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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 밀려?"…빈살만 방문 취소에 당황한 日[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일본 방문이 취소됐지만 일본 언론들은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양측이 이렇다 할 취소 사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일본 국민들은 “식당도 당일 취소는 위약금을 무는데 왜 정부는 아무 설명도 없느냐”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첨예해진 미국과 사우디라는 고래들의 기싸움에 일본이라는 새우 등이 터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애초 빈 살만 왕세자는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20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유가 안정 필요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루 전인 18일 빈 살만 왕세자와 그의 사절단은 일본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은 돌연 취소에 당황한 모습이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의 3년만 방일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떠들썩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마츠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18일 기자단에 “빈 살만 왕세자 방일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방일 취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좀처럼 빈 살만 왕세자의 일본 방문 취소를 다루고 있지 않다. 외신을 인용한 보도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전 방문한 한국과 비교해 일본 정부 대응을 향한 불만이 거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부터 5일간 사우디를 방문해 수주 외교전을 벌인 덕분에 방한 일정 자체를 취소할 뻔했던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찾게 됐다는 지적이다. 기시다 총리가 19일 방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AFP)기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증세와 엮어 방일 취소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에서 2%로 두 배로 늘리는 데 필요한 연간 47조원 넘는 금액을 증세로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증세만 검토하고 국민에게 유익한 일은 안 하나”, “에너지 확보는 물론 네옴시티 건설에서도 제외되는 건가. 한국과 저울질해서 얕보이다니 굴욕적이다”는 반응도 나온다. 아직까지도 미국과 끈끈한 동맹국인 일본을 빈 살만 왕세자가 방문할 합리적 이유가 없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기시다 총리가 사우디 측에 유가 안정을 촉구하는 것이라면 (일본 방문이) 별 메리트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재검토할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70년 넘게 좋은 관계를 이어가던 미국과 사우디가 “사우디는 인권 탄압 국가”라고 비판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 이후 껄끄러워지면서 국제 질서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안 그래도 원유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사우디 위상이 고물가 시대 이전보다 한층 커졌다는 판단이다. 실제 사우디는 브릭스(BRICS) 참가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등을 지더라도 중국,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번 빈 살만 왕세자의 일본 방문 취소를 “미국 동맹인 일본에 대한 괴롭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일본 네티즌은 “미국의 개가 되어버린 기시다 정권 하에서의 일본 방문이 내키지 않았던 것일지 모른다”라며 “에너지 문제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자위 수단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도 “서서히 미국 위주의 외교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기시다 총리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보겸 기자 2022.11.21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일본 방문이 취소됐지만 일본 언론들은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양측이 이렇다 할 취소 사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일본 국민들은 “식당도 당일 취소는 위약금을 무는데 왜 정부는 아무 설명도 없느냐”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첨예해진 미국과 사우디라는 고래들의 기싸움에 일본이라는 새우 등이 터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애초 빈 살만 왕세자는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20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유가 안정 필요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루 전인 18일 빈 살만 왕세자와 그의 사절단은 일본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은 돌연 취소에 당황한 모습이다. 앞서 빈 살만 왕세자의 3년만 방일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떠들썩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마츠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18일 기자단에 “빈 살만 왕세자 방일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방일 취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좀처럼 빈 살만 왕세자의 일본 방문 취소를 다루고 있지 않다. 외신을 인용한 보도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전 방문한 한국과 비교해 일본 정부 대응을 향한 불만이 거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부터 5일간 사우디를 방문해 수주 외교전을 벌인 덕분에 방한 일정 자체를 취소할 뻔했던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찾게 됐다는 지적이다. 기시다 총리가 19일 방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AFP)기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증세와 엮어 방일 취소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에서 2%로 두 배로 늘리는 데 필요한 연간 47조원 넘는 금액을 증세로 조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증세만 검토하고 국민에게 유익한 일은 안 하나”, “에너지 확보는 물론 네옴시티 건설에서도 제외되는 건가. 한국과 저울질해서 얕보이다니 굴욕적이다”는 반응도 나온다. 아직까지도 미국과 끈끈한 동맹국인 일본을 빈 살만 왕세자가 방문할 합리적 이유가 없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기시다 총리가 사우디 측에 유가 안정을 촉구하는 것이라면 (일본 방문이) 별 메리트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재검토할 필요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70년 넘게 좋은 관계를 이어가던 미국과 사우디가 “사우디는 인권 탄압 국가”라고 비판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 이후 껄끄러워지면서 국제 질서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안 그래도 원유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사우디 위상이 고물가 시대 이전보다 한층 커졌다는 판단이다. 실제 사우디는 브릭스(BRICS) 참가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등을 지더라도 중국,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이번 빈 살만 왕세자의 일본 방문 취소를 “미국 동맹인 일본에 대한 괴롭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일본 네티즌은 “미국의 개가 되어버린 기시다 정권 하에서의 일본 방문이 내키지 않았던 것일지 모른다”라며 “에너지 문제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자위 수단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도 “서서히 미국 위주의 외교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기시다 총리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 오타니 쇼헤이도 물렸다…FTX 파산에 우는 스타들[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거래량 규모 세계 3위인 미국계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투자자들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1년가량 FTX 글로벌 앰버서더 활동을 펼쳐 온 일본 스포츠 스타 오타니 쇼헤이도 손해를 입게 될 전망이다. 당시 오타니가 보수를 전액 가상자산으로 받기로 하면서다. 스포츠스타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오사카 나오미(오른쪽).(사진=AFP)13일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는 7일 3만1000원에서 2500원선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오타니가 FTX 앰버서더로 임명된 11월16일(6만5115원)에서 96%가량 폭락했다.가상자산 영향력이 커지면서 FTX 등 가상자산거래소는 스포츠 업계와 손잡는 데 힘써왔다. FTX는 지난해 11월 오타니를 영입하며 모든 보수를 현금 없이 가상자산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올 초에는 일본 거래소 인수로 FTX 재팬 법인을 설립하면서 오타니 효과에 힘입은 인지도 쌓기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FTX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지난 1년간 앰버서더 활동을 해 온 오타니가 무임금 노동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오타니 말고도 일본 혼혈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 등도 FTX 투자 피해자로 거론된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약 1319억원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FTX 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법원에 제출한 파산신청서를 보면 FTX 거래소와 130여개 계열사 부채 규모는 최소 13조2000억원에서 최대 66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파산신청한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트위터에 “이렇게 끝나게 돼 죄송하다”면서도 “파산 신청이 회사의 종말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해명에도 불구, 파산 신청 다음날에 FTX에서 8700억원어치 가상자산이 사라지면서 불안을 키웠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사진=AFP)FTX 측은 해킹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해킹을 가장해 FTX가 자금을 빼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뱅크먼-프리드가 자신이 세운 가상자산 헤지펀드 알라메다리서치가 고객들 인출 러시에 시달리면서 이미 100억달러 상당의 고객자산을 송금한 전적이 있어서다. 개인 투자자들 불안도 커지고 있다. 2014년 해킹 피해로 비트코인 85만개를 도난당해 파산한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를 떠올리게 하는 탓이다. 금융청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일본 법인은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고객이 요구하면 자산이 반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9일 고객들이 맡긴 일본 엔화나 가상자산 출금을 정지한 FTX재팬은 12일 엔화 출금을 재개했다. 2021년 9월 결산정보에 따르면 FTX재팬이 보관하고 있는 자산은 가상자산과 엔화자산을 포함해 약 2109억원에 달한다. 다만 FTX 파산 신청 후에도 FTX재팬에서 자금인출이 계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일본 금융청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미국에서 제기한 파산 효력이 일본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솔직히 모른다”고 전했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 추이.(사진=코인마켓캡)한편 전 세계 거래량 10%를 처리하며 하루에만 약 20조원 가까이 오가던 FTX 파산 소식에 가상자산 시장도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대량 코인 인출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5일 가상자산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1394조9744억원에서 13일 1097조원 수준으로 21%가량 떨어졌다. 13일 오후 10시 기준 비트코인도 개당 2만1853 달러를 기록했다. 가격이 2만1000 달러대로 떨어진 건 2020년 12월 이후 2년만이다.
