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직’은 오랫동안 급여 상승 기회로 간주돼 왔으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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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연방정부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존 직장에 머문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은 4.6%, 이직한 근로자의 인상률은 4.8%로 집계됐다.
2023년 각각 평균 5.5%, 7.7%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2.2%포인트에서 0.2%포인트로 대폭 좁혀진 것이다. 10년 만에 최저 수준의 격차로, 이젠 이직해도 예전과 같은 높은 급여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 연봉비교 사이트 레벨스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술 부문에선 하드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과 같은 수요가 많은 특정 직책에서만 이직시 급여가 뛰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제품 설계자, 기술 프로그램 관리자를 포함한 여러 직책의 평균 임금은 1%~2% 감소했다.
레벨스의 공동 창립자인 주하이에르 무사는 “인공지능(AI)과 관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연봉 인상 여부가 나뉜다”며 “연봉이 줄어드는 경우 새로운 직장을 찾으러 나갈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의 임원·사무직 전문가의 보수를 추적하는 채용회사 버치 워크스에 따르면 심지어 AI 분야에서도 머신러닝팀을 감독하는 관리자들의 연봉이 1만~2만달러 감소했다.
이 회사의 마이클 버트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분야의 고위·중간 관리자들의 급여 하락이 가장 두드러진다”며 “이들은 연간 1만~4만달러 사이의 임금 하락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보너스까지 포함하면 전체 연봉은 더 많이 줄었다. 아무도 예전처럼 선뜻 돈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임금 인상을 협상할 여유조차 없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해고한다. 내 뒤에 50명은 대기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해고 후) 바로 그들에게 전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직장을 그만둔 근로자 수도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올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만큼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의 신용석 경제학 교수는 “우리는 분명히 경기침체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은 예전만큼 좋지 않다”며 “사람들은 기존 직장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으로 (침체 우려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