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웹툰 산업, '스낵 콘텐츠'에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로 진화

[도쿄(일본)=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일본은 만화 산업의 대국이지만, 웹툰은 그저 ‘스낵 콘텐츠’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웹툰은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중간 지점에 있는 높은 수준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합니다.”

고바야시 타쿠마 넘버나인 대표가 12일 일본 도쿄 본사 사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사진=네이버웹툰)

고바야시 타쿠마 넘버나인 대표는 웹툰 산업이 일본 시장에서 주류 콘텐츠로 자리잡았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넘버나인은 네이버웹툰의 일본 서비스인 ‘라인망가’를 운영하는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가 지난 1월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 현지 웹툰 제작 스튜디오다.

넘버나인이 처음부터 웹툰 제작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본래 작가들의 만화를 온라인 플랫폼에 중개하는 유통 사업을 영위하던 이 회사는 웹툰 산업에서의 기회를 보고 과감히 사업 확장을 결정했다. 특히 웹툰 업계는 출판 만화 시장처럼 이미 지배적인 사업자가 존재하는 시장과 달리, 공략하기 용이하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제작 등 지식재산권(IP) 확장에도 유리한 점이 와닿았다.

고바야시 대표는 “디지털 유통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회사의 추가 성장 방안을 고민하게 됐고, 웹툰 산업에서 기회를 발견해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고단샤, 쇼가쿠칸, 슈에이샤 등 이미 지배적인 출판사가 존재하는 출판 만화 업계에서는 1위가 될 수 없었지만, 웹툰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업계 1위도 충분히 꿈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10년 전에는 일본에서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읽는 문화가 거의 없었으며, 웹툰 서비스가 존재하긴 했지만 여전히 출판 만화가 중심이었다”며 “만약 라인망가가 없었다면 일본에서 웹툰 산업이 이렇게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넘버나인은 네이버웹툰에 있어서 일본 내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국내에서 인기 있는 웹툰들을 일본에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웹툰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넘버나인이 제작한 ‘신혈의 구세주’와 ‘나만 최강 초월자’는 일본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신혈의 구세주’는 2022년 9월 연재를 시작해 지난해 1월 일본에서 6300만 뷰를 돌파했으며, 월간 판매액 또한 1억2000만 엔(약 11억 3367만 원)을 넘어섰다. ‘나만 최강 초월자’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라인망가 플랫폼 내에서 월간 매출 1억 엔을 넘긴 작품은 드물다. 현재 두 작품은 일본을 넘어 한국과 프랑스 등 다른 국가에도 수출됐다.

라인의 글로벌 생태계를 통해 여러 국가에 쉽게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은 넘버나인이 라인망가와 협력한 이유 중 하나다. 고바야시 대표는 “출판 만화는 글로벌 사업을 전개할 때 많은 제약이 있지만, 라인망가는 이용자 수도 많고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미래 사업 방향을 고려했을 때 최적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넘버나인은 라인망가의 지분 투자로 확보한 자금을 이용해 향후 오리지널 콘텐츠와 애니메이션화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고바야시 대표는 “라인망가와의 자본 제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며, “특히 애니메이션화에 집중해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을 만들고, 일본을 대표하는 IP를 창출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