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보러 온 방한객 덕에…시중현금 4년만에 최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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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중 현금 210조…4년 만에 최대 증가
금리 인하기 전환으로 시중 현금 증가
소비쿠폰 노인층 현금 사용·외국인 관광객 급증
5만원권 쏠림 현상…“고액권 현금 보유 목적”
  • 등록 2026-02-05 오후 3:02:59

    수정 2026-02-05 오후 7:22:05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카드와 간편결제가 일상이 됐지만 지난해 시중에 풀린 현금은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에 돈을 묶어둘 이유가 줄어든 데다, 소비쿠폰 지급과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효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시중 현금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도별 화폐발행잔액 현황(전년대비 증가율). (사진=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금리 내리니 시중 현금 많아져…4년 만에 ‘최고’

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210조 6956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유동성이 급증했던 2021년(13.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발행한 화폐에서 환수된 금액을 뺀 수치로, 시중에 실제로 풀려 있는 현금의 규모를 보여준다. 화폐량은 통상 경제 성장과 함께 완만히 늘어나지만, 최근 수년간은 금리 환경 변화에 따라 등락이 뚜렷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현금을 들고 있을수록 손해가 커지고,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화폐 환수 속도가 빨라진다.

화폐발행잔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6년 12.2%에서 2017년 10.8%, 2018년 6.9%로 점차 둔화하다가 2019년 8.9%로 반등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에는 유동성 공급이 늘면서 증가율이 17.4%까지 치솟았고, 2021년에도 13.6%로 두 자릿수 증가세가 이어졌다. 시중에 현금이 빠르게 풀리던 시기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던 2022년부터는 흐름이 급격히 바뀌었다.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예·적금으로 묶이는 돈이 늘었고, 시중 현금은 은행을 통해 한은으로 대거 환수됐다. 이에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은 2022년 4.4%로 크게 낮아졌고, 2023년에는 3.6%까지 떨어지며 1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2024년 말부터는 다시 반전이 나타났다. 예금 이자가 낮아지면서 현금을 굳이 금융기관에 묻어둘 유인이 약해시면서, 은행을 통한 화폐 환수 규모도 감소했다. 그 결과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은 2024년 6.7%로 반등했고,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소비쿠폰·관광객 증가에 5만원권 쏠림 현상까지

재정 정책도 현금 증가를 뒷받침했다. 지난해 하반기 지급된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금이 화폐 수요를 확대시킨 것이다. 특히 계좌로 지급된 지원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노인 계층을 중심으로 현금 유통이 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 증가까지 더해지며 시중 현금 규모를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케데헌 효과’로 불리는 K-콘텐츠 흥행에 외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면서 환전을 통해 유입된 현금이 시중 화폐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여전히 현금 결제에 일정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2022~2023년 금리 상승으로 시중 현금이 은행으로 흡수되면서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일시적으로 낮아졌다”며 “이 같은 기저효과로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2024년에는 현금 보관 부담이 줄면서 다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쿠폰 지급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현금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현금의 구성 변화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기준 5만원권 잔액은 189조 5419억원으로 전체 화폐발행잔액의 약 90%를 차지했다. 5만원권 비중은 2009년 첫 발행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반면 1만원권 잔액은 15조 6257억원으로 전년보다 줄었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2%에서 7.4%로 낮아졌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현금 증가가 일상적인 소액 거래 확대보다는 고액권을 중심으로 한 보유 수요 증가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비현금 결제 확산으로 소액 현금 사용은 줄어드는 반면, 금리와 정책 환경 변화 속에서 현금이 일종의 보관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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