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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갤러리] 어느 날 푸들이 가슴에 들어왔다…스스무 카미조 '눈에서 멀리'
    어느 날 푸들이 가슴에 들어왔다…스스무 카미조 '눈에서 멀리'
    오현주 기자 2022.05.20
    스스무 카미조 ‘눈에서 멀리’(Far Away Eyes)(사진=페로탕 서울)[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느 날 푸들이 눈에 들어왔단다. 애견미용사인 연인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 옆에서 알짱거리는 강아지의 매력에 빠졌던 건데. 그때부터란다. 이른바 ‘푸들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라니 곧 10년이다. 그렇다고 돌돌 말린 털이 특징인 푸들, 그 생김새를 그대로 옮겨놓은 건 아니다. 교묘하게 따온 몸체와 특이한 제스처, 미니멀한 형체 등 온전히 작가 식으로 해석해놨는데. 설명이 없다면 첫눈에 알아보긴 대단히 어려울 푸들들이 이후 작가 스스무 카미조(47)의 화면에 줄줄이 불려나왔다. 일본에서 나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특징은 ‘빠른 손’이다. “대상을 실감나게 포착하기 위해 빠르게 그린다”는 작가는 젊은 시절 일본 서예를 배운 영향일 거라고 했다. 재료도 한몫한다. 빠르게 마르는 ‘속건성 비닐페인트’를 써 붓을 들고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거다. 푸들이 든 배경으로 만든 이야기도 ‘그만의 독특한 작업’에 한 수 얹는다. 달 혹은 해를 띄우고 나무를 세우거나 화분에 초록 잎을 심는 등 몇 가지 ‘공식’으로 긴 서사를 만들었다. ‘눈에서 멀리’(Far Away Eyes·2022)는 그중 짧은 한쪽이다.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길 페로탕 서울서 여는 개인전 ‘모두와 함께 혼자’(Alone with Everybody)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플래시비닐페인트·파스텔펜슬. 160×132㎝. 페로탕 서울 제공. 스스무 카미조 Solace_2022_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_160 132 cm스스무 카미조 항해중 On the Voyage_2022_Flashe vinyl paint and pastel pencil on canvas_60.9 50.8 cm
  • [e갤러리] 아크릴판에 해가 뜨는구나…심문필 '무제'
    아크릴판에 해가 뜨는구나…심문필 '무제'
    오현주 기자 2022.05.19
    심문필 ‘무제’(사진=아트파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칼을 대서 잘라내도 이보다 정교하긴 힘들 거다. 색보단 빛이라고 할까. 매끈한 결에는 까닭이 있다. 흔히 아크릴판이라고 불리는 플렉시글라스의 ‘투명성’이 그거다. 이중으로 맞댄 안쪽을 칠한 뒤 면과 면 사이로 색이 확산하는 효과를 끌어낸 건데. 광섬유처럼 빛을 투과한다는 플렉시글라스가 만드는 산란현상, 그 어디쯤에서 스멀스멀 뻗쳐나오는 깊이감이 3차원 입체감까지 이끌어내는 거다. 1990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유럽을 무대로 활동해온 작가 심문필(64)은 화면 속에 빛 아니 색의 공간을 만든다. 