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캐나다·멕시코 다음 타깃은 한국…무역전쟁에 조선업 수혜”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미국이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다음 관세 정책의 주요 타깃으로 한국이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주 삼정KPMG 세무·자문부문 전무가 1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정KPMG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삼정KPMG 제공

김태주 삼정KPMG 세무·자문부문 전무는 1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정KPMG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관세 전쟁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확실해진 시대”라며 “기업과 정부 모두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관세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무는 20년 가까이 관세, 이전가격, FTA(자유무역협정), 공급망 부문을 컨설팅 해온 통상 전문가다. 최근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쏟아지는 컨설팅 의뢰에 그는 “지켜만 보지 말고 불확실성에도 반드시 대응하라”고 조언한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의 진짜 목표는 1기에 이루지 못한 정책을 2기에 완수하고, 바이든 정부의 무역정책을 바로잡겠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때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기업들은 멕시코로 진출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활용해 미국에 수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일부 용인했으나, 트럼프는 2기 들어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3월에는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품목에, 4월에는 국가별 상호관세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상호관세는 내달 9일까지 90일 유예된 상태다.

그는 “기업들이 ‘어떻게든 풀어지겠지’, ‘정부에서 나서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경쟁국의 관세율과 활용 가능한 제도, 공급망 구조를 분석해 상대적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 전쟁의 수혜 업종으로는 조선업을 꼽았다. 그는 “미국이 자체 함정 생산 능력이 부족해 한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반면 미국이 공급망을 반드시 자국 내에 두려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의약품 등은 높은 관세 장벽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의 미국내 투자규모를 감안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예외를 받아내는 것이 정부의 역할로 부상했다고도 진단했다. 김 전무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대응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쳤지만, 아직 2차전지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진행 중인 단계인 만큼 정부와 협상을 통해 예외를 받아내는 등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미국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멕시코, 캐나다에 먼저 손을 댄 뒤 그 다음 타자로 한국을 지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중국에서 완제품을 한국으로 보내 일부 공정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한·중 FTA와 한·미 FTA를 활용해 관세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관세청은 한·중 간 거래에 대한 FTA 적용 실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관세 장벽이 강화될 것으로 봤다. 그는 “유럽, 중국 등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부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 모두 미국 외 다른 국가의 정책 변화도 모니터링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