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관세전쟁에 시동을 걸며 글로벌 물동량 감소로 인한 해운업 위축 가능성이 떠오른다. 게다가 해운업은 지난해 후티 반군이 홍해를 점령하는 ‘홍해 사태’로 역대급 호실적을 거뒀는데, 올해 중동 정세 불안 해소 기미가 보이며 운임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 운임 수준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기준 1896.6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24일 대비 148.80포인트 내린 수준으로, SCFI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약 9개월 만이다.
 | HMM의 컨테이너선.(사진=H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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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해상운임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글로벌 관세전쟁 점차 심화하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글로벌 물동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해상운임 또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4일부터 중국산 상품에 10%의 추가 보편 관세 적용을 시작했다. 중국도 10일부터 미국산 상품에 10∼15%의 보복 관세를 매기기 시작하며 관세장벽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10일(현지시간)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예외나 면제 없이 25%를 적용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정치에 나섰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던 국내 해운사들도 올해는 얼마간 실적 악화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HMM은 지난해 전년 대비 무려 501% 증가한 3조5128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올해 영업환경 전망은 보수적으로 내다봤다. HMM은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 및 전 세계 교역 위축 등 수급 불균형이 예상된다”고 했다.
벌크선을 주로 운영하는 팬오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팬오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은 47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 증가하며 호실적을 냈지만 올해 시장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로 벌크선 운임 지수를 나타내는 발틱건화물선지수(BDI)는 지난해 3월 2400을 웃돌았으나 현재 800선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키로 하며 친(親)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점령을 해제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인수 계획을 발표하며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해운사들은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희망봉 우회로로 뱃머리를 돌려 운항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선박 공급이 대규모로 이뤄지며 업황 악화가 예상된다”며 “어느정도의 속도로 악화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