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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의 미식로드

  • 이제 구워 먹지 말고 살짝 데워 드세요[강경록의 미식로드]
    강경록 기자 2021.08.13
    ‘여다지회마을’의 갯장어 샤부샤부[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갯장어는 겨우내 깊은 바다를 떠돌다가 여름이 시작되면 산란을 위해 남해 연안으로 올라온다. 갯장어잡이를 개시하는 5월 초부터 맛볼 수 있고, 여름철 보양식으로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맘때쯤 남해안에는 한바탕 갯장어 잔치가 벌어진다. 사실 갯장어가 우리네 식탁으로 올라온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장어 중에서도 몸값이 가장 비쌌기 때문에 전량 일본으로 팔려나갔다. 최근에서야 국내소비가 많아지면서 우리 식탁으로 올라올 수 있게 됐다.갯장어는 회로도 많이 먹지만, 사실 샤부샤부로 먹는 게 더 맛있다. 샤부샤부는 일본요리인 ‘유비키’를 따라한 것. 하지만 전남 장흥의 갯장어 요리법은 약간 다르다. 유비키는 끓는 물에 장어를 데치지만, 장흥에서는 장어로 낸 육수에 부추·버섯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다음 갯장어 살을 담가 살짝 익혀 먹는다.‘여다지회마을’의 갯장어 샤부샤부갯장어를 다듬는 요령은 이렇다. 갯장어 머리와 뼈를 발라내고 5㎜ 간격으로 촘촘하게 칼집을 넣는다. 끓는 육수에 살짝 데친 갯장어가 함박꽃 모양으로 동그랗게 말려 더 예쁘게 먹을 수 있기 때문. 익힌 갯장어 살은 씹을 틈도 없이 허물어지면서 특유의 담백한 감칠맛이 입안에 퍼진다. 자색 양파나 상추, 묵은지에 싸 된장과 마늘을 곁들여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장흥의 ‘여다지회마을’은 이곳 주민들 사이에서도 갯장어 샤부샤부로 유명한 곳. 장어뼈 끓인 물에 대추와 각종 한약재를 넣어 육수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낙지·전복을 추가하면 국물 맛이 더 깊어진다.장흥의 여름보양식 중 하나인 된장물회장흥의 여름철 보양음식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회다. 일반적으로 초장에 양념으로 얹어 먹는 게 기본이지만, 이곳 장흥에서는 조금 다르다. 초장 대신 된장을 육수에 풀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된장 특유의 향은 생각보다 덜하다. 오히려 더 깔끔할 뿐더러 생선회 본연의 맛도 잘 드러낸다. 차가운 된장물에 김치를 종종 썰어넣고 식초와 고춧가루를 뿌린 뒤 회를 말아 내온다. 새콤하면서도 짙은 맛이 일품이다. 마치 여름별미인 오이냉채처럼 담백하다.장흥삼합‘장흥삼합’이라 불리는 특별한 음식도 있다. 삼합을 이루는 세 가지 재료는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이다. 장흥삼합을 맛있게 먹는 법은 따로 있다. 달궈진 불판에 한우 한 점을 올린다. 표고버섯은 수분을 머금어 탱탱한 것만 골라 불판에 올리고 키조개는 육수에 담가 둔다. 고기의 육즙이 배어 나올 때 뒤집어 살짝 익힌 뒤 깻잎에 익힌 고기와 표고, 키조개를 싸서 입속으로 넣으면 된다.