붓으로 캔버스를 채우는 것과는 다른 차원인 이 작업은 2000년대 초반 첫 시도 이래 지금껏 확장해온 ‘고집’이기도 하단다. 형체를 뺀 작업이지만 보는 이에게 읽히는 장면을 자꾸 안기는 것도 특별한 기량이다. ‘무제’(2019∼2021)에선 중첩한 수평선이 마치 어둠의 검은 땅을 차고 오르는 일출의 과정을 축약한 듯하다고 할까. 정점에선 흠도 틈도 없는 주황을 무한히 채워냈는데, 적나라하게 표현될 수밖에 없는 ‘붉은’과는 다른 장면인 거다. 단순한데도 복잡하고, 멈춰세웠는데도 움직이며, 비웠는데도 가득 차 있다.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아트파크서 여는 개인전 ‘민-맥스’(Min-Max Ⅱ)에서 볼 수 있다. 플렉시글라스에 페인팅·혼합재료. 116×114×6㎝. 아트파크 제공. 심문필 ‘무제’(3점 연작·2022), 플렉시글라스에 페인팅·혼합재료, 102×75×4㎝(각각)(사진=아트파크).심문필 ‘무제’(2점 연작·2022), 플렉시글라스에 페인팅·혼합재료, 102×75×4㎝(사진=아트파크)
  • [e갤러리] 8년간 붓을 갈았나 '리본' 위해…김명곤 '리본'
    8년간 붓을 갈았나 '리본' 위해…김명곤 '리본'
    오현주 기자 2022.05.10
    김명곤 ‘리본’(Reborn), 혼합재료, 53.0×45.5㎝(사진=갤러리작)[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긴 끈으로 울퉁불퉁하게 줄을 맞춘 화면에 얽히고설킨 실들이 어지럽다. 역동적이고 격정적이기까지 한 이 엉킴을 만들고 작가가 달아둔 타이틀은 ‘리본’(2022)이다. 끈이나 헝겊으로 만든 장식 리본(ribbon)이 아니다.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리본(Reborn)이다. 어느 작가의 어떤 작업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가의 이름 아래 걸렸던 기존 작업을 떠올리면 놀라울 따름인데. 맞다. 작가 김명곤(55) 하면 마땅히 자동차였다. 그것도 그냥 차인가. 한때 국민승용차였던 포니부터 최고급 클래식카, 당장 뛰쳐나갈 듯한 스포츠카 등을 세웠는데, 그 지붕이나 꽁무니에 부풀린 꽃이나 빵빵한 풍선을 매달아 세상의 꿈까지 대변해왔던 거다. 그렇게 알록달록한 희망을 꺼냈던 작가가 불쑥 들이민, 한지·먹을 동원한 무채색의 반추상화라니. 그간 감춰뒀던 이 비상은 한국 전통가옥에서 따왔단다. 안동 하회마을에 머물며 봤던 기와, 담벼락, 단청 등을 작가의 오랜 구상에 녹였다는데. 8년이 걸렸다는, 그동안 붓을 갈았을 ‘한국 정체성’ 연작의 시작이다. 서울 서초구 매헌로 갤러리작서 여는 기획전 ‘리:본’(Re:Born)에서 볼 수 있다. 갤러리 개관 15주년을 기념한 전시다. 작가의 ‘리본’에 맥과 결을 맞춰, 늘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뜻을 걸었다. 그간 갤러리서 꾸준히 소개해왔던, 김명곤을 포함해 김덕용·김정수·김태호·김창열·전광영 등 ‘큰 작가 6인전’으로 꾸리고 신작(작고한 김창열 작품은 예외) 30여점을 걸었다. 전시는 24일까지. 김창열 ‘회귀’(2017), 마포에 유채, 116.3×80.2㎝(사진=갤러리작)김덕용 ‘결-심현’(2022), 나무에 혼합재료, 100×100㎝(사진=갤러리작)김정수 ‘진달래-축복’(2021), 캔버스에 오일, 72.7×60.6㎝(사진=갤러리작)김태호 ‘내재율’(Internal Rhythm 202169·2021), 캔버스에 아크릴, 54×46㎝(사진=갤러리작)전광영 ‘집합’(2022), 닥종이에 혼합재료, 117×93㎝(사진=갤러리작)
  • [e갤러리] 알록달록한 불안을 제치고…김채린 '계속 놀자!'
    알록달록한 불안을 제치고…김채린 '계속 놀자!'
