 그 원조를 찾아가다특별한 맛을 찾고 싶다면 전주읍성의 남문인 풍남문(보물)을 지나 남부시장으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전주 토박이들의 진짜 서민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 유명한 피순대는 물론이고 콩나물해장국이며 전주비빔밥, 그리고 한입 먹으면 건강해지는 따뜻한 쌍화차까지 맛볼 수 있는 식당과 작은 카페들이 거리를 이루고 있다.현대옥 콩나물국밥1비빔밥 못지않게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콩나물국밥이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두 종류가 있다. 끓이는 식(직화식)과 부어내는 식(토렴식, 전주남부시장식)이다. 전주에서의 콩나물국밥은 대부분 전주 남부시장식이다. 전주 이외 지역에서의 콩나물국밥은 대개 끓이는 식이다.그윽하고 담백한 맛의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은 지금도 남부시장 어디를 가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많다. 많고 많은 식당 중에서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의 원조는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현대옥’이다. 맛깔스러운 손맛으로 전주에서도 소문난 맛집이다.현대옥 외관현대옥 메뉴는 오로지 국밥 한 가지다. 식당 벽면에는 콩나물국밥 맛있게 먹는 법과 전주식 콩나물국밥이 좋은 이유를 곳곳에 붙여 놨다. 토렴식이라 국밥 온도가 적당해 김을 얹어 먹으면 맛이 2~3배 좋아진다거나, 수란 먹는 법과 잘게 썬 오징어 사리가 있어 좋다는 것 등이다. 국물을 서너 숟가락 수란에 떠 넣고 김을 잘게 부숴서 섞어 먹고 나면 그 이유가 단번에 이해된다. 먹기 좋게 따뜻한 토렴식 국밥의 매력은 식감이다. 적당한 국 온도에 콩나물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더 살아있다. 여기에 오징어 사리가 올려져 있어 질감까지 좋다. 김치, 깍두기는 국밥과 잘 어울리도록 적당하게 숙성되어 있어 감칠맛까지 더한다.◇전주 토박이만 가는 오래된 노포의 정겨움남부시장 안의 동래분식은 30년 넘게 팥죽과 수제비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깊게 파인 대접에 새알심이 듬뿍 들어간 팥죽은 한 그릇에 단돈 7000원이다. 팥칼국수는 그보다 싼 6000원이다. 싼 만큼 양이 적지도 않다. 두 사람이 먹어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푸짐하다. 대신 곁들이는 반찬은 단촐하다. 더 정확한 이유는 별 반찬이 필요가 없다. 팥의 달콤함을 고스란히 느끼려면 반찬은 거추장스러운 장식일 뿐이다. 취향에 따라 소금과 설탕을 넣어 먹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남도에서는 설탕으로 간을 하지만, 소금으로 간을 해도 단맛이 확 올라와 구미를 당긴다. 물론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팥의 은근한 단맛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동래분식 주방에서 밭죽을 끓이고 있는 모습남부시장 뒷골목의 ‘세은이네’는 맞춤형 메뉴로 승부를 보는 특이한 식당이다. 메뉴판의 물국수(6000원), 닭곰탕(9000원)은 점심에만 판매하고 저녁에는 예약 손님만 받는다. 메뉴도 모임 성격에 맞게 맞춤으로 내는데, 주꾸미 샤부샤부가 일품이다. 주꾸미와 함께 배추, 청경채, 냉이, 숙주나물이 푸짐하게 제공된다. 데치고 끓이다 보면 채소 육수의 깊은 맛이 우러난다.효자문식당_불갈비전주객사 ‘풍패지관’으로 이어지는 객사길 주변에도 오래된 음식점이 많다. ‘효자문’은 1978년 문을 연 갈비탕 전문 식당이다. 35년 넘게 한결같이 100% 국내산 한우만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구이용처럼 칼집을 낸 고기가 들어간 맑은 국물의 갈비탕과 함께 진한 불고기 양념에 바싹 구워내는 ‘불갈비’가 주메뉴다. 