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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겸의 일본in

  • 태국 BL물, '넥스트 K팝' 되나[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청출어람.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었다. BL(Boys Love·남성 동성애) 종주국 일본에서 영감 받은 태국 BL물이 일본 열도에서 질주한다. 도쿄에 위치한 타워레코드 시부야점 2층 카페는 사랑에 빠진 두 남학생 이야기를 다룬 태국 드라마 ‘보이프렌즈(2gether the series)’를 테마로 하고 있다. 방문객은 모두 여성. 카페를 찾은 한 여성 팬은 “태국에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며 태국어 공부도 시작했다고.태국 BL 드라마 ‘보이프렌즈’.(사진=보이프렌즈)태국 게이 드라마가 차세대 K팝이 될 수 있다고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전망했다. BL 종주국 일본의 스토리라인과 K팝의 성공요인을 합친 게 지금의 태국 BL물이라는 설명이다. BL 혹은 ‘야오이(야마나시(やまなし)·오치나시(おちなし)·이미나시(いみなし)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갈등·결말·의미가 없는 남성 간 로맨스물, Y시리즈라고도 함)’로 불리는 게이 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몰이다. 유튜브를 타고 태국 밖에서도 팬들을 양산하는 중이다. 일본이 그 중에서도 주요 소비시장이다. 일본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태국에 중독됐다’는 뜻의 ‘타이 누마(태국 늪)’ 키워드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태국 관광청은 일본 오사카에서 국제무역박람회에서 ‘태국 BL’ 부스를 설치하고 콘텐츠를 홍보했는데, 이 때 확보한 외국인 투자 자금은 자그마치 3억6000만바트. 약 136억6560만원어치다. 화려한 역수입인 셈이다. BL물은 애초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일본 만화의 스토리라인이 원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아오야마가쿠인대학에서 태국을 연구하는 이시카와는 “BL물에서는 질투심을 느끼게 할 여자주인공이 없다”며 “성소수자 여성들도 로맨스물을 통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일본에서의 BL물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물론 직관적인 반응도 있다. “잘생긴 남자 두 명이 같이 있는 드라마를 보는 것 자체가 눈호강(타카바야시 오토하·20)”이라는 평가처럼.무엇보다 태국 BL이 ‘넥스트 K팝’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태국 BL물 제작자들이 꽃미남 스타일의 K팝 스타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모습에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BL물로 파생되는 수익을 늘리기 위해 팬미팅을 여는 등 팬서비스를 활용하는 K팝 비즈니스 모델도 공격적으로 가져다 쓴다. 태국 탐마삿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의 푸윈 연구원은 “태국 BL은 일본과 한국 재료가 섞인 멜팅 팟”이라고 빗댔다. 태국 BL 드라마 ‘보이프렌즈’.(사진=보이프렌즈)게이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태국 BL물 팬 중 20% 이상이 게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이 메카로 통하는 방콕의 명성에도 불구, 여전히 태국 내 게이 차별을 다루는 스토리가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푸윈 교수는 “요새 들어서야 공공장소에서 대형 광고에 BL 커플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라고 짚었다. 태국 BL물 제작자들이 마냥 이 현상을 반기는 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는 “BL은 태국의 소프트파워 잠재력을 보여주는 분야이지만, 정부가 홍보할 때는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실제 태국에선 아직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동성 커플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시민결합법을 승인하긴 했지만, 법적으로 결혼한 커플과 완전히 같은 권리를 주는 건 아니다. 지난 2007년에는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BL물을 일시적으로 금지한 전례도 있다. BL물이 더 양지화할 경우 또다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태국에 BL물은 있지만 게이 권리는 없다”는 한탄마저 나온다.
    김보겸 기자 2023.03.13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청출어람.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었다. BL(Boys Love·남성 동성애) 종주국 일본에서 영감 받은 태국 BL물이 일본 열도에서 질주한다. 도쿄에 위치한 타워레코드 시부야점 2층 카페는 사랑에 빠진 두 남학생 이야기를 다룬 태국 드라마 ‘보이프렌즈(2gether the series)’를 테마로 하고 있다. 방문객은 모두 여성. 카페를 찾은 한 여성 팬은 “태국에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며 태국어 공부도 시작했다고.태국 BL 드라마 ‘보이프렌즈’.(사진=보이프렌즈)태국 게이 드라마가 차세대 K팝이 될 수 있다고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전망했다. BL 종주국 일본의 스토리라인과 K팝의 성공요인을 합친 게 지금의 태국 BL물이라는 설명이다. BL 혹은 ‘야오이(야마나시(やまなし)·오치나시(おちなし)·이미나시(いみなし)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갈등·결말·의미가 없는 남성 간 로맨스물, Y시리즈라고도 함)’로 불리는 게이 드라마가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몰이다. 유튜브를 타고 태국 밖에서도 팬들을 양산하는 중이다. 일본이 그 중에서도 주요 소비시장이다. 일본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태국에 중독됐다’는 뜻의 ‘타이 누마(태국 늪)’ 키워드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태국 관광청은 일본 오사카에서 국제무역박람회에서 ‘태국 BL’ 부스를 설치하고 콘텐츠를 홍보했는데, 이 때 확보한 외국인 투자 자금은 자그마치 3억6000만바트. 약 136억6560만원어치다. 화려한 역수입인 셈이다. BL물은 애초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일본 만화의 스토리라인이 원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아오야마가쿠인대학에서 태국을 연구하는 이시카와는 “BL물에서는 질투심을 느끼게 할 여자주인공이 없다”며 “성소수자 여성들도 로맨스물을 통해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일본에서의 BL물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물론 직관적인 반응도 있다. “잘생긴 남자 두 명이 같이 있는 드라마를 보는 것 자체가 눈호강(타카바야시 오토하·20)”이라는 평가처럼.무엇보다 태국 BL이 ‘넥스트 K팝’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명확하다. 태국 BL물 제작자들이 꽃미남 스타일의 K팝 스타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모습에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BL물로 파생되는 수익을 늘리기 위해 팬미팅을 여는 등 팬서비스를 활용하는 K팝 비즈니스 모델도 공격적으로 가져다 쓴다. 태국 탐마삿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의 푸윈 연구원은 “태국 BL은 일본과 한국 재료가 섞인 멜팅 팟”이라고 빗댔다. 태국 BL 드라마 ‘보이프렌즈’.(사진=보이프렌즈)게이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태국 BL물 팬 중 20% 이상이 게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이 메카로 통하는 방콕의 명성에도 불구, 여전히 태국 내 게이 차별을 다루는 스토리가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는 등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푸윈 교수는 “요새 들어서야 공공장소에서 대형 광고에 BL 커플이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라고 짚었다. 태국 BL물 제작자들이 마냥 이 현상을 반기는 건 아니다. 이코노미스트는 “BL은 태국의 소프트파워 잠재력을 보여주는 분야이지만, 정부가 홍보할 때는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실제 태국에선 아직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동성 커플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시민결합법을 승인하긴 했지만, 법적으로 결혼한 커플과 완전히 같은 권리를 주는 건 아니다. 지난 2007년에는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BL물을 일시적으로 금지한 전례도 있다. BL물이 더 양지화할 경우 또다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태국에 BL물은 있지만 게이 권리는 없다”는 한탄마저 나온다.
