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이정훈의 코읽남

  • 서슬 퍼른 연준…리플(XRP) 나홀로 랠리 언제까지 [이정훈의 코읽남]
    [코인 읽어주는 남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플랫폼인 리플랩스의 토큰인 리플(XRP)이 가상자산시장 하락 속에서도 나홀로 상승랠리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루하게 이어오고 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법적 문제나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라는 기대감인데, 전문가들은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시세의 연속성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21일 시장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24시간 전에 비해 3.4%나 하락하면서 1만889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더리움과 BNB, 카르다노,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특히 시장 벤치마크인 비트코인은 지난 15일 다시 2만달러를 회복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다시 1만8000달러대로 추락하며, 최근 닷새간 6.1% 이상 하락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XRP는 24시간 전 대비 6.44%나 상승하며 0.410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6일 0.3달러대까지 내려갔다가 저점대비 30% 가까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장중 한때 0.42달러까지도 올라, 지난 5월 이후 근 넉 달 만에 최고 수준을 찍기도 했다. 이 같은 XRP의 상대적 강세는, 2년여를 끌어온 SEC와의 법정 분쟁이 드디어 그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0년 12월 크리스 라슨 리플랩스 회장과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를 미등록 증권 거래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는 혐의로 제소한 SEC가 리플랩스와 함께 뉴욕남부지방법원에 각자 주장을 뒷받침할 문서를 제출하면서 약식 판결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 법원을 통해 지난 16일 공개된 것이 출발점이었다. 최근 7일 간 XRP 시세 추이그리고 사흘 뒤인 19일에 리플랩스와 SEC가 각각 요구한 수정사항을 반영한 약식판결 서류가 공개되기도 했다.쟁점은 분명하다. 리플랩스가 XRP를 판매하고 거래한 것이 미국 금융당국이 연방증권법 상 투자계약, 또는 증권으로 판단한 근거인 대법원의 `하위 테스트(Howey Test)` 판례를 충족하느냐 여부다. SEC는 리플랩스가 XRP를 투자자들에게 팔았고, 투자자들은 이를 보유하면 가치가 뛸 것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반면 리플랩스는 회사와 투자자 간에 계약이 없었고, 하위 테스트 기준 중 하나인 `공통된 기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소송이 장기화하자 SEC는 법원이 양측 입장을 판단해 리플랩스 측이 증권법을 어겼다고 신속하게 판단해 달라는 것이고, 리플랩스는 문제 없다며 SEC 제소를 기각해 달라는 얘기다. 양 측이 약식판결에 합의함에 따라 이르면 수개월 내에 최종 판결이 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일에는 캐롤라인 팸 미국 연방상품선물위원회(CFTC) 위원이 리플랩스 측을 찾아 갈링하우스 CEO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소송이 리플 측에 유리해진 것 아니냐는 억측까지도 낳았다. 증권을 규제하는 SEC와 달리 CFTC는 상품으로 인정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규제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는 만큼, XRP가 증권이라는 혐의를 벗은 것처럼 비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재료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XRP가 법적 문제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쌓였고, 이런 기대가 해당 코인의 시세를 끌어 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만약 최근 기대처럼 리플랩스 측이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이는 XRP는 물론이고 가상자산시장 전체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EC가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증권”이라고 하거나 “지분증명으로 바뀐 이더리움도 증권법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규제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라, 법원이 XRP 손을 들어줄 경우 SEC의 예봉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리플 측은 소송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회사 측 변호인단은 “SEC는 XRP가 투자계약(증권)이라는 걸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법원 판례인 하위 테스트 요건 4가지 중 단 하나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본질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모두 잡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으로도 XRP가 1차 저항선이라 여겨졌던 0.4달러선을 돌파한 만큼 0.426달러와 0.479달러에 형성돼 있는 매물대를 돌파할 경우, 판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추가적인 상승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애널리틱스 인사이트는 “최근 한 주 간 강세를 보였던 만큼 XRP는 이번주 숨고르기를 하면서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며 “일단 강세장의 분위기가 갖춰졌고, 그동안 낙폭이 컸던 만큼 반등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봤다. 다만 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또 다시 한꺼번에 75bp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반적인 위험자산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둬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실제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막연한 기대에 산 사람들은 차익실현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는 쪽도 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FX엠파이어는 “가상자산업계어샤 빠른 소송 결과를 예상하고 있겠지만, 양 측 합의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실제 판결은 2023년 내에 끝날 지도 확실치 않다”고 점쳤다. 가상자산 분석가이자 트레이더인 체즈는 “증시에서 말하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격언이 임박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2022.09.21
    [코인 읽어주는 남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플랫폼인 리플랩스의 토큰인 리플(XRP)이 가상자산시장 하락 속에서도 나홀로 상승랠리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루하게 이어오고 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법적 문제나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라는 기대감인데, 전문가들은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시세의 연속성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21일 시장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24시간 전에 비해 3.4%나 하락하면서 1만889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이더리움과 BNB, 카르다노,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특히 시장 벤치마크인 비트코인은 지난 15일 다시 2만달러를 회복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다시 1만8000달러대로 추락하며, 최근 닷새간 6.1% 이상 하락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XRP는 24시간 전 대비 6.44%나 상승하며 0.410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6일 0.3달러대까지 내려갔다가 저점대비 30% 가까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장중 한때 0.42달러까지도 올라, 지난 5월 이후 근 넉 달 만에 최고 수준을 찍기도 했다. 이 같은 XRP의 상대적 강세는, 2년여를 끌어온 SEC와의 법정 분쟁이 드디어 그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0년 12월 크리스 라슨 리플랩스 회장과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를 미등록 증권 거래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는 혐의로 제소한 SEC가 리플랩스와 함께 뉴욕남부지방법원에 각자 주장을 뒷받침할 문서를 제출하면서 약식 판결을 내려 달라고 요청한 것이 법원을 통해 지난 16일 공개된 것이 출발점이었다. 최근 7일 간 XRP 시세 추이그리고 사흘 뒤인 19일에 리플랩스와 SEC가 각각 요구한 수정사항을 반영한 약식판결 서류가 공개되기도 했다.쟁점은 분명하다. 리플랩스가 XRP를 판매하고 거래한 것이 미국 금융당국이 연방증권법 상 투자계약, 또는 증권으로 판단한 근거인 대법원의 `하위 테스트(Howey Test)` 판례를 충족하느냐 여부다. SEC는 리플랩스가 XRP를 투자자들에게 팔았고, 투자자들은 이를 보유하면 가치가 뛸 것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반면 리플랩스는 회사와 투자자 간에 계약이 없었고, 하위 테스트 기준 중 하나인 `공통된 기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소송이 장기화하자 SEC는 법원이 양측 입장을 판단해 리플랩스 측이 증권법을 어겼다고 신속하게 판단해 달라는 것이고, 리플랩스는 문제 없다며 SEC 제소를 기각해 달라는 얘기다. 양 측이 약식판결에 합의함에 따라 이르면 수개월 내에 최종 판결이 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일에는 캐롤라인 팸 미국 연방상품선물위원회(CFTC) 위원이 리플랩스 측을 찾아 갈링하우스 CEO와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소송이 리플 측에 유리해진 것 아니냐는 억측까지도 낳았다. 증권을 규제하는 SEC와 달리 CFTC는 상품으로 인정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규제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는 만큼, XRP가 증권이라는 혐의를 벗은 것처럼 비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재료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XRP가 법적 문제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쌓였고, 이런 기대가 해당 코인의 시세를 끌어 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만약 최근 기대처럼 리플랩스 측이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이는 XRP는 물론이고 가상자산시장 전체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EC가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증권”이라고 하거나 “지분증명으로 바뀐 이더리움도 증권법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규제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라, 법원이 XRP 손을 들어줄 경우 SEC의 예봉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리플 측은 소송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회사 측 변호인단은 “SEC는 XRP가 투자계약(증권)이라는 걸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법원 판례인 하위 테스트 요건 4가지 중 단 하나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본질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모두 잡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적으로도 XRP가 1차 저항선이라 여겨졌던 0.4달러선을 돌파한 만큼 0.426달러와 0.479달러에 형성돼 있는 매물대를 돌파할 경우, 판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추가적인 상승을 노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애널리틱스 인사이트는 “최근 한 주 간 강세를 보였던 만큼 XRP는 이번주 숨고르기를 하면서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며 “일단 강세장의 분위기가 갖춰졌고, 그동안 낙폭이 컸던 만큼 반등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봤다. 다만 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또 다시 한꺼번에 75bp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반적인 위험자산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둬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실제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막연한 기대에 산 사람들은 차익실현을 고려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는 쪽도 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FX엠파이어는 “가상자산업계어샤 빠른 소송 결과를 예상하고 있겠지만, 양 측 합의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실제 판결은 2023년 내에 끝날 지도 확실치 않다”고 점쳤다. 가상자산 분석가이자 트레이더인 체즈는 “증시에서 말하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격언이 임박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머지` 완료 후 추락한 이더리움, 남은 숙제들 [이정훈의 코읽남]