불갈비를 주문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반갈비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보통 갈비탕은 맑고 뽀얀 국물인 반면 이곳의 갈비탕은 국물이 진한 갈색이면서도 걸쭉하다. 얇게 썬 편육이 들어 있는 일반 갈비탕과는 달리 통갈비뼈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이 집만의 비결인 특제양념으로 2~3일 정도 숙성시킨 통갈비를 넣고 끓여내기에 고기 또한 심심하지 않고 양념이 잘 배어 있다는 점이다.태봉집 복탕인근 ‘태봉집’도 1976년 개업한 복어 전문 식당이다. 주메뉴인 복탕에 미나리와 콩나물이 한 바가지 제공된다. 펄펄 끓는 맑은 탕에 살짝 데쳐 먹은 후 진하게 우러난 육수와 함께 복어를 건져 먹는다. 건더기는 식당에서 만든 특제 양념 소스에 찍어 먹어야 한다. 양념 소스는 다진 마늘과 초장을 섞은 것인데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100년 가까운 고택 캎인 행원에서는 전통차는 물론 판소리와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다◇낮에는 카페에서, 밤에는 가맥집으로 풍남문 앞 골목에는 100년 가까운 고택 카페인 ‘행원’(杏園)이 있다. 전통차와 음료뿐 아니라 판소리와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은행나무 정원이란 뜻’을 가진 행원은 일제강점기 일본식 건축법이 녹아든 한옥. 따로 마당 없이 ‘디귿’ 자 건물을 짓고 중정(건물 가운데 있는 정원)과 못을 두었다. 이곳은 전주 예술인의 성지였다. 1928년 조선요리를 팔던 식도원으로 출발했다. 해방 후 남원 권번 출신 화가인 허산옥이 인수해 ’행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1961~1978년)했다. 자연스럽게 당대의 국악인과 예술인에게 춤과 노래를 전수하며 지역 문화예술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행원 쌍화차 지금도 ‘소리가 있는’ 한옥 카페로 맥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매주 토요일 차를 마시며 국악공연을 즐길 수 있었는데, 현재는 소규모 예약제로 운영한다. 공연이 열리는 날이면 대금과 가야금 소리가 작은 방과 소담스러운 정원까지 가득 채운다. 대추차나 쌍화차보다 깊고 그윽한 국악의 향기가 울려 퍼진다.은혜다방 쌍화차남부 시장 현대옥 바로 옆의 ‘은혜쌍화탕’은 이름처럼 은혜로운 카페다. 커피와 식혜, 매실차는 1잔에 1000원, 가장 비싼 한방쌍화차는 2000원이다. 20가지 약재를 우려낸 한방차에 예닐곱 가지 견과류를 고명으로 얹었다. 저렴한 찻값이 미안해질 정도다. 20년 가까이 시장 상인을 상대로 영업해온 비결이다.가정집을 개조한 분위기 좋은 카페도 여럿 있다. 오래된 한옥 기왓집을 트렌디하게 개조한 효자문식당 바로 옆의 ‘경우’와 개량 양옥을 MZ놀이터로 바꾼 태봉집 옆 ‘한채’는 차와 커피를 즐기면서도 풍경까지 즐길 수 있다. 좁은 골목 안에 마당을 품은 아늑한 공간으로 소문나면서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가맥집인 초원편의점의 북어포전주의 밤을 책임지는 가맥집들도 군데군데 있다. 가맥이란 가게에서 파는 맥주를 말한다. 옛날 주점 영업시간을 새벽 2시로 제한하던 때, 슈퍼마켓 간이의자에 앉아 차수를 늘이며 병맥주를 마시던 관습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사실 전주의 거의 모든 슈퍼마켓 간판에는 가맥 또는 휴게실이란 글자가 따라붙는다. 가게 안팎에 탁자·의자를 마련해 두고 맥주와 갑오징어구이·황태구이·계란말이·북엇국 등 안주를 독특한 양념장과 함께 낸다. 갑오징어구이로 잘 알려진 ‘전일수퍼’, 명탯국으로 소문난 ‘임실슈퍼’, 튀김닭발을 잘하는 ‘영동슈퍼’ 등 이름난 가맥집들이 즐비하다. 왁자지껄하고 정겨운 분위기다.