  • 천가지 사연 버무러진 '진짜' 바다의 맛[강경록의 미식로드]
    강경록 기자 2021.07.23
    부흥식당의 물회[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여름철 별미 중 하나인 물회. 주로 동해안이나 남해안, 또는 제주의 어부들이 즐겨먹던 음식 중 하나다. 해장국처럼 술을 마실 때는 안주로, 마신 다음날에는 속 풀이용으로 먹기도 하는 음식이다.지역마다 횟감부터 차이가 있지만, 보통 강원도에서는 한치나 오징어, 가자미류를 주로 횟감으로 쓴다. 한치나 오징어는 쫀득한 식감이, 가자미류의 흰살생선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전복이나 해삼, 소라 등을 더하는 곳도 있다. 막 썰어 담은 신선한 회에 배, 오이, 무를 채 쳐서 넣고 상추나 깻잎 따위의 야채를 얹는다. 여기에 새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에 비벼 차가운 육수를 더한 후 국수나 밥을 말아 먹는다.동해에도 물회로 유명한 곳이 더러 있다. 그중에서도 묵호항 방파제 길 건너편에 자리한 부흥식당은 현지인부터 관광객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 식당의 특징은 수족관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새벽마다 항구에서 들어오는 제철 물고기만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식당의 주인장은 그날그날 어판장에서 싱싱한 횟감을 가져온다. 덕분에 물회와 모둠회가 신선하고 맛이 좋다. 밑반찬 또한 맛깔스럽다.부흥식당의 회덮밥여름철에는 특히 ‘물회’가 인기다. 부흥횟집의 물회는 자연산 물가자미를 횟감으로 쓰는 것이 특징이다. 물가자미는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 양식이 되지 않아 자연산을 쓸 수밖에 없다. 크지 않은 자연산 물가자미의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손질해서 뼈째로 얇게 썰어 넣어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여기에 오징어의 쫀득함까지 더해져 씹는 맛도 일품이다.물회에서 횟감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양념장’이다. 이 집의 양념장은 태양초로 직접 담근 고추장과 비법 육수로 맛을 낸다. 이 양념장은 붉은 살얼음 상태로 옹기 그릇에 따로 담겨 나온다. 신선한 야채와 회가 담긴 커다란 그릇에 붉은 살얼음 양념장을 국자에 들어 넣으면서 양을 조절한다. 적당히 부은 양념장을 회와 부어 비비듯 말아먹으면 새콤달콤 매콤한 맛에 고소한 회와 사각거리는 야채가 어우러져 뼛속까지 시원해진다. 물회를 반쯤 먹었다면 밥을 말아 먹으면 금상첨화다.부흥식당의 물회
  • [강경록의 미식로드] 바로 만든 ‘막국수’, 60년 묵은 손맛
    바로 만든 ‘막국수’, 60년 묵은 손맛
    강경록 기자 2021.07.16
    철원막국수 물막국수[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장마가 끝나갈 무렵. 30℃를 훌쩍 넘은 한낮 기온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이런 무더운 날씨에는 시원한 음식에 눈길이 간다. 막국수와 냉면이 대표적이다. 특히 강원도를 방문했다면, 냉면보다는 막국수가 먼저 생각난다. 강원도 철원을 대표하는 음식이 막국수다. 굳이 제철을 따지자면 햇메밀을 수확하고 무에 맛이 드는 초겨울이지만 요즘에는 사시사철 구분 없이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다. 특히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에 더 생각나는 음식이기도 하다.막국수는 철원뿐 아니라 강원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강원도와 일부 경기도 지역에서 먹던 메밀국수가 바로 막국수로 불렸다. 그런데 ‘메밀’ 대신 ‘막’ 국수라고 부른 이유가 있다. 여기서 ‘막’은 ‘금방’이라는 뜻이다. 우리 음식 이름에는 ‘막’을 붙인 것들이 많다. 막걸리도 그렇고, 막장도 그렇다. ‘바로 만들어 먹는다’는 뜻이 강한 음식들이다. 강원도의 막국수는 설렁설렁 만들어 먹는 국수라는 뜻이 아닌, 금방 만들어 먹는 국수라는 뜻이 더 정확하다.좁은 철원 땅에도 금방 만들어 먹는 ‘막국수’ 집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은 동송의 ‘내대막국수’와 신철원의 ‘철원막국수’다. 내대막국수는 묵직한 맛이, 철원막국수는 새콤달콤한 맛이 매력적이다. 찾는 손님들도 내대막국수는 연령대가 좀 있는 손님이, 철원막국수는 좀 더 젊은층이 더 많이 찾는다.