    김보겸 기자 2022.11.15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거래량 규모 세계 3위인 미국계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투자자들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1년가량 FTX 글로벌 앰버서더 활동을 펼쳐 온 일본 스포츠 스타 오타니 쇼헤이도 손해를 입게 될 전망이다. 당시 오타니가 보수를 전액 가상자산으로 받기로 하면서다. 스포츠스타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오사카 나오미(오른쪽).(사진=AFP)13일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는 7일 3만1000원에서 2500원선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오타니가 FTX 앰버서더로 임명된 11월16일(6만5115원)에서 96%가량 폭락했다.가상자산 영향력이 커지면서 FTX 등 가상자산거래소는 스포츠 업계와 손잡는 데 힘써왔다. FTX는 지난해 11월 오타니를 영입하며 모든 보수를 현금 없이 가상자산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올 초에는 일본 거래소 인수로 FTX 재팬 법인을 설립하면서 오타니 효과에 힘입은 인지도 쌓기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FTX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지난 1년간 앰버서더 활동을 해 온 오타니가 무임금 노동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오타니 말고도 일본 혼혈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 등도 FTX 투자 피해자로 거론된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약 1319억원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FTX 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법원에 제출한 파산신청서를 보면 FTX 거래소와 130여개 계열사 부채 규모는 최소 13조2000억원에서 최대 66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파산신청한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트위터에 “이렇게 끝나게 돼 죄송하다”면서도 “파산 신청이 회사의 종말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해명에도 불구, 파산 신청 다음날에 FTX에서 8700억원어치 가상자산이 사라지면서 불안을 키웠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사진=AFP)FTX 측은 해킹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해킹을 가장해 FTX가 자금을 빼돌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뱅크먼-프리드가 자신이 세운 가상자산 헤지펀드 알라메다리서치가 고객들 인출 러시에 시달리면서 이미 100억달러 상당의 고객자산을 송금한 전적이 있어서다. 개인 투자자들 불안도 커지고 있다. 2014년 해킹 피해로 비트코인 85만개를 도난당해 파산한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를 떠올리게 하는 탓이다. 금융청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일본 법인은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릴 수는 있지만 고객이 요구하면 자산이 반환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9일 고객들이 맡긴 일본 엔화나 가상자산 출금을 정지한 FTX재팬은 12일 엔화 출금을 재개했다. 2021년 9월 결산정보에 따르면 FTX재팬이 보관하고 있는 자산은 가상자산과 엔화자산을 포함해 약 2109억원에 달한다. 다만 FTX 파산 신청 후에도 FTX재팬에서 자금인출이 계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일본 금융청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미국에서 제기한 파산 효력이 일본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솔직히 모른다”고 전했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 추이.(사진=코인마켓캡)한편 전 세계 거래량 10%를 처리하며 하루에만 약 20조원 가까이 오가던 FTX 파산 소식에 가상자산 시장도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대량 코인 인출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5일 가상자산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1394조9744억원에서 13일 1097조원 수준으로 21%가량 떨어졌다. 13일 오후 10시 기준 비트코인도 개당 2만1853 달러를 기록했다. 가격이 2만1000 달러대로 떨어진 건 2020년 12월 이후 2년만이다.
  • 하정우세트 먹는 전기톱 소년…韓 취향저격할까[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가슴팍에 달린 줄을 잡아당기면 머리와 양팔에 전기톱이 튀어나온다.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다소 뻔한 소년만화 단골 소재의 주인공은 소년 덴지. 죽은 아버지가 야쿠자에게 남긴 빚을 갚기 위해 악마 동료 포치타와 함께 악마를 사냥해 살아가는 ‘데빌 헌터’다. 악마에게 홀린 야쿠자에게 배신당해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던 덴지는 포치타의 심장을 얻어 악마로 부활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체인소맨’.(사진=체인소맨)2019년 일본 소년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해 2022년까지 1200만부를 팔아치운 인기작 ‘체인소맨’ 이야기다. 한국에도 지난달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첫 방영을 시작했다.줄거리는 언뜻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서 인기를 끈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과 비슷한 구조를 띠는 듯하다. 일상을 살던 주인공이 갑자기 등장한 이세계의 존재(혈귀, 저주, 마인)에 의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택하는 구조다. 체인소맨은 만화이지만 영화의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체인소맨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에서 설정을 따 왔다. 평소에는 평범한 소년이지만 시동을 걸면 머리에서 전기톱이 나오는 캐릭터 디자인에서 시작했다. 실제로 체인소맨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는 각종 인터뷰에서 “영화를 많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능한 많은 창작물에 자신을 노출시켜야 이야기를 풀어갈 때 익숙함을 피하고 새로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악마화된 덴지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 휴게소에서 우동과 소시지를 주문한 모습.(사진=체인소맨)영화 ‘황해’에서 하정우가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핫바를 먹는 모습.(사진=황해)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그 중에서도 후지모토는 나홍진 감독의 열혈 팬을 자처한다. 체인소맨에서도 오마주 장면을 찾아볼 수 있다. 2화 휴게소에서 덴지가 우동과 소시지를 주문하는 모습은 나 감독의 영화 ‘황해’에서 하정우가 편의점에서 라면과 소시지를 먹는 모습과 겹친다. 또 ‘곡성’에서 황정민이 살을 날리는 장면 역시 체인소맨에선 교토 신사에서 적을 원격으로 공격하는 장면으로 차용됐다. 나 감독의 원래 꿈이 만화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필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만화가를 꿈꿨던 영화감독의 영화에 만화를 영화처럼 연출하는 만화 작가가 매력을 느끼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울지 모르겠다. 후지모토는 주간 소년점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 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다”며 나 감독의 영화 ‘추격자’를 언급했다. “영화 시작 30분만에 악역이 주인공에게 잡히는 전개가 펼쳐지면서 (관객은) ‘어떻게 되는 거지’ 궁금해하게 된다. 한국 영화는 감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 끝까지 보면 ‘이거다’ 싶다. 그런 식으로 만들고 싶다.”실제로도 후지모토의 작품은 편집부에서 “예상 못 할 전개가 매력”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가 만화가 지망생이던 17살 때부터 10년 넘게 후지모토와 일해 온 소년점프 편집 담당자는 “예상을 피해 가는 독특한 전개와 대사가 매력적이었다”며 첫 인상을 회고하기도 했다. 회의 시간에 편집부가 이야기 전개에 대해 “보통 같으면 이렇게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오면 후지모토는 다음 날 전혀 다른 방향의 전개를 가져온다고 한다. 의식적으로 익숙함을 피하는 것이 후지모토만의 연출과 표현, 대사를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후지모토의 전작 ‘파이어 펀치’.(사진=소년점프)모두의 예상을 벗어나는 작품을 추구하는 성향은 전작인 ‘파이어 펀치’에서도 드러난다. 당시에도 “독자들이 미리 예상한 전개에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만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후지모토의 포부였다고. 1부는 복수극, 2부는 개그물, 3부는 히어로물로 일관성을 뛰어넘는 실험작, 파이어 펀치를 두고 대중의 호불호는 지금까지도 갈리고 있다. 체인소맨은 전작보다는 대중성을 확보한 모습이다. 다만 아직 한국에서는 일본 만화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정도다. “한국 영화처럼 관객 예상을 벗어나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감독의 일관성 있는 포부처럼 결국에는 체인소맨도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될까.