  • [미식로드] 울진 겨울 바다가 내놓은 풍요로운 식탁
    왕돌회수산 ‘붉은대게’[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울진의 겨울은 풍요롭다. 겨울의 찬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이 한창 맛을 내는 시기여서다. 대게와 홍게(붉은대게), 가자미, 곰치, 방어, 삼치, 고등어, 오징어 등등. 겨울철이면 죽변항과 후포항을 가득 채우는 것들이다. 그중 울진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대게’와 ‘홍게’다. 겨울이면 항구 주변 식당에서 대게와 홍게를 찌면서 나오는 연기가 자욱할 정도로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울진에서 대게와 홍게가 유명한 것은 먼바다에 서식지가 있어서다.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약 20㎞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여의도 두배 만한 바위지대로, 수산물의 보고로 불리는 곳이다.대게는 보통 7월 말부터 10월 말까지가 금어기다. 하지만 울진에서는 11월 한달간도 대게를 잡지 않는다. 아직 살이 차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12월부터 조업을 시작하는데 사실 대게가 가장 맛있을 시기는 좀더 기다려야 한다. 대게는 보통 설이 지나면서 살이 차기 시작해 3월까지 한창 맛이 오른다. 대신 지금 한창 살이 오른 것은 홍게다. 이즈음 후포항과 죽변항 위판장은 홍게로 가득하다.울진 겨울 수산물을 풍성하게 맛보려면 죽변항 주변에서 열리는 ‘수산물축제’(23~25일)에 가는 것이 좋다. 2019년 처음 열렸는데, 당시 첫해에만 7만 명이 넘게 다녀가며 큰 성공을 거둔 축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까지 열리지 못하다가 올해 드디어 두번째 축제를 열게 됐다.죽변시장 어느 식당 찜통에 들어간 붉은대게겨울철이면 죽변항 주변 식당가에는 홍게와 함께 곰치(미거지)가 수족관에 가득하다. 죽변항은 예전부터 해장국으로 유명했던 곳. 울진 대표 해장국인 곰치탕을 내놓는 식당도 이곳에 많다. 곰치는 퉁퉁한 모습이 마치 ‘곰’처럼 생겼다고 해서 ‘물곰’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울진 곰치탕은 곰치를 신김치와 함께 넣고 끓여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하다. 2대째 곰치탕을 파는 우성식당이 유명하다. 디포리(밴댕이), 새우, 황태 머리에 양파, 무, 대파 등 각종 채소를 끓인 육수에 곰치 서너 토막을 넣은 뒤 5~7분 끓인다. 살이 연해 숟가락으로 떠서 먹을 정도로 살이 연하다. 추운 겨울철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채워주는 건강한 음식이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하는 우성식당 ‘곰치국’
    강경록 기자 2022.12.23
    왕돌회수산 ‘붉은대게’[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울진의 겨울은 풍요롭다. 겨울의 찬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이 한창 맛을 내는 시기여서다. 대게와 홍게(붉은대게), 가자미, 곰치, 방어, 삼치, 고등어, 오징어 등등. 겨울철이면 죽변항과 후포항을 가득 채우는 것들이다. 그중 울진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대게’와 ‘홍게’다. 겨울이면 항구 주변 식당에서 대게와 홍게를 찌면서 나오는 연기가 자욱할 정도로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울진에서 대게와 홍게가 유명한 것은 먼바다에 서식지가 있어서다.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약 20㎞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여의도 두배 만한 바위지대로, 수산물의 보고로 불리는 곳이다.대게는 보통 7월 말부터 10월 말까지가 금어기다. 하지만 울진에서는 11월 한달간도 대게를 잡지 않는다. 아직 살이 차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12월부터 조업을 시작하는데 사실 대게가 가장 맛있을 시기는 좀더 기다려야 한다. 