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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C씨는 지난 2022년 3월 4일 오후 8시 50분께 KTX 포항역에서 택시를 타고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 기숙사로 가달라고 했다. 이 택시 기사 A씨는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선 뒤 2분가량 최대 시속 약 109㎞로 달렸고 택시 안에선 여러 차례 경보음이 울린 것으로 조사됐다. 두 차례 속도 단속 구간에 들어서면서 급감속과 급가속을 반복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청력이 저하된 A씨는 C씨가 “이쪽 길 맞죠? 네? 기사님?”, “아저씨 저 내려주시면 안 돼요?”라는 등 두 차례에 걸쳐 목적지 확인과 하차 요청을 했지만 알아채지 못했다. 평소 보청기를 착용한 A씨는 당시엔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A씨는 C씨가 “S대로 가 달라”고 하자 “H대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C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후 C씨는 택시가 H대로 향하자 남자친구에게 “택시가 이상한 데로 간다. 나 무섭다. 엄청 빨리 달린다. 말 걸었는데 무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택시 뒤를 따라오던 SUV 운전자 B씨는 제한속도 80㎞인 도로에서 평균 시속 약 103.7㎞로 달리다 C씨를 발견하고 급제동했지만 결국 C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1심은 “C씨는 A씨가 자신의 목적지로 가는 도로가 아닌 도로로 과속 운전했고 자기 말을 무시해 해를 끼치려고 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지만 A씨는 목적지를 다른 대학 기숙사로 인식해 해당 학교로 가는 통상의 도로로 운행했다”며 “C씨가 겁을 먹고 고속으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릴 것을 예견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본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에 대해선 “제한속도 시속 80㎞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앞선 차량에서 사람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기 어렵고 사고가 가로등 없는 야간에 발생해 피해자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제한속도를 지켜 주행하더라도 회피 가능 여부를 단정 짓기 어렵다는 견해를 제시한 점을 고려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C씨가 납치 등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착각했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론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험을 벗어나려 할 것이며 사고 전까지 메시지를 주고받은 남자친구를 통해 경찰에 구조 요청을 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B씨에 대해서도 “사건 당시 야간이었고 사고 지점에는 가로등도 없었으므로 B씨가 앞서 가던 택시의 브레이크 등이 점등된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택시 뒷문이 열려 있는 것까지 봤거나 전방주시를 태만히 한 탓에 이를 볼 수 없었던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