    김보겸 기자 2022.11.07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가슴팍에 달린 줄을 잡아당기면 머리와 양팔에 전기톱이 튀어나온다.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다소 뻔한 소년만화 단골 소재의 주인공은 소년 덴지. 죽은 아버지가 야쿠자에게 남긴 빚을 갚기 위해 악마 동료 포치타와 함께 악마를 사냥해 살아가는 ‘데빌 헌터’다. 악마에게 홀린 야쿠자에게 배신당해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던 덴지는 포치타의 심장을 얻어 악마로 부활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체인소맨’.(사진=체인소맨)2019년 일본 소년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해 2022년까지 1200만부를 팔아치운 인기작 ‘체인소맨’ 이야기다. 한국에도 지난달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첫 방영을 시작했다.줄거리는 언뜻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서 인기를 끈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과 비슷한 구조를 띠는 듯하다. 일상을 살던 주인공이 갑자기 등장한 이세계의 존재(혈귀, 저주, 마인)에 의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택하는 구조다. 체인소맨은 만화이지만 영화의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체인소맨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에서 설정을 따 왔다. 평소에는 평범한 소년이지만 시동을 걸면 머리에서 전기톱이 나오는 캐릭터 디자인에서 시작했다. 실제로 체인소맨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는 각종 인터뷰에서 “영화를 많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능한 많은 창작물에 자신을 노출시켜야 이야기를 풀어갈 때 익숙함을 피하고 새로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악마화된 덴지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뒤 휴게소에서 우동과 소시지를 주문한 모습.(사진=체인소맨)영화 ‘황해’에서 하정우가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핫바를 먹는 모습.(사진=황해)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그 중에서도 후지모토는 나홍진 감독의 열혈 팬을 자처한다. 체인소맨에서도 오마주 장면을 찾아볼 수 있다. 2화 휴게소에서 덴지가 우동과 소시지를 주문하는 모습은 나 감독의 영화 ‘황해’에서 하정우가 편의점에서 라면과 소시지를 먹는 모습과 겹친다. 또 ‘곡성’에서 황정민이 살을 날리는 장면 역시 체인소맨에선 교토 신사에서 적을 원격으로 공격하는 장면으로 차용됐다. 나 감독의 원래 꿈이 만화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필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만화가를 꿈꿨던 영화감독의 영화에 만화를 영화처럼 연출하는 만화 작가가 매력을 느끼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울지 모르겠다. 후지모토는 주간 소년점프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 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다”며 나 감독의 영화 ‘추격자’를 언급했다. “영화 시작 30분만에 악역이 주인공에게 잡히는 전개가 펼쳐지면서 (관객은) ‘어떻게 되는 거지’ 궁금해하게 된다. 한국 영화는 감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데, 끝까지 보면 ‘이거다’ 싶다. 그런 식으로 만들고 싶다.”실제로도 후지모토의 작품은 편집부에서 “예상 못 할 전개가 매력”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가 만화가 지망생이던 17살 때부터 10년 넘게 후지모토와 일해 온 소년점프 편집 담당자는 “예상을 피해 가는 독특한 전개와 대사가 매력적이었다”며 첫 인상을 회고하기도 했다. 회의 시간에 편집부가 이야기 전개에 대해 “보통 같으면 이렇게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오면 후지모토는 다음 날 전혀 다른 방향의 전개를 가져온다고 한다. 의식적으로 익숙함을 피하는 것이 후지모토만의 연출과 표현, 대사를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후지모토의 전작 ‘파이어 펀치’.(사진=소년점프)모두의 예상을 벗어나는 작품을 추구하는 성향은 전작인 ‘파이어 펀치’에서도 드러난다. 당시에도 “독자들이 미리 예상한 전개에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만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후지모토의 포부였다고. 1부는 복수극, 2부는 개그물, 3부는 히어로물로 일관성을 뛰어넘는 실험작, 파이어 펀치를 두고 대중의 호불호는 지금까지도 갈리고 있다. 체인소맨은 전작보다는 대중성을 확보한 모습이다. 다만 아직 한국에서는 일본 만화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정도다. “한국 영화처럼 관객 예상을 벗어나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감독의 일관성 있는 포부처럼 결국에는 체인소맨도 한국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될까.
  • "남일 아냐"…이태원 참사에 21년전 악몽 떠올린 日[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이태원 압사 사고에 21년 전 아카시시 불꽃축제 에서 벌어진 사고를 떠올리는 일본인들이 적지 않다. 지난 2001년 7월, 효고현 아카시시 인근 육교에서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와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 어린이 9명을 포함해 11명이 숨진 사태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7월21일 사고 약 1시간 반 전 현장 인근 주민들이 촬영한 아카시시 육교.(사진=고베신문)◇폭주족·마약 단속에 경비 인력은 소홀당시 육교 위 인구 밀도는 1㎡당 13~15명에 달했다. 1㎡당 4~5명을 넘으면 걷기 어려워지며, 10명이 넘으면 자기 발로 서 있는다기보다는 떠 있는 듯한 상태에 해당한다. 이 사고로 70대 노인 2명과 어린이 9명이 전신 압박에 의한 호흡 곤란 증후군으로 숨지고, 247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카시시 경찰서의 혼잡 경비 계획서에 따르면 당시 육교에는 경찰관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효고현 경찰들이 폭주족 대책을 중시하면서 폭주족 경비 요원은 강화한 반면, 혼잡 경비 인력 마련에는 소홀한 탓이다. 마약 단속 및 성추행 등 치안과 방역을 위한 인력에는 200명을 배치한 반면, 경비 인력은 평시 수준으로 마련한 이태원 사태와 닮아 있는 대목이다. 아카시시 참사 유족들도 21년 후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애도했다. 당시 두 살배기 둘째아들을 잃은 시모무라 세이지(64) 아키시시 보도교 사고 유가족회 회장은 고베신문에 “같은 사고 유족으로서 국가는 다르지만 마음이 아프다”며 “생존자 중에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발병하는 경우가 있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발생한 압사로 153명 사망자가 발생한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한 외국인이 추모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참사 계기로 경비업법 개정…‘DJ 폴리스’ 등장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 일본은 2005년 11월 경비업법을 개정했다. 기존 상주경비와 교통유도경비에 더해 혼잡 경비를 신설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경비 및 교통통제를 하고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한 경비 인력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효고현 경찰의 ‘혼잡 경비 안내’에 따르면 사전에 인파가 몰릴 것이 예측 가능한 행사일 경우 혼잡 경비 대상이 된다. 불꽃놀이나 스포츠 경기, 공연 등이 대표적이며 100만명이 몰리는 시부야 핼러윈 행사도 물론 포함된다. 경비가 필요한 이유로는 ‘개개인이 모여 군집을 이루면 위험도가 높아진다’, ‘익명성 때문에 이성을 잃기 쉬워진다’ 등을 꼽고 있다. 혼란과 무질서가 겹쳐져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예상보다도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터널과 계단, 중간에 빠져나갈 길이 없는 좁은 골목 등을 위주로 경비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도 돼 있다. 이런 곳에서는 일방통행을 원칙으로 하며, 인파가 멈추지 않고 이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경찰 지침이다. 핼러윈 행사 혼잡을 막기 위해 일본 경찰이 시부야역 인근에 ‘DJ 폴리스’를 배치해 보행자를 안내하고 있다.(사진=NHK)실제 지난 2013년 6월,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놓고 일본이 호주에 승리를 거둔 예선 때 경찰 인력 배치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당시 일본 경시청 제9기동대 ‘DJ 폴리스’는 3만여명이 모인 시부야역 앞에 출동해 확성기를 잡고 “이런 좋은 날에 화를 내고 싶지 않다”, “일본 대표팀 같은 팀워크를 발휘해 천천히 움직여라”며 교통 통제에 나섰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이날 경찰 지시에 따라 군중이 이동하면서 부상자나 소동을 일으키는 이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경찰은 몸싸움이 벌어질 경우 대응책 및 부상자 발생에 대비해 사전에 구급차와 경찰차 통로를 마련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대책을 세웠다. 지난해 8월11일에는 교토에서 열린 불꽃놀이를 보러 카메오카역에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 이 때 경비 인력이 역 입구에서 단호한 어조로 “멈춰라”, “나는 당신의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당시 해당 남성이 노마스크로 소리를 지른다며 못마땅하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2001년 아카시 불꽃축제에서 벌어진 인명사고를 연상케 하는 어수선한 현장에선 불가피한 태도였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자 핼러윈 행사를 앞둔 일본서도 긴장의 끈을 죄는 모습이다. 일본 경찰은 ‘한국판 이태원’ 시부야에 경찰력을 배치했다. 시부야구는 이 지역에서 심야 음주를 일시적으로 금지한다. 28일 오후 6시부터 내달 오전 5시까지는 공원과 도로 등 일부 지역에서 야간 노상 음주를 금지해 분위기 과열을 막는다. 편의점과 백화점 등 점포 42곳에도 30일과 31일 밤부터 다음달 1일 새벽까지 주류 판매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다.