대게는 보통 설이 지나면서 살이 차기 시작해 3월까지 한창 맛이 오른다. 대신 지금 한창 살이 오른 것은 홍게다. 이즈음 후포항과 죽변항 위판장은 홍게로 가득하다.울진 겨울 수산물을 풍성하게 맛보려면 죽변항 주변에서 열리는 ‘수산물축제’(23~25일)에 가는 것이 좋다. 2019년 처음 열렸는데, 당시 첫해에만 7만 명이 넘게 다녀가며 큰 성공을 거둔 축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까지 열리지 못하다가 올해 드디어 두번째 축제를 열게 됐다.죽변시장 어느 식당 찜통에 들어간 붉은대게겨울철이면 죽변항 주변 식당가에는 홍게와 함께 곰치(미거지)가 수족관에 가득하다. 죽변항은 예전부터 해장국으로 유명했던 곳. 울진 대표 해장국인 곰치탕을 내놓는 식당도 이곳에 많다. 곰치는 퉁퉁한 모습이 마치 ‘곰’처럼 생겼다고 해서 ‘물곰’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울진 곰치탕은 곰치를 신김치와 함께 넣고 끓여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하다. 2대째 곰치탕을 파는 우성식당이 유명하다. 디포리(밴댕이), 새우, 황태 머리에 양파, 무, 대파 등 각종 채소를 끓인 육수에 곰치 서너 토막을 넣은 뒤 5~7분 끓인다. 살이 연해 숟가락으로 떠서 먹을 정도로 살이 연하다. 추운 겨울철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채워주는 건강한 음식이다. 찬바람이 불면 생각하는 우성식당 ‘곰치국’
  • [미식로드] 찬바람 불면 더 간절히 생각나는 '소머리국밥'
    장터소머리국밥[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찬 바람 불고 몸도 마음도 시린 요즘, 허한 마음을 달래줄 비장의 무기가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더 간절히 생각나는 허름한 식당에서 파는 따뜻한 국밥이다.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게 국밥이라지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지치고 쓰린 속을 달래는 데 훈훈한 국밥만 한 게 또 없다.전북 익산의 여산면에는 현지인들이 극찬하는 소머리국밥이 있다. 여산면 여산행정복지센터 앞에 자리한 ‘명가시골장터’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구수하고 진득한 소머리국밥이 그리워서인지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뼈를 푹 우려낸 육수에 파 마늘 등 양념을 넣고 잘 삶아 낸 소머리 고기를 얹은 국밥은 진한 국물에 담백한 고기 맛이 일품이라는 게 이곳의 찾은 손님들의 평가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그 뜨끈한 진국이 더 맛있다고 한다.명가시골장터식당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하얀 김을 펄펄 날리며 끓고 있다, 소머리를 깨끗하게 손질해 기름을 걷어가며 끓인 육수다. 무엇보다 맛의 비결은 신선하고 질 좋은 100% 소머리를 정성껏 끓이는 데 있다. 뽀얀 진국이 펄펄 끓고 있는 가마솥을 보면 곰탕에 대한 믿음도 진하게 우러난다. 점심에 손님이 몰리면 수육은 일찌감치 떨어진다. 하루에 나오는 수육과 고깃국물의 양이 늘 변함없기 때문에 손님이 많으면 국물도, 수육도 일찍 동난다고 한다.장터소머리국밥1이 집의 소머리국밥은 좀 특이하다. 종류가 장터 소머리국밥과 소머리국밥 두 가지다. 칼칼하면서 매콤한 빨간 장터 소머리국밥은 얼큰하면서도 깔끔하고, 담백한 하얀 소머리국밥은 구수하면서도 든든하다. 해장하기에는 소머리국밥보다 장터국밥이 더 좋다. 또 국밥의 영원한 단짝 깍두기와 김치도 일품이다. 여기에 양파와 청양고추, 쌈장도 자리했다. 양념으로는 소금, 후추, 초고추장이 나온다. 초고추장은 보통 소머리 고기를 찍어 먹는다.동행했던 일행들도 이 집의 소머리국밥 맛에 거듭 감탄했다. “지금까지 먹어본 소머리국밥 중 최고”라고 찬사까지 나왔다.식당 벽면에는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의 낙서로 가득했다. 모두 한결같이 “맛있게 먹고 간다”라고 적었다. 이 글들을 보고 있자니 ‘역시 사람 입맛은 다 비슷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강경록 기자 2022.12.09