  • [김보겸의 일본in]태어나지도 않은 서태웅을 기다리는 이유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90년대 소년만화 3대장 ‘슬램덩크’의 극장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인기다. 일본에서 지지리도 인기 없던 농구를 단숨에 부흥시킨 주역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농구팬들의 심장도 뛰었다. 기간 한정 팝업스토어를 찾는 슬램덩크 팬들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는 국경도 넘나든다. 실제 배경이 된 일본 가나가와현이 아닌 부산에서조차 기어코 닮은꼴을 찾아내 ‘성지순례’를 떠나는 팬심이란.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00만 관객을 돌파한 16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이 슬램덩크 홍보물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연합뉴스)누군가는 한탄한다. “슬램덩크에 나오는 상남자 스타일 만화주인공은 요새 왜 없느냐!” 또 다른 누군가는 반박한다. “그 당시에도 없었다!” “서태웅 같은 남자는 태어난 적도 없다!”넷플릭스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도 인기다. 1999년 “당신과의 첫 키스는 담배 맛”이라며 첫사랑을 노래한 일본의 ‘국민 여동생’ 우타다 히카루의 데뷔곡 ‘퍼스트 러브’와 20년 후 발표한 ‘하츠코이(첫사랑)(2018)’을 모티브로 한다. 누군가가 분석했다.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가 엄청나게 히트하면서 다시 멜로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이 쏠린다고. 성공한 멜로 드라마 영화에는 공통적인 필살기가 있다고. 바로 남자 주인공의 여자 주인공 ‘업기’ 장면이라고. 넷플릭스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사진=넷플릭스)누군가는 의문을 가진다. 과연 일상에서 ‘업기’ 사례가 흔할까. 일본 스트리밍 서비스 KKBOX에선 한 이용자는 열두 명이 모인 음악 관계자 모임에서 업거나 업힌 경험이 있었던 참석자는 단 두 명이었다고 회고한다. “학교 다닐 때 다리를 접지른 여학생을 보건실에 데려다 줄 때”라고 답한 남성 1명. “영화 ‘남은 인생 10년(2022)’을 본 뒤 남자친구에게 업어달라고 졸랐을 때”라고 답한 여성 1명.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의 성공 요인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첫사랑의 아쉬움’이라고들 분석하던데, 정작 일상과는 거리가 먼 장면이 필살기인 건 왜일까. 태어난 적도 없었던 서태웅 같은 남자를 기다리고 이제 불혹을 앞둔 ‘국민 여동생’의 데뷔곡이 차트를 역주행하는 건 원래 없었던 것에 대한 그리움은 아닐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사진=미드나잇 인 파리)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2011)’ 에서 주인공 길에게 황금시대는 1920년대 파리였다. 겪어 본 적 없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던 길은 그토록 바라던 시간여행을 하지만 정작 1920년대를 사는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 벨 에포크를 그린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산다는 폴 고갱은 르네상스 시대를 동경한다. “벨 에포크는 바로 지금”이라는 우디 앨런의 12년 전 메시지를 최근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열풍을 통해 다시 보는 듯하다. 마치 처음 본 것마냥.
    김보겸 기자 2023.02.27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90년대 소년만화 3대장 ‘슬램덩크’의 극장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인기다. 일본에서 지지리도 인기 없던 농구를 단숨에 부흥시킨 주역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농구팬들의 심장도 뛰었다. 기간 한정 팝업스토어를 찾는 슬램덩크 팬들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는 국경도 넘나든다. 실제 배경이 된 일본 가나가와현이 아닌 부산에서조차 기어코 닮은꼴을 찾아내 ‘성지순례’를 떠나는 팬심이란.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00만 관객을 돌파한 16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이 슬램덩크 홍보물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연합뉴스)누군가는 한탄한다. “슬램덩크에 나오는 상남자 스타일 만화주인공은 요새 왜 없느냐!” 또 다른 누군가는 반박한다. “그 당시에도 없었다!” “서태웅 같은 남자는 태어난 적도 없다!”넷플릭스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도 인기다. 1999년 “당신과의 첫 키스는 담배 맛”이라며 첫사랑을 노래한 일본의 ‘국민 여동생’ 우타다 히카루의 데뷔곡 ‘퍼스트 러브’와 20년 후 발표한 ‘하츠코이(첫사랑)(2018)’을 모티브로 한다. 누군가가 분석했다.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가 엄청나게 히트하면서 다시 멜로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이 쏠린다고. 성공한 멜로 드라마 영화에는 공통적인 필살기가 있다고. 바로 남자 주인공의 여자 주인공 ‘업기’ 장면이라고. 넷플릭스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사진=넷플릭스)누군가는 의문을 가진다. 과연 일상에서 ‘업기’ 사례가 흔할까. 일본 스트리밍 서비스 KKBOX에선 한 이용자는 열두 명이 모인 음악 관계자 모임에서 업거나 업힌 경험이 있었던 참석자는 단 두 명이었다고 회고한다. “학교 다닐 때 다리를 접지른 여학생을 보건실에 데려다 줄 때”라고 답한 남성 1명. “영화 ‘남은 인생 10년(2022)’을 본 뒤 남자친구에게 업어달라고 졸랐을 때”라고 답한 여성 1명.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의 성공 요인을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첫사랑의 아쉬움’이라고들 분석하던데, 정작 일상과는 거리가 먼 장면이 필살기인 건 왜일까. 태어난 적도 없었던 서태웅 같은 남자를 기다리고 이제 불혹을 앞둔 ‘국민 여동생’의 데뷔곡이 차트를 역주행하는 건 원래 없었던 것에 대한 그리움은 아닐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사진=미드나잇 인 파리)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2011)’ 에서 주인공 길에게 황금시대는 1920년대 파리였다. 겪어 본 적 없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던 길은 그토록 바라던 시간여행을 하지만 정작 1920년대를 사는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 벨 에포크를 그린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산다는 폴 고갱은 르네상스 시대를 동경한다. “벨 에포크는 바로 지금”이라는 우디 앨런의 12년 전 메시지를 최근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열풍을 통해 다시 보는 듯하다. 마치 처음 본 것마냥.
