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지영의 기자] CJ제일제당(097950) 바이오사업부 매각전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가 CJ제일제당을 키워낸 모태인 만큼 중국계 자본 보다는 국내 투자사에 넘기는 방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인수 의지가 높은 MBK파트너스도 CJ 측의 눈높이를 고려해 매입가를 5조 이상으로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기초 실사를 거치고 CJ제일제당 측에 바이오사업부 예비입찰의향서(NBO)를 낸 상태다. MBK파트너스를 포함해 NBO를 낸 곳은 3곳 안팎이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는 MBK파트너스로 기우는 분위기다.
예비입찰 단계부터 인수의지를 피력한 MBK파트너스는 본입찰까지 완주할 분위기다. 인수 제안 가격도 사업 가치와 이익창출력을 감안해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 인수금융으로 최대 5조원 가량을 조달하고, 잔여 지분 자금은 MBK파트너스가 기존에 보유한 블라인드펀드에서 낼 것으로 보인다. 최종 매입가는 5조원 중후반~6조 가량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8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감안한 적정가라는 평가다.
한 PEF업계 고위 관계자는 “들여다보니 CJ 바이오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3조원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8000억원”이라며 “CJ 쪽에서는 중국계 자본에 사업부를 팔았다는 이미지를 남기기 보다는 MBK파트너스 손을 잡는 쪽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CJ제일제당을 키운 모태다. 일본 감미료 회사인 아지노모토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라이신, 트립토판 등 사료용 아미노산 부문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혀왔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매각전은 MBK파트너스와 칼라일,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해외 사모펀드의 각축전이 예상됐다. 바이오사업부 기업가치가 조(兆) 단위에 이르는 만큼, 국내 사모펀드나 전략적 투자자(SI)만으로는 이를 소화하기 어려울 거란 분석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바이오사업부의 달러 환산 매각가가 낮아지며 해외 측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 원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사모펀드 대비 해외 사모펀드나 기업이 더 높은 인수 가격을 제출할 수 있어서다. 다만 CJ 쪽에서 최소 5조원 이상을 원하면서 가격 눈높이에서 예비입찰 단계부터 원매자들이 대폭 추려진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 내부적으로는 중국 매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한 탓”이라면서도 “사업부 매각으로 CJ제일제당의 재무구조 개선도 필요하기 때문에 본입찰 참여자들이 얼마의 가격을 제시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