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손으로 총 잡아"...부산서 은행 강도 잡은 50대, 알고보니

  • 등록 2025-02-10 오후 7:47:02

    수정 2025-02-10 오후 7:47:0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대낮 부산에서 장난감 물총으로 은행을 털려던 얼빠진 강도가 특공대 출신 50대 남성에게 제압됐다.

사진=연합뉴스
부산 기장경찰서는 10일 강도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 58분께 기장군 일광읍 한 은행에 침입해 돈을 탈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마스크와 털모자를 눌러쓴 채로 건물 2층에 있는 은행에 들어온 A씨의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에 싸인 총 모양의 물건이 들려 있었다.

A씨가 들이닥치기 전 부인과 함께 은행에 있던 고객 박천규(53) 씨는 A씨가 “주목, 주목” 외치면서 “돈을 넣어라. 무릎을 꿇어라”라고 요구했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전했다.

A씨의 요구대로 무릎을 꿇은 박 씨는 A씨 손에 들린 총만 계속 주시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집사람이 같이 있고 여직원들도 많았는데 다들 많이 놀란 상태였다”며 “손님 중에는 이 상황을 해결할 사람이 저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은행 입구를 막고 있던 A씨는 곧바로 지점장실로 들어가려고 했고, 당시 고객과 함께 있던 지점장은 방문이 열리지 않도록 잡고 버티며 경찰에 신고하고 보안업체 출동 버튼을 누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A씨는 다시 창구 쪽으로 나와 미리 준비한 여행 가방에 오만 원권을 담으라고 직원에게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A씨의 강도 행각은 박 씨의 저지로 2분 만에 끝났다.

박 씨는 A씨가 다가오자 두 손으로 총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움켜쥐었고 A씨와 함께 넘어지면서 그 물체를 빼앗았다.

그는 “서너 발짝 정도 떨어져 있던 강도가 한 손으로 총을 잡고 있었고 시선도 잠시 멀어져 있는 상황이라 지금 가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찰나에 다가가 두 손으로 총을 잡은 거 같다”고 전했다.

박 씨가 달려들자 청원경찰과 남성 직원 1명 등이 힘을 보태면서 A씨를 완전히 제압할 수 있었다.

A씨가 손에 들고 있던 비닐 안에는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이 들어 있었다. 박 씨는 “강도를 덮칠 때만 해도 가짜 총이라는 인식은 없어서 사력을 다했다”고 했다.

젊은 시절 의무복무를 특공대에서 했다는 박 씨는 “지금은 간부부대로 바뀌었지만, 예전 701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다”면서 “복무한 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일반 사람들보다는 총에 대한 잘 알고 있어 공포감이 덜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부산 기장경찰서
경찰에 넘겨진 A씨는 “자영업을 하던 중 실패하고 취업도 되지 않아 힘든 상황을 겪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강도 과정에서 은행 직원들에게 “나가”라고 소리 질렀다가 직원들이 나가자 “다시 들어와”라고 소리치는가 하면, 집에서 자녀의 공룡 장난감을 집어들고 10여 분간 걸어서 은행으로 향하는 등 촌극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산 기장경찰서는 박 씨에게 조만간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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