  • "전기료만 100만원"...요금 인상에 日 '덜덜'[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전역이 덜덜 떨고 있다. 10년 만의 최강 추위가 찾아왔는데 전기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가 날아든 탓이다. 안 그래도 경기가 팍팍해 지갑을 닫고 있는 일본 소비자들 심리가 한층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쿄전력 송전탑의 모습.(사진=AFP)지난 1월 하순 일본에는 평년 기온을 밑도는 혹한이 이어졌다. 시베리아 상공에서 영하 50도를 밑도는 찬 공기가 일본 전역을 덮치면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추운 지역인 홋카이도에 사는 A씨는 지난달 20일 전기요금 10만엔이 찍힌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작년만 해도 한겨울에 6만엔 수준이었지만 66% 넘게 오른 것이다. 그는 “전기요금이 오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오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덜 추운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바현에 사는 B씨는 도쿄전력 청구서 받아들고 눈을 의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전했다. 작년보다 2만엔 이상 오른 4만4725엔 이 나온 것이다. 2월에 내는 1월 검침분은 작년보다 3만엔 오른 6만7181엔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폭염이나 혹한 때도 전기요금이 4만엔을 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20일 일본 홋카이도에 사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받아든 1월 전기요금 고지서에 10만엔 이상이 찍혀 있다.(사진=트위터)적자에 빠진 일본 전력회사들이 전기요금을 올린 탓이다. 지난 2016년부터 일본 전력회사들은 전기요금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전력거래 자유화를 실시하고 있다. 3개월 평균 연료가격을 산출해 1킬로와트시(kWh)당 연료비 조정 단가를 낸 뒤, 2개월 후 전기요금에 반영시키는 식이다. 그 중 일부는 정부에 요금 인상안을 신청한 뒤 정부가 승인할 때 인상 폭과 시기가 결정된다. 일본 역시 원유나 LNG 등 화력발전 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 전기요금도 올리게 함으로써 전력회사가 효율적으로 경영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닛케이는 “에너지 가격이 쌀 때는 전력회사가 이익을 쌓아두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지만, 에너지 가격 급등 국면에서는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담이 커진다”고 전했다. 일본 전력회사들은 올해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라 정부에 전력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대형 전력사 10곳 중 7곳이 경제산업성에 요구한 인상 정도는 평균 28.45%다.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는 이유다. 실제 도쿄전력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연결최종손익이 6509억엔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8억엔 흑자를 낸 것과도 대조된다.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낮아진 간사이전력 역시 올해 3월 연결최종손익 450억엔 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안 그래도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와중 전기요금 인상이 겹치면서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본 총무성은 도쿄 23개 구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동월 대비 4.3% 올랐다고 밝혔다. 상승률로 치면 41년만에 최고치다.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이 각각 39.7%, 24.6% 오르는 등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일본 정부는 부담을 덜기 위해 지원책을 내놨다. 가정용 전기요금 1kWh당 7엔을 할인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 가을까지로 한정돼 있다. 10년만 한파가 닥친 일본에서 전기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소비자가 더더욱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김보겸 기자 2023.02.06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전역이 덜덜 떨고 있다. 10년 만의 최강 추위가 찾아왔는데 전기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가 날아든 탓이다. 안 그래도 경기가 팍팍해 지갑을 닫고 있는 일본 소비자들 심리가 한층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쿄전력 송전탑의 모습.(사진=AFP)지난 1월 하순 일본에는 평년 기온을 밑도는 혹한이 이어졌다. 시베리아 상공에서 영하 50도를 밑도는 찬 공기가 일본 전역을 덮치면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추운 지역인 홋카이도에 사는 A씨는 지난달 20일 전기요금 10만엔이 찍힌 고지서를 받아들었다. 작년만 해도 한겨울에 6만엔 수준이었지만 66% 넘게 오른 것이다. 그는 “전기요금이 오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오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덜 추운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바현에 사는 B씨는 도쿄전력 청구서 받아들고 눈을 의심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전했다. 작년보다 2만엔 이상 오른 4만4725엔 이 나온 것이다. 2월에 내는 1월 검침분은 작년보다 3만엔 오른 6만7181엔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폭염이나 혹한 때도 전기요금이 4만엔을 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20일 일본 홋카이도에 사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받아든 1월 전기요금 고지서에 10만엔 이상이 찍혀 있다.(사진=트위터)적자에 빠진 일본 전력회사들이 전기요금을 올린 탓이다. 지난 2016년부터 일본 전력회사들은 전기요금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전력거래 자유화를 실시하고 있다. 3개월 평균 연료가격을 산출해 1킬로와트시(kWh)당 연료비 조정 단가를 낸 뒤, 2개월 후 전기요금에 반영시키는 식이다. 그 중 일부는 정부에 요금 인상안을 신청한 뒤 정부가 승인할 때 인상 폭과 시기가 결정된다. 일본 역시 원유나 LNG 등 화력발전 연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에너지 가격이 오를 때 전기요금도 올리게 함으로써 전력회사가 효율적으로 경영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닛케이는 “에너지 가격이 쌀 때는 전력회사가 이익을 쌓아두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지만, 에너지 가격 급등 국면에서는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담이 커진다”고 전했다. 일본 전력회사들은 올해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라 정부에 전력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대형 전력사 10곳 중 7곳이 경제산업성에 요구한 인상 정도는 평균 28.45%다.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는 이유다. 실제 도쿄전력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연결최종손익이 6509억엔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8억엔 흑자를 낸 것과도 대조된다.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낮아진 간사이전력 역시 올해 3월 연결최종손익 450억엔 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안 그래도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와중 전기요금 인상이 겹치면서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본 총무성은 도쿄 23개 구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동월 대비 4.3% 올랐다고 밝혔다. 상승률로 치면 41년만에 최고치다.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이 각각 39.7%, 24.6% 오르는 등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일본 정부는 부담을 덜기 위해 지원책을 내놨다. 가정용 전기요금 1kWh당 7엔을 할인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 가을까지로 한정돼 있다. 10년만 한파가 닥친 일본에서 전기료 인상까지 겹치면서 소비자가 더더욱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 거짓말이 중앙은행 미덕? 구로다에만 인색한 이유는[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중앙은행 총재의 미덕은 거짓말이라고들 한다.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이 외교 기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쓴 ‘건설적인 모호함(constructive ambiguity)’은 중앙은행에서도 여러 번 사용됐다. 지난해 10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직설적이지 않고 모호하게 이야기하는 점은 중앙은행원의 미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의 외교에서 ‘건설적 모호함’을 사용하며 20세기 최고의 외교 전략가로 인정받는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왼쪽). 지난 1971년 중국 베이징에서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최근 ‘중앙은행 총재다운 미덕’으로 주목받는 인물은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다. 그가 어떤 말을 하든 시장은 거짓말로 받아들여 거꾸로 해석하고 있어서다. 지난 18일 구로다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10년물 국채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는 국채수익률곡선(YCC)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르면 3월 회의 때 YCC를 포기할 것으로 본다. 심지어는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구로다 총재가 퇴임하는 4월 이후 YCC 폐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수장이 계속 유지한다고 못 박았는데도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0일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을 0.5%로 올리면서 “완화 축소는 아니다”는 구로다 설명에도 일본 언론들은 입을 모아 “사실상 금리 인상”이라고 해석했다. 구로다 총재가 양치기 소년을 자처한 측면도 있다. 과거 “장기금리 한도 인상은 금리 인상”이라며 신중하던 그가 “금리 인상이 아니라 완화정책의 지속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정반대 설명을 한 탓. 이 때문에 격한 반응도 나온다. 한 일본은행 원로 관계자는 “국민을 바보 취급한 설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사진=AFP)◇“일본은행, 거짓말 고집하다 경제 위험 놓쳐”왜 시장은 구로다 총재의 ‘거짓말’에 엄격할까. 