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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디자이너가 세계 무대에서 갖는 새로운 의미
유웅선은 20대 초반, 세계적 건축사무소인 영국의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에서 시작했다. 이곳은 노먼 포스터 경이 설립한 회사다. 애플 본사 사옥을 포함해 현대 건축의 상징적 프로젝트들을 다수 만든 곳이다. 한국인, 그것도 20대 초반의 디자이너가 이곳에 합류한 것은 이색적이다. 이는 단지 이력의 희소성이 아닌, 한국 창작 인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실무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의 성취는 실무에 그치지 않는다. 유웅선은 파리 말라케 국립건축학교(Ecole Nationale Superieure d’Architecture de Paris-Malaquais)에서 최우등 졸업자(Felicitations du Jury)로 학위를 마쳤다. 17세기 궁전 건축물 위에 자리 잡은 이 학교는 유럽 건축사의 전통과 현대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는 이곳에서 공간과 시간에 대한 철학적 감각을 길렀다. 한국인이 유럽 최고 건축학교에서 학문적 영예를 거머쥔 이력은, 글로벌 디자인계에서 한국 디자이너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유웅선은 포스터 앤 파트너스에 합류하기 전, 일본 도쿄의 이시가미 준야 건축사무소, 프랑스 파리의 모로 쿠스노키(Moreau Kusunoki) 등 세계적인 디자인 하우스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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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웅선은 단순히 해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를 넘어, 한국인의 미적 감성과 정체성을 세계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의 대학원 졸업 작품은 2년마다 열리는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의 일환인 2025년 EU 미스 상(EU Mies Awards) ‘Young Talent’ 부문에 초청됐고, 후보작으로 지명되었다. 유럽연합이 선정하는 가장 권위 있는 건축상 후보에 아시아, 그것도 한국 디자이너가 이름을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 존재의 본질: 철학으로 관통된 창작 여정
그의 창작 여정은 그보다 훨씬 이전, 서울의 작은 작업실에서 시작됐다. 15세의 나이에 그는 가구와 공간을 직접 설계하며, 스스로의 감각을 조용히 단련해왔다. 그의 상상력은 창의성을 넘어선다. 마치 고고학자의 시선처럼, 그는 잊힌 세계의 흔적을 되살리며 일상의 본질을 탐구한다.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형태에 대한 재해석은, 현대 디자인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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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웅선은 건축과 가구라는 장르를 넘나들며, 물리적 형태와 감성, 기능성과 철학을 동시에 설계한다. 그는 공간이나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재해석한다. ‘미적 기술자’를 넘어 ‘철학적 창작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의 존재는 해외 진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유웅선은 지금, 글로벌 디자인계가 한국 디자이너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있다. 창작자이자 미래의 동반자로서의 존재. 유웅선은 글로벌 디자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글쓴이=박용후 관점 디자이너(피와이에이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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