    [코인 읽어주는 남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장기간 기다려온 머지(Merge) 업그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에 충실한 차익매물 탓에 이번주 석 달 만에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17일 시장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이더리움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2.59% 하락한 144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1700달러를 넘었던 가격은,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인 14~15일에 차례로 급전직하는 모습을 보였다.이에 이번주 들어서만 이더리움 가격은 16.6%나 추락하고 있고, 이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근 3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가장 본질적 부분인 거래검증 방식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이더리움의 머지 업그레이드가 성공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헤지펀드인 ARK36을 이끌고 있는 앤토 파로이안 최고경영자(CEO)는 “과장하지 않고 순수하게 기술적 관점에서만 보면 머지는 엄청나게 큰 엔지니어링 업적”이라며 “이는 마치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 전 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맘추지 않게 하면서 이 엔진을 교체한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에 있는 특정한 실체에 의해 통제되지 않은 수많은 개발자들 네트워크를 통해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건 가상자산 영역에서의 핵심적 이상을 달성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런 성공 이후 기존 작업증명 방식을 고수하는 이더리움 채굴자들이 만든 이더리움의 포크 버전인 ETHPoW 가격은, 머지 업그레이드 직전 21달러 수준에서 9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 이더리움 가격 추이이처럼 이더리움과 ETHPoW 가격이 동반 하락한 것은, 업그레이드 이전에 몰렸던 투기적인 매수세가 사라진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에선 이더리움 가격 상승을 예상한 매수세와 이더리움 매수로 업그레이드 이후에 ETHPoW를 에어드랍 받으려는 매수세가 몰렸고, 이더리움에 문제가 생길 경우 ETHPoW 가격이 뛸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등이 한데 어우러졌지만, 실제 업그레이드 이후 이런 수요가 사라진 것. 그렇다 보니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로 선물시장에서도 이더리움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수요가 대폭 늘어났다. 실제 해외 주요 거래소에서는 펀딩 레이트(funding rate)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 레이트는 업그레이드 이후 마이너스(-)2 아래까지 내려가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 코인 선물 거래에선 매수(long)와 매도(short) 간 균형을 위해 거래소들이 이자를 지급하는 펀딩 개념을 도입하는데, 선물 매도자가 너무 많아 매수자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펀딩 레이트가 마이너스(-)로 내려간 것이다. 이제 머지 업그레이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이 같은 시장 가격 왜곡이 줄어들면서 이더리움 안정화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씨티그룹은 이날 “그나마 업그레이드 이후에 이더리움에 대한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 레이트도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며 “ETHPoW 에어드랍을 받기 위한 이더리움 매수세가 사라진 만큼 헤지용 선물 매도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더리움 가격 하락이 진정된다면 펀딩 레이트도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레이트 추이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에너지 사용량을 99.95%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더리움의 경쟁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지분증명을 위한 스태이킹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자산이 됐고, 발행량이 90%나 줄어 디플레이션 성격을 강화한 만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대한 기관투자가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다만 그런 과정은 상당히 긴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고, 당장 눈앞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들의 강력한 돈줄 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건 이더리움에도 분명한 악재다. 존 토다로 니덤 애널리스트는 “분명 머지는 성공적으로 완로된 듯하지만, 실제 이더리움 네트워크 생태계에서의 변화는 6개월 정도는 지나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머지 이후 향상된 기술적 확장성도 수 년 정도 이후에나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K코인의 제이슨 로우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불행하게도 가상자산시장은 그 자체로 거시경제적 흐름과 탈동조화(디커플링)할 수 있는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머지 업그레이드가 그런 호재일 순 있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먼 업그레이드의 첫 단계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분증명을 위한 스태이킹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이더리움의 달라진 방힉이 금융당국의 눈에는 마치 증권(Securities)의 투자 수익 보상처럼 비쳐질 수 있는 만큼 규제의 칼날이 다시 닥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로우 COO는 “이더리움이 환경적 측면에서 큰 성취를 이뤄냈지만, 이는 불안해 하는 투자자들에겐 단지 하나의 악재만 해소된 것일뿐”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이더리움을 적극 매수하지 않고 관망하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더리움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과 다른 자산으로 인정 받아야만, 기관들은 자사의 컴플라이언스 규정이나 규제 적합성등을 판단해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훈 기자 2022.09.17
    [코인 읽어주는 남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장기간 기다려온 머지(Merge) 업그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에 충실한 차익매물 탓에 이번주 석 달 만에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17일 시장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이더리움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2.59% 하락한 144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1700달러를 넘었던 가격은,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인 14~15일에 차례로 급전직하는 모습을 보였다.이에 이번주 들어서만 이더리움 가격은 16.6%나 추락하고 있고, 이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근 3개월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가장 본질적 부분인 거래검증 방식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이더리움의 머지 업그레이드가 성공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헤지펀드인 ARK36을 이끌고 있는 앤토 파로이안 최고경영자(CEO)는 “과장하지 않고 순수하게 기술적 관점에서만 보면 머지는 엄청나게 큰 엔지니어링 업적”이라며 “이는 마치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 전 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맘추지 않게 하면서 이 엔진을 교체한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에 있는 특정한 실체에 의해 통제되지 않은 수많은 개발자들 네트워크를 통해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건 가상자산 영역에서의 핵심적 이상을 달성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런 성공 이후 기존 작업증명 방식을 고수하는 이더리움 채굴자들이 만든 이더리움의 포크 버전인 ETHPoW 가격은, 머지 업그레이드 직전 21달러 수준에서 9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 이더리움 가격 추이이처럼 이더리움과 ETHPoW 가격이 동반 하락한 것은, 업그레이드 이전에 몰렸던 투기적인 매수세가 사라진 때문이다. 그동안 시장에선 이더리움 가격 상승을 예상한 매수세와 이더리움 매수로 업그레이드 이후에 ETHPoW를 에어드랍 받으려는 매수세가 몰렸고, 이더리움에 문제가 생길 경우 ETHPoW 가격이 뛸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 등이 한데 어우러졌지만, 실제 업그레이드 이후 이런 수요가 사라진 것. 그렇다 보니 머지 업그레이드 전후로 선물시장에서도 이더리움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수요가 대폭 늘어났다. 실제 해외 주요 거래소에서는 펀딩 레이트(funding rate)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 레이트는 업그레이드 이후 마이너스(-)2 아래까지 내려가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 코인 선물 거래에선 매수(long)와 매도(short) 간 균형을 위해 거래소들이 이자를 지급하는 펀딩 개념을 도입하는데, 선물 매도자가 너무 많아 매수자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펀딩 레이트가 마이너스(-)로 내려간 것이다. 이제 머지 업그레이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이 같은 시장 가격 왜곡이 줄어들면서 이더리움 안정화 노력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씨티그룹은 이날 “그나마 업그레이드 이후에 이더리움에 대한 매수세가 줄어들면서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 레이트도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며 “ETHPoW 에어드랍을 받기 위한 이더리움 매수세가 사라진 만큼 헤지용 선물 매도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더리움 가격 하락이 진정된다면 펀딩 레이트도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더리움 선물의 펀딩레이트 추이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에너지 사용량을 99.95%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더리움의 경쟁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지분증명을 위한 스태이킹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자산이 됐고, 발행량이 90%나 줄어 디플레이션 성격을 강화한 만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대한 기관투자가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다만 그런 과정은 상당히 긴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고, 당장 눈앞에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들의 강력한 돈줄 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건 이더리움에도 분명한 악재다. 존 토다로 니덤 애널리스트는 “분명 머지는 성공적으로 완로된 듯하지만, 실제 이더리움 네트워크 생태계에서의 변화는 6개월 정도는 지나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머지 이후 향상된 기술적 확장성도 수 년 정도 이후에나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K코인의 제이슨 로우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불행하게도 가상자산시장은 그 자체로 거시경제적 흐름과 탈동조화(디커플링)할 수 있는 호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머지 업그레이드가 그런 호재일 순 있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먼 업그레이드의 첫 단계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분증명을 위한 스태이킹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이더리움의 달라진 방힉이 금융당국의 눈에는 마치 증권(Securities)의 투자 수익 보상처럼 비쳐질 수 있는 만큼 규제의 칼날이 다시 닥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로우 COO는 “이더리움이 환경적 측면에서 큰 성취를 이뤄냈지만, 이는 불안해 하는 투자자들에겐 단지 하나의 악재만 해소된 것일뿐”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은 여전히 이더리움을 적극 매수하지 않고 관망하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더리움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과 다른 자산으로 인정 받아야만, 기관들은 자사의 컴플라이언스 규정이나 규제 적합성등을 판단해 투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더리움 `머지` 이후 비트코인의 운명은? [이정훈의 코읽남]