아무리 경제는 심리라 하더라도, 일본은행이 의도한 효과(2% 인플레 달성)가 안 나타나면 적절하게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밀어붙여 비용만 엄청나게 키워 버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일본은행이 10년간 초완화 정책을 폈지만 의도했던 투자 및 소비진작 효과에선 낙제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서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것 말고도 구로다 총재의 거짓말은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심리를 압박해 경제를 움직이려는 정책 당국자들에게 약간의 거짓말은 따르기 마련”이라면서도 “정책당국이 거짓말을 필요악으로 규정하고 계속 고집한다면 당국자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게 된다”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일본 경제가 처한 진정한 위험을 일본은행이 제대로 설명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 경제는 늘어난 채무로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완화 효과를 믿고 싶은 일본은행이 부작용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은행 신뢰 차원에서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 일본은행이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장기채권 금리 상한을 0.5%로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 일본은행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6%를 채권 매입에 투입했다. 이 속도로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를 계속 사들이면 일본은행 지분이 올해 중순에는 6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토호루 사사키 JP모건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한 것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며 “YCC를 오래 유지할수록 이 수렁에서 벗어날 방법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쁜 엔저’로 인한 자본 유출도 골칫거리다. 재무성도 이례적으로 엔 매수·달러 매도에 동참하고 있다. 재무성 고위관계자는 일본은행에 “구로다 총재가 언제까지 고집을 부릴 것이냐”라며 물밑에서 완화정책 수정을 요구해 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P. S. 사실 중앙은행의 모호함이 미덕이 아니게 된 건 이미 25년 전 예고된 일일지 모른다. 지난 1998년 일본은행 내부 임원으로 구성된 ‘원탁회의’를 없애고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을 논의하고 의사를 결정하기로 했다. 논의된 사항은 한 달 안에 공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더는 한 나라의 금융정책이 국경 울타리 안에서만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중앙은행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실현하려면 시장 참가자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효율적인 작동 방식이라는 사실, 비단 일본에만 유효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김보겸 기자 2023.01.25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중앙은행 총재의 미덕은 거짓말이라고들 한다.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이 외교 기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쓴 ‘건설적인 모호함(constructive ambiguity)’은 중앙은행에서도 여러 번 사용됐다. 지난해 10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직설적이지 않고 모호하게 이야기하는 점은 중앙은행원의 미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의 외교에서 ‘건설적 모호함’을 사용하며 20세기 최고의 외교 전략가로 인정받는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왼쪽). 지난 1971년 중국 베이징에서 저우언라이 전 중국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최근 ‘중앙은행 총재다운 미덕’으로 주목받는 인물은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다. 그가 어떤 말을 하든 시장은 거짓말로 받아들여 거꾸로 해석하고 있어서다. 지난 18일 구로다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10년물 국채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는 국채수익률곡선(YCC)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르면 3월 회의 때 YCC를 포기할 것으로 본다. 심지어는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구로다 총재가 퇴임하는 4월 이후 YCC 폐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수장이 계속 유지한다고 못 박았는데도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0일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을 0.5%로 올리면서 “완화 축소는 아니다”는 구로다 설명에도 일본 언론들은 입을 모아 “사실상 금리 인상”이라고 해석했다. 구로다 총재가 양치기 소년을 자처한 측면도 있다. 과거 “장기금리 한도 인상은 금리 인상”이라며 신중하던 그가 “금리 인상이 아니라 완화정책의 지속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정반대 설명을 한 탓. 이 때문에 격한 반응도 나온다. 한 일본은행 원로 관계자는 “국민을 바보 취급한 설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사진=AFP)◇“일본은행, 거짓말 고집하다 경제 위험 놓쳐”왜 시장은 구로다 총재의 ‘거짓말’에 엄격할까. 아무리 경제는 심리라 하더라도, 일본은행이 의도한 효과(2% 인플레 달성)가 안 나타나면 적절하게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밀어붙여 비용만 엄청나게 키워 버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일본은행이 10년간 초완화 정책을 폈지만 의도했던 투자 및 소비진작 효과에선 낙제 평가를 받았다. 시장에서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린 것 말고도 구로다 총재의 거짓말은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심리를 압박해 경제를 움직이려는 정책 당국자들에게 약간의 거짓말은 따르기 마련”이라면서도 “정책당국이 거짓말을 필요악으로 규정하고 계속 고집한다면 당국자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게 된다”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일본 경제가 처한 진정한 위험을 일본은행이 제대로 설명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일본 경제는 늘어난 채무로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완화 효과를 믿고 싶은 일본은행이 부작용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은행 신뢰 차원에서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 일본은행이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장기채권 금리 상한을 0.5%로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 일본은행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6%를 채권 매입에 투입했다. 이 속도로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를 계속 사들이면 일본은행 지분이 올해 중순에는 6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토호루 사사키 JP모건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한 것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며 “YCC를 오래 유지할수록 이 수렁에서 벗어날 방법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쁜 엔저’로 인한 자본 유출도 골칫거리다. 재무성도 이례적으로 엔 매수·달러 매도에 동참하고 있다. 재무성 고위관계자는 일본은행에 “구로다 총재가 언제까지 고집을 부릴 것이냐”라며 물밑에서 완화정책 수정을 요구해 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P. S. 사실 중앙은행의 모호함이 미덕이 아니게 된 건 이미 25년 전 예고된 일일지 모른다. 지난 1998년 일본은행 내부 임원으로 구성된 ‘원탁회의’를 없애고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을 논의하고 의사를 결정하기로 했다. 논의된 사항은 한 달 안에 공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더는 한 나라의 금융정책이 국경 울타리 안에서만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중앙은행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실현하려면 시장 참가자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효율적인 작동 방식이라는 사실, 비단 일본에만 유효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 "구로다, YCC 포기할수도"…증권가 세 가지 시나리오[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은행이 오는 17~18일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앞둔 가운데 증권가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가운데에는 일본은행이 2016년부터 유지해 오던 국채수익률곡선(YCC) 정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중앙은행 독립성 관련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모습.(사진=AFP)첫 번째 시나리오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YCC 정책을 추가로 수정하는 상황이다. 일본은행이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을 더 확대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지난달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올렸지만, 이번 회의에서 상한을 0.75%로, 높게는 1.00%로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가 된 건 지난달 일본은행이 상한을 올렸는데도 튀어오른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다. 지난 13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0.545%까지 올랐다. 일본은행이 설정한 0.5% 상한을 넘어선 것이다. 장기금리 적정 수준이 현재보다 높다고 보는 시장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 매도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바클레이즈의 에비하라 신지는 “일본은행이 갑자기 정책을 변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일본은행이 추가로 정책 수정에 나설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됐다”고 짚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20일 국채 10년물 금리 변동 폭을 0.25%에서 0.5%로 상향하면서 금리가 오른 모습.(사진=SBI증권)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일본은행의 출혈도 컸다. 이날 일본은행은 장기금리를 0.5%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국채 10년물을 5조엔(약 48조5975억원)어치 사들였다. 하루 매입 금액으로는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은행이 이번 주 다시 10년물 금리 한도를 올려서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여야 한다는 부담을 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기사키 고이치 모건스탠리 MUFG증권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5%인 점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조건에서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58% 안팎에서 형성될 것”이라며 이 같이 설명했다. 일본은행이 YCC 정책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수익률 목표를 방어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지난달 사들인 장기채 매입 금액은 306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FT는 “시장에서는 일본이 20년간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위해 실시해 온 초완화적 정책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YCC를 도입한 구로다 총재가 오는 4월 퇴임을 앞둔 만큼, 이번 주 회의가 결자해지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다. 