철원막국수의 메밀만두이번에 찾은 곳은 ‘철원막국수’다. 무려 60여년간 막국수를 만들어 온 이 식당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서다. 이 식당의 시작은 1964년. 당시 손남이 씨가 막국수 한 그릇을 10원에 팔기 시작했고, 이후 2006년 막내딸 김순오 씨가 가업을 이어 어머니의 맛을 계승했다. 사골육수에 국내산 메밀로 막국수로 만들어낸다. 매콤달콤한 양념장에 비벼먹는 비빔막국수가 인기지만, 여름에는 물막국수를 찾는 이들도 많다. 물막국수는 시원하고 톡 쏘는 상쾌함이 일품. 끝맛으로 매콤함이 밀려온다. 면은 메밀 함량이 높아 살짝만 깨물어도 툭툭 끊긴다. 투박하지만 부드러운 식감이다. 그 사이로 구수한 메밀향이 은은하게 밀려온다. 곱빼기가 아니더라도 양은 충분한 편이다. 여기에 막국수와 곁들이는 음식으로 돼지수육과 메밀만두도 인기다. 철원막국수의 물막국수와 메밀만두
  • [강경록의 미식로드]정신 번쩍, 대구 '빨간맛', 자꾸 생각나는 '단맵'
    정신 번쩍, 대구 '빨간맛', 자꾸 생각나는 '단맵'
    강경록 기자 2021.07.09
    대구 원조돼지갈비찜[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대구 음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매운맛’이다. 대구 음식이 매운 이유는 지형적·지리적 특성 때문. 지형적으로 분지인 대구는 겨울에 춥고 여름에 무더운 기후다. 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운맛이 필요했단다. 또 다른 이유는 곡창지대도 아니고, 해안가도 아니어서 식자재 보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음식을 맵고 짜게 조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이유야 어떻든 지금 대구는 매운맛이 소위 대세다. 볶음우동이나 떡볶이, 복어불고기, 무침회, 따로국밥 등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은 대부분 매운 게 특징이다.그중 가장 매운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찜갈비’다.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매운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대구 사람들의 입맛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동인파출소 인근에는 찜갈비거리가 있을 정도. 이곳 식당들은 하나같이 소갈비에 고춧가루와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듬뿍 넣고 시뻘겋게 끓여낸다.대구에서는 돼지갈비도 다른 지역과 다르다. 돼지갈비는 보통 단맛이 특징. 하지만 대구에선 매운맛이 아니면 명함을 내밀 수도 없다. 등촌유원지 인근의 ‘원조돼지갈비찜’. 이 식당 역시 지난 30여년간 매운 돼지갈비찜 메뉴 하나로 대구 사람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식당 입구에는 ‘한번 맛보면 또 오고 싶은 집’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을 정도로, 돼지갈비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대구 원조돼지갈비찜대구 원조돼지갈비찜점심때를 조금 넘긴 오후. 아직도 식당 안은 돼지갈비찜을 즐기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메뉴판도 ‘돼지갈비찜’, 한 메뉴만 내걸었다. 가격은 1인분에 1만원이지만, 3인분 이상만 주문을 받는다. 그 아래로는 돼지갈비찜의 매운 정도가 쓰여 있다. 간장소스(0), 순한맛(30), 조금매운맛(50), 중간매운맛(70), 최고매운맛(100) 등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위협적인 메뉴판에 조심스레 중간매운맛으로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푼에 양념 가득 묻은 갈비찜이 나왔다. 양은 많지 않은 편. 2인분 같은 3인분이다. 한입 맛보면 달곰한 맛이 먼저 느껴지고 뒤에 알싸한 매운맛이 조금씩 올라온다. 양파와 마늘을 듬뿍 넣어 양념하기 때문이란다. 양파의 단맛과 마늘의 매운맛 조화가 잘 어울리는 편이다. 그래도 확실히 꽂히는 맛은 역시 ‘매운맛’이다. 머릿밑이 살짝 가려울 정도로 맵다. 정신없이 고기를 뜯다 보면 어느새 양념만 남는다. 그다음 갈비의 맛이 녹아 있는 양념에 뜨거운 밥을 비벼 먹거나, 따로 볶음밥을 시켜 먹는다면 한끼 식사로 부족함이 전혀 없다.