    장터소머리국밥[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찬 바람 불고 몸도 마음도 시린 요즘, 허한 마음을 달래줄 비장의 무기가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더 간절히 생각나는 허름한 식당에서 파는 따뜻한 국밥이다.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게 국밥이라지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지치고 쓰린 속을 달래는 데 훈훈한 국밥만 한 게 또 없다.전북 익산의 여산면에는 현지인들이 극찬하는 소머리국밥이 있다. 여산면 여산행정복지센터 앞에 자리한 ‘명가시골장터’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구수하고 진득한 소머리국밥이 그리워서인지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뼈를 푹 우려낸 육수에 파 마늘 등 양념을 넣고 잘 삶아 낸 소머리 고기를 얹은 국밥은 진한 국물에 담백한 고기 맛이 일품이라는 게 이곳의 찾은 손님들의 평가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그 뜨끈한 진국이 더 맛있다고 한다.명가시골장터식당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하얀 김을 펄펄 날리며 끓고 있다, 소머리를 깨끗하게 손질해 기름을 걷어가며 끓인 육수다. 무엇보다 맛의 비결은 신선하고 질 좋은 100% 소머리를 정성껏 끓이는 데 있다. 뽀얀 진국이 펄펄 끓고 있는 가마솥을 보면 곰탕에 대한 믿음도 진하게 우러난다. 점심에 손님이 몰리면 수육은 일찌감치 떨어진다. 하루에 나오는 수육과 고깃국물의 양이 늘 변함없기 때문에 손님이 많으면 국물도, 수육도 일찍 동난다고 한다.장터소머리국밥1이 집의 소머리국밥은 좀 특이하다. 종류가 장터 소머리국밥과 소머리국밥 두 가지다. 칼칼하면서 매콤한 빨간 장터 소머리국밥은 얼큰하면서도 깔끔하고, 담백한 하얀 소머리국밥은 구수하면서도 든든하다. 해장하기에는 소머리국밥보다 장터국밥이 더 좋다. 또 국밥의 영원한 단짝 깍두기와 김치도 일품이다. 여기에 양파와 청양고추, 쌈장도 자리했다. 양념으로는 소금, 후추, 초고추장이 나온다. 초고추장은 보통 소머리 고기를 찍어 먹는다.동행했던 일행들도 이 집의 소머리국밥 맛에 거듭 감탄했다. “지금까지 먹어본 소머리국밥 중 최고”라고 찬사까지 나왔다.식당 벽면에는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의 낙서로 가득했다. 모두 한결같이 “맛있게 먹고 간다”라고 적었다. 이 글들을 보고 있자니 ‘역시 사람 입맛은 다 비슷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 [미식로드] 한국인 입맛에 ‘딱’, 매일 먹어도 지겹지 않은 쌀국수 열전
    베트남 쌀국수[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베트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먹거리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은 쌀국수. 베트남에서는 삼시세끼를 쌀국수로 먹을 수 있을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다.쌀국수를 이루는 재료들은 간단하다. 먼저 쌀국수의 육수와 면, 그리고 양념과 고명이다. 한국인들이 주로 가는 베트남 식당에서는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조금 더 진한 로컬 음식의 향을 느끼고 싶다면 현지인이 주로 찾는 식당에 가는 것이 좋다.쌀국수의 면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널찍한 면인 ‘퍼’(Pho)와 가는 면인 ‘분’(Bun), 노란색을 띠는 면 ‘미’(Mi), 그리고 당면처럼 생긴 ‘미엔’(Mien)이다. 기본양념과 고명도 빼놓을 수 없다. 숙주와 라임, 빨간 고추는 기본이다. 로컬 식당에선 처음 보는 채소가 담긴 바구니를 내주는데, 잎을 조금씩 뜯어 맛본 뒤 입에 맞는 채소를 골라 국수에 넣어보는 것이 좋다. 단면이 양파처럼 동글동글하고 고불고불한 것은 바나나꽃이다. 샐러드로도 먹고, 국수에도 넣어 먹을 수 있다. 쌀국수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고수다. 대부분의 쌀국숫집에선 고수가 기본 고명으로 올라간다. 호불호에 따라 미리 종업원에게 이야기해서 추가하거나, 빼달라고 할 수 있다.베트남 쌀국수쌀국수는 종류가 많다. 