무라시마 기이치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총재가 4월부터 더 자유롭게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이전 총재가 중대사를 매듭짓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현상유지다. 노무라증권과 UBS증권이 내놓은 전망이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실시한 정책 변경의 여파를 시장이 완전히 소화할 때까지는 관망할 것이란 관측이다. 마쓰자와 나카 노무라증권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는 “일본은행이 YCC를 공식적으로 끝내려면 2% 인플레가 지속가능한 시점에 도달해야 하며, 그건 마이너스 금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이번 주 회의까지 이 모든 논리를 마련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마지막 시나리오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비록 지난 10일 일본 도쿄 소비자물가가 4%대를 찍으며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것일 뿐 임금 상승이나 경기 회복 등 선순환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 식용유와 가스 가격이 작년보다 30% 넘게 오른 반면, 노동자 실질임금은 3.8% 줄었다.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금융완화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일본은행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을 다시 올리는 것은 경기 둔화를 일으킬 수 있어 상식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김보겸 기자 2023.01.16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은행이 오는 17~18일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앞둔 가운데 증권가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가운데에는 일본은행이 2016년부터 유지해 오던 국채수익률곡선(YCC) 정책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중앙은행 독립성 관련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모습.(사진=AFP)첫 번째 시나리오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YCC 정책을 추가로 수정하는 상황이다. 일본은행이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을 더 확대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지난달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올렸지만, 이번 회의에서 상한을 0.75%로, 높게는 1.00%로 더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가 된 건 지난달 일본은행이 상한을 올렸는데도 튀어오른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다. 지난 13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0.545%까지 올랐다. 일본은행이 설정한 0.5% 상한을 넘어선 것이다. 장기금리 적정 수준이 현재보다 높다고 보는 시장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일본은행이 일본 국채 매도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바클레이즈의 에비하라 신지는 “일본은행이 갑자기 정책을 변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일본은행이 추가로 정책 수정에 나설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됐다”고 짚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20일 국채 10년물 금리 변동 폭을 0.25%에서 0.5%로 상향하면서 금리가 오른 모습.(사진=SBI증권)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일본은행의 출혈도 컸다. 이날 일본은행은 장기금리를 0.5%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국채 10년물을 5조엔(약 48조5975억원)어치 사들였다. 하루 매입 금액으로는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은행이 이번 주 다시 10년물 금리 한도를 올려서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여야 한다는 부담을 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기사키 고이치 모건스탠리 MUFG증권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3.5%인 점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조건에서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58% 안팎에서 형성될 것”이라며 이 같이 설명했다. 일본은행이 YCC 정책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수익률 목표를 방어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지난달 사들인 장기채 매입 금액은 306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FT는 “시장에서는 일본이 20년간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위해 실시해 온 초완화적 정책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YCC를 도입한 구로다 총재가 오는 4월 퇴임을 앞둔 만큼, 이번 주 회의가 결자해지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다. 무라시마 기이치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총재가 4월부터 더 자유롭게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이전 총재가 중대사를 매듭짓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현상유지다. 노무라증권과 UBS증권이 내놓은 전망이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실시한 정책 변경의 여파를 시장이 완전히 소화할 때까지는 관망할 것이란 관측이다. 마쓰자와 나카 노무라증권 매크로 스트래티지스트는 “일본은행이 YCC를 공식적으로 끝내려면 2% 인플레가 지속가능한 시점에 도달해야 하며, 그건 마이너스 금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이번 주 회의까지 이 모든 논리를 마련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마지막 시나리오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비록 지난 10일 일본 도쿄 소비자물가가 4%대를 찍으며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것일 뿐 임금 상승이나 경기 회복 등 선순환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 식용유와 가스 가격이 작년보다 30% 넘게 오른 반면, 노동자 실질임금은 3.8% 줄었다.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금융완화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일본은행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을 다시 올리는 것은 경기 둔화를 일으킬 수 있어 상식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 日 괴롭혀온 '나쁜 엔저', 터널 끝 보이나[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역대급 엔저(엔화가치 하락)’에 언젠가 오르길 기다려온 엔화 투자자들이 반길 만한 소식이 들려온다. ‘나쁜 엔저’에도 끝이 보인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엔·달러 환율은 151엔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 들어 엔화 가치는 강세를 띠며 130엔대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일본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론 “아직도 엔화는 너무 싸다”는 평가도 있지만 앞으로도 엔화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는 지표가 있다. 수입물가와 수출물가 차이다. ‘나쁜 엔저’에도 끝이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AFP)일본 경제는 작년 특히나 힘든 시기를 보냈다.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줄줄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일본은행만 나홀로 금융완화책을 고집하는 바람에 엔저가 지속된 탓이다. 원래대로라면 수출기업에는 호재가 됐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변수가 등장했다. 작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다. 주로 밀을 생산하는 농업대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 통로인 흑해를 러시아 함대가 가로막은 탓에 수출이 막혀 버린 것. 이 때문에 곡물과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결국 수입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엔화 가치는 떨어지면서 일본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냈다. 무려 16개월 동안.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무역적자는 1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인 2조274억엔을 기록했다. 악순환이 반복됐다. 투자자들은 엔화를 팔고 달러는 사들였다. 2022년 들어 급격하게 엔화 가치가 떨어진 건 일차적으로 미·일 금리차 확대 때문이지만, 매달 무역적자 수치가 발표되면서 ‘엔 매도·달러 매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엔화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급 저점을 찍었다. 지난해 10월 달러당 151엔을 찍은 엔화가 현재 130엔대 언저리로 가치가 절상했다.(사진=인베스팅닷컴)하지만 이런 ‘나쁜 엔저’에도 끝이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리타 쿄헤이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올해 하반기에는 나쁜 엔저가 들리지 않게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근거로는 수입물가 와 수출물가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2022년 들어 30%포인트에 달했던 두 물가지표 차는 지난해 11월 13%포인트로 줄었다. 수입물가가 28.2% 오를 때 수출물가가 15.1% 상승하면서다. 수출입 물가 상승률 차이가 좁혀질수록 수출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역대급 엔저도 끝날 수 있다는 게 모리타의 설명이다. 수출기업들이 탄력을 받으면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엔화 매수 수요도 살아날 것이고, 무엇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금리인상을 중단하면 엔화가치 절상이 더 속도를 낼 가능성도 커진다는 기대다. 물론 수년간 이어져 온 엔저 현상이 단박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엔화 가치 상승은 무역적자 개선을 전제로 하는데 ‘J커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악화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값싼 일본 수출품의 가격 매력도가 커지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되는데, 과연 올해 세계 경제가 일본 수출품이 싸다는 이유로 많이 사들일 정도로 좋아질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카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교역조건도 제한적으로만 개선될 여지가 높아 연내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시장은 급격한 엔고보다는 서서히 엔화가 절상되는 흐름을 전망하는 분위기다.