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제2의 세월호 사태…尹정부 위기”참사 사상자 대다수가 20대 젊은층이라는 점에서 ‘제2의 세월호’에 비견되는 이태원 사태에 윤석열 정부가 최대 시련에 맞닥뜨렸다는 목소리도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고 3년 만에 본격적으로 행사가 열린 만큼, 많은 이들이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됐지만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계획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예년의 경우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라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날 보수단체와 양대 노총이 집회를 연 광화문에 경력 상당수가 배치되면서 이태원에는 평시 수준의 인원만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고 직후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친구(최순실) 국정개입으로 시위가 일어났을 때 (세월호) 사태에 대한 대응이 다시 떠오르면서 퇴진 원인 중 하나가 됐다”며 “다수 젊은이들의 생명에 관한 사고는 정권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 위기”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이태원 참사는 당국의 대응 책임”이라며 “행정이 사고 현장을 통제하기 못했기에 야당은 ‘인재’라는 이유로 정부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윤석열 정부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김보겸 기자 2022.10.31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이태원 압사 사고에 21년 전 아카시시 불꽃축제 에서 벌어진 사고를 떠올리는 일본인들이 적지 않다. 지난 2001년 7월, 효고현 아카시시 인근 육교에서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와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 어린이 9명을 포함해 11명이 숨진 사태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7월21일 사고 약 1시간 반 전 현장 인근 주민들이 촬영한 아카시시 육교.(사진=고베신문)◇폭주족·마약 단속에 경비 인력은 소홀당시 육교 위 인구 밀도는 1㎡당 13~15명에 달했다. 1㎡당 4~5명을 넘으면 걷기 어려워지며, 10명이 넘으면 자기 발로 서 있는다기보다는 떠 있는 듯한 상태에 해당한다. 이 사고로 70대 노인 2명과 어린이 9명이 전신 압박에 의한 호흡 곤란 증후군으로 숨지고, 247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카시시 경찰서의 혼잡 경비 계획서에 따르면 당시 육교에는 경찰관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효고현 경찰들이 폭주족 대책을 중시하면서 폭주족 경비 요원은 강화한 반면, 혼잡 경비 인력 마련에는 소홀한 탓이다. 마약 단속 및 성추행 등 치안과 방역을 위한 인력에는 200명을 배치한 반면, 경비 인력은 평시 수준으로 마련한 이태원 사태와 닮아 있는 대목이다. 아카시시 참사 유족들도 21년 후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애도했다. 당시 두 살배기 둘째아들을 잃은 시모무라 세이지(64) 아키시시 보도교 사고 유가족회 회장은 고베신문에 “같은 사고 유족으로서 국가는 다르지만 마음이 아프다”며 “생존자 중에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발병하는 경우가 있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발생한 압사로 153명 사망자가 발생한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한 외국인이 추모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참사 계기로 경비업법 개정…‘DJ 폴리스’ 등장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 일본은 2005년 11월 경비업법을 개정했다. 기존 상주경비와 교통유도경비에 더해 혼잡 경비를 신설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경비 및 교통통제를 하고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한 경비 인력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효고현 경찰의 ‘혼잡 경비 안내’에 따르면 사전에 인파가 몰릴 것이 예측 가능한 행사일 경우 혼잡 경비 대상이 된다. 불꽃놀이나 스포츠 경기, 공연 등이 대표적이며 100만명이 몰리는 시부야 핼러윈 행사도 물론 포함된다. 경비가 필요한 이유로는 ‘개개인이 모여 군집을 이루면 위험도가 높아진다’, ‘익명성 때문에 이성을 잃기 쉬워진다’ 등을 꼽고 있다. 혼란과 무질서가 겹쳐져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예상보다도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터널과 계단, 중간에 빠져나갈 길이 없는 좁은 골목 등을 위주로 경비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도 돼 있다. 이런 곳에서는 일방통행을 원칙으로 하며, 인파가 멈추지 않고 이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경찰 지침이다. 핼러윈 행사 혼잡을 막기 위해 일본 경찰이 시부야역 인근에 ‘DJ 폴리스’를 배치해 보행자를 안내하고 있다.(사진=NHK)실제 지난 2013년 6월,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놓고 일본이 호주에 승리를 거둔 예선 때 경찰 인력 배치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당시 일본 경시청 제9기동대 ‘DJ 폴리스’는 3만여명이 모인 시부야역 앞에 출동해 확성기를 잡고 “이런 좋은 날에 화를 내고 싶지 않다”, “일본 대표팀 같은 팀워크를 발휘해 천천히 움직여라”며 교통 통제에 나섰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이날 경찰 지시에 따라 군중이 이동하면서 부상자나 소동을 일으키는 이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경찰은 몸싸움이 벌어질 경우 대응책 및 부상자 발생에 대비해 사전에 구급차와 경찰차 통로를 마련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대책을 세웠다. 지난해 8월11일에는 교토에서 열린 불꽃놀이를 보러 카메오카역에 사람이 몰리기도 했다. 이 때 경비 인력이 역 입구에서 단호한 어조로 “멈춰라”, “나는 당신의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당시 해당 남성이 노마스크로 소리를 지른다며 못마땅하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2001년 아카시 불꽃축제에서 벌어진 인명사고를 연상케 하는 어수선한 현장에선 불가피한 태도였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자 핼러윈 행사를 앞둔 일본서도 긴장의 끈을 죄는 모습이다. 일본 경찰은 ‘한국판 이태원’ 시부야에 경찰력을 배치했다. 시부야구는 이 지역에서 심야 음주를 일시적으로 금지한다. 28일 오후 6시부터 내달 오전 5시까지는 공원과 도로 등 일부 지역에서 야간 노상 음주를 금지해 분위기 과열을 막는다. 편의점과 백화점 등 점포 42곳에도 30일과 31일 밤부터 다음달 1일 새벽까지 주류 판매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한다.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제2의 세월호 사태…尹정부 위기”참사 사상자 대다수가 20대 젊은층이라는 점에서 ‘제2의 세월호’에 비견되는 이태원 사태에 윤석열 정부가 최대 시련에 맞닥뜨렸다는 목소리도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고 3년 만에 본격적으로 행사가 열린 만큼, 많은 이들이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됐지만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계획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예년의 경우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라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날 보수단체와 양대 노총이 집회를 연 광화문에 경력 상당수가 배치되면서 이태원에는 평시 수준의 인원만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고 직후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친구(최순실) 국정개입으로 시위가 일어났을 때 (세월호) 사태에 대한 대응이 다시 떠오르면서 퇴진 원인 중 하나가 됐다”며 “다수 젊은이들의 생명에 관한 사고는 정권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 위기”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이태원 참사는 당국의 대응 책임”이라며 “행정이 사고 현장을 통제하기 못했기에 야당은 ‘인재’라는 이유로 정부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윤석열 정부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 복면 쓰고 엔화 사들이는 닌자의 나라 日[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엔화 움직임을 보면 정부가 매우 부자연스러운 복면 개입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수석외환전략가지난달 24년만의 28조원어치 엔화 매입에도 엔화가 약세를 면치 못해서였을까. 10월 들어 일본 정부의 지시로 일본은행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인 것으로 보이는 현상이 세 번이나 나타났다. 9월과 달리 정부는 개입 여부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닌자마냥 환율에 개입한 뒤 시장이 모르게 하는, 이른바 ‘복면 개입(覆面介入)’ 이다. 일본 정부가 지시해 일본은행이 시장 몰래 실시한 환율 개입, 이른바 ‘복면 개입’으로 보이는 상황이 10월 들어 세 차례 발견됐다.(사진=AFP)◇세 차례 수상한 환율 흐름…계좌 잔액도 부족?복면 개입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 13일부터다. 이날 환율이 부자연스러웠고 17일 일본은행이 공개한 당좌예금 잔액도 월초 예상보다 1조엔 넘게 줄어들면서다. 13일 엔·달러는 147.67엔에서 146엔대로 내려가며 엔화 강세를 보였다. 별다른 강세 요인이 없는데도 말이다. 원래 남아있어야 할 돈보다 당좌예금 계좌에 돈이 적게 남은 점도 의심을 키웠다. 복면 개입에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려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과정을 동시에 거쳐야 한다.재무성에 따르면 2020년 말 환율개입에 쓸 수 있는 외화예수금 잔액은 11조5000억엔이었다. 지난 9월 22일에는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잔액의 약 25%인 2조8382만엔가량을 달러 매도 및 엔화 매입에 썼다. 이후 공개한 계좌에는 있어야 할 돈보다 1조엔가량이 모자라, 이 돈으로 또 다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20일 32년만에 1달러 150엔선이 뚫린 엔·달러 환율은 하루만에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21일 147엔선으로 내려왔다.(사진=블룸버그)닷새 뒤인 18일에도 엔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외환당국 개입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두 차례 환율 개입으로 추정되는 현상이 발견됐지만, 엔·달러 환율은 결국 20일 1달러 150엔선을 돌파했다. 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32년만이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달러 150엔선이 뚫리자마자 돌연 하루만에 엔화는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1일 오후 9시 달러당 152엔 하던 엔화는 두 시간만에 144엔대로 8엔 가까이 내리며 강세 흐름을 탔다. 뉴욕에 거점을 둔 일본계 대형금융기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보통의 가격 변동이 아니었다”며 복면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날 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과 칸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이 전화통화를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에 전하면서 외환당국이 환율에 개입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22일(현지시간) 호주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오른쪽은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사진=AFP)◇9월과 달리 함구하는 당국…“타이밍은 적절”그럼에도 정부는 9월과 달리 개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호주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취재진 질문에 “환율에 대해 구체적 코멘트를 하지 않겠다”고 22일 말했다. 