    [코인 읽어주는 남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역사적인 머지(Merge) 업그레이드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가장 본질적 부분인 거래검증 방식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이 업그레이드는 오는 15일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머지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후 이더리움이 PoS로 전환하고 나면 사실상 PoW 진영에 홀로 남게 되는 비트코인이 어떤 운명을 맞게 될 지가 관심사인데요, 이를 둘러싼 전망이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분야에서 독립 연구원으로 잘 알려진 카일 맥도널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더리움이 머지 업그레이드를 통해 에너지 집약적인(=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거래검증 방식인 PoW를 벗어나 에너지 친화적인 PoS로 전환하고 나면, 투자자들이나 규제당국은 비트코인에 대해 굳이 PoW를 고집하느냐며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그는 “비트코인은 예전부터도 엄청난 에너지 소비로 인해 환경 행동주의자들이나 각국 정부로부터 비판을 받았다”고 전하며 “이더리움과 달리, 비트코인은 PoW를 포기하고 PoS로 넘어가도록 결정할 수 있는 조정력을 갖고 있기 않기 때문에 가장 먼저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점쳤습니다. 이는 PoW에 비해 PoS 방식은 에너지 소비량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더리움 재단에 따르면 PoS로 전환한 이후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에너지 소비량을 기존에 비해 99.95%나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PoW가 1000만개에 이르는 그래픽 처리장치로 가능한 한 많은 난수를 생성하는 시스템인 반면 PoS는 에너지 소비가 매우 낮은 수천대 컴퓨터만으로 실행 가능한 시스템이니 그런 것이죠.특히 지난주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관실(OSTP)이 내놓은 `미국 내 가상자산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압박 수위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잘 보여줬습니다. OSTP는 “가상자산 채굴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다른 조치들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에너지 집약적인 거래검증 방식인 PoW를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가상자산 산업 운영에 들어가는 전력량이 미국 모든 가정에서 쓰는 컴퓨터 전력량과 맞먹는다는 겁니다. 실제 미국 전체 전기 사용량의 0.9~1.7%가 블록체인 기반 토큰과 대체불가능토큰(NFT) 운영에 들어간다는 것이고, 가상자산 관련 활동에서 연간 2500만~5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이는 미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0.4~0.8%를 차지하며 미국 내 경유 기차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가상자산과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글로벌 에너지 소비량 비교이에 OSPT는 가상자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환경청(EPA), 에너지부(DOE)와 같은 연방 정부기관이 지역 의원들과 협력해 가상자산 기술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기업들이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하며, 전력회사와 가상자산 채굴자들로부터 전력 사용에 관한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자고 제언했습니다. 그러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PoW 방식의 채굴을 금지하자는 겁니다. 이는 단순한 엄포에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뉴욕주는 PoW 방식의 채굴 라이선스 발급을 2년 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채굴업체들이 하나 둘 이전하고 있고, 리플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라슨은 비트코인의 PoS 전환을 압박하는 캠페인에 나서고 있으니 말입니다.문제는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곧바로 PoW를 포기하고서 PoS로 전환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실제 비트코인 진영은 여전히 PoW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인데, 네트워크 상의 각 노드들로부터 51% 이상 지지를 얻어내기란 기술적으로 힘들어 보입니다. 또 PoS로 전환하려는 이더리움을 둘러싼 우려도 상존합니다. 이더리움이 PoS로 전환하면 소수의 스태이킹 풀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함으로써 보안상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구요. 최근 미 재무부가 해커들이 훔쳐간 가상자산을 세탁하는 경로 활용했다면서 토네이도 캐시의 월렛 주소들을 특별지정 제재 대상국(SDN)에 추가한 것처럼 규제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이더리움의 안전성과 탈중앙화 개념도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비트코인이 사회적 압박을 못 이겨 PoS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자칫 네트워크의 보안 상에 큰 결함을 드러낼 수 있는 만큼 에너지를 절감하고자 프로토콜 자체의 실패로 이어질 리스크가 노출될 수 있습니다.그렇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계속 지금과 같은 막대한 에너지 소비에 대해 귀를 막고 있을 순 없는 노릇입니다. 바야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로 떠오른 시대인 만큼 비트코인 스스로가 ESG에 부합할 수 있는 노력에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다행스러운 건, 중국에서의 채굴 금지 조치 이후 이미 북미와 남미 등지에서는 이미 채굴업자들이 수력이나 지력, 신재생에너지 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소비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은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ESG 중 환경부문에선 약점을 노출하더라도, 탈중앙화 이념을 구현하는 PoW가 지배구조 상으로는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야 할 겁니다.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당시 곪아 있던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안으로 등장하고 각광 받았던 존재가 바로 비트코인인 만큼, 그 본질과 존재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지금 전 세게가 직면한 또 다른 경제적, 사회적 문제 해결에 스스로 앞장 서야만 할 때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정훈 기자 2022.09.13
    [코인 읽어주는 남자=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이 역사적인 머지(Merge) 업그레이드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가장 본질적 부분인 거래검증 방식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이 업그레이드는 오는 15일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머지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후 이더리움이 PoS로 전환하고 나면 사실상 PoW 진영에 홀로 남게 되는 비트코인이 어떤 운명을 맞게 될 지가 관심사인데요, 이를 둘러싼 전망이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분야에서 독립 연구원으로 잘 알려진 카일 맥도널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더리움이 머지 업그레이드를 통해 에너지 집약적인(=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거래검증 방식인 PoW를 벗어나 에너지 친화적인 PoS로 전환하고 나면, 투자자들이나 규제당국은 비트코인에 대해 굳이 PoW를 고집하느냐며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그는 “비트코인은 예전부터도 엄청난 에너지 소비로 인해 환경 행동주의자들이나 각국 정부로부터 비판을 받았다”고 전하며 “이더리움과 달리, 비트코인은 PoW를 포기하고 PoS로 넘어가도록 결정할 수 있는 조정력을 갖고 있기 않기 때문에 가장 먼저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점쳤습니다. 이는 PoW에 비해 PoS 방식은 에너지 소비량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더리움 재단에 따르면 PoS로 전환한 이후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에너지 소비량을 기존에 비해 99.95%나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PoW가 1000만개에 이르는 그래픽 처리장치로 가능한 한 많은 난수를 생성하는 시스템인 반면 PoS는 에너지 소비가 매우 낮은 수천대 컴퓨터만으로 실행 가능한 시스템이니 그런 것이죠.특히 지난주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관실(OSTP)이 내놓은 `미국 내 가상자산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압박 수위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잘 보여줬습니다. OSTP는 “가상자산 채굴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다른 조치들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에너지 집약적인 거래검증 방식인 PoW를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가상자산 산업 운영에 들어가는 전력량이 미국 모든 가정에서 쓰는 컴퓨터 전력량과 맞먹는다는 겁니다. 실제 미국 전체 전기 사용량의 0.9~1.7%가 블록체인 기반 토큰과 대체불가능토큰(NFT) 운영에 들어간다는 것이고, 가상자산 관련 활동에서 연간 2500만~5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이는 미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0.4~0.8%를 차지하며 미국 내 경유 기차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가상자산과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글로벌 에너지 소비량 비교이에 OSPT는 가상자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환경청(EPA), 에너지부(DOE)와 같은 연방 정부기관이 지역 의원들과 협력해 가상자산 기술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기업들이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하며, 전력회사와 가상자산 채굴자들로부터 전력 사용에 관한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자고 제언했습니다. 그러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PoW 방식의 채굴을 금지하자는 겁니다. 이는 단순한 엄포에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 뉴욕주는 PoW 방식의 채굴 라이선스 발급을 2년 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채굴업체들이 하나 둘 이전하고 있고, 리플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라슨은 비트코인의 PoS 전환을 압박하는 캠페인에 나서고 있으니 말입니다.문제는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곧바로 PoW를 포기하고서 PoS로 전환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실제 비트코인 진영은 여전히 PoW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인데, 네트워크 상의 각 노드들로부터 51% 이상 지지를 얻어내기란 기술적으로 힘들어 보입니다. 또 PoS로 전환하려는 이더리움을 둘러싼 우려도 상존합니다. 이더리움이 PoS로 전환하면 소수의 스태이킹 풀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함으로써 보안상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구요. 최근 미 재무부가 해커들이 훔쳐간 가상자산을 세탁하는 경로 활용했다면서 토네이도 캐시의 월렛 주소들을 특별지정 제재 대상국(SDN)에 추가한 것처럼 규제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이더리움의 안전성과 탈중앙화 개념도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비트코인이 사회적 압박을 못 이겨 PoS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자칫 네트워크의 보안 상에 큰 결함을 드러낼 수 있는 만큼 에너지를 절감하고자 프로토콜 자체의 실패로 이어질 리스크가 노출될 수 있습니다.그렇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계속 지금과 같은 막대한 에너지 소비에 대해 귀를 막고 있을 순 없는 노릇입니다. 바야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로 떠오른 시대인 만큼 비트코인 스스로가 ESG에 부합할 수 있는 노력에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다행스러운 건, 중국에서의 채굴 금지 조치 이후 이미 북미와 남미 등지에서는 이미 채굴업자들이 수력이나 지력, 신재생에너지 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소비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은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ESG 중 환경부문에선 약점을 노출하더라도, 탈중앙화 이념을 구현하는 PoW가 지배구조 상으로는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야 할 겁니다.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당시 곪아 있던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안으로 등장하고 각광 받았던 존재가 바로 비트코인인 만큼, 그 본질과 존재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지금 전 세게가 직면한 또 다른 경제적, 사회적 문제 해결에 스스로 앞장 서야만 할 때인 것은 분명합니다.