    오현주 기자 2022.05.07
    김채린 ‘계속 놀자!’(사진=갤러리도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아래만 보면 울긋불긋한 색잔치다. 분홍색 바닥 위에 흰선을 그은, 테니스코트처럼 보이는 공간에 빨갛고 파랗고 노란 공들이 흩어져 즐거운 놀이가 진행 중인 듯하다. 하지만 ‘핑크빛’은 여기까지다. 시선을 위로 옮겨갈수록 우중충하게 뻗쳐내리는 기운이 감지되는 거다. 공사장 칸막이로 쓰일 법한 불투명한 천이 애써 바람을 막고 있고, 바람을 일으킨 주범인 회색하늘은 잔뜩 내려앉았다. 결정적으론 코트를 가르는 네트가 말이다. 공평한 게임이 도저히 불가능한 자리에 떡하니 놓인 거다. 이 모든 장치는 ‘현대인’이 최대 관심사란 작가 김채린이 만들었다. 들여다볼수록 서서히 간파할 수 있듯 작가는 ‘불안한 현대인이 놓인 장소’에 집중한다.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없는 장면들을 통해서 말이다. 놀아도 노는 게 아니고, 머물러도 머무는 게 아니고, 달리고 있어도 더 달려야 하는 상황을 한눈에 요약·정리하듯 펼쳐놓는 거다. 한마디로 내가 어디에 떨어져 있는지 헷갈리는 인생, 그거다. 그렇다고 좌절뿐인 건 아니다. 공으로 나무로, 희망을 모은 듯한 알록달록한 색감은 여전히 그곳의 찰나에 살아있는 듯하니. ‘계속 놀자!’(Keep Playing!·2022)고 말이다.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갤러리도스서 여는 개인전 ‘찾을 수 없는 섬’(An Island That Can’t Be Found)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오일. 80.3×80.3㎝. 갤러리도스 제공. 김채린 ‘휴식 스톱’(Rest Stop·2021), 캔버스에 아크릴, 73× 92㎝(사진=갤러리도스)김채린 ‘도로 옆’(Next to the Road·2022), 혼합재료, 40.9×53.0㎝(사진=갤러리도스)
  • [e갤러리] 생존 위한 '스트라이크'…이한범 '에이스 재규어'
    생존 위한 '스트라이크'…이한범 '에이스 재규어'
    오현주 기자 2022.05.05
    이한범 ‘에이스 재규어’(사진=금호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마운드에서 투수 코스프레 중인 저 ‘동물’은 재규어다. 유니폼으로 감싼 한쪽 다리를 한껏 치켜올린 투구폼이 그럴듯하다. 그런데 여기저기 박혀 있는 문구가 재규어의 투구폼을 온전히 감상하려는 데 영 걸리적거리는 거다. 우선 우람한 팔뚝부터 보자. ‘서바이벌’(survival·생존)이란다. 글로브에는? ‘라이프’(life·삶)라고. 또 모자엔 ‘0 CO2 2050’이라는데, 유추해보자면 ‘2050년까지 탄소 제로’ 이런 뜻일 터. 한 장의 포스터인지 한 컷의 만화인지, ‘팝아트의 극대화 버전’이라 할 만한 이 장면은 작가 이한범(38)이 캔버스 위에 붓과 물감으로 빼냈다. 작가는 무엇보다 독특한 작품세계로 눈길을 끈다. ‘의인화한 동물’이 아니라면 ‘누구나 알 만한 대중적 인물’을 큼직하게 박아 시선을 잡는데, 사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들을 대변인 삼아, 정치·사회·문화 등에 걸친 사회이슈나 주요현안 등에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얹는 거다. ‘에이스 재규어’(2021)를 통해 세상에 외치려 한 건 ‘환경·에너지문제’일 터. 각 잡지 않은 화면에 익살을 묻힌 붓으로 스타일리시하게 던진 메시지라고 할까. 17일까지 광주 서구 광천동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전언들’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30×162㎝. 금호갤러리 제공. 이한범 ‘에코 황소’(Eco Bull·2021), 캔버스에 아크릴, 130×162㎝(사진=금호갤러리)이한범 ‘달마 대사’(2020), 캔버스에 아크릴, 130×162㎝(사진=금호갤러리)
  • [e갤러리] '닥터 신'의 분방한 봄빛…신철 '봄이 시작할 즈음'
    '닥터 신'의 분방한 봄빛…신철 '봄이 시작할 즈음'
