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국내 대표 조선사를 보유한 HD현대그룹과 한화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한·미 조선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동으로 양국 간의 실질적인 조선 협력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6일 HD현대에 따르면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이날 오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만났다. 국내 조선업계에서 USTR 대표와 공식 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STR 대표단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이 16일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만나 한·미간 조선산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HD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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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담에서 정기선 수석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329180)과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간 협력 사례를 소개하며 △공동 기술개발 △선박 건조 협력 △기술 인력 양성 등의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제시하며 양국 간 조선산업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미국 내 중국산 항만 크레인의 독점적 공급 문제와 관련, HD현대의 계열사인 HD현대삼호의 크레인 제조 역량을 소개하며 공급망 확대를 위한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의지와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모든 준비를 갖춘 만큼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시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미·중간 공정 무역을 위한 협상을 주도한 바 있다.
 |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왼쪽)가 16일 오후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만나 조선산업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한화오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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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에는 김희철 한화오션(042660) 대표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미국 내 조선 생산 기반 확대와 기술 이전 방향을 중심으로 공급망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화오션의 전략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의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미국 필리조선소에 적용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현지에서도 높은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과 생산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다양한 수요와 장기적인 생산 역량 확보를 고려해 미국 내 추가적인 생산 거점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번 논의에서는 조선산업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포함해 이에 대한 기업 차원의 대응 방향과 협력 의지도 함께 공유됐다.
김 대표는 “한화오션은 기술 이전과 생산 기반 구축을 넘어 미국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함께 실현해 나가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며 “검증된 기술과 스마트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미국 현지에서도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한 바 있다.
한화는 미국 앨라바마주 모빌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등에 조선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호주 오스탈사(社) 지분 9.9%를 직접 매수하는 등 19.9%에 이르는 오스탈 지분 투자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