  • [강경록의 미식로드] 고기 품은 두부, '오미'(五味) 반하겠네
    고기 품은 두부, '오미'(五味) 반하겠네
    강경록 기자 2021.07.02
    계족산두부전골[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두부는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온 식재료 중 하나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두부를 ‘오미’(五美)를 갖춘 음식으로 칭송했을 정도. 오미는 부드럽고, 은은한 맛과 아름다운 색과 반듯한 모양, 그리고 간편함까지 갖춘 식품이라는 뜻이다.예부터 스님이나 인도의 채식주의자들이 가장 의존한 영양 식품이 바로 두부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인 콩으로 만들어 식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다. 우리 조상들 또한 두부를 자주 만들어 먹었다. 잔치나 제사 등 관혼상제 때도 빠짐없이 상에 올렸을 정도다. 그 만큼 두부는 우리 밥상에 익숙한 식재료 중 하나였다.그래서일까. 웬만한 두부요리전문식당은 깐깐한 식객들에게 선택받기 쉽지 않다. 그래도 이름 좀 알려진 식당을 가면 십중팔구는 후회하지 않는다. 대전 대덕구 법동에 자리한 ‘계족산두부전골’도 그런 식당 중 하나다. 계족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다. 이 식당의 대표메뉴는 ‘고기 품은 두부전골’이다. 두부 안에 만두처럼 고기소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두부와 채소, 그리고 고기가 어우러져 특별한 맛을 낸다. 또한 전골에 들어가는 두부가 여느 찌개나 전골에 들어가는 두부처럼 쉽게 부서지지 않고 탱탱한 식감을 자랑한다. 이는 두부를 구워서 고기소를 넣기 때문. 그래서 전골에 넣고 오래 끓여도 두부가 잘 부서지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구운 두부의 식감은 덤이다. 마지막으로 사골육수에 민물새우를 넣고, 양념한 점도 맛의 핵심이다. 돌팡깨식당 새우탕옥천의 군북면 항곡마을 ‘돌팡깨체험식당’. 이 지역 사람들이 자주 찾는 두부전문식당이다. 최근에는 부소담악과 수생식물원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알음알음 이름이 알려졌다. 2016년 항곡마을 주민들이 금강수계지원사업비와 마을기금으로 직접 부지를 사고 만든 체험식당이다. 항곡마을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곳으로, 두부와 비지장, 청국장이 대표 음식. 이 외에도 콩국수, 닭볶음탕, 새우탕 등 계절마다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다. 이 식당의 이름인 ‘돌팡깨’는 식당 맞은편 바위 무더기를 이르는 말이다. 이 검은 돌은 옥천변성대 흑색 금강석회암으로, 고생대 지질 연구에 매우 중요한 암석이다.돌팡깨식당 두부김치
  • [강경록의 미식로드] ‘솔향’ 가득 품은 ‘돼지숯불구이’
    ‘솔향’ 가득 품은 ‘돼지숯불구이’
    강경록 기자 2021.06.25
    경북 영양 희망정숯불갈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경북 봉화 읍내에서 청량산으로 가는 길. 이 길에 자리한 봉성면을 지날 즈음 발걸음이 멈춰 선다. 굴뚝 곳곳에서 마치 봉화대의 연기처럼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군침이 절로 드는 향긋한 내음이 코를 찔러와서다. 봉성돼지숯불단지에서 피워내는 돼지숯불구이 향이다.이 마을의 역사는 제법 깊다. 고려 현종 때에 봉성현으로 불릴 정도였다. 큰 고장에는 사람과 물산이 모이는 장터가 있게 마련. 봉성에도 고려 현종 때부터 들어선 유서 깊은 봉성장이 있다. 이 봉성장은 특히 우시장이 컸다. 봉성돼지숯불구이의 역사는 바로 이 봉성장에서 시작한다. 봉성장터를 드나드는 각지의 사람들에게 한끼 식사나 술안주로 내던 것이 돼지숯불구이였다. 지금도 봉성에는 돼지숯불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여럿 있다.