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정상 회담 직전 상호관세 발표 예고로 인도를 압박했다. 인도는 미국의 상호관세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로, 의도적으로 양국 정상회담과 상호관세를 맞물려 배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를 극한으로 압박해 공포심을 유발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이 또 한 번 통한 셈이다.
 |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인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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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상호관세를 시행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로 인도를 꼽는다. 세계무역기구(WTO) 기준 미국의 단순 평균 관세율은 3.3%이지만 인도는 17%에 달한다. 상호 관세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동등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시행하는 조치로, 일반적으로 무역 상대국의 관세를 달러 단위로 동일하게 부과하는 방식이다. 즉, 인도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17%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인도를 ‘관세 왕’(Tariff King)이라 칭하며 인도가 미국산 오토바이나 위스키 등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불평했다. 최근엔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인도의 높은 관세가 미국산 수입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2023∼2024 회계연도 기준 미국을 상대로 320억달러(약 46조3000억원) 규모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맨’을 자청하는 주된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 모디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인도가 미국산 보안 장비의 조달을 늘리는 등 공정한 양자 무역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정상 회담에 앞서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는 이달 초 스마트폰 부품과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소재, 할리 데이비슨과 같은 오토바이 등 일부 수입 품목의 관세를 인하했다.
이밖에도 인도 정부는 미국 농산물, 전자, 의료기기, 화학 등을 포함한 최소 12개 부문에 대한 관세 인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미국과 장갑차, 전투기 엔진 구매 등 무기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도 추진 중이다.
관세 인하 외에도 인도는 최근 104명의 미국 추방자들을 특별한 반발 없이 수용했다. 이를 두고 인도 내 일부 반대 여론이 나오자 인도 당국자들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한편 두 정상의 공통점도 적지 않다.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두 사람은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는 권위주의적 정치인을 의미하는 ‘스트롱맨’으로 불린다. 상명하달식 행정부를 운영하는 것 역시 닮은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