펴보(Pho bo)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쌀국수다. 진한 소고기 국물이 일품이다. 하노이나 호찌민 쪽에서 즐겨 먹는다. 뜨끈하고 진한 고깃국물에 널찍한 면은 퍼와 얇게 저민 소고기를 넣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분짜(Bun cha)는 달콤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숯불에 구워 불맛이 가득한 돼지고기 경단을 달큰한 국물에 담근 음식. 주로 북부 지방에서 먹기 때문에 ‘분짜 하노이’라고 적힌 식당이 많다. 따로 담아온 국수와 채소를 국물에 적셔서 고기와 함께 먹는다. 여기에 국물 없이 국수 위에 돼지고기를 얹어주면 ‘분팃느엉’(Bun thit nuong)도 있다.기본적인 베트남어를 알면 주문이 쉬워진다. 가는 면의 ‘분’과 롤을 뜻하는 ‘짜’, 그리고 물고기를 뜻하는 ‘까’를 합친 ‘분짜가’는 어묵으로 끓인 국수다. 토마토가 들어간 분지에우(Bun rieu)는 국물은 붉은색이지만, 달콤새큼한 맛이 강하고 맵지 않다. 보통 게살을 넣은 분지에우꾸어(Bub rieu cua)를 먹는데,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넣어 먹기도 한다.반세오얼큰한 국물의 분보후에(Bun bo hoe)는 가는 면인 분을 이용한, 소고기(보)를 넣은 ‘후에’ 지방 국수다. 매운 고추를 많이 재배하는 지역 특성을 살려 매콤하고 얼큰한 국물에 소고기, 선지, 어묵 등을 넣어 먹는다. 돼지고기 고명의 까오러우(Cao lau)는 면발이 두툼하고 쫄깃해 이런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양념한 돼지고기와 바싹하게 튀긴 쌀전병, 가끔은 돼지껍질 튀김을 얹어 비벼 먹는다.쌀국수와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도 많다. 고이꾸온(Goi cuon)은 보통 스프링 롤이라고 부른다, 새우와 채소, 가는 쌀국수 면을 넣어 라이스페이퍼로 싸서 먹는 음식이라고. 아삭아삭한 신선한 채소의 식감이 살아 있다. 짜조(Cha gio)는 다진 돼지고기와 채소, 당면 등을 라이스페이퍼에 돌돌 말아 튀겨낸 길쭉한 베트남식 만두. 고소하면서 바삭바삭하다. 반쎄오(Ba xeo)는 쌀가루에 강황을 넣어 노란색 반죽을 만들고 숙주와 돼지고기, 새우, 해산물을 얹은 다음 반달 모양으로 접어서 부쳐낸 일종의 부침개다.
    강경록 기자 2022.12.02
    베트남 쌀국수[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베트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먹거리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은 쌀국수. 베트남에서는 삼시세끼를 쌀국수로 먹을 수 있을 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다.쌀국수를 이루는 재료들은 간단하다. 먼저 쌀국수의 육수와 면, 그리고 양념과 고명이다. 한국인들이 주로 가는 베트남 식당에서는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조금 더 진한 로컬 음식의 향을 느끼고 싶다면 현지인이 주로 찾는 식당에 가는 것이 좋다.쌀국수의 면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널찍한 면인 ‘퍼’(Pho)와 가는 면인 ‘분’(Bun), 노란색을 띠는 면 ‘미’(Mi), 그리고 당면처럼 생긴 ‘미엔’(Mien)이다. 기본양념과 고명도 빼놓을 수 없다. 숙주와 라임, 빨간 고추는 기본이다. 로컬 식당에선 처음 보는 채소가 담긴 바구니를 내주는데, 잎을 조금씩 뜯어 맛본 뒤 입에 맞는 채소를 골라 국수에 넣어보는 것이 좋다. 단면이 양파처럼 동글동글하고 고불고불한 것은 바나나꽃이다. 샐러드로도 먹고, 국수에도 넣어 먹을 수 있다. 쌀국수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고수다. 대부분의 쌀국숫집에선 고수가 기본 고명으로 올라간다. 호불호에 따라 미리 종업원에게 이야기해서 추가하거나, 빼달라고 할 수 있다.베트남 쌀국수쌀국수는 종류가 많다. 펴보(Pho bo)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쌀국수다. 진한 소고기 국물이 일품이다. 하노이나 호찌민 쪽에서 즐겨 먹는다. 뜨끈하고 진한 고깃국물에 널찍한 면은 퍼와 얇게 저민 소고기를 넣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분짜(Bun cha)는 달콤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숯불에 구워 불맛이 가득한 돼지고기 경단을 달큰한 국물에 담근 음식. 