스즈키 재무상 역시 21일 ‘정부가 복면개입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노코멘트하면서도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환율 개입을 공개하지 않는 복면 개입은 투기세력을 견제하면서 엔화 약세 움직임을 늦추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언제 엔화를 사들일 지 시장이 모르게 함으로써 투기적 거래를 예방하고 지나친 엔저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같이 은밀한 개입 효과는 어땠을까. 복면개입 시기만큼은 완벽했다는 평가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2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고 보도하자 엔화가 약간 강세를 보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고 판단한 일본 정부가 환율에 개입한 듯한 타이밍이 연출됐다.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사히신문에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 이후에 개입해 효과가 커졌다”고 봤다.고질적인 엔저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복면 개입이 아니라 일본 경제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사진=AFP)◇ 복면 개입이 엔저 원인 제거 못 해…“경제 체력 키워야”다만 이번 복면 개입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엔화 가치를 붙잡는 것도 일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과거 인위적인 개입이 모두 그렇듯 말이다. 엔저의 가장 큰 원인은 미일 금리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올해 계속해서 공격적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행은 최근까지도 “금융완화는 틀리지 않다”는 입장이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 경제가 그다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도 엔저를 부추기고 있다. 뉴욕 금융시장조사회사인 하이프리쿼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NHK에 “시장 개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개입하더라도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효과만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결국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는 건 쇠한 국력을 상쇄하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한탄도 흘려 들을 수 없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엔화에 심폐소생을 하기 위해 정부와 일본은행이 복면을 쓰든, 벗든 수차례 실시한 개입에도 엔화 가치는 다시 시장이 냉정하게 평가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매번 목격한 바 있다. 게다가 환율 개입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만큼 무한정 개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증상만 잠시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경제 체력을 키우는 것이 엔저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수라는 목소리, 비단 일본에만 해당할까.
    김보겸 기자 2022.10.24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엔화 움직임을 보면 정부가 매우 부자연스러운 복면 개입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수석외환전략가지난달 24년만의 28조원어치 엔화 매입에도 엔화가 약세를 면치 못해서였을까. 10월 들어 일본 정부의 지시로 일본은행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인 것으로 보이는 현상이 세 번이나 나타났다. 9월과 달리 정부는 개입 여부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닌자마냥 환율에 개입한 뒤 시장이 모르게 하는, 이른바 ‘복면 개입(覆面介入)’ 이다. 일본 정부가 지시해 일본은행이 시장 몰래 실시한 환율 개입, 이른바 ‘복면 개입’으로 보이는 상황이 10월 들어 세 차례 발견됐다.(사진=AFP)◇세 차례 수상한 환율 흐름…계좌 잔액도 부족?복면 개입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 13일부터다. 이날 환율이 부자연스러웠고 17일 일본은행이 공개한 당좌예금 잔액도 월초 예상보다 1조엔 넘게 줄어들면서다. 13일 엔·달러는 147.67엔에서 146엔대로 내려가며 엔화 강세를 보였다. 별다른 강세 요인이 없는데도 말이다. 원래 남아있어야 할 돈보다 당좌예금 계좌에 돈이 적게 남은 점도 의심을 키웠다. 복면 개입에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려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과정을 동시에 거쳐야 한다.재무성에 따르면 2020년 말 환율개입에 쓸 수 있는 외화예수금 잔액은 11조5000억엔이었다. 지난 9월 22일에는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잔액의 약 25%인 2조8382만엔가량을 달러 매도 및 엔화 매입에 썼다. 이후 공개한 계좌에는 있어야 할 돈보다 1조엔가량이 모자라, 이 돈으로 또 다시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20일 32년만에 1달러 150엔선이 뚫린 엔·달러 환율은 하루만에 엔화가 강세를 보이며 21일 147엔선으로 내려왔다.(사진=블룸버그)닷새 뒤인 18일에도 엔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외환당국 개입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두 차례 환율 개입으로 추정되는 현상이 발견됐지만, 엔·달러 환율은 결국 20일 1달러 150엔선을 돌파했다. 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32년만이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달러 150엔선이 뚫리자마자 돌연 하루만에 엔화는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1일 오후 9시 달러당 152엔 하던 엔화는 두 시간만에 144엔대로 8엔 가까이 내리며 강세 흐름을 탔다. 뉴욕에 거점을 둔 일본계 대형금융기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보통의 가격 변동이 아니었다”며 복면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이날 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과 칸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이 전화통화를 했다고 요미우리신문에 전하면서 외환당국이 환율에 개입했다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22일(현지시간) 호주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오른쪽은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사진=AFP)◇9월과 달리 함구하는 당국…“타이밍은 적절”그럼에도 정부는 9월과 달리 개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호주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취재진 질문에 “환율에 대해 구체적 코멘트를 하지 않겠다”고 22일 말했다. 스즈키 재무상 역시 21일 ‘정부가 복면개입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는 질문에 노코멘트하면서도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환율 개입을 공개하지 않는 복면 개입은 투기세력을 견제하면서 엔화 약세 움직임을 늦추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언제 엔화를 사들일 지 시장이 모르게 함으로써 투기적 거래를 예방하고 지나친 엔저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같이 은밀한 개입 효과는 어땠을까. 복면개입 시기만큼은 완벽했다는 평가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2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고 보도하자 엔화가 약간 강세를 보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고 판단한 일본 정부가 환율에 개입한 듯한 타이밍이 연출됐다.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사히신문에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 이후에 개입해 효과가 커졌다”고 봤다.고질적인 엔저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복면 개입이 아니라 일본 경제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사진=AFP)◇ 복면 개입이 엔저 원인 제거 못 해…“경제 체력 키워야”다만 이번 복면 개입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엔화 가치를 붙잡는 것도 일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과거 인위적인 개입이 모두 그렇듯 말이다. 엔저의 가장 큰 원인은 미일 금리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올해 계속해서 공격적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행은 최근까지도 “금융완화는 틀리지 않다”는 입장이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 경제가 그다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점도 엔저를 부추기고 있다. 뉴욕 금융시장조사회사인 하이프리쿼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NHK에 “시장 개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개입하더라도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효과만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결국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는 건 쇠한 국력을 상쇄하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한탄도 흘려 들을 수 없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엔화에 심폐소생을 하기 위해 정부와 일본은행이 복면을 쓰든, 벗든 수차례 실시한 개입에도 엔화 가치는 다시 시장이 냉정하게 평가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매번 목격한 바 있다. 게다가 환율 개입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만큼 무한정 개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증상만 잠시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경제 체력을 키우는 것이 엔저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수라는 목소리, 비단 일본에만 해당할까.
