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생들에게 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의대생의 법적 신분을 보장해 앞으로 정책 참여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최근 의대생들에게 준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안을 오는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 상정하기로 결의했다. 의협 관계자는 “개혁 태스크포스(TF)에서 관련 안을 상정하기로 했고, 정관개정특별위원회에서 논의 후 총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해 2월 서울 한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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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의대생은 의사가 아니므로 회원이 될 수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료계 내에서 의대생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특히 지난해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 상황이 계속되고 의대생이 전면에 나서면서 의협이 이들을 품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이와 관련, 의협은 지난 5일 강기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을 정책이사로 임명했다. 의대생이 집행부 임원에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공의 또한 의대생의 의협 회원 참여를 촉구했다. 박단 의협 부회장은 SNS를 통해 “선거권은 주권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권리다. 의료계의 구성원으로서 의대생들을 존중하기 위해 기본적인 권리부터 보장해야 한다”며 “이제 의협 회비를 내지 않은 회원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의협 회장 선거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의대생들의 법적 신분 확보와 의협 정관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 또한 회장 선거 당시 의대생에게 준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의대생의 회원 자격 부여가 내부 정치에 악용될 수 있다며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의대생에게 의결권을 부여하지만, 영국과 독일 등은 이를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아예 회원이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의협은 일단 의대생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형태의 준회원 자격을 부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권, 대의원 선출, 회비 등 구체적 권리와 의무 사항은 세칙으로 나중에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칙은 의협 집행부가 만든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은 의대생 준회원 자격 부여를 통해 의료계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로의 도약을 꿈꿀 수 있게 됐다”면서 “의정갈등 속에서 대정부 협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