  • 딱 두달 만에 2배 뛴 이더리움…3대 리스크 [이정훈의 코읽남]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가상자산인 이더리움(ETH) 가격이 지난 6월 저점 대비해 두 배로 뛰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을 이끄는 대형 호재인 머지(Merge) 업그레이드가 늦어질 경우 상승랠리에 급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8일(현지시간) 가상자산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더리움 가격이 현재 1800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지난 6월19일 기록한 전저점인 880.93달러에 비해 106%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1만7601달러 저점을 찍은 이후 지금까지 31% 정도 오르고 있는 비트코인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높은 상승률이다. 이처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이더리움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될 대형 업그레이드인 머지가 임박한 탓이다. 그동안 수차례 연기를 거듭하던 머지 업그레이드는 현재 다음달 15일로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을 생성하는 합의 메커니즘을 기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바꾼다. 그동안 이더리움 채굴을 위해서는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채굴자들이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했습지만, PoS로 바뀌고 나면 그럴 필요 없이 각자 보유한 지분율에 따라서만 거래 내역을 검증하고 새로운 코인을 보상으로 받게 된다. 이는 이더리움을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솔라나나 카르다노와 같은 경쟁자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초당 거래처리속도(TPS)를 높이는 동시에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인 가스비를 낮출 수 있게 되며, 컴퓨팅 파워를 쓰지 않아도 되니 친환경적인 네트워크로 변신할 수도 있다.최근 석달 간 이더리움 가격 추이이에 최근 씨티그룹은 “머지를 통해 블록 시간을 줄여 10% 정도 거래 처리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다음번 업그레이드인 서지(Surge)를 실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초당 10만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지는 블록 시간을 종전 13초에서 12초로 단축시켜주며 이는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수수료(가스비)를 소폭 낮춰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PoW에서 PoS로 전환되면 매년 이더리움 발행량이 4.2% 정도 줄어들 것이고 이를 통해 이더리움은 디플레이션화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이더리움 역할을 더 향상시킬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은 에너지 소모를 99.95%나 줄일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환경 친화적 가상자산으로 받아 들여질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가상자산 트레이딩 플랫폼인 넥소를 설립한 앤토니 트렌체프는 “최근 비트코인을 따돌리고 이더리움이 강세를 보인 건 바로 이 머지라는 거대한 스토리 때문”이라며 “PoS로의 전환은 이더리움을 에너지 효율적인 블록체인으로 바꾸면서 대중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두 달새 2배에 이르는 급등세를 보였던 만큼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것도 사실이다. 제이콥 조셉 크립토컴페어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랠리가 이어질 순 있어도 2000달러 정도에서는 저항이 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8월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지 않는데다 주식도 반등하고 있는 만큼 이더리움 랠리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점치면서도 “2000달러는 주요한 저항선이며 이 가격대 위에 안착하려면 뭔가 추가적인 호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과거 업그레이드 지연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건 이더리움이 직면해 있는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트렌체프 창업주는 “9월 중순에 있을 업그레이드가 늦어질 것 같진 않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올랐던 상승분의 50% 정도는 토해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업그레이드가 계획대로 성공적이라도 해도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격언처럼 매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2022.08.19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가상자산인 이더리움(ETH) 가격이 지난 6월 저점 대비해 두 배로 뛰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을 이끄는 대형 호재인 머지(Merge) 업그레이드가 늦어질 경우 상승랠리에 급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8일(현지시간) 가상자산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더리움 가격이 현재 1800달러를 훌쩍 넘어서면서 지난 6월19일 기록한 전저점인 880.93달러에 비해 106%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1만7601달러 저점을 찍은 이후 지금까지 31% 정도 오르고 있는 비트코인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높은 상승률이다. 이처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이더리움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될 대형 업그레이드인 머지가 임박한 탓이다. 그동안 수차례 연기를 거듭하던 머지 업그레이드는 현재 다음달 15일로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을 생성하는 합의 메커니즘을 기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바꾼다. 그동안 이더리움 채굴을 위해서는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채굴자들이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했습지만, PoS로 바뀌고 나면 그럴 필요 없이 각자 보유한 지분율에 따라서만 거래 내역을 검증하고 새로운 코인을 보상으로 받게 된다. 이는 이더리움을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솔라나나 카르다노와 같은 경쟁자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초당 거래처리속도(TPS)를 높이는 동시에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인 가스비를 낮출 수 있게 되며, 컴퓨팅 파워를 쓰지 않아도 되니 친환경적인 네트워크로 변신할 수도 있다.최근 석달 간 이더리움 가격 추이이에 최근 씨티그룹은 “머지를 통해 블록 시간을 줄여 10% 정도 거래 처리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다음번 업그레이드인 서지(Surge)를 실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초당 10만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지는 블록 시간을 종전 13초에서 12초로 단축시켜주며 이는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수수료(가스비)를 소폭 낮춰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PoW에서 PoS로 전환되면 매년 이더리움 발행량이 4.2% 정도 줄어들 것이고 이를 통해 이더리움은 디플레이션화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이더리움 역할을 더 향상시킬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은 에너지 소모를 99.95%나 줄일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환경 친화적 가상자산으로 받아 들여질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가상자산 트레이딩 플랫폼인 넥소를 설립한 앤토니 트렌체프는 “최근 비트코인을 따돌리고 이더리움이 강세를 보인 건 바로 이 머지라는 거대한 스토리 때문”이라며 “PoS로의 전환은 이더리움을 에너지 효율적인 블록체인으로 바꾸면서 대중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두 달새 2배에 이르는 급등세를 보였던 만큼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것도 사실이다. 제이콥 조셉 크립토컴페어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랠리가 이어질 순 있어도 2000달러 정도에서는 저항이 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8월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지 않는데다 주식도 반등하고 있는 만큼 이더리움 랠리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점치면서도 “2000달러는 주요한 저항선이며 이 가격대 위에 안착하려면 뭔가 추가적인 호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과거 업그레이드 지연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건 이더리움이 직면해 있는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트렌체프 창업주는 “9월 중순에 있을 업그레이드가 늦어질 것 같진 않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올랐던 상승분의 50% 정도는 토해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업그레이드가 계획대로 성공적이라도 해도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격언처럼 매물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공룡` 블랙록이 바꿔 놓을 비트코인의 미래 [이정훈의 코읽남]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은 돈세탁이 얼마나 널리 이뤄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index of money laundering)입니다. 우리 고객들은 이런 비트코인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래리 핑크 블랙록 CEO지금으로부터 불과 4~5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을 이끌고 있는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단 한 치의 여지도 보이지 않을 만큼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블랙록에게, 또 주류 자산운용사들에게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은 아직까지도 먼 나라 얘기처럼 들렸던 게 사실입니다. 그랬던 블랙록은 지난 4월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Circle)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곤 지난주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인 자사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투자는 물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건데요. 그리곤 이번주엔 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가 등 일부 적격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트코인 트러스트라는 사모 방식의 간접투자상품을 출시했습니다. 블랙록은 현재 자사 기관투자가 고객들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알라딘(Aladdin)`이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코인베이스의 기관 지원시스템인 `코인베이스 프라임(Coinbase Prime)`과 연결해 고객들이 별다른 계좌 개설이나 수탁(커스터디)업체 선정 없이도 곧바로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블랙록이 어떤 회사입니까. 무려 8조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경10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고객 자산을 굴리고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의 공룡이죠. 이 블랙록의 알라딘 플랫폼에는 자산운용사와 은행, 보험사, 연기금, 일반 기업 등 5만5000곳 이상의 기관투자가 고객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엔 이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모든 자산 거래만 21조6000억달러에 이르러, 전 세계 거래액의 4% 이상을 차지했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런 블랙록의 기관 고객들에게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트레이딩(매매)부터 코인 수탁,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일단 코인베이스는 당장엔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향후 다른 코인으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코인 수탁은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등에 투자할 때 그 계좌와 코인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한편 수익률과 잔고 등을 정산해주는 서비스이고,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헤지펀드들을 대상으로 코인 주문부터 대차거래, 레버리지 파이낸싱, 투자 유치, 리스크 관리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결국 이번 파트너십으로 단순히 블랙록의 기관투자가 고객들이 가상자산을 사고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코인 현물과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담보대출이나 차입,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자본투자 등을 두루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가상자산 투자업체인 글로벌블록의 마커스 소티리우스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광대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알라딘 플랫폼이 비트코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라며 큰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실제로도 블랙록이 접촉하고 있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도 가상자산시장에 참여하고 픈 관심과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블랙록에서 전략적 생태계 파트너십부문을 이끌고 있는 조셉 찰롬 글로벌 대표는 “우리 기관 고객들은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는데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코인베이스와 손 잡고 우리 고객들의 디지털 자산 투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및 대규모 투자자 거래 비중다만 일각에서는 왜 하필 지금처럼 대대적인 통화긴축 정책과 루나-테라 사태로 인한 시장 신뢰 하락 등으로 야기된 `가상자산 혹한기(Crypto Winter)`에 블랙록이 이처럼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느냐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번 뒤집어 생각해 보면 블랙록은 지금처럼 시장 내 거품이 꺼진 상황이야말로 자사 기관 고객들이 새롭게 가상자산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실제 블랙록에서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르게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이라 그동안 버블이 끼었던 가상자산시장이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이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조정이 될 것이며, 지금으로부터 2~3년 지나고 나면 비트코인 가격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 있을 것”이라고 점친 바 있습니다. 당장엔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일정 부분 거품이 빠지는 시점에 비트코인을 사두면 몇 년 뒤엔 분명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특히 블랙록은 비트코인 투자에 따른 위험 헤지도 미리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앞서 작년 초 블랙록은 `블랙록 스트래티직 인컴 오퍼튜니티즈`와 `블랙록 글로벌 앨로케이션 펀드` 등 2개 펀드의 투자적격대상에 비트코인 선물을 포함했습니다. 이를 통해 블랙록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등록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적격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블랙록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직접 사고 팔게 된다면,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투자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비트코인 선물 투자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는 가상자산시장 규모를 키우고, 현물과 선물이 활발하게 거래되면서 시장이 균형과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만약 블랙록의 참여로 비트코인 현물과 선물시장 규모가 커지고 제대로 된 가격형성 기능이 작동한다면, 거래규모 부족과 그에 따른 시세 조종 가능성을 우려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승인을 거부하고 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판단도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제 가상자산시장의 거대한 변화가 첫 발을 뗀 셈입니다.