‘희망정숯불구이’가 그 중 원조집으로 알려져 있다. 희망정숯불구이에 들어서자 주방 한쪽에서는 돼지구이를 한창 구워내고 있다. 이곳에서는 참나무 숯과 소나무 숯을 5대5 비율로 쓰고 있다. 참나무 숯은 화력이 세지만, 연기가 많이 난다. 소나무 숯은 화력이 약하지만, 연기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 두 숯을 적절하게 조합하면 돼지구이가 타지 않을 뿐더러 소나무 향이 적당히 배 특별한 향과 맛을 낸다.경북 영양 희망정숯불갈비의 양념갈비고기를 얹은 석쇠가 숯불 위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난장이 펼쳐진다. 고기 구워지는 소리와 함께 숯불이 일렁이면 마치 불꽃놀이를 보는 것 같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명이 나고 허기진 배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돼지고기는 잡내가 덜한 암퇘지를 주로 쓴다. 두툼하게 썬 고기를 석쇠 위에 얹고 소금을 뿌린 뒤 뒤집기를 반복하며 구워낸다. 고기가 타지 않도록 굽는 게 중요하다. 눈으로 봐서는 대충 뒤집는 것 같지만, 적당히 구워내는 비법은 대를 이어 전해지고 있다. 희망정숯불갈비는 참숯과 소나무숯을 5대5로 섞어 돼지갈비를 굽는다.고기가 알맞게 익으면 이곳만의 독특한 비법이 들어간다. 바로 솔잎이다. 솔잎 향이 고기의 잡내를 없애고 맛을 담백하게 한다. 솔잎에서 나오는 테프멘 성분이 고기에 스며들어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고기 위에 솔잎을 얹은 뒤 또 한 번 구워내면 접시에 솔잎을 깔고 고기를 얹은 뒤 바로 상으로 내간다. 주방에서 바로 구워서 나오기 때문에 숯불에서 바로 구운 것처럼 맛도 좋고, 냄새가 배지 않는 것도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 [강경록의 미식로드] 비 오면 더 간절한 촉촉·담백한 맛의 유혹
    비 오면 더 간절한 촉촉·담백한 맛의 유혹
    강경록 기자 2021.06.11
    부산의 전통 향토음식 동래파전[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부산에는 고유명사처럼 불리는 대표음식들이 여럿 있다. 돼지국밥과 부산밀면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나 정통성에서 본다면 동래파전이 이들 음식보다 한 수 위다. 과거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리던 부산의 전통 향토 음식이어서다. 동래파전은 임진왜란 때 동래성에 침입한 왜군에게 파를 던져 왜구를 물리치고 전쟁에 승리한 뜻을 살려 먹던 음식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전쟁 후 동래 기생들이 부산으로 진출해 운영했던 요정의 술상에 으레 동래파전을 올려 ‘동래기생’이란 이름과 함께 유명해졌다고 한다.동래파전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은 동래구청 바로 옆에 자리한 ‘동래할매파전’이다. 1940년대 동래시장에서 좌판을 깔고 동래파전을 팔기 시작했고, 이후 3대째 이어지고 있는 부산의 오래된 노포다. 지금의 자리로 옮긴 시기는 1960년대였고, 지금의 상호로 행정기관에 등록한 시점은 1975년이다. 당시 기장과 금정을 모두 포괄하는 넓은 지역이었던 ‘동래’에서 동래파전을 맛있게 부치는 곳으로 세 집이 유명했는데, 두 곳이 문을 닫으면서 그 명맥을 잇고자 ‘동래할매파전’으로 상호를 바꿨다고 한다. 파전을 부치는 무쇠로 만든 둥근 팬도 사용한 지 30년이나 돼 이 곳의 역사를 엿보게 한다.동래파전은 다른 파전과 사뭇 다르다. 일단 녹두전과 달리 기름기가 거의 없다. 반죽은 곡물로 만들어 낸다. 가장 큰 차이는 마지막에 살짝 스팀으로 찌듯이 조리해 부드럽다는 것이다.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은 웰빙음식이 바로 동래파전이다.