    김보겸 기자 2023.01.09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역대급 엔저(엔화가치 하락)’에 언젠가 오르길 기다려온 엔화 투자자들이 반길 만한 소식이 들려온다. ‘나쁜 엔저’에도 끝이 보인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엔·달러 환율은 151엔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 들어 엔화 가치는 강세를 띠며 130엔대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일본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물론 “아직도 엔화는 너무 싸다”는 평가도 있지만 앞으로도 엔화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는 지표가 있다. 수입물가와 수출물가 차이다. ‘나쁜 엔저’에도 끝이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AFP)일본 경제는 작년 특히나 힘든 시기를 보냈다.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줄줄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일본은행만 나홀로 금융완화책을 고집하는 바람에 엔저가 지속된 탓이다. 원래대로라면 수출기업에는 호재가 됐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변수가 등장했다. 작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다. 주로 밀을 생산하는 농업대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 통로인 흑해를 러시아 함대가 가로막은 탓에 수출이 막혀 버린 것. 이 때문에 곡물과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다. 결국 수입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엔화 가치는 떨어지면서 일본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냈다. 무려 16개월 동안.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무역적자는 1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인 2조274억엔을 기록했다. 악순환이 반복됐다. 투자자들은 엔화를 팔고 달러는 사들였다. 2022년 들어 급격하게 엔화 가치가 떨어진 건 일차적으로 미·일 금리차 확대 때문이지만, 매달 무역적자 수치가 발표되면서 ‘엔 매도·달러 매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엔화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급 저점을 찍었다. 지난해 10월 달러당 151엔을 찍은 엔화가 현재 130엔대 언저리로 가치가 절상했다.(사진=인베스팅닷컴)하지만 이런 ‘나쁜 엔저’에도 끝이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리타 쿄헤이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올해 하반기에는 나쁜 엔저가 들리지 않게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근거로는 수입물가 와 수출물가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2022년 들어 30%포인트에 달했던 두 물가지표 차는 지난해 11월 13%포인트로 줄었다. 수입물가가 28.2% 오를 때 수출물가가 15.1% 상승하면서다. 수출입 물가 상승률 차이가 좁혀질수록 수출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역대급 엔저도 끝날 수 있다는 게 모리타의 설명이다. 수출기업들이 탄력을 받으면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엔화 매수 수요도 살아날 것이고, 무엇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금리인상을 중단하면 엔화가치 절상이 더 속도를 낼 가능성도 커진다는 기대다. 물론 수년간 이어져 온 엔저 현상이 단박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엔화 가치 상승은 무역적자 개선을 전제로 하는데 ‘J커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악화됐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값싼 일본 수출품의 가격 매력도가 커지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되는데, 과연 올해 세계 경제가 일본 수출품이 싸다는 이유로 많이 사들일 정도로 좋아질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카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교역조건도 제한적으로만 개선될 여지가 높아 연내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시장은 급격한 엔고보다는 서서히 엔화가 절상되는 흐름을 전망하는 분위기다.
  • 아베 손절하고픈 기시다, 日경제 불확실성 키웠다?[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정부와 중앙은행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일까. 원팀이 되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하는 견제와 균형의 긴장 관계가 모범답변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4월 퇴임을 앞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을 둘러싸고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9월27일 일본 도쿄의 부도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례식이 시작된 가운데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남편의 유골함을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AFP)지난달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은행이 외부 압력에 취약하다는 추론이 앞으로의 통화정책 전망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금융시장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다.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된 건 지난달 20일 세계에 충격을 줬던 일본은행의 완화 축소 결정이다. 일본은행은 당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되 변동 폭을 기존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확대하기로 했다.구로다 총재는 “긴축으로의 전환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시장은 이번 결정을 10년간 이어진 아베노믹스의 핵심 축인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전환점으로 해석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20일 완화 축소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AFP)지난달 23일 발표한 10월 금융정책위원회 회의록에서도 수익률 곡선 관리 정책(YCC)의 추가 조정이 임박했다는 뉘앙스가 포착됐다. 무라시마 기이치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이 회의록에선 10월과 12월 회의 사이 시점에서 구로다 총재가 기시다 내각의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구로다 총리는 지난 11월10일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금융정책 변화를 모색할 생각을 드러냈다”며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수정 배경이 됐다고 해석했다. ‘포스트 구로다’ 후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일본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시다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회담에선 금융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차기 일본은행 총재를 놓고도 구체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1월 이전까지만 해도 차기 일본은행 총재 후보는 나카소 히로시 전 일본은행 부총재와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일본은행 부총재 두 명이 유력했다. 이들은 모두 구로다 총재를 모신 ‘구로다의 남자’로,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부터 이어진 금융완화책에 관여한 인물들이다.하지만 기시다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회담 이후 제3의 인물이 차기 총재 후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야마구치 히로히데 전 일본은행 부총재다. 아베 전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경기부양책에 쓴소리를 해 온 인물이다. 야마구치의 부상에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재가 야마구치를 선택할 경우, 아베노믹스로부터 점차 확실히 거리두기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FT는 “아직까지도 몇몇 잠재적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장에 반갑지만은 않은 불확실성의 원천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 일본은행 총재 자리에 구로다의 남자들이 오르든, 아베노믹스와 선을 긋는 제3의 인물이 오르든 험로가 예상된다. 더 이상 돈을 풀어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초완화정책을 고집하기 어렵지만,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때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보겸 기자 2023.01.01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정부와 중앙은행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일까. 원팀이 되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하는 견제와 균형의 긴장 관계가 모범답변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4월 퇴임을 앞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을 둘러싸고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9월27일 일본 도쿄의 부도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례식이 시작된 가운데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남편의 유골함을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건네고 있다. (사진=AFP)지난달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은행이 외부 압력에 취약하다는 추론이 앞으로의 통화정책 전망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금융시장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평가다.