    이정훈 기자 2022.08.1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은 돈세탁이 얼마나 널리 이뤄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index of money laundering)입니다. 우리 고객들은 이런 비트코인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래리 핑크 블랙록 CEO지금으로부터 불과 4~5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을 이끌고 있는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단 한 치의 여지도 보이지 않을 만큼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블랙록에게, 또 주류 자산운용사들에게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은 아직까지도 먼 나라 얘기처럼 들렸던 게 사실입니다. 그랬던 블랙록은 지난 4월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발행하는 서클(Circle)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곤 지난주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인 자사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투자는 물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건데요. 그리곤 이번주엔 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가 등 일부 적격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트코인 트러스트라는 사모 방식의 간접투자상품을 출시했습니다. 블랙록은 현재 자사 기관투자가 고객들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알라딘(Aladdin)`이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코인베이스의 기관 지원시스템인 `코인베이스 프라임(Coinbase Prime)`과 연결해 고객들이 별다른 계좌 개설이나 수탁(커스터디)업체 선정 없이도 곧바로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블랙록이 어떤 회사입니까. 무려 8조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경10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고객 자산을 굴리고 있는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의 공룡이죠. 이 블랙록의 알라딘 플랫폼에는 자산운용사와 은행, 보험사, 연기금, 일반 기업 등 5만5000곳 이상의 기관투자가 고객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0년엔 이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모든 자산 거래만 21조6000억달러에 이르러, 전 세계 거래액의 4% 이상을 차지했다고 하니 가히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런 블랙록의 기관 고객들에게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트레이딩(매매)부터 코인 수탁,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의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일단 코인베이스는 당장엔 기관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향후 다른 코인으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코인 수탁은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 등에 투자할 때 그 계좌와 코인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한편 수익률과 잔고 등을 정산해주는 서비스이고,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헤지펀드들을 대상으로 코인 주문부터 대차거래, 레버리지 파이낸싱, 투자 유치, 리스크 관리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결국 이번 파트너십으로 단순히 블랙록의 기관투자가 고객들이 가상자산을 사고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코인 현물과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담보대출이나 차입,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자본투자 등을 두루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가상자산 투자업체인 글로벌블록의 마커스 소티리우스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광대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알라딘 플랫폼이 비트코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라며 큰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실제로도 블랙록이 접촉하고 있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도 가상자산시장에 참여하고 픈 관심과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블랙록에서 전략적 생태계 파트너십부문을 이끌고 있는 조셉 찰롬 글로벌 대표는 “우리 기관 고객들은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는데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코인베이스와 손 잡고 우리 고객들의 디지털 자산 투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및 대규모 투자자 거래 비중다만 일각에서는 왜 하필 지금처럼 대대적인 통화긴축 정책과 루나-테라 사태로 인한 시장 신뢰 하락 등으로 야기된 `가상자산 혹한기(Crypto Winter)`에 블랙록이 이처럼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느냐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번 뒤집어 생각해 보면 블랙록은 지금처럼 시장 내 거품이 꺼진 상황이야말로 자사 기관 고객들이 새롭게 가상자산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실제 블랙록에서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릭 리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르게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이라 그동안 버블이 끼었던 가상자산시장이 더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이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조정이 될 것이며, 지금으로부터 2~3년 지나고 나면 비트코인 가격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 있을 것”이라고 점친 바 있습니다. 당장엔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일정 부분 거품이 빠지는 시점에 비트코인을 사두면 몇 년 뒤엔 분명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낙관론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특히 블랙록은 비트코인 투자에 따른 위험 헤지도 미리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앞서 작년 초 블랙록은 `블랙록 스트래티직 인컴 오퍼튜니티즈`와 `블랙록 글로벌 앨로케이션 펀드` 등 2개 펀드의 투자적격대상에 비트코인 선물을 포함했습니다. 이를 통해 블랙록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등록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적격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블랙록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직접 사고 팔게 된다면,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투자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비트코인 선물 투자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는 가상자산시장 규모를 키우고, 현물과 선물이 활발하게 거래되면서 시장이 균형과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만약 블랙록의 참여로 비트코인 현물과 선물시장 규모가 커지고 제대로 된 가격형성 기능이 작동한다면, 거래규모 부족과 그에 따른 시세 조종 가능성을 우려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승인을 거부하고 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판단도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제 가상자산시장의 거대한 변화가 첫 발을 뗀 셈입니다.
  • 하락하는 실질금리·달러값, 비트코인에 약 될까 [이정훈의 코읽남]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지난달 강한 반등랠리를 보였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2만3000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전통적으로 비트코인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던 실질금리나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와중에서도 비트코인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건, 그 만큼 비트코인을 적극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는 걸 방증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시장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이날 오후 7시55분 현재 24시간 전에 비해 1.31% 하락한 2만302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장중 한때 2만4300달러 근방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차익 매물로 인해 2만4000달러대에 안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실 이 같은 비트코인 움직임은 다소 의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미국 국채의 실질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왔는데, 최근 2주일 간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10년만기 미 국채의 실질금리가 46bp나 하락했는데도 비트코인이 상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90일 간 비트코인과 미 국채 실질금리 간 평균 상관계수는 -0.9를 기록하고 있다. 상관계수는 -1~+1 범위에서 결정되며,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자산가격이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이며 반대로 +1에 가까워질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미 국채 실질금리와 비트코인 가격 추이국채 실질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은, 안전자산인 국채에 투자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인플레이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인 만큼 그 만큼 위험자산 투자를 자극할 수 있다. 과거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면서 미 테크주와 비트코인이 동반 상승한 있다. 특히 가상자산 강세장이 가장 뜨거웠던 지난해 11월에는 10년만기 국채 실질금리가 -1.17%로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뉴엣지웰스의 캐머런 도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 금리 인상이 있었던 이후 실질금리가 전 만기 구간에서 하락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실질금리 하락이 미국 성장주 랠리를 견인하고 있는데, 비트코인만 이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트코인은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와도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109.29까지 올라갔던 달러인덱스가 현재 105.70까지 내려와 있는데도 비트코인은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실질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세를 보인다면 비트코인 투자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고 기대한다. 가상자산 옵션 플랫폼인 제네시스 볼러틸리티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실질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위험자산에 대한 잠재적인 매수 압력을 높여주고 있는데, 특히 비트코인에 대한 이연된(pent-up) 매수 수요가 많다”며 “최근 강세를 보이는 미국 빅테크주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이 상승랠리를 보일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이정훈 기자 2022.08.01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지난달 강한 반등랠리를 보였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2만3000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전통적으로 비트코인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던 실질금리나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와중에서도 비트코인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건, 그 만큼 비트코인을 적극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는 걸 방증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시장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이날 오후 7시55분 현재 24시간 전에 비해 1.31% 하락한 2만302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장중 한때 2만4300달러 근방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차익 매물로 인해 2만4000달러대에 안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실 이 같은 비트코인 움직임은 다소 의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미국 국채의 실질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왔는데, 최근 2주일 간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10년만기 미 국채의 실질금리가 46bp나 하락했는데도 비트코인이 상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90일 간 비트코인과 미 국채 실질금리 간 평균 상관계수는 -0.9를 기록하고 있다. 상관계수는 -1~+1 범위에서 결정되며,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자산가격이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뜻이며 반대로 +1에 가까워질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미 국채 실질금리와 비트코인 가격 추이국채 실질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은, 안전자산인 국채에 투자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인플레이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인 만큼 그 만큼 위험자산 투자를 자극할 수 있다. 과거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가면서 미 테크주와 비트코인이 동반 상승한 있다. 특히 가상자산 강세장이 가장 뜨거웠던 지난해 11월에는 10년만기 국채 실질금리가 -1.17%로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뉴엣지웰스의 캐머런 도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 금리 인상이 있었던 이후 실질금리가 전 만기 구간에서 하락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실질금리 하락이 미국 성장주 랠리를 견인하고 있는데, 비트코인만 이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트코인은 미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와도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109.29까지 올라갔던 달러인덱스가 현재 105.70까지 내려와 있는데도 비트코인은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실질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계속 하락세를 보인다면 비트코인 투자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고 기대한다. 