주로 북부 지방에서 먹기 때문에 ‘분짜 하노이’라고 적힌 식당이 많다. 따로 담아온 국수와 채소를 국물에 적셔서 고기와 함께 먹는다. 여기에 국물 없이 국수 위에 돼지고기를 얹어주면 ‘분팃느엉’(Bun thit nuong)도 있다.기본적인 베트남어를 알면 주문이 쉬워진다. 가는 면의 ‘분’과 롤을 뜻하는 ‘짜’, 그리고 물고기를 뜻하는 ‘까’를 합친 ‘분짜가’는 어묵으로 끓인 국수다. 토마토가 들어간 분지에우(Bun rieu)는 국물은 붉은색이지만, 달콤새큼한 맛이 강하고 맵지 않다. 보통 게살을 넣은 분지에우꾸어(Bub rieu cua)를 먹는데,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넣어 먹기도 한다.반세오얼큰한 국물의 분보후에(Bun bo hoe)는 가는 면인 분을 이용한, 소고기(보)를 넣은 ‘후에’ 지방 국수다. 매운 고추를 많이 재배하는 지역 특성을 살려 매콤하고 얼큰한 국물에 소고기, 선지, 어묵 등을 넣어 먹는다. 돼지고기 고명의 까오러우(Cao lau)는 면발이 두툼하고 쫄깃해 이런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양념한 돼지고기와 바싹하게 튀긴 쌀전병, 가끔은 돼지껍질 튀김을 얹어 비벼 먹는다.쌀국수와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도 많다. 고이꾸온(Goi cuon)은 보통 스프링 롤이라고 부른다, 새우와 채소, 가는 쌀국수 면을 넣어 라이스페이퍼로 싸서 먹는 음식이라고. 아삭아삭한 신선한 채소의 식감이 살아 있다. 짜조(Cha gio)는 다진 돼지고기와 채소, 당면 등을 라이스페이퍼에 돌돌 말아 튀겨낸 길쭉한 베트남식 만두. 고소하면서 바삭바삭하다. 반쎄오(Ba xeo)는 쌀가루에 강황을 넣어 노란색 반죽을 만들고 숙주와 돼지고기, 새우, 해산물을 얹은 다음 반달 모양으로 접어서 부쳐낸 일종의 부침개다.
  • 샛노랗게 익은 '유자', 가을빛에 물들다[미식로드]
    유자공원[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남 고흥의 가을색은 노랑이다. 이유가 있다. 한창 수확 철을 맞은 고흥의 대표 농산물이 바로 유자이기 때문이다. 전국 유자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고흥 땅에서 나올 정도다. 과거 고흥 유자를 맛본 중국 사신이 중국에 진상되는 농산물 전부를 고흥에서 재배하는 것이 어떨지 고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고흥 유자가 다른 지방의 것보다 향이며 당도며, 그 맛이 훨씬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비타민C가 귤의 3배 정도 들어 있고 구연산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소화액의 분비촉진에 좋다. 특히 감기에 좋다고 한다.그 만큼 고흥에서는 유자를 재배하는 곳이 많다. 유자 재배면적도 전국 최대다. 기후 변화에 민감한 유자 재배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유자 재배의 북방한계선인 전남 완도와 진도, 경남 남해와 거제 등에서도 유자를 많이 재배하지만, 그중에서도 고흥을 최고로 친다.고흥에서도 대표적인 유자 산지는 풍양면과 두원면이다. 그중 고흥 유자의 40%가 풍양면에서 나오는데, 올해는 11월 말까지 수확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규모 유자나무밭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풍양면 한동리의 ‘고흥유자공원’이다. 도로변 밭과 야산이 모두 유자나무밭이어서 ‘공원’이란 이름을 붙였다. 누구나 길을 따라 밭으로 들어가 거닐며, 사진을 찍거나 유자 향에 취해볼 수 있다.고흥 유자(사진=고흥군청) 단, 유자나무엔 가시가 많으므로 찔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공원 입구 쪽에는 유자공원 특산품 전시판매장이 있다. 고흥 유자 재배의 역사, 특성, 약리효과 등 고흥 유자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생과, 주스, 청 등의 유자 가공제품은 물론 고흥의 우수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속이 빨간 석류도 유자와 함께 고흥을 대표하는 농산물이다. 석류 역시 고흥이 최대 주산지. 