  • 외국인, 값싼 日주식 왜 안살까[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주식이 지난해 고점(3만500.05) 대비 11% 넘게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와중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전 세계가 금리 인상에 박차 가하는 가운데서도 꿋꿋이 일본은행만큼은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기 유리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외국인이 ‘셀 재팬’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달러·엔 환율이 표기된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사진=AFP)◇日주식 저가매수할 4가지 이유에도…외인은 ‘셀 재팬’지난 4월부터 9월까지 달러로 표시한 닛케이 평균주가는 약 20% 떨어졌다. 도쿄증권 매매대금의 70%를 차지하는 외인들이 매도세로 일관한 탓이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1조5281억엔(약 14조818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인은 2021년 상반기부터 3분기 연속으로 순매도 중이다. 특히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는 현물과 선물 순매도액이 2조엔을 넘었는데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일본 주식시장 가격 매력도가 높아진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현상이라는 평가다. 일간겐다이는 16일 “일본 주식이 싸졌다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라며 4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선진국 중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023년 세계경제 실질성장 전망치에서 미국과 유로존이 각각 1.0%, 0.5%인 데 비해 일본은 1.6%로 선진국 중 가장 성장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 기업 실적 전망 역시 유럽의 경우 마이너스대로 떨어졌지만 일본 기업은 플러스를 기록했으며, 밸류에이션 역시 미국의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 초반까지 낮아졌다면 일본 닛케이225의 PER은 11배까지 떨어진 만큼 반발 매수세 유입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유리한데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줍줍’은 커녕, 팔아치우고 있다. 이유로는 1998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약세를 보이는 엔저현상 때문에 ‘이중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기업 실적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엔저가 달러로 사들인 일본 주식 가치를 깎아 먹을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12일 중국 상하이 거리를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사진=AFP)외국인의 ‘셀 재팬’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중국 경기 전망과 일본 주식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출신 투자 어드바이저인 이치오카 시게오는 지난 11일 JB프레스에 이같이 밝혔다. 실제 상해종합주가지수가 5023.10을 찍었던 지난 2015년 외국인의 일본 주식 매입액도 19억5000만엔(약 189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동시에 외국인의 일본 주식 매수액은 줄었다. 상해종합주가지수가 3000대로 내려앉은 2022년 현재 외국인은 일본 주식 7억9000만엔(약 76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치오카는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일본 기업 실적이 중국 경제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크다고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이대로 가면 외인 유출 따라갈수도 외인이 떠나는 일본 증시의 상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증시 역시 외국인이 주류이며 외인이 빠질 때 증시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셀 재팬’ 이유로 엔저 현상이 꼽히지만 원화 약세도 만만치 않다. 최근 석달간 엔화 가치가 6.48% 떨어질 때 원화는 8.0% 하락했다. 점점 가치가 떨어지는 엔화로 표시된 일본 주식을 사는 것이 이중 손실로 이어지는 상황은 한국 증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중국 경제의 향방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는 나라 역시 일본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동남아시아 국가보다도 한국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와 수출 감소가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등 동북아 국가들이 통화 가치 방어에 취약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보겸 기자 2022.10.17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주식이 지난해 고점(3만500.05) 대비 11% 넘게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와중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전 세계가 금리 인상에 박차 가하는 가운데서도 꿋꿋이 일본은행만큼은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기 유리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외국인이 ‘셀 재팬’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달러·엔 환율이 표기된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사진=AFP)◇日주식 저가매수할 4가지 이유에도…외인은 ‘셀 재팬’지난 4월부터 9월까지 달러로 표시한 닛케이 평균주가는 약 20% 떨어졌다. 도쿄증권 매매대금의 70%를 차지하는 외인들이 매도세로 일관한 탓이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1조5281억엔(약 14조818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인은 2021년 상반기부터 3분기 연속으로 순매도 중이다. 특히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는 현물과 선물 순매도액이 2조엔을 넘었는데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일본 주식시장 가격 매력도가 높아진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현상이라는 평가다. 일간겐다이는 16일 “일본 주식이 싸졌다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라며 4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선진국 중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기 때문에 주식 투자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023년 세계경제 실질성장 전망치에서 미국과 유로존이 각각 1.0%, 0.5%인 데 비해 일본은 1.6%로 선진국 중 가장 성장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 기업 실적 전망 역시 유럽의 경우 마이너스대로 떨어졌지만 일본 기업은 플러스를 기록했으며, 밸류에이션 역시 미국의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 초반까지 낮아졌다면 일본 닛케이225의 PER은 11배까지 떨어진 만큼 반발 매수세 유입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유리한데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줍줍’은 커녕, 팔아치우고 있다. 이유로는 1998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약세를 보이는 엔저현상 때문에 ‘이중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기업 실적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엔저가 달러로 사들인 일본 주식 가치를 깎아 먹을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12일 중국 상하이 거리를 사람들이 지나고 있다.(사진=AFP)외국인의 ‘셀 재팬’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중국 경기 전망과 일본 주식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출신 투자 어드바이저인 이치오카 시게오는 지난 11일 JB프레스에 이같이 밝혔다. 실제 상해종합주가지수가 5023.10을 찍었던 지난 2015년 외국인의 일본 주식 매입액도 19억5000만엔(약 189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동시에 외국인의 일본 주식 매수액은 줄었다. 상해종합주가지수가 3000대로 내려앉은 2022년 현재 외국인은 일본 주식 7억9000만엔(약 76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치오카는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일본 기업 실적이 중국 경제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크다고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한국, 이대로 가면 외인 유출 따라갈수도 외인이 떠나는 일본 증시의 상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증시 역시 외국인이 주류이며 외인이 빠질 때 증시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셀 재팬’ 이유로 엔저 현상이 꼽히지만 원화 약세도 만만치 않다. 최근 석달간 엔화 가치가 6.48% 떨어질 때 원화는 8.0% 하락했다. 점점 가치가 떨어지는 엔화로 표시된 일본 주식을 사는 것이 이중 손실로 이어지는 상황은 한국 증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중국 경제의 향방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는 나라 역시 일본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동남아시아 국가보다도 한국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와 수출 감소가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등 동북아 국가들이 통화 가치 방어에 취약할 것이란 설명이다.
  • 엔저 심하다 해도…원화가치 더 떨어졌다[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싸진 원화값 하락폭이 심상치 않다. 최근 3개월 주요국 중 세 번째 낙폭을 기록하면서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화보다 더 떨어진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2분기 환율방어에 약 22조원을 썼다.(사진=연합뉴스)‘킹달러’에 휘청이는 건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준기축통화로서의 명성이 무색하게 위태롭던 영국 파운드화는 신임 총리의 감세안 발표에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보다도 가치가 떨어졌다.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목표로 부자감세에 나설 수 있다는 소식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와 영국 파운드화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198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달러화로 갈아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퍼 달러’ 흐름이 이어지면서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던 한국과 일본은 수십조에 달하는 달러 매도 조치를 취했다. 킹달러에 맞서 통화가치를 방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22일 일본은행(BOJ)은 2조8000억엔(약 28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한국은행도 2분기에만 환율방어에 154억1000만달러(약 22조원)를 썼다. 2019년 수치를 공개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최근 3개월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폭이 엔화보다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는 엔화가 달러 대비 26% 하락하며 원화 하락폭(-20%)을 웃돌았다. (출처=한국은행·일본은행)공격적 달러 매도에도 통화가치 방어 효과는 미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최근 3개월간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8.0%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15.2%)와 뉴질랜드달러(-9.2%)에 이어 주요국에서 세 번째 낙폭이다. 엔화 역시 같은기간 6.48% 하락하며 주요국 9위 하락폭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원화는 달러 대비 20% 급락했으며 엔화는 26% 떨어졌다. 준비통화 대접을 받는 엔화마저 강달러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환율 방어에 애를 먹는 이유로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반면 중국이 부상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지배했을 때에는 다른 국가의 경제도 미국 경기 순환을 따랐으며 통화정책도 상당부분 동기화됐다”며 “지금은 미국에 덜 얽매인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원화는 미국 금리인상 추이뿐 아니라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 환경에 따라 위안화에 가치가 연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킹달러에 맞서기 위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도 나온다. 1985년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이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췄던 ‘플라자 합의’ 2.0 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미국은 달러화 급등과 고금리,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의회 내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플라자 합의를 맺을 강력한 동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오늘날은 미국 경제와 수출이 모두 호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수출이 침체되고 무역수지가 나빠지며 달러가치가 급락할 위험에 처해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까말까라는 것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NEC 위원장.