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된 건 지난달 20일 세계에 충격을 줬던 일본은행의 완화 축소 결정이다. 일본은행은 당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되 변동 폭을 기존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확대하기로 했다.구로다 총재는 “긴축으로의 전환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시장은 이번 결정을 10년간 이어진 아베노믹스의 핵심 축인 초완화적 통화정책의 전환점으로 해석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20일 완화 축소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AFP)지난달 23일 발표한 10월 금융정책위원회 회의록에서도 수익률 곡선 관리 정책(YCC)의 추가 조정이 임박했다는 뉘앙스가 포착됐다. 무라시마 기이치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이 회의록에선 10월과 12월 회의 사이 시점에서 구로다 총재가 기시다 내각의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구로다 총리는 지난 11월10일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금융정책 변화를 모색할 생각을 드러냈다”며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수정 배경이 됐다고 해석했다. ‘포스트 구로다’ 후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일본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시다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회담에선 금융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차기 일본은행 총재를 놓고도 구체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1월 이전까지만 해도 차기 일본은행 총재 후보는 나카소 히로시 전 일본은행 부총재와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일본은행 부총재 두 명이 유력했다. 이들은 모두 구로다 총재를 모신 ‘구로다의 남자’로,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부터 이어진 금융완화책에 관여한 인물들이다.하지만 기시다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회담 이후 제3의 인물이 차기 총재 후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야마구치 히로히데 전 일본은행 부총재다. 아베 전 총리와 구로다 총재의 경기부양책에 쓴소리를 해 온 인물이다. 야마구치의 부상에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재가 야마구치를 선택할 경우, 아베노믹스로부터 점차 확실히 거리두기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FT는 “아직까지도 몇몇 잠재적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장에 반갑지만은 않은 불확실성의 원천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 일본은행 총재 자리에 구로다의 남자들이 오르든, 아베노믹스와 선을 긋는 제3의 인물이 오르든 험로가 예상된다. 더 이상 돈을 풀어 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초완화정책을 고집하기 어렵지만,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때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BOJ 사실상 금리인상에도 평온한 日영끌족[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0년 만에 ‘아베노믹스(초완화·초저금리 정책)’에서 선회했다. 장기금리 변동 허용 폭 상한을 기존 0.25%에서 0.5%로 확대하면서다. “금리 인상이 아니다”라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설명에도 시장이 사실상 금리 인상으로 해석하는 가운데, 내 집 마련을 위한 일본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이들)’들 사이에선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커녕 평온한 분위기다. 왜일까. 도쿄 시나가와구의 아파트.(사진=AFP)일본은행이 이번 변동 범위를 확대한 건 10년물 국채금리이다. 지난 2013년 구로다 총재는 취임과 동시에 장기금리 폭을 0%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 시장금리를 낮게 유지해 기업이 은행에서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면, 적극적으로 설비에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할 것이며 일본 경제도 활력을 띠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장기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다 보니 다른 곳에서 금리가 튀어버린 데 있다. 보통 잔존 기간이 긴 채권일수록 원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불확실성이 높아져 금리가 높아야 하는데, 일본에서는 거꾸로 7~9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아져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가격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일본은행이 10년물 금리 변동 허용 범위를 확대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그렇다면 10년물 국채금리가 시중은행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출받은 이들의 부담이 늘진 않을까. 더군다나 10년간 이어진 초완화적 통화정책 탓에 일본 부동산 가격도 폭등한 상황이다. 일본 부동산데이터 기업인 도쿄칸테이에 따르면 도쿄 국민평형인 70㎡짜리 중고 맨션 가격은 2013년 이후 현재까지 72%나 올랐다.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일본에서도 대출이 필수다. 일본의 만기 35년 고정금리 대출상품인 ‘플랫35’의 12월 적용금리는 1.65%이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축소에 따라 앞으로 2%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연 6%대 가까이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한 모습이다. 고정금리라서 그런 것 아닌가,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은 어떡하나,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이들은 전체의 90%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변동금리에 연동되는 건 이번에 일본은행이 손 댄 장기금리가 아닌 단기금리이다. 이번 정책 수정이 변동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주택담보대출 비교사이트 모게체크 관계자는 “오히려 변동형에서는 금융기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부담은 고정금리나 변동금리나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행의 결정이 오히려 가계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예금 수입이 의외로 짭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2016년 이후 금융기관 예금금리 평균은 0.001% 수준으로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가계 예금 잔액은 600조엔으로 추정되는데, 예금금리가 15년 전 수준인 0.02%로 오르면 연 1200억엔의 금리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올라도 예금 이자 수입이 늘어나면 가계 전체에는 오히려 좋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보겸 기자 2022.12.26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0년 만에 ‘아베노믹스(초완화·초저금리 정책)’에서 선회했다. 장기금리 변동 허용 폭 상한을 기존 0.25%에서 0.5%로 확대하면서다. “금리 인상이 아니다”라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설명에도 시장이 사실상 금리 인상으로 해석하는 가운데, 내 집 마련을 위한 일본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이들)’들 사이에선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커녕 평온한 분위기다. 왜일까. 도쿄 시나가와구의 아파트.(사진=AFP)일본은행이 이번 변동 범위를 확대한 건 10년물 국채금리이다. 지난 2013년 구로다 총재는 취임과 동시에 장기금리 폭을 0% 수준으로 유지해 왔다. 시장금리를 낮게 유지해 기업이 은행에서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면, 적극적으로 설비에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할 것이며 일본 경제도 활력을 띠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장기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다 보니 다른 곳에서 금리가 튀어버린 데 있다. 보통 잔존 기간이 긴 채권일수록 원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불확실성이 높아져 금리가 높아야 하는데, 일본에서는 거꾸로 7~9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아져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가격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일본은행이 10년물 금리 변동 허용 범위를 확대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그렇다면 10년물 국채금리가 시중은행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출받은 이들의 부담이 늘진 않을까. 더군다나 10년간 이어진 초완화적 통화정책 탓에 일본 부동산 가격도 폭등한 상황이다. 일본 부동산데이터 기업인 도쿄칸테이에 따르면 도쿄 국민평형인 70㎡짜리 중고 맨션 가격은 2013년 이후 현재까지 72%나 올랐다.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일본에서도 대출이 필수다. 일본의 만기 35년 고정금리 대출상품인 ‘플랫35’의 12월 적용금리는 1.65%이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축소에 따라 앞으로 2%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의 경우 4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연 6%대 가까이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한 모습이다. 