전국 생산량의 무려 70%를 차지할 정도다. 석류는 에스트로젠이 풍부해 여성에게 좋은 과일로 유명하다. 비타민B1, 비타민B2 등 수용성 비타민과 무기질, 칼륨 등이 풍부해 인기다. 석류는 10월 초부터 보름 사이에 수확이 끝난다. 서둘러 고흥으로 떠나야 할 이유다. 유자와 석류를 주제로 한 축제도 열린다.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풍양면 한동리 일원에서 열리는 고흥유자석류 축제다. 유자 둘레길을 걷고, 스탬프 인증 후 선물받는 ‘유자찍고, 선물받고, 힐링하고~’는 이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풍양면 양리마을의 유자 금은보화 둘레길과 대청마을의 대한민국유자1번지 길을 걸으며 고흥 유자의 정취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고흥 석류(사진=고흥군청)
    강경록 기자 2022.10.28
    유자공원[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남 고흥의 가을색은 노랑이다. 이유가 있다. 한창 수확 철을 맞은 고흥의 대표 농산물이 바로 유자이기 때문이다. 전국 유자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고흥 땅에서 나올 정도다. 과거 고흥 유자를 맛본 중국 사신이 중국에 진상되는 농산물 전부를 고흥에서 재배하는 것이 어떨지 고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고흥 유자가 다른 지방의 것보다 향이며 당도며, 그 맛이 훨씬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비타민C가 귤의 3배 정도 들어 있고 구연산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소화액의 분비촉진에 좋다. 특히 감기에 좋다고 한다.그 만큼 고흥에서는 유자를 재배하는 곳이 많다. 유자 재배면적도 전국 최대다. 기후 변화에 민감한 유자 재배지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유자 재배의 북방한계선인 전남 완도와 진도, 경남 남해와 거제 등에서도 유자를 많이 재배하지만, 그중에서도 고흥을 최고로 친다.고흥에서도 대표적인 유자 산지는 풍양면과 두원면이다. 그중 고흥 유자의 40%가 풍양면에서 나오는데, 올해는 11월 말까지 수확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규모 유자나무밭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풍양면 한동리의 ‘고흥유자공원’이다. 도로변 밭과 야산이 모두 유자나무밭이어서 ‘공원’이란 이름을 붙였다. 누구나 길을 따라 밭으로 들어가 거닐며, 사진을 찍거나 유자 향에 취해볼 수 있다.고흥 유자(사진=고흥군청) 단, 유자나무엔 가시가 많으므로 찔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공원 입구 쪽에는 유자공원 특산품 전시판매장이 있다. 고흥 유자 재배의 역사, 특성, 약리효과 등 고흥 유자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생과, 주스, 청 등의 유자 가공제품은 물론 고흥의 우수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속이 빨간 석류도 유자와 함께 고흥을 대표하는 농산물이다. 석류 역시 고흥이 최대 주산지. 전국 생산량의 무려 70%를 차지할 정도다. 석류는 에스트로젠이 풍부해 여성에게 좋은 과일로 유명하다. 비타민B1, 비타민B2 등 수용성 비타민과 무기질, 칼륨 등이 풍부해 인기다. 석류는 10월 초부터 보름 사이에 수확이 끝난다. 서둘러 고흥으로 떠나야 할 이유다. 유자와 석류를 주제로 한 축제도 열린다.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풍양면 한동리 일원에서 열리는 고흥유자석류 축제다. 유자 둘레길을 걷고, 스탬프 인증 후 선물받는 ‘유자찍고, 선물받고, 힐링하고~’는 이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풍양면 양리마을의 유자 금은보화 둘레길과 대청마을의 대한민국유자1번지 길을 걸으며 고흥 유자의 정취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고흥 석류(사진=고흥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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