(사진=AFP)백악관도 심드렁하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달러화 강세는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공동조치 필요성에 선을 그었다.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역시 국제적 환율 공조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아울러 미국으로서는 강달러를 통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타국에 수출하는 게 여러모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도 짚었다. 당분간 전 세계가 환율 방어에 골머리를 앓는 동안 미국은 킹달러를 즐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김보겸 기자 2022.10.11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싸진 원화값 하락폭이 심상치 않다. 최근 3개월 주요국 중 세 번째 낙폭을 기록하면서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화보다 더 떨어진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2분기 환율방어에 약 22조원을 썼다.(사진=연합뉴스)‘킹달러’에 휘청이는 건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준기축통화로서의 명성이 무색하게 위태롭던 영국 파운드화는 신임 총리의 감세안 발표에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보다도 가치가 떨어졌다.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경제성장을 목표로 부자감세에 나설 수 있다는 소식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와 영국 파운드화를 던졌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198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달러화로 갈아타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퍼 달러’ 흐름이 이어지면서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던 한국과 일본은 수십조에 달하는 달러 매도 조치를 취했다. 킹달러에 맞서 통화가치를 방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22일 일본은행(BOJ)은 2조8000억엔(약 28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한국은행도 2분기에만 환율방어에 154억1000만달러(약 22조원)를 썼다. 2019년 수치를 공개한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최근 3개월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폭이 엔화보다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는 엔화가 달러 대비 26% 하락하며 원화 하락폭(-20%)을 웃돌았다. (출처=한국은행·일본은행)공격적 달러 매도에도 통화가치 방어 효과는 미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최근 3개월간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8.0%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15.2%)와 뉴질랜드달러(-9.2%)에 이어 주요국에서 세 번째 낙폭이다. 엔화 역시 같은기간 6.48% 하락하며 주요국 9위 하락폭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원화는 달러 대비 20% 급락했으며 엔화는 26% 떨어졌다. 준비통화 대접을 받는 엔화마저 강달러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환율 방어에 애를 먹는 이유로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반면 중국이 부상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지배했을 때에는 다른 국가의 경제도 미국 경기 순환을 따랐으며 통화정책도 상당부분 동기화됐다”며 “지금은 미국에 덜 얽매인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원화는 미국 금리인상 추이뿐 아니라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 환경에 따라 위안화에 가치가 연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킹달러에 맞서기 위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도 나온다. 1985년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이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췄던 ‘플라자 합의’ 2.0 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미국은 달러화 급등과 고금리,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의회 내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플라자 합의를 맺을 강력한 동기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오늘날은 미국 경제와 수출이 모두 호조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수출이 침체되고 무역수지가 나빠지며 달러가치가 급락할 위험에 처해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까말까라는 것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NEC 위원장.(사진=AFP)백악관도 심드렁하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달러화 강세는 미국 경제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공동조치 필요성에 선을 그었다.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역시 국제적 환율 공조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아울러 미국으로서는 강달러를 통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타국에 수출하는 게 여러모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도 짚었다. 당분간 전 세계가 환율 방어에 골머리를 앓는 동안 미국은 킹달러를 즐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 기시다-구로다 갈등에 28조원 태웠지만…여전한 엔저[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두 수장이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삐걱거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이야기다. 일본은행이 최근 “경제는 회복 중이며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맞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총리 관저에선 “미국 따라 전 세계가 금리를 올리는데 일본만 뭐 하고 있느냐”는 불만이 폭발했다. 이에 일본은행 발표 후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일본 재무성은 “일본은행과 함께 엔화는 사들이고 달러는 팔겠다”며 환율개입에 나섰다. 금융완화와 환율개입이라는 손발 안 맞는 정책을 동시에 실시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리고 결과는 어땠을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오른쪽). (사진=AFP)지난달 21일부터 이틀간 치러진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지켜보는 총리관저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3월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115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엔화의 끝없는 추락에 140엔대까지 올라섰다.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신선식료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까지 올랐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원망에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출범 1년 만에 곤두박질쳤고 설상가상으로 자민당-통일교 유착 문제까지 불거졌다. 미국이 올 들어서만 평소의 세 배인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는데 구로다 총재는 기존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간 겐다이에 “이대로 일본은행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기시다 총리는 구로다 총재에게 ‘얕보이고 있다는(なめられている) 게 된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다”고 발표했다.(사진=AFP)일본은행이 이번에도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건 22일 정오께. 일본 정부도 환율개입 가능성을 넌지시 흘리기 시작했다. 오후 1시30분쯤 칸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이 취재진에 “(환율 개입은) 스탠바이 상태”라며 “언제든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서다. 오후 3시30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구로다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언한 뒤 오후 5시 재무성은 약 3조엔 규모의 환율개입을 밝혔다. 같은 시각 방미 중이던 기시다 총리도 뉴욕증권거래소를 찾아 “1년간 엔화 가치가 30엔 넘게 떨어졌는데 이런 일은 과거 30년간 없었다”며 “과도한 변동에 대해선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환율개입에 힘을 실었다. 기시다 정부 지지율 하락 주범으로 몰린 구로다 총재가 한 방 먹었다는 평가다. 한 시장 관계자는 “금융완화 유지와 엔 매수 개입은 모순되는 정책”이라며 “반쪽짜리 정책을 실시하게 된 건 구로다 총재의 결정에 관저가 노를 들이댄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도 발끈했다. 3일 공개된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발언 주요 내용에서 한 위원은 “금융정책을 운영하는 데 있어 환율은 직접 통제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외환시장 개입을 담당하는 두 축이 정부와 중앙은행이긴 하지만, 일본은행을 이번 환율개입에 끌어들인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읽힌다. 구로다 총재가 지난달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치고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사진=AFP)사상 최대치 돈을 쏟아붓고서라도 엔화 가치를 올리려던 일본 정부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달 30일 재무성은 8월30일부터 9월28일까지 한 달간 환율개입 실적액이 2조8382억엔(약 28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급등한 날은 환율개입을 단행한 22일 하루뿐이라 모두 이 날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는 개입 당일 5엔 내린 140엔대를 기록했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144엔대로 오르며 제자리걸음했다. 인위적 환율개입은 효과가 없다는 과거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급 규모였던 지난 1998년 4월10일 일본 외환당국은 2조6201억엔(약 26조951억원)어치를 엔화를 사들이는 데 썼지만 131엔에서 127엔까지 떨어진 엔·달러 환율은 일주일만에 원상복구된 바 있다. 가네코 마사루 릿쿄대학 특임교수는 일간 겐다이에 “(엔저) 고비는 (달러당) 147엔, 150엔으로 점점 오를 텐데 그럴 때마다 대규모 개입을 반복하면 올해 안에 자금이 동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대급 엔화 매입에도 엔화 가치가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일본 정부가 두 번째 시장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전망은 밝지 않다. 오버시즈파이니즈뱅킹콥(OCBC) 전략분석가 크리스토퍼 웡은 블룸버그통신에 “당국이 개입할 수는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가 없는 한 개입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보겸 기자 2022.10.04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두 수장이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삐걱거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이야기다. 일본은행이 최근 “경제는 회복 중이며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맞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총리 관저에선 “미국 따라 전 세계가 금리를 올리는데 일본만 뭐 하고 있느냐”는 불만이 폭발했다. 이에 일본은행 발표 후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일본 재무성은 “일본은행과 함께 엔화는 사들이고 달러는 팔겠다”며 환율개입에 나섰다. 금융완화와 환율개입이라는 손발 안 맞는 정책을 동시에 실시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리고 결과는 어땠을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오른쪽). (사진=AFP)지난달 21일부터 이틀간 치러진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지켜보는 총리관저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3월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115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엔화의 끝없는 추락에 140엔대까지 올라섰다.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신선식료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까지 올랐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원망에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출범 1년 만에 곤두박질쳤고 설상가상으로 자민당-통일교 유착 문제까지 불거졌다. 