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가정폭력 전문 상담사를 만났던 게 극복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기존의 포괄적인 심리 상담가가 아닌 개인 맞춤 상담사를 매칭하는 게 절실히 필요하다.”(고립·은둔청년 한 모씨)
“생계유지를 위해 돈이 급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지내다 보니 진로를 고민해볼 시간이 없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탐구해볼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립·은둔청년 이 모씨)
 | 청년재단은 12일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고립·은둔청년 삶의 유형별 지원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이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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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재단은 12일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고립·은둔청년 삶의 유형별 지원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고립·은둔청년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를 주제로 이번 포럼은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고립·은둔청년 삶의 유형과 서비스 욕구에 대한 연구’ 결과 발표 후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정책 제언 라운드테이블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고립·은둔을 경험했던 청년 당사자들이 200여명의 청중 앞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자신이 숨어든 원인을 설명하고 벗어난 해법을 제시했다.
국무조정실 등이 진행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19~34세 중 고립은둔 징후가 나타난 청년의 비율은 5%로, 전체 청년 인구에 적용하면 약 5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이나 낮은 취업률, 정신건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다른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책임연구자인 김아래미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립·은둔청년 삶이 양상은 일관되지 않으며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유형별 특성을 심층적으로 이해해 서비스욕구를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고립·은둔청년 삶을 크게 △건강취약형 △독립생계채무형 △미취업빈곤형 △가족의존형 등 4개 유형을 중심으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 건강취약형은 신체는 물론 정신의 건강 수준도 오랜 기간 취약 수준에 놓여 있던 게 특징이다. 독립생계채무형은 1인가구로 독립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저소득 상태에서 채무 부담이 큰 편이며, 취업빈곤형은 구직 시도가 좌절된 경험이 많고 경제적 빈곤 문제가 심각했다. 가족과 동거 중인 가족의존형은 다른 유형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해님 동국대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부터 고립·은둔청년 전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처음부터 청년을 만나서 사례관리를 하는 게 쉽지 않다”며 “기존 사업이 은둔·고립 수준이나 미취업 상태, 사회적 관계 역량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유형별 틀을 갖고 다양한 자원들 사이 어떤 것을 우선 연결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건강취약형의 경우 정신건강 서비스 강화와 신체건강 인프라 확대를 우선하고, 독립생계채무형은 채무 관리를 통해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취업빈곤형에게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최소비용과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봤다.
청년 당사자들은 정부의 고립·은둔청년 지원에 있어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지적하기도 했다. 고립·은둔청년 임 모씨는 “수도권에 사는 서비스 신청 자격에서 지역 제한을 없애는 대신 거주자에게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