동래파전은 간장이나 초장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동래할매파전은 동래파전의 특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음식점이다. 이 식당은 은근히 우려낸 진한 맛국물에 찹쌀, 멥쌀, 쌀가루 등 6가지 곡물로 이뤄진 반죽을 부산에서 특히나 잘 자라는 쪽파 사이에 넣어가며 부쳐낸다. 여기에 조갯살과 홍합, 굴, 새우 등 부산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물을 듬뿍 얹는다. 이후 뚜껑을 덮고 찌듯이 익힌 후 마지막으로 계란을 풀어 유기그릇에 담아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동래파전은 바싹바싹하지 않고 촉촉한 식감을 낸다.동래할매파전은 간장이나 초장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촉촉함이 느껴지는 달달한 파와 푸짐한 해산물이 간장과 초장이 만나면 더 깊이 있고 담백한 맛을 우려낸다. 여기에 부산 전통민속주 1호인 금정산성 막걸리와 곁들이면 최고의 조합을 맛볼 수 있다.
  • [강경록의 미식로드]국물에 빠진 쫄면..추억도 '모락모락'
    국물에 빠진 쫄면..추억도 '모락모락'
    강경록 기자 2021.06.04
    충북 옥천의 별미 중 하나인 풍미당의 ‘물쫄면’[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흔히 쫄면이라고 하면, 빨간 양념에 각종 채소가 들어간 비빔식 쫄면을 생각하게 마련. 하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선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국물이 있는 ‘온쫄면’과 ‘냉쫄면’이 별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온쫄면으로 대표적인 곳이 경북 경주의 ‘명동쫄면’과 충북 온천의 ‘풍미당’이다. 두 식당은 오래전부터 따뜻한 육수가 들어간 쫄면을 만드는 식당으로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자성당’의 온쫄면도 이들 옆에 이름을 올렸다. 새콤달콤한 비빔쫄면과 시원한 ‘냉쫄면’도 대표메뉴다. 이름 짓기 좋아하는 식객들은 세곳의 식당을 두고 ‘전국 3대 쫄면’이라는 거창한 타이들을 붙였을 정도다.이중 오래된 동네 빵집같은 이름의 ‘풍미당’은 옥천읍 중앙로에 자리하고 있다. 옥천에서는 누구나 아는 동네 분식집. 44년간 충청도만의 독특한 물쫄면 맛으로 오랜 세월 옥천 토박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동과 잔치국수의 사촌뻘 정도 된다. 구수한 멸치향 육수는 잔치국수와, 노랗고 부드러운 면은 우동과 닮았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끔 하면서도,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물쫄면에는 유부, 다진 고기, 파, 김가루, 메추리알 등이 면 위에 올라가 있다. 먼저 면 위에 올려진 양념장을 골고루 풀어준다. 육수에서는 쑥갓의 향긋함과 멸치의 구수함이 느껴진다. 야들야들하게 풀린 계란지단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쫄면의 면발은 흔히 생각하는 비빔 쫄면보다 부드럽다. 면은 뜨끈한 육수에 푹 담겨 있어서 그런지 부드럽다. 부들부들한 면은 치아로 쉽게 끊어질 정도다. 쫄면 특유의 쫄깃함은 사라졌지만, 이상하게 맛있다. 그래도 우동면보다는 쫄깃하다. 소면과 쫄면, 그 사이 정도다. 면을 자르지 않고 먹어야 더 맛있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소박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맛이다. 여기에 비빔 쫄면, 수제비국, 김밥도 풍미당의 오래된 인기 메뉴다. 특히 김밥은 물쫄면에 적셔 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하다. 크기도 작아 한입에 쏙 넣어 먹기에도 좋다. 내용물은 별게 없지만, 쫄면과 궁합이 좋다.풍미당 물쫄면과 잘 어울리는 김밥
  • [강경록의 미식로드] 공주에서 가장 잘 나가는 맛집은 어디?
