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험, 시장 반영 안돼…변동성 확대 우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
"中, 2018년처럼 위안화 평가절하 용인 가능성"
"美증시 하락·금융 긴축 유발 등 역효과 우려"
  • 등록 2025-01-17 오전 10:33:20

    수정 2025-01-17 오전 10:33:2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위험을 가격에 거의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중국, 관세, 그리고 트럼프 2.0’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달러화가 의미있는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는 미국 경제 성장이 더 빨라질 수 있는 기대에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브룩스 연구원은 “중국 위안화나 일본 엔화와 같은 관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통화에 대해서는 달러화가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며 근거를 제시했다. 유로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는 미 대선 전날인 지난해 11월 4일 이후 이날까지 5.6% 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파운드 대비로는 5.8% 뛰었다. 반면 위안화 대비로는 3.3%, 엔화 대비로는 2.1% 각각 상승하는 데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


브룩스 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응한 중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위안화 평가절하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해 향후 몇 달 동안 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 중 절반 가량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평균 관세율은 12.5%였다. 이후 몇 달 동안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관세 부담을 사실상 완벽히 상쇄했고, S&P500은 급락하며 한 해를 마감했다. 앞서 2015년 8월 위안화 평가절하가 이뤄졌을 때에도 미국 주식 하락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안화 평가절하는 미국의 관세로부터 중국 수출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미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고 금융 상황을 긴축시키는 등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며 “S&P500에 포함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위안화는 중국 당국의 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세와 관련해선 시장 포지셔닝의 좋은 척도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브룩스 연구원은 “엔화도 위안화와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고 엔화는 무역 가중 기준으로 상승할 것이다. 결국 (일본도) 엔화가치 하락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시장은 관세 위험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 지도부가 위안화 평가절하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중국 지도부가 안정적인 통화가치를 힘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의도적인 평가절하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브룩스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대중 관세를 얼마나 적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위안화 평가절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2015~2016년 중국 중산층 자본의 해외 도피 사례를 근거로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자본 도피 재발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설득력이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브룩스 연구원은 또 트럼프 2기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응하기 위해 보편 관세를 부문별로 부과하거나, 중국에 대한 성과 벤치마크와 연계해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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