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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2024년부터 84회 걸쳐 ‘물밑 매수’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 매입을 처음 시작한 건 지난 2022년 3월이다. 당시 조 회장의 승리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준비하던 KCGI 지분 13.97%(940만주)를 호반건설과 호반이 사들였다. 매수금액은 총 5640억원으로 주당 6만원 수준이다. 이후 추가 장내 매수와 콜옵션 행사를 거쳐 호반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7.43%로 늘어나 2대 주주에 올랐다.
당시 호반그룹은 누구의 백기사도 아닌 중립을 선언했다. KCGI로부터 지분을 확보한 만큼 조 회장의 백기사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호반 측의 공식 입장은 ‘단순투자’였다. 실제 호반그룹은 매매를 반복하다 같은해 12월 지분을 11.50%까지 낮추며 지분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호반이 KCGI 지분을 사들인 이후 한진칼 주가가 3만원대까지 미끄러진 만큼 손실은 불가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기사 지분 매도?…산은 매도 가능성 낮아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가 비슷한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형태라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현재 조원태 회장의 개인 지분은 5.78%에 불과하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19.96%엔 조현민 사장(5.73%),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2.09%), 정석인하학원(1.90%), 정석물류학술재단(0.95%), 일우재단(0.14%), 대한항공사우회(1.09%) 지분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델타항공(14.9%), 산업은행(10.6%)까지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델타항공은 2018년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조 회장 편에 섰고, 산은은 2020년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원을 위해 한진칼이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6%를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 종식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실제 산은은 당시 매입한 지분의 보호예수가 2021년 12월 종료된 후에도 해당 지분을 매도하지 않고 있다.
2연상 후 급락…호반, 추가 매입 나서나
한편 한진칼 주가는 지난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뒤 이날 KRX 정규장에서 전일대비 17.00%(2만5600원) 급락한 1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호반 측이 2024년 3월부터 지난 12일까지 84회에 걸쳐 사들인 평균 주가는 주당 7만787원으로, 급락한 이날 종가 기준으로도 이미 76%가 넘는 수익률이 기대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그룹은 2022년 한진칼 주식 매입 이후 뚜렷한 차익을 보지 못했다. 이번 매입으로 한진칼 주가가 한차례 요동친 만큼 차익만 먹고 떠난다고 해도 손해보는 장사를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