고정금리라서 그런 것 아닌가,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은 어떡하나,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실제로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이들은 전체의 90%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변동금리에 연동되는 건 이번에 일본은행이 손 댄 장기금리가 아닌 단기금리이다. 이번 정책 수정이 변동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주택담보대출 비교사이트 모게체크 관계자는 “오히려 변동형에서는 금융기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미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부담은 고정금리나 변동금리나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행의 결정이 오히려 가계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예금 수입이 의외로 짭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2016년 이후 금융기관 예금금리 평균은 0.001% 수준으로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가계 예금 잔액은 600조엔으로 추정되는데, 예금금리가 15년 전 수준인 0.02%로 오르면 연 1200억엔의 금리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미즈호 리서치&테크놀로지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올라도 예금 이자 수입이 늘어나면 가계 전체에는 오히려 좋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 만화강국은 옛말…K웹툰 눈치보는 日망가[김보겸의 일본in]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여전히 만화 하면 일본일까? 반사적으로 당연하지, 라고 외친다면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독자님의 나이는 30세를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1959년 창간한 일본 만화잡지 ‘주간소년 매거진’의 영광을 기억하는 독자층 연령이 평균 30세를 넘어가고 있어서다. 소년들 보라고 만든 주간소년 소비층이 더 이상 소년이 아니게 된 셈이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서점에 ‘귀멸의 칼날’ 만화책이 놓인 모습.(사진=독자 제공)망가(일본 만화)가 한국 웹툰에 가려지고 있다고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못 박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태원 클라스’나 ‘나 혼자만 레벨업’ 등 한국 웹툰이 일본 독자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여전히 일본 출판사들은 인쇄 기반의 만화를 고집하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지난해 인쇄만화 시장 규모가 2.3% 줄어든 2조4814억원을 기록한 반면, 세계 웹툰시장 규모는 그 두 배인 약 4조8322억원 수준이다. 2030년에는 현재의 14배인 73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만화종주국 일본의 위상이 흔들리는 데에는 특유의 전통을 고집하는 태도도 한 몫 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주간지에 연재하는 만화가 인기를 끌면 단행본으로 나오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만화 산업의 메커니즘이 1960년대 이후로 60년째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신성불가침(sancrosanct)’으로 여겨지는 일본 만화 읽기 형식도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만화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밑으로 시선을 내리면서도 같은 순서로 읽어야 한다. 꽤 번거로운 읽기 방식을 두고 만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와모토 케이타는 이코노미스트에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만화를 읽을 줄 아는 유일한 사람들은 일본인과 한국인, 그리고 전 세계의 괴짜들(geeks)이다.”이와 달리 K웹툰은 스마트폰 에 최적화된 읽기 방식으로 쭉쭉 스크롤하면서 위에서 아래로,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어 빠르게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앞장서 이끌었던 ‘쿨 재팬’ 전략도 일본 만화의 해외수출에는 별 도움이 안 됐다는 평가다. 사실 일본 내에서도 쿨 재팬 전략은 조롱받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일본은 쿨하다’고 강요하는 게 전혀 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쿨 재팬 전략을 향한 의문은 최근에도 제기됐다. 지난달 22일 경제산업성은 ‘쿨 재팬 펀드’의 지난해 말 적자가 309억엔(약 2962억원)에 달해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쿨 재팬 펀드는 일본 문화의 해외 판매를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13년 민관이 함께 설립한 펀드다. 일본 정부가 1066억엔, 민간기업이 107억엔을 출자했다. 이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 2일 “애초에 오락 등 생활 관련 분야의 유행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주도해야 할 투자 대상이 아니었다”며 “‘쿨 코리아’ 전략이 통한 한국에서는 콘텐츠 투자는 기본적으로 민간에 맡긴다”고 꼬집은 바 있다. 그나마 최근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귀멸의 칼날’로 2021년 기록적 매출을 일으킨 출판사 슈에이샤가 만화종주국으로서의 흔들리는 자존심 붙들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성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 못 한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만화책을 읽는 팬들이 점점 나이를 먹고 있어서다. “만화가 결국 노인들의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김보겸 기자 2022.12.11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여전히 만화 하면 일본일까? 반사적으로 당연하지, 라고 외친다면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독자님의 나이는 30세를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1959년 창간한 일본 만화잡지 ‘주간소년 매거진’의 영광을 기억하는 독자층 연령이 평균 30세를 넘어가고 있어서다. 소년들 보라고 만든 주간소년 소비층이 더 이상 소년이 아니게 된 셈이다. 지난 10일 일본 도쿄의 서점에 ‘귀멸의 칼날’ 만화책이 놓인 모습.(사진=독자 제공)망가(일본 만화)가 한국 웹툰에 가려지고 있다고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못 박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태원 클라스’나 ‘나 혼자만 레벨업’ 등 한국 웹툰이 일본 독자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여전히 일본 출판사들은 인쇄 기반의 만화를 고집하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지난해 인쇄만화 시장 규모가 2.3% 줄어든 2조4814억원을 기록한 반면, 세계 웹툰시장 규모는 그 두 배인 약 4조8322억원 수준이다. 2030년에는 현재의 14배인 73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만화종주국 일본의 위상이 흔들리는 데에는 특유의 전통을 고집하는 태도도 한 몫 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주간지에 연재하는 만화가 인기를 끌면 단행본으로 나오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만화 산업의 메커니즘이 1960년대 이후로 60년째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신성불가침(sancrosanct)’으로 여겨지는 일본 만화 읽기 형식도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만화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밑으로 시선을 내리면서도 같은 순서로 읽어야 한다. 꽤 번거로운 읽기 방식을 두고 만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와모토 케이타는 이코노미스트에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만화를 읽을 줄 아는 유일한 사람들은 일본인과 한국인, 그리고 전 세계의 괴짜들(geeks)이다.”이와 달리 K웹툰은 스마트폰 에 최적화된 읽기 방식으로 쭉쭉 스크롤하면서 위에서 아래로,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어 빠르게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앞장서 이끌었던 ‘쿨 재팬’ 전략도 일본 만화의 해외수출에는 별 도움이 안 됐다는 평가다. 사실 일본 내에서도 쿨 재팬 전략은 조롱받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일본은 쿨하다’고 강요하는 게 전혀 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쿨 재팬 전략을 향한 의문은 최근에도 제기됐다. 지난달 22일 경제산업성은 ‘쿨 재팬 펀드’의 지난해 말 적자가 309억엔(약 2962억원)에 달해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쿨 재팬 펀드는 일본 문화의 해외 판매를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13년 민관이 함께 설립한 펀드다. 일본 정부가 1066억엔, 민간기업이 107억엔을 출자했다. 이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 2일 “애초에 오락 등 생활 관련 분야의 유행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주도해야 할 투자 대상이 아니었다”며 “‘쿨 코리아’ 전략이 통한 한국에서는 콘텐츠 투자는 기본적으로 민간에 맡긴다”고 꼬집은 바 있다. 그나마 최근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귀멸의 칼날’로 2021년 기록적 매출을 일으킨 출판사 슈에이샤가 만화종주국으로서의 흔들리는 자존심 붙들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성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 못 한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만화책을 읽는 팬들이 점점 나이를 먹고 있어서다. “만화가 결국 노인들의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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