    오현주 기자 2022.05.04
    신철 ‘봄이 시작할 쯤’(사진=갤러리두인)[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하늘 아래 뭉게구름, 그 아래 설산과 흙산, 그 아래 노르스름한 나무, 그 아래 빨간지붕 집, 그 아래 푸릇한 새싹. 꽉 찬 풍경이 숨가쁘게 하나씩 열린다. 이젠 그래도 된다. 봄이니까. 모두 깨우고 다시 세우는 봄이니까. ‘봄이 시작할 즈음’(2022)이란 타이틀이 그럴듯한 작품은 작가 신철(65·고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의 바쁜 붓끝에서 나왔다. 사실 작가명이 낯설지 않다면 순간 ‘아, 깜짝이야’ 할 수도 있다. 중견작가 신철(69)에게 이런 화풍도 있었나 했을 테니. 맞다. 작품은 같은 이름의 다른 이가 그린 거다. 끝자락에 올린 사인 ‘닥터 신’에서 엿볼 수 있듯 작가의 본업은 의사다. 5년 전쯤 체코화가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보곤 본격적으로 ‘붓을 잡아보자’고 했단다. 한두 점 그리다 말 거라면 시작도 안 했다고 할까. “봄·여름·가을·겨울이 만든 조각들로, 어느 시기의 끝과 시작이 아닌 가장 아름다웠던 절정만을 뽑아내 한순간 속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작업도 작품도 봄의 절정을 맞은 셈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자유분방한 붓질에서 그림을 향한 열망이 먼저 튀어나온다.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28길 갤러리두인서 여는 개인전 ‘순간의 느낌으로’에서 볼 수 있다. 네 번째 개인전에 40여점을 걸었다. 종이에 아크릴·수채. 36×51㎝. 작가 소장. 갤러리두인 제공. 신철 ‘화사한 봄날’(2022), 종이에 아크릴·수채, 36×51㎝(사진=갤러리두인)신철 ‘화사한 봄날’(2022), 종이에 아크릴·수채, 36×51㎝(사진=갤러리두인)
  • [e갤러리] 튀는 대신 묻어가는 지혜…김순협 '감귤나무'
    튀는 대신 묻어가는 지혜…김순협 '감귤나무'
    오현주 기자 2022.05.02
    김순협 ‘감귤나무’(사진=토포하우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영롱한 자태.” 혹여 해가 좋은 날 노랗게 잘 익어가는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그때의 감귤농장에 가봤다면 누군가의 이런 감탄이 어색하지 않을 거다. 탱글탱글한 과육을 단숨에 물어보고 싶은 그 충동을 작가 김순협은 붓으로 표현했다. 그저 ‘감귤나무’(E2218 Gold Leaf·2022)일 뿐인데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하얀 점’이다. 요란하게 튀는 점도 아니다. 원래 그랬던 그처럼 잔잔하게 흐르고 고요하게 매달려 있다. 무수히 박아둔 하얀 점이지만 노란 열매, 푸른 잎을 거스르지 않는 건 온전히 작가의 ‘세상을 보는 눈’ 덕이다. 그저 “내 의견이나 주장을 강렬하게 드러내지 않고 관용과 포용이 충만할 것 같은 하얀 점”이라고 표현했으니. 너도나도 앞다퉈 자극을 꺼내놓는 세상, 작가는 곧 스러져갈 듯한 점으로 대신한 거다. 사실 작가의 철학 감귤나무를 비롯해 자연의 나무들로 변화를 겪었나 보다. “사회의 거대담론과 그 앞에 놓인 개인의 처지 간 충돌과 대립에서 출발한 초기작업”이었다니. 단지 “고립된 개인으로서의 미술가가 분투해 회화가 존재할 뿐이라고 믿었던” 그 단단한 고집을 노랗고 붉은 생명체들이 깨뜨린 거다.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토포하우스서 여는 ‘김순협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12×112㎝. 작가 소장. 토포하우스 제공. 김순협 ‘감귤나무 E2220 Gold Leaf·2022), 캔버스에 오일, 97×130.3㎝(사진=토포하우스)김순협 ‘감귤나무 E2219 Gold Leaf·2022), 캔버스에 오일, 80×80㎝(사진=토포하우스)
  • [e갤러리] 묵향 대신 색향…박윤지 '37pm'