    공주에서 가장 잘 나가는 맛집은 어디?
    강경록 기자 2021.05.21
    고가네칼국수의 국수전골[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남 공주 시민의 오랜 동반자로 함께 흘러온 ‘제민천’. 제민천변에 자리한 ‘고가네칼국수’도 한 자리에서 같은 메뉴로 한결같은 맛을 자랑하는 식당이다. 이 식당의 주인은 김영란(64) 씨. 그는 고씨 집안으로 시집온 뒤, 시댁에서 운영하던 직물공장을 리모델링해 지금의 칼국수 집으로 만들었다. 그게 27년 전의 일이다. 식당은 금세 맛집으로 소문났다. 워낙 손맛도 좋고, 요리에 감각이 뛰어나서다. 여기에 적당한 가격도 한몫했다. 칼국수 값은 초창기 4000원에서 시작해 현재 7000원이다. 맛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는 게 주위의 평가. 학생 때 단골이었던 손님이 이제는 결혼해 아이들과 함께 찾기도 한다.고가네칼국수 보쌈수육이 집의 대표메뉴는 칼국수와 만두전골, 그리고 보쌈수육이다. 육수는 한우사골을 사용한다. 여기에 대파, 표고버섯, 당근, 무, 양파 등을 넣어 끓일수록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면은 쫄깃하고 불지 않아 식감이 좋다. “우리 밀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보쌈 수육은 손님들이 국수전골과 단짝으로 주문하는 인기 메뉴. 이 집 단골들은 칼국수가 나오기 전 수육부터 한 접시 주문한다. 돼지 사태를 된장과 양파, 생강, 술 등을 넣고 1시간 반가량 푹 삶는 것이 특징이다. 입에 들어오는 순간 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만두는 김 씨가 식당을 운영하기 전부터 이북 출신인 시부모님과 함께 자주 만들어 먹던 평양식이다. 전골은 육수에 만두와 면, 김치, 낙지, 호박, 당근, 대파, 쑥갓, 미나리, 떡, 유부, 잡채 등을 넣고 끓인다. 여기에 매일 아침 김 씨가 직접 담그는 김치는 감칠맛과 함께 아삭함이 살아있다. 식사를 마친 후 잘 꾸며진 마당 정원에서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도 좋다.공주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공산성’. 이 앞으로 근사한 식당들이 몰려 있다. ‘공주에서 가장 잘나가는 맛집’인 시장정육점식당도 이곳에 있다. 대표 메뉴는 공주알밤육회비빔밥과 한우갈비탕.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육회비빕밥. 방짜유기그릇에 따뜻한 밥을 담고, 1등급 한우 우둔살과 고추장 양념장, 깻잎, 콩나물, 대파, 당근채와 오이채를 듬뿍 넣고 젓가락으로 삭삭 비벼서 먹는다. 특히 도톰하게 썬 공주알밤은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시장정육점식당의 한우육회비빔밥2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시원한 음료수도 한잔 생각난다. 공주에는 전국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특별한 재료의 음료수가 있다. 바로 ‘곡물집’의 빈라떼다. 빈라떼는 토종콩을 100% 갈아넣은 일종의 미숫가루다. 선비잡이콩, 배틀콩, 아주까리밤콩, 대추밤콩 등을 사용한다. 각각의 맛을 취향에 따라 골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곡물집 만의 특별함이다. 콩과 커피를 블렌딩한 시그니처 커피도 있다. 토종콩인 등틔기콩에 콜롬비아 나리노 수프레모와 에티오피아 사다모를 블렌딩했다. 고소한 뒷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한라산쑥, 토종 황 녹두, 자주미, 토종 쥐눈이콩, 토종 흰 들깨를 쓴 찹쌀 구운떡와플을 함께 주문한다면, 든든한 한 끼로도 손색이 없다.곡물집의 빈라떼와 한라산쑥으로 만든 구운떡와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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