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푸드를 위한 정부의 '낄끼빠빠'

  • 등록 2025-02-06 오후 3:54:04

    수정 2025-02-06 오후 7:23:49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이른 아침. 국내 대표 식품회사 한 임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날 조간으로 풀린 ‘갈길 먼 K푸드’ 기획기사에 대해 “업계 상황을 잘 대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통상 출입처에서 기사를 보고 ‘잘봤다’고 건네는 말은 덕담이다. 그럼에도 이번 전화는 다르게 느껴졌다. 국내 식품회사가 결과적으로 글로벌 기업과의 비교 분석에서 열위인 점이 드러났는데 조금도 서운한 기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식품 업계를 잘 모른다. 새로 출입 한지 2달 남짓. ‘식품 초짜 기자’는 깊은 이해는 부족하지만 이 점이 꼭 불리한 건 아니다. 이 바닥 관계자들이 모두 다 아는 사실, 그래서 어쩌면 “원래 그렇지, 하루 이틀 얘기인가”라며 당연하게 넘기는 관행에 의문을 가질 수 있어서다.

식품회사의 낮은 수익성이 그런 경우였다. K푸드라는 말에 식품회사가 대단한 줄 알았다. 그런데 까보니 ‘쭉정이’에 가까웠다. 은유가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 국내 18개 상장 식품기업의 2023년 연결 기준 평균 영업이익률은 5.9%로 세계 식품회사 1위 스위스 네슬레 영업이익률(16.7%)의 3분 1수준이다. 1000원치 팔아 네슬레가 167원 벌 때 국내 식품기업은 59원밖에 못 번다는 얘기다. 수익성이 낮으면 기업은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나 그렇게 정부가 강조하는 주주친화적인 ‘밸류업’을 할 수 없다.

낮은 수익성도 눈에 띄었지만, 업계는 물론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정부의 가격통제를 낮은 수익성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것도 흥미로웠다. 가격을 차별화하기 어려우면 고만고만한 제품으로 인구감소에 직면한 내수시장에서 ‘땅따먹기’(MS) 싸움밖에 하기 어렵다. 마케팅 대전으로 기업간 경쟁이 압축되면 판관비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은 요원하다. 정부가 할 일은 가격 개입보다는 기업의 높은 원자재 수입 부담을 경감할 방안을 찾거나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1450원대가 뉴노멀처럼 돼버린 원달러 환율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에 따른 ‘관세전쟁’에서 막 날아오르기 시작한 K푸드 날개가 꺾이지 않도록 지원하는 업무도 빼놓을 수 없다. 곧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식품업계와 간담회를 한다고 한다. 변화된 정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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