    묵향 대신 색향…박윤지 '37pm'
    오현주 기자 2022.04.27
    박윤지 37pm(사진=갤러리도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툭 늘어뜨린 커튼에 오후의 햇살이 스치면 이런 분위기를 풍길까. 그 햇살이 창밖 풍경의 그림자까지 데리고 들어왔다면 말이다. 선명하진 않지만, 아니 선명하지 않아서 되레 돋보이는 형체다. 작가 박윤지는 ‘색깔있는 동양화’를 그린다. 먹 대신 색이란 얘기다. 한지에 스며드는 묵향 대신 색향을 내는 건데. 덕분에 ‘색 입힌 여백’은 동양화 작업을 하는 작가의 독특한 장기가 됐다. 이 작업을 위해 작가가 끌어들인 키워드가 있다면 ‘빛’과 ‘창’이다. “내 작업은 빛이 만들어내는 순간을 수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결국 일상에서 순간순간 변화하는 창문의 풍경을 빛의 도움으로 가늠하고 기록한 것이라는데. “창문에 잠시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잔상처럼 남는 감각에 집중한다”는 거다. 빛덩어리가 찰나에 남기는 색, 조형성, 리듬을 포착한다는 뜻이다. 다소곳하고 은은하게 빛을 뿌리는 ‘37pm’(2021)은 그중 한 장면이다. 축축한 상태에서 옅은 물감을 칠하면 종이에 번지듯 물감이 흡수돼 연약한 색상을 남기고, 그 과정이 여러 번 겹쳐지는 순환적 방식으로 짧지만 강렬한 ‘시간의 흐름’까지 담아냈다고 했다. 5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남겨진 풍경’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채색. 80×80㎝.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 박윤지 ‘27pm’(2022), 장지에 채색, 80×80㎝(사진=갤러리도올)박윤지 ‘45pm’(2021), 장지에 채색, 80×80㎝(사진=갤러리도올)
  • [e갤러리] 앙소르도 웃길 유쾌한 난장판…권순영 '헛소동'
    앙소르도 웃길 유쾌한 난장판…권순영 '헛소동'
    오현주 기자 2022.04.23
    권순영 ‘헛소동’(사진=갤러리소소)[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바가지를 쓴 눈사람 곁에 흰옷 입은 해골, 성직자 차림의 노인, 고깔을 뒤집어쓴 다 큰 어린아이까지, 이름도 딱히 붙이기 힘든 그들이 한바탕 춤판이라도 벌인 모양이니. 기괴하면서도 유쾌한 이 장면은 작가 권순영의 붓이 만든 난장판이다. 작가는 환상으로 불러낸 현실을 그린다. 어디에도 없는 듯하지만 어디에나 있는, 환상의 장치를 빌려 현실의 고통을 위로한다는 거다. 눈여겨볼 것은 역시 커튼이 걷힌 나무바닥 무대 위에 한데 뭉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 그냥 무턱대고 불러낸 이들과 장면은 아니다. 벨기에 화가 제임스 앙소르(1860∼1949)를 오마주한 작품이라니까. 생과 사에 걸친, ‘인간의 숙명’이라 불리는 세상을 아이러니한 유머로 풀어놨던 그 앙소르를 변주했다는 거다. ‘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2022)이란 타이틀을 단 작품은 앙소르의 ‘나쁜 의사들’(The Bad Doctors)에서 착안했다고 했다. 그 끝은 앙소르 앞으로 남긴 편지 한 통으로 마무리했다. “10여년 전부터 선뵌 서커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나의 어릿광대와 친구들을 자네의 무대로 초대했는데, 과연 어땠느냐”고. 29일까지 서울 중구 청계천로 더 소소에서 양유연·이진형과 여는 기획전 ‘더 소소 스페셜’에서 볼 수 있다. 2007년 파주 헤이리마을에서 개관했던 갤러리소소가 4월 서울에 새로운 전시공간을 열면서 마련한 특별전이다. 한지에 채색. 24×33.5㎝. 작가 소장. 갤러리소소 제공. 권순영 ‘내 친구 11’(2021), 한지에 채색, 27×18㎝, 갤러리소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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