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인당 소득 2위"…1.5억원에 이민 가능한 나라

남태평양 나우루 투자이민 유치 잰걸음
10.5만달러 기부하고 4개월 기다리면 시민권 취득
"여권 팔아 자금 마련…국제 범죄 악용 우려도"
  • 등록 2025-02-19 오후 5:10:03

    수정 2025-02-19 오후 8:52:2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때 세계 최고 부자 국가 중 하나였던 남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이 기후위기 대응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권(시민권) 판매에 나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AFP)


데이비드 아데앙 나우루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을 두고 논쟁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파도가 우리의 집과 인프라를 씻어내길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나우루는 2023년 기준 인구수 1만 2780명의 섬나라로, 과거 인산염 수출 및 관광으로 외화를 쓸어담았던 부유국이었다. 1980년대에는 나우루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웃돌며 세계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산염 매장량이 고갈되면서 국민총생산(GDP)도 폭락했다.

현재는 GDP 기준 200위가 넘는 최빈국 중 하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가 바닷물에 잠길 것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2001년 25㎢였던 국토 면적은 현재 20㎢로 줄어든 상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해수면 변화 팀에 따르면 나우루는 앞으로 수십년 동안 극심한 홍수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1975~1984년 수위가 0.5m 이상이었던 홍수는 8일에 불과했으나, 2012~2021년엔 146일로 급증했다. 나우루는 2008년부터 2022년까지 국제사회로부터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춘 개발 자금 6400만달러를 지원받았으나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나우루를 포함해 자메이카, 피지 등 39개 소규모 섬 개발도상국들이 홍수 피해 복구 등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16억달러(약 2조 3000억원)가 넘는다.

이에 나우루는 지난해 11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9)에서 투자 이민을 통한 시민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1인당 미화 10만 5000달러(약 1억 5100만원)를 기부하고 3~4개월만 기다리면 나우루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제한 없는 이중국적, 가족에 대한 시민권 확대 적용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며, 89개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아데앙 대통령은 투자 이민을 통해 초기 자금 6500만달러(약 935억원)를 모금한 뒤 자국민의 90%(약 1만명)를 고지대로 이주시키고, 수십년 간 인산염 채굴로 달 표면처럼 변해버린 지역을 농장 및 상업 지구 등으로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 마디로 사람 사는 곳으로 재건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대폭 낮아진 투자 이민 장벽이 국제 범죄자들의 도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거에도 알 카에다 요원 등 테러리스트들을 투자 이민 프로그램을 통해 받아들였다가 미국의 압박에 중단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나우루가 도미니카공화국의 전철을 밟게 됐다”고 짚었다.

한편 30년 이상 나우루와 유사한 투자 이민 정책을 펼쳐온 도미니카공화국은 20만달러(약 2억 8800만원) 규모의 기부 또는 부동산 투자로 본인 포함 3대 가족의 이민이 가능하다. 시민권 획득까진 최장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언어 제한이나 이중국적을 허용한다는 점은 나우루와 동일하지만, 거주 의무가 없다는 점, 140여개국 무비자 입국, 소득세·상속세·부유세 면제 등은 나우루와 비교해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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