가상자산 옵션 플랫폼인 제네시스 볼러틸리티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실질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위험자산에 대한 잠재적인 매수 압력을 높여주고 있는데, 특히 비트코인에 대한 이연된(pent-up) 매수 수요가 많다”며 “최근 강세를 보이는 미국 빅테크주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이 상승랠리를 보일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 `한달새 79% 뛴` 이더리움 랠리의 비결 [이정훈의 코읽남]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상자산시장의 `만년 2등` 이더리움(ETH)이 최근 무서운 기세로 반등랠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대장주` 비트코인이 30% 남짓 오를 때 이더리움은 8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이 같은 이더리움의 상대적 초강세(Outperform)는 다년 간 준비해 온 이더리움의 대대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되는데요. 이런 이더리움의 주도적 흐름이 침체된 가상자산시장에 에너지를 불어 넣을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혹한기를 방불케 하던 가상자산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달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이던 2만달러를 깨고 내려간 뒤 숨죽이던 비트코인이 2만2000달러 매물대를 뚫고 2만3000달러대로 올라서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바닥론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2등 코인인 이더리움의 강세입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지난달 18일 장중 각각 1만7708달러와 896달러까지 추락한 뒤 한 달 만에 2만3660달러, 1607달러까지 반등했습니다. 한 달 간의 상승률로는 비트코인이 33.6%, 이더리움은 그보다 2배 이상인 79.3%에 이릅니다. 이처럼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앞질러 시세를 주도하고 있는 건, 이더리움 개발자들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머지(the Merge)`라는 업그레이드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컨퍼런스콜을 갖고 머지 업그레이드 이전에 취해야 할 조치들을 논의했고 이 과정에서 이더리움재단 개발자인 팀 베이코가 9월19일을 목표일로 제시했는데, 이 때부터 일주일도 채 안돼 이더리움은 40% 이상 올랐으니 둘 사이의 개연성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양 유웨이 스톤엑스 금융분석담당 이사는 “최근 위험자산을 짓눌렀던 거시경제적 공포가 잠잠해지면서 가상자산시장이 반등했고, 그 와중에 최근 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 일정이 사실상 확정되자 가상자산 중에서도 이더리움이 무서운 랠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틱 차트에서의 가격 움직임을 보면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시세까지 이끌어 가고 있는데, 이는 `이더리움2.0`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덕이 크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렇다면 머지 업그레이드가 대체 뭐길래 이더리움이 이처럼 강한 시세 분출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번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에겐 가히 역사적 변화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이더리움을 생성하는 합의 메커니즘이 기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을 채굴하기 위해 채굴자들은 지금까지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했습니다만, PoS 방식으로 바뀌고 나면 그럴 필요 없이 각자 보유한 지분율에 따라서만 거래 내역을 검증하고 새로운 코인을 보상으로 받게 됩니다. 즉, 이더리움을 스태이킹(Staking)해 지분율에 따라 이더리움을 보상 받는 구조인데요. 개인은 최소 32개의 이더리움을 예치해야 검증인으로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며 블록체인 상에 새로운 블록을 추가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극적인 변화는 이더리움을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솔라나나 카르다노와 같은 경쟁자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초당 거래처리속도(TPS)를 높이는 동시에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인 가스비를 낮출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이더리움은 PoW 방식을 쓰는 기존 메인넷을 PoS로 운영되는 비컨 체인(Beacon chain)과 합치게 되며, 여기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샤딩(Sharding)까지 적용하면 이더리움의 거래처리속도는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 봐야 5만TPS에 이르는 솔라나나 250TPS에 이르는 카르다노에 비해선 여전히 느린 편이지만, 기존 20TPS에 비해선 획기적으로 빨라지는 겁니다. 또 거래가 몰릴 때 거래를 우선 처리하기 위해 채굴자에게 엄청난 가스비를 지불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런 거래처리속도 증가는 가스비를 낮추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아울러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도 악평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PoW 방식의 채굴이 가져온 컴퓨팅 파워 경쟁은 탄소배출의 주범이었다면, PoS로의 변화는 이더리움을 환경친화적 코인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머지 업그레이드의 성공을 낙관할 순 없고, 9월19일이라는 일정 역시 그동안 자주 연기돼 왔던 만큼 확언할 순 없습니다. 다만 시간의 문제일뿐, 머지 업그레이드는 결국엔 성공할 것이고 이는 이더리움 가격 상승세를 견인하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될 겁니다. 투자자들 역시 과거 비트코인의 중요한 업그레이드였던 세그윗(SegWit)이나 탭루트(Taproot) 전후로 비트코인 가격이 대체로 상승하는 걸 학습해 왔으니 말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업그레이드 이후에도 이더리움은 거래처리속도 등에선 경쟁자에 못 미치지 못하겠지만, 가장 활용도 높은 블록체인으로서 그 가치는 한 단계 높아질 겁니다. PoS로의 전환 덕에 에너지 효율도 99.95%나 개선된다는 점에서 환경과 기후변화를 중요한 투자 테마로 삼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의 이더리움 매수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또 PoS 방식의 업그레이드로 인해 기존 투자자들의 스태이킹이 늘면서 시장 내 유통물량이 줄어 코인 가격을 이끌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이 같은 이더리움의 환골탈태와 그에 따른 코인시장의 변화는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지진 않을 것인 만큼 그 수혜는 단기적인 투자자들보단 중장기적 투자자들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가격 메리트가 생긴 이더리움을 조금씩 사들어 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그래서 엇갈립니다. 가상자산업계 구루이자 저명한 팟캐스터인 나다니엘 화이트모어는 “상당 기간 가상자산시장에선 내러티브의 공백이 있었는데, 머지 업그레이드 덕에 다시금 가상자산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 얘기할 수 있게 됐다”며 “머지가 시장 흐름을 주도하면서 가상자산시장 자체도 낙관주의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반면 18만여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가진 익명의 가상자산 애널리스트인 알트코인셰르파는 “수주일 내에 이더리움 가격은 최고 1700~1900달러까지 단기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는 어디까지나 약세장 내에서의 반등일뿐 거시경제적 악재들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인 만큼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으로 볼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이정훈 기자 2022.07.2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가상자산시장의 `만년 2등` 이더리움(ETH)이 최근 무서운 기세로 반등랠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대장주` 비트코인이 30% 남짓 오를 때 이더리움은 8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이 같은 이더리움의 상대적 초강세(Outperform)는 다년 간 준비해 온 이더리움의 대대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되는데요. 이런 이더리움의 주도적 흐름이 침체된 가상자산시장에 에너지를 불어 넣을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혹한기를 방불케 하던 가상자산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달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이던 2만달러를 깨고 내려간 뒤 숨죽이던 비트코인이 2만2000달러 매물대를 뚫고 2만3000달러대로 올라서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바닥론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2등 코인인 이더리움의 강세입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지난달 18일 장중 각각 1만7708달러와 896달러까지 추락한 뒤 한 달 만에 2만3660달러, 1607달러까지 반등했습니다. 한 달 간의 상승률로는 비트코인이 33.6%, 이더리움은 그보다 2배 이상인 79.3%에 이릅니다. 이처럼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앞질러 시세를 주도하고 있는 건, 이더리움 개발자들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머지(the Merge)`라는 업그레이드 덕분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컨퍼런스콜을 갖고 머지 업그레이드 이전에 취해야 할 조치들을 논의했고 이 과정에서 이더리움재단 개발자인 팀 베이코가 9월19일을 목표일로 제시했는데, 이 때부터 일주일도 채 안돼 이더리움은 40% 이상 올랐으니 둘 사이의 개연성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양 유웨이 스톤엑스 금융분석담당 이사는 “최근 위험자산을 짓눌렀던 거시경제적 공포가 잠잠해지면서 가상자산시장이 반등했고, 그 와중에 최근 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 일정이 사실상 확정되자 가상자산 중에서도 이더리움이 무서운 랠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틱 차트에서의 가격 움직임을 보면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시세까지 이끌어 가고 있는데, 이는 `이더리움2.0`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덕이 크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렇다면 머지 업그레이드가 대체 뭐길래 이더리움이 이처럼 강한 시세 분출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번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에겐 가히 역사적 변화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이더리움을 생성하는 합의 메커니즘이 기존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을 채굴하기 위해 채굴자들은 지금까지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이용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했습니다만, PoS 방식으로 바뀌고 나면 그럴 필요 없이 각자 보유한 지분율에 따라서만 거래 내역을 검증하고 새로운 코인을 보상으로 받게 됩니다. 즉, 이더리움을 스태이킹(Staking)해 지분율에 따라 이더리움을 보상 받는 구조인데요. 개인은 최소 32개의 이더리움을 예치해야 검증인으로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며 블록체인 상에 새로운 블록을 추가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극적인 변화는 이더리움을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솔라나나 카르다노와 같은 경쟁자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초당 거래처리속도(TPS)를 높이는 동시에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인 가스비를 낮출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이더리움은 PoW 방식을 쓰는 기존 메인넷을 PoS로 운영되는 비컨 체인(Beacon chain)과 합치게 되며, 여기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샤딩(Sharding)까지 적용하면 이더리움의 거래처리속도는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 봐야 5만TPS에 이르는 솔라나나 250TPS에 이르는 카르다노에 비해선 여전히 느린 편이지만, 기존 20TPS에 비해선 획기적으로 빨라지는 겁니다. 또 거래가 몰릴 때 거래를 우선 처리하기 위해 채굴자에게 엄청난 가스비를 지불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런 거래처리속도 증가는 가스비를 낮추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아울러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도 악평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PoW 방식의 채굴이 가져온 컴퓨팅 파워 경쟁은 탄소배출의 주범이었다면, PoS로의 변화는 이더리움을 환경친화적 코인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머지 업그레이드의 성공을 낙관할 순 없고, 9월19일이라는 일정 역시 그동안 자주 연기돼 왔던 만큼 확언할 순 없습니다. 다만 시간의 문제일뿐, 머지 업그레이드는 결국엔 성공할 것이고 이는 이더리움 가격 상승세를 견인하는 데에도 큰 보탬이 될 겁니다. 투자자들 역시 과거 비트코인의 중요한 업그레이드였던 세그윗(SegWit)이나 탭루트(Taproot) 전후로 비트코인 가격이 대체로 상승하는 걸 학습해 왔으니 말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업그레이드 이후에도 이더리움은 거래처리속도 등에선 경쟁자에 못 미치지 못하겠지만, 가장 활용도 높은 블록체인으로서 그 가치는 한 단계 높아질 겁니다. PoS로의 전환 덕에 에너지 효율도 99.95%나 개선된다는 점에서 환경과 기후변화를 중요한 투자 테마로 삼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의 이더리움 매수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또 PoS 방식의 업그레이드로 인해 기존 투자자들의 스태이킹이 늘면서 시장 내 유통물량이 줄어 코인 가격을 이끌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이 같은 이더리움의 환골탈태와 그에 따른 코인시장의 변화는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지진 않을 것인 만큼 그 수혜는 단기적인 투자자들보단 중장기적 투자자들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가격 메리트가 생긴 이더리움을 조금씩 사들어 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그래서 엇갈립니다. 