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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승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이전에 계엄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에겐 큰 정신적 충격이 될 수 있다. 정 이사는 “예전 계엄 상황 당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오랜 시간 동안 억압과 불공정함, 불이익 등을 겪으며 사람들이 서로 분열되고 혼란에 빠지는 경험을 했었다”면서 “한참 지난 기억인데 그게 리마인드 되면서 이제 그때 겪었던 것이 상기되는데 이게 바로 트라우마”라고 설명했다.
비상계엄은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모두가 트라우마에 노출된다. 정 이사에 따르면 피해자에겐 억울함과 불공정, 사망과 상실 등의 부정적인 경험이 쌓인다. 한편에서는 피해자들에 대한 슬픔과 억울함에 대해 눈을 가려야 하고 피해자를 비난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갈등 등으로 인해 심리적 마비가 올 수 있다.
그는 계엄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이번 사태는 충격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부분의 국민은 계엄을 직접 겪지 않고 예전 뉴스나 책 등을 통해 아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국민에게 책에서나 봤던 불안과 공포를 보여주면서 국민적 불안감이 굉장히 치솟았다”고 평했다. 계엄을 겪었던 사람들이 자식에게 SNS를 자제하라고 하는 행동도 과거 계엄에서 경험했던 자기 검열을 물려주는 모습이다.
그는 “상황이 몇 시간 만에 종료돼 사회적 충격이 덜할 수는 있지만 계엄으로 인해 전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는 모두가 직접 피해자가 되는 것”이라며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었던 자유와 인권이 제한되는 걸 느끼면서 엄청난 불안과 공포를 당사자로서 경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복적 뉴스 확인 ‘줄이세요’…“정치권, 사회적 신뢰 회복 노력해야”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반복된 뉴스 청취와 계엄에 대한 스트레스, 정치적인 혼란과 대립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져서 외부 현상에 무관심해질 수 있다. 그는 “점점 환멸에 빠지고 무력감이 들면서 ‘내가 너무 힘들어서 못 보겠다’라는 외면과 정치적인 무관심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임상적인 의미보다도 민주주의의 쇠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는 것이 정 이사의 판단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24시간 뉴스를 틀어놓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매체와 뉴스를 적절히 소비하는 것이 좋다. 임산부와 노약자, 기존에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트라우마가 있었던 환자는 뉴스를 확인하는 행동 자체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한 뉴스 소비 외에 산책과 정치 분야가 아닌 대화를 친밀한 사람과 나눈다든가 활동이 필요하다.
정 이사는 무엇보다도 국가적 충격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사회적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정치권과 미디어에서는 공동체적 의식을 갖고 사회적인 신뢰와 안정감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는 것이 국민 정신건강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