미국이 올 들어서만 평소의 세 배인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는데 구로다 총재는 기존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간 겐다이에 “이대로 일본은행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기시다 총리는 구로다 총재에게 ‘얕보이고 있다는(なめられている) 게 된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다”고 발표했다.(사진=AFP)일본은행이 이번에도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건 22일 정오께. 일본 정부도 환율개입 가능성을 넌지시 흘리기 시작했다. 오후 1시30분쯤 칸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이 취재진에 “(환율 개입은) 스탠바이 상태”라며 “언제든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서다. 오후 3시30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구로다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언한 뒤 오후 5시 재무성은 약 3조엔 규모의 환율개입을 밝혔다. 같은 시각 방미 중이던 기시다 총리도 뉴욕증권거래소를 찾아 “1년간 엔화 가치가 30엔 넘게 떨어졌는데 이런 일은 과거 30년간 없었다”며 “과도한 변동에 대해선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환율개입에 힘을 실었다. 기시다 정부 지지율 하락 주범으로 몰린 구로다 총재가 한 방 먹었다는 평가다. 한 시장 관계자는 “금융완화 유지와 엔 매수 개입은 모순되는 정책”이라며 “반쪽짜리 정책을 실시하게 된 건 구로다 총재의 결정에 관저가 노를 들이댄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도 발끈했다. 3일 공개된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발언 주요 내용에서 한 위원은 “금융정책을 운영하는 데 있어 환율은 직접 통제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외환시장 개입을 담당하는 두 축이 정부와 중앙은행이긴 하지만, 일본은행을 이번 환율개입에 끌어들인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읽힌다. 구로다 총재가 지난달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치고 실시한 기자회견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사진=AFP)사상 최대치 돈을 쏟아붓고서라도 엔화 가치를 올리려던 일본 정부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달 30일 재무성은 8월30일부터 9월28일까지 한 달간 환율개입 실적액이 2조8382억엔(약 28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급등한 날은 환율개입을 단행한 22일 하루뿐이라 모두 이 날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는 개입 당일 5엔 내린 140엔대를 기록했지만 일주일 만에 다시 144엔대로 오르며 제자리걸음했다. 인위적 환율개입은 효과가 없다는 과거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급 규모였던 지난 1998년 4월10일 일본 외환당국은 2조6201억엔(약 26조951억원)어치를 엔화를 사들이는 데 썼지만 131엔에서 127엔까지 떨어진 엔·달러 환율은 일주일만에 원상복구된 바 있다. 가네코 마사루 릿쿄대학 특임교수는 일간 겐다이에 “(엔저) 고비는 (달러당) 147엔, 150엔으로 점점 오를 텐데 그럴 때마다 대규모 개입을 반복하면 올해 안에 자금이 동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대급 엔화 매입에도 엔화 가치가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일본 정부가 두 번째 시장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전망은 밝지 않다. 오버시즈파이니즈뱅킹콥(OCBC) 전략분석가 크리스토퍼 웡은 블룸버그통신에 “당국이 개입할 수는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가 없는 한 개입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 일본 거품경제 닮은꼴"…일본판 '닥터둠' 경고[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의 현재가 일본의 과거와 닮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도 여전히 주식과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은 과거 버블경제 시절 일본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경고다. 1980년대 일본 경제호황은 주가와 부동산가격을 역사적 고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사진=로이터)당시 일본 경제가 뒤늦은 긴축 여파로 폭락한 결과를 낳은 만큼 미국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 ‘닥터 둠(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가 있다면, 일본에는 후지마키 다케시 일본 전 참의원이 있다. 지난 3일 출간한 신간 ‘X데이 도래, 자산은 이렇게 지켜라’에서 후지마키 전 의원은 이 같이 내다봤다. 후지마키 다케시 전 참의원은 그의 저서 ‘X데이 도래, 자산은 이렇게 지켜라’에서 미국도 과거 일본 버블경제 붕괴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사진=아마존)1985년부터 1989년까지 이어진 일본 버블경제에서 닛케이지수 평균은 1만1542엔에서 3만8915엔으로 뛰었다. 5년 동안 주가가 3배 반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아직도 닛케이지수는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토지 가격은 10배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가 다르게 주식과 부동산이 뛰는데도 일본 정부가 긴축 필요성을 간과한 것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이상하리만큼 낮았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기가 좋으면 물가가 오른다는 원칙에서도 벗어난 모습이다. 원인은 엔고 현상에 있었다. 주요국을 상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내던 미국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해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엔화 가치가 치솟기 시작했다. 1984년 말 달러당 251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1989년 말 143엔으로 떨어졌고(엔화 가치 상승) 1990년 말에는 135엔까지 하락했다. 자산 인플레이션이라는 강력한 요인을 엔고라는 초(超)디플레이션 요인이 상쇄시키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1996년 7월 달러당 110.23엔으로 엔·달러 환율이 떨어진 모습.(사진=AFP)결국 성장의 단물에 취한 나머지 일본 정부는 금융긴축 시기를 놓쳤다. 뒤늦게 금리를 연 6%까지 인상하고 부동산 관련 융자 총량 규제를 도입하는 등 통화 긴축에 나섰지만 버블 붕괴를 피할 수 없었다. 1990년 주식과 부동산이 동시에 폭락하면서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플라자 합의의 주역인 스미다 사토시 당시 일본은행 총재 역시 이 사실을 뼈저리게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자산가격만 치솟고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하지 않은 건 일본에서 처음이었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였다”며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에만 정신이 팔려 자산가격 급등을 예의주시하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긴축이 늦어졌다”고 회고했다. 지금 미국 상황을 보면 버블경제 당시의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후지마키 전 의원의 주장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도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치솟았다는 것이다.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2021년 18.8%, 2020년 10% 상승했다.(사진=AFP)미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에만 18.8% 올랐다. 1987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34년 만에 최고치다. 2020년에도 10% 넘게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록적인 저금리에 너도 나도 돈을 빌려 내집마련에 나선 영향이다.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투자처를 잃은 돈들은 주식시장에도 흘러들어갔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작년에만 24.62% 올랐다. 후지마키 전 의원은 “예외는 있을지라도 일반적으로 주식으로 모두가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이 일본 버블로부터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활용하지 않은 건 유감”이라면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지적대로 긴축이 지연될수록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보겸 기자 2022.08.29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의 현재가 일본의 과거와 닮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도 여전히 주식과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은 과거 버블경제 시절 일본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경고다. 1980년대 일본 경제호황은 주가와 부동산가격을 역사적 고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사진=로이터)당시 일본 경제가 뒤늦은 긴축 여파로 폭락한 결과를 낳은 만큼 미국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우려가 나온다. 미국에 ‘닥터 둠(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가 있다면, 일본에는 후지마키 다케시 일본 전 참의원이 있다. 지난 3일 출간한 신간 ‘X데이 도래, 자산은 이렇게 지켜라’에서 후지마키 전 의원은 이 같이 내다봤다. 후지마키 다케시 전 참의원은 그의 저서 ‘X데이 도래, 자산은 이렇게 지켜라’에서 미국도 과거 일본 버블경제 붕괴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사진=아마존)1985년부터 1989년까지 이어진 일본 버블경제에서 닛케이지수 평균은 1만1542엔에서 3만8915엔으로 뛰었다. 5년 동안 주가가 3배 반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아직도 닛케이지수는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토지 가격은 10배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가 다르게 주식과 부동산이 뛰는데도 일본 정부가 긴축 필요성을 간과한 것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이상하리만큼 낮았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기가 좋으면 물가가 오른다는 원칙에서도 벗어난 모습이다. 원인은 엔고 현상에 있었다. 주요국을 상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내던 미국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해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엔화 가치가 치솟기 시작했다. 1984년 말 달러당 251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1989년 말 143엔으로 떨어졌고(엔화 가치 상승) 1990년 말에는 135엔까지 하락했다. 자산 인플레이션이라는 강력한 요인을 엔고라는 초(超)디플레이션 요인이 상쇄시키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1996년 7월 달러당 110.23엔으로 엔·달러 환율이 떨어진 모습.(사진=AFP)결국 성장의 단물에 취한 나머지 일본 정부는 금융긴축 시기를 놓쳤다. 뒤늦게 금리를 연 6%까지 인상하고 부동산 관련 융자 총량 규제를 도입하는 등 통화 긴축에 나섰지만 버블 붕괴를 피할 수 없었다. 1990년 주식과 부동산이 동시에 폭락하면서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플라자 합의의 주역인 스미다 사토시 당시 일본은행 총재 역시 이 사실을 뼈저리게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자산가격만 치솟고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하지 않은 건 일본에서 처음이었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였다”며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에만 정신이 팔려 자산가격 급등을 예의주시하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긴축이 늦어졌다”고 회고했다. 지금 미국 상황을 보면 버블경제 당시의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후지마키 전 의원의 주장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도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치솟았다는 것이다. 미국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2021년 18.8%, 2020년 10% 상승했다.(사진=AFP)미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에만 18.8% 올랐다. 1987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34년 만에 최고치다. 2020년에도 10% 넘게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록적인 저금리에 너도 나도 돈을 빌려 내집마련에 나선 영향이다.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투자처를 잃은 돈들은 주식시장에도 흘러들어갔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작년에만 24.62% 올랐다. 후지마키 전 의원은 “예외는 있을지라도 일반적으로 주식으로 모두가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이 일본 버블로부터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활용하지 않은 건 유감”이라면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지적대로 긴축이 지연될수록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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