가상자산업계 구루이자 저명한 팟캐스터인 나다니엘 화이트모어는 “상당 기간 가상자산시장에선 내러티브의 공백이 있었는데, 머지 업그레이드 덕에 다시금 가상자산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 얘기할 수 있게 됐다”며 “머지가 시장 흐름을 주도하면서 가상자산시장 자체도 낙관주의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반면 18만여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가진 익명의 가상자산 애널리스트인 알트코인셰르파는 “수주일 내에 이더리움 가격은 최고 1700~1900달러까지 단기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는 어디까지나 약세장 내에서의 반등일뿐 거시경제적 악재들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인 만큼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으로 볼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 `1유로=1달러` 되면 가상자산엔 무슨 일이 [이정훈의 코읽남]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달러가 워낙 강하다 보니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정확하게 같아지는 이른바 `패리티(parity)`가 턱밑까지 와 있습니다. 이 같은 `달러 강세+유로 약세`가 가뜩이나 고전하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12일(현지시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로화는 달러대비 1.0046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앞서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장중 1.0032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등 이미 유로화는 2002년 12월 이후 근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유로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달러대비 12% 추락했고, 이제 20년 만에 처음 맞게 될 `1유로=1달러`인 패리티가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 측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대응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높아진 인플레이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 번에 75bp씩 기준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잇달아 밟으려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에너지 위기가 커지고 있고 경기 침체 우려도 고조되면서 아직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달러 강세, 유로 약세가 고질화하면 시장 참가자들은 유로화로 표시된 자산을 시장에서 내다 판 뒤 이를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을 사들이는 데 쓸 게 뻔하며, 이는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는 최근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에도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유로-달러 환율(왼쪽)과 비트코인, 나스닥지수, 달러인덱스 간 상관계수 추이가상자산 트레이딩업체인 제네시스글로벌트레이딩의 노엘 애치슨 시장분석 대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화를 가장 덜 위험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탓에 유로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며 “달러 강세와 다른 통화 약세는 달러화 기준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 사실 과거 비트코인 신봉자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피난처가 될 만한 자산으로 여겼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비트코인은 기술주와 함께 달러인덱스에 반대로 움직여 왔습니다. 실제 올 들어 달러인덱스는 거의 12% 상승했고, 비트코인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55%, 27% 급락했습니다. 즉, 비트코인과 기술주가 한 덩이로 묶여 달러값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더구나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연준에 비해 계속 통화긴축에서 뒤처질 것이 분명한 만큼 패티리 이후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더 크게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국채에 비해 이탈리아 등 주변국 금리가 스프레드를 벌리면서 통화긴축을 펴도 그 효과가 유로존 전반에 확산되기 어렵다는 점도 ECB를 주춤거리게 할 것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이처럼 유로화가 1달러 아래로 더 내려갈 경우 시장심리가 더 악화하면서 미 달러와 미 국채라는 안전자산으로 투자자가 더 몰릴 수 있고, 이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위험자산에 악영향을 줄 겁니다. 데시슬라바 오베르 카이코 선임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1유로=1달러는 중요한 심리적 레벨”이라며 “만약 이 수준이 깨지면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을 높이고 가상자산을 비롯한 많은 유로화 표시 자산 매도세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또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유로스타시스(EURS) 발행사인 스타시스를 이끄는 그레고리 클루모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위험자산 투자가 줄어들자 과거 금융시장에서 넘쳐났던 달러화 차입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처럼 위험자산을 줄이면서 차입한 달러화를 상환하게 되자 달러가 늘어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달러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왼쪽) 시장규모와 유로 스테이블코인아울러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매칭해 유로화를 보유하는 게 일반적인 만큼 투자자가 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일례로, 유로화에 연동되는 테더인 EURT를 한 달 전에 매수한 투자자는 당장 1유로에 EURT를 다시 팔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 간 유로화 가치가 1.065달러에서 1.02달러로 4.2% 하락했으니, 다른 수익이 없다고 가정하면 EURT를 상환할 때 달러 기준으로 4.2% 손실을 입게 되는 셈입니다.가상자산 거래소인 해시덱스의 로랑 크시스 유럽 대표는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시장이 과연 견고할 수 있는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이미 유로화 표시 자산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합니다. 클루모프 CEO는 “현재 유로화 주식과 채권은 물론 여타 자산에서 모두 자본 유출이 나타나고 있고, 유로 스테이블코인 역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더 큰 폭으로 하락 중”이라며 “유로화가 더 불안정해지면 투자자들은 거의 모든 자산을 달러화로 바꾸려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다만 관건은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테라-루나 사태 때와 같은 혼란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건데요. 이 점에선 그리 큰 우려는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4억4000만달러 수준인데, 유로화 테더인 EURT가 2억1000만달러로 가장 크고 EURS가 그 다음입니다. 1510억달러 규모인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0.3%에 불과하긴 합니다. 애치슨 대표는 “전체 시장에서 비중이 워낙 낮기 때문에 상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전체 시가총액에는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러나 실제 충격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이정훈 기자 2022.07.12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달러가 워낙 강하다 보니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정확하게 같아지는 이른바 `패리티(parity)`가 턱밑까지 와 있습니다. 이 같은 `달러 강세+유로 약세`가 가뜩이나 고전하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12일(현지시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로화는 달러대비 1.0046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앞서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장중 1.0032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등 이미 유로화는 2002년 12월 이후 근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유로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달러대비 12% 추락했고, 이제 20년 만에 처음 맞게 될 `1유로=1달러`인 패리티가 거의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 측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대응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높아진 인플레이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 번에 75bp씩 기준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잇달아 밟으려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에너지 위기가 커지고 있고 경기 침체 우려도 고조되면서 아직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달러 강세, 유로 약세가 고질화하면 시장 참가자들은 유로화로 표시된 자산을 시장에서 내다 판 뒤 이를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을 사들이는 데 쓸 게 뻔하며, 이는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는 최근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는 가상자산시장에도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유로-달러 환율(왼쪽)과 비트코인, 나스닥지수, 달러인덱스 간 상관계수 추이가상자산 트레이딩업체인 제네시스글로벌트레이딩의 노엘 애치슨 시장분석 대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달러화를 가장 덜 위험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탓에 유로화를 비롯한 다른 통화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며 “달러 강세와 다른 통화 약세는 달러화 기준 비트코인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 사실 과거 비트코인 신봉자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피난처가 될 만한 자산으로 여겼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비트코인은 기술주와 함께 달러인덱스에 반대로 움직여 왔습니다. 실제 올 들어 달러인덱스는 거의 12% 상승했고, 비트코인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55%, 27% 급락했습니다. 즉, 비트코인과 기술주가 한 덩이로 묶여 달러값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더구나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연준에 비해 계속 통화긴축에서 뒤처질 것이 분명한 만큼 패티리 이후 유로화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더 크게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국채에 비해 이탈리아 등 주변국 금리가 스프레드를 벌리면서 통화긴축을 펴도 그 효과가 유로존 전반에 확산되기 어렵다는 점도 ECB를 주춤거리게 할 것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이처럼 유로화가 1달러 아래로 더 내려갈 경우 시장심리가 더 악화하면서 미 달러와 미 국채라는 안전자산으로 투자자가 더 몰릴 수 있고, 이는 비트코인을 위시한 위험자산에 악영향을 줄 겁니다. 데시슬라바 오베르 카이코 선임 애널리스트는 “전반적으로 1유로=1달러는 중요한 심리적 레벨”이라며 “만약 이 수준이 깨지면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성을 높이고 가상자산을 비롯한 많은 유로화 표시 자산 매도세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또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유로스타시스(EURS) 발행사인 스타시스를 이끄는 그레고리 클루모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경기 침체 우려로 위험자산 투자가 줄어들자 과거 금융시장에서 넘쳐났던 달러화 차입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처럼 위험자산을 줄이면서 차입한 달러화를 상환하게 되자 달러가 늘어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달러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왼쪽) 시장규모와 유로 스테이블코인아울러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매칭해 유로화를 보유하는 게 일반적인 만큼 투자자가 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이죠. 일례로, 유로화에 연동되는 테더인 EURT를 한 달 전에 매수한 투자자는 당장 1유로에 EURT를 다시 팔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 간 유로화 가치가 1.065달러에서 1.02달러로 4.2% 하락했으니, 다른 수익이 없다고 가정하면 EURT를 상환할 때 달러 기준으로 4.2% 손실을 입게 되는 셈입니다.가상자산 거래소인 해시덱스의 로랑 크시스 유럽 대표는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시장이 과연 견고할 수 있는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이미 유로화 표시 자산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합니다. 클루모프 CEO는 “현재 유로화 주식과 채권은 물론 여타 자산에서 모두 자본 유출이 나타나고 있고, 유로 스테이블코인 역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더 큰 폭으로 하락 중”이라며 “유로화가 더 불안정해지면 투자자들은 거의 모든 자산을 달러화로 바꾸려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다만 관건은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테라-루나 사태 때와 같은 혼란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건데요. 이 점에선 그리 큰 우려는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유로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4억4000만달러 수준인데, 유로화 테더인 EURT가 2억1000만달러로 가장 크고 EURS가 그 다음입니다. 1510억달러 규모인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0.3%에 불과하긴 합니다. 애치슨 대표는 “전체 시장에서 비중이 워낙 낮기 때문에 상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전체 시가총액에는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러나 실제 충격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 美달러를 보면 비트코인이 보인다 [이정훈의 코읽남]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가상자산 가격이 곤두박질 치고 있습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돈줄 죄기와 그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 시장 불신을 키운 루나-테라 사태와 그 이후 규제 강화 움직임 등이 가상자산시장의 혹한기를 초래했습니다만, 투자자들의 투기적 행태도 한몫 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보다 냉정하게 가상자산시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이에 이데일리는 ‘코인 읽어주는 남자(코읽남)’를 통해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 때, 가상자산시장엔 때이른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비트코인 기준으로 연초 이후 거의 60%가 하락하는 초(超)약세장입니다. 이 같은 가상자산 추락을 설명하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지만, 팬데믹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돈을 풀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놀라 정신 없이 풀었던 돈을 회수하고 있다는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겁니다. 다들 알다시피, 연준은 팬데믹 직전 1.75%였던 정책금리를 단숨에 0~0.25%의 사실상 제로(0)금리로 내려 버린 것도 모자라, 4조달러 약간 넘던 자신들의 자산규모를 9조달러까지 불려 5조달러(원화 약 6520조원) 가까운 천문학적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습니다. 유동성을 수혈 받은 가계와 기업은 당장 필요한 곳에 돈을 썼지만, 각종 방역조치로 인해 소비가 제약을 받으니 쓰지 못한 돈으로 가격이 낮아진 자산들을 사 모았습니다. 자연스레 주식과 채권, 원자재, 부동산은 물론 가상자산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정반대 상황에 이렇게 올랐던 자산 가격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죠.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이해한다면, 한때 2만달러선까지 무너졌던 비트코인 가격이 언제쯤 추세적인 반등에 나설 수 있는 지 가늠하기 위해선 연준의 통화긴축(=돈줄 죄기)이 약해지는 시점을 알아야 할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가상자산 투자자에게 유용한 지표는 바로 미국 달러화 가치를 한 눈에 보여주는 지표인 달러인덱스(DXY)입니다. 달러인덱스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어느 정도인 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지수는 미국과 교역이 가장 많은 6개 주요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 가치가 얼마나 되는 지를 보여 줍니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97선 근처에 머물던 달러인덱스는 벌써 107선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달러를 마구 풀어내던 시기엔 달러화 값어치가 떨어지더니 시중에 풀린 달러를 흡수하겠다고 하니 달러화 가치가 뛰고 있는 것이죠. 흥미로운 것은, 최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이 달러인덱스와 뚜렷하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상 달러값이 뛸 때 투자자들은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며 달러를 찍어낸 채권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다른 자산들의 가치는 떨어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최근 비트코인은 미국 주식시장의 주요 지수와 동조화하면서, 달러값과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표현으로, 비트코인과 달러인덱스 간에 매우 높은 역(逆)의 상관계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최근 1년 간 비트코인과 달러인덱스 간 상관계수 추이가상자산 조사기관인 인투더블락(intotheblock)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달러인덱스 간 최근 30일 평균 상관계수는 -0.77로, 최근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자산 가격 간 상관계수는 -1~1 범위에서 움직이는데, 0일 경우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다는 뜻이며 -1일 때에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1일 경우 정확하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비트코인의 역사가 그리 길진 않지만, 특별한 몇몇 사례를 제외하곤 역사적으로 둘 사이의 상관계수가 -0.5 이하인 경우가 드물었던 만큼 달러인덱스가 지금 비트코인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 지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 10일 간만 봐도 달러인덱스는 2.5% 올랐는데, 이 기간 중 비트코인 가격은 5% 하락했습니다. 현재 다우지수와는 +0.6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는 +0.72의 상관계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달러화가 지금처럼 계속 강세를 보인다면 비트코인 역시 뉴욕증시와 함께 하락 압력을 더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으로선 달러화 강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침체 우려에 유로존에선 적극적인 통화긴축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다 일본과 중국은 오히려 통화완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으니 달러화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통화가 없어 보입니다.그나마 기대를 걸 만한 건, 최근 들어 미 달러화가 서서히 정점을 찍고 횡보 또는 조정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JP모건이 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0% 정도가 달러화 가치가 현재 수준에서 올해 말까지 머물 것으로 봤구요. 36% 정도는 달러화가 연말로 갈수록 조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결국 10명 중 7~8명은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죠.우고 란치오니 뉴버거버먼 글로벌 외환담당 대표는 “환율은 직선 형태로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는다”면서 “어느 시점이 되면 달러화 가치에 변곡점이 생길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머지 않아 달러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쏠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점쳤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주 발표되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이달 26~27일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단기적으로는 중대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피크 아웃(정점을 찍고 내려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연준이 두 차례 회의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75bp 금리 인상)`을 밟은 후 서서히 금리 인상폭을 낮출 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달러화가 조정을 받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이 반등할 수 있을지 좌우될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이벤트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달러화 강세는 좀 더 길어지고 비트코인이 반등할 수 있는 시점도 더 늦어질 것으로 봐야 합니다. 주요국 통화정책이 대전환을 맞고 있는 중차대한 시점이니, 서둘지 말고 달러화의 추세적인 방향성을 확인해 가면서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적극적 투자 시점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이정훈 기자 2022.07.07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가상자산 가격이 곤두박질 치고 있습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돈줄 죄기와 그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 시장 불신을 키운 루나-테라 사태와 그 이후 규제 강화 움직임 등이 가상자산시장의 혹한기를 초래했습니다만, 투자자들의 투기적 행태도 한몫 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보다 냉정하게 가상자산시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이에 이데일리는 ‘코인 읽어주는 남자(코읽남)’를 통해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 때, 가상자산시장엔 때이른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비트코인 기준으로 연초 이후 거의 60%가 하락하는 초(超)약세장입니다. 이 같은 가상자산 추락을 설명하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지만, 팬데믹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돈을 풀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놀라 정신 없이 풀었던 돈을 회수하고 있다는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일 겁니다. 다들 알다시피, 연준은 팬데믹 직전 1.75%였던 정책금리를 단숨에 0~0.25%의 사실상 제로(0)금리로 내려 버린 것도 모자라, 4조달러 약간 넘던 자신들의 자산규모를 9조달러까지 불려 5조달러(원화 약 6520조원) 가까운 천문학적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습니다. 유동성을 수혈 받은 가계와 기업은 당장 필요한 곳에 돈을 썼지만, 각종 방역조치로 인해 소비가 제약을 받으니 쓰지 못한 돈으로 가격이 낮아진 자산들을 사 모았습니다. 자연스레 주식과 채권, 원자재, 부동산은 물론 가상자산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정반대 상황에 이렇게 올랐던 자산 가격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죠. 이 같은 시장 상황을 이해한다면, 한때 2만달러선까지 무너졌던 비트코인 가격이 언제쯤 추세적인 반등에 나설 수 있는 지 가늠하기 위해선 연준의 통화긴축(=돈줄 죄기)이 약해지는 시점을 알아야 할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가상자산 투자자에게 유용한 지표는 바로 미국 달러화 가치를 한 눈에 보여주는 지표인 달러인덱스(DXY)입니다. 달러인덱스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어느 정도인 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지수는 미국과 교역이 가장 많은 6개 주요국 통화에 대해 달러화 가치가 얼마나 되는 지를 보여 줍니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97선 근처에 머물던 달러인덱스는 벌써 107선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달러를 마구 풀어내던 시기엔 달러화 값어치가 떨어지더니 시중에 풀린 달러를 흡수하겠다고 하니 달러화 가치가 뛰고 있는 것이죠. 흥미로운 것은, 최근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이 달러인덱스와 뚜렷하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상 달러값이 뛸 때 투자자들은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며 달러를 찍어낸 채권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다른 자산들의 가치는 떨어지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최근 비트코인은 미국 주식시장의 주요 지수와 동조화하면서, 달러값과는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표현으로, 비트코인과 달러인덱스 간에 매우 높은 역(逆)의 상관계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최근 1년 간 비트코인과 달러인덱스 간 상관계수 추이가상자산 조사기관인 인투더블락(intotheblock)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달러인덱스 간 최근 30일 평균 상관계수는 -0.77로, 최근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자산 가격 간 상관계수는 -1~1 범위에서 움직이는데, 0일 경우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다는 뜻이며 -1일 때에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1일 경우 정확하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비트코인의 역사가 그리 길진 않지만, 특별한 몇몇 사례를 제외하곤 역사적으로 둘 사이의 상관계수가 -0.5 이하인 경우가 드물었던 만큼 달러인덱스가 지금 비트코인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 지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 10일 간만 봐도 달러인덱스는 2.5% 올랐는데, 이 기간 중 비트코인 가격은 5% 하락했습니다. 현재 다우지수와는 +0.6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는 +0.72의 상관계수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달러화가 지금처럼 계속 강세를 보인다면 비트코인 역시 뉴욕증시와 함께 하락 압력을 더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으로선 달러화 강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침체 우려에 유로존에선 적극적인 통화긴축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다 일본과 중국은 오히려 통화완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으니 달러화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통화가 없어 보입니다.그나마 기대를 걸 만한 건, 최근 들어 미 달러화가 서서히 정점을 찍고 횡보 또는 조정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JP모건이 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0% 정도가 달러화 가치가 현재 수준에서 올해 말까지 머물 것으로 봤구요. 36% 정도는 달러화가 연말로 갈수록 조정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결국 10명 중 7~8명은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죠.우고 란치오니 뉴버거버먼 글로벌 외환담당 대표는 “환율은 직선 형태로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는다”면서 “어느 시점이 되면 달러화 가치에 변곡점이 생길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머지 않아 달러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쏠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점쳤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주 발표되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이달 26~27일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단기적으로는 중대 고비가 될 것 같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피크 아웃(정점을 찍고 내려옴)할 가능성이 있는지, 연준이 두 차례 회의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75bp 금리 인상)`을 밟은 후 서서히 금리 인상폭을 낮출 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달러화가 조정을 받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이 반등할 수 있을지 좌우될 수 있습니다. 물론 두 이벤트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달러화 강세는 좀 더 길어지고 비트코인이 반등할 수 있는 시점도 더 늦어질 것으로 봐야 합니다. 주요국 통화정책이 대전환을 맞고 있는 중차대한 시점이니, 서둘지 말고 달러화의 추세적